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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사 아카데미의 무공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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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아재
작품등록일 :
2021.10.12 14:31
최근연재일 :
2021.1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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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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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의뢰(2)

DUMMY

“칼릭스님.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음. 고맙소.”

“아닙니다. 흐흐.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손바닥을 비비며 연신 굽실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칼릭스는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이 담긴 그릇을 받아들였다.

저래보여도 다른 이들 앞에선 나름대로 중견 마법사라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데, 자신의 앞에선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행동하니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원래 마법사와 기사들은 서로를 무식하다느니 비실한 것들이라느니 하며, 대놓고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심 깔보는 경향이 있는 편이기에.

아무리 칼릭스가 마스터라고 해도, 마법사인 그가 이렇게 시종처럼 구는 태도는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따지고 보면 그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긴 할 것이다.


‘나 하나를 믿고 파견인원을 대폭 감축해버렸으니. 마스터도 사람이라 실수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인데, 사이몬 그 사람은 인력을 꽤나 빡빡하게 굴리는 타입이군.’


트리우드 학파에서 칼릭스와 함께 떠나보낸 인원은, 본인을 제외하면 고작 세 사람뿐.

자신들이 가는 곳에 오우거가 있다는 사실은 이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행여나 칼릭스의 눈 밖에 나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행들은 하나같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설설 기는 중이었다.


“칼릭스님. 여기서부터는 속도를 줄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죠. 원래는 몬스터들이 이곳까지 나오는 경우가 없었습니다만, 오우거는 원체 활동반경이 넓은 녀석이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니, 이제부터는 다들 잡담은 자제해주시오.”

“아이고! 칼릭스님께서 어련히 다 처리해주실 텐데, 저희가 괜히 주제넘게 떠들었습니다요.”

“쉿! 칼릭스님께서 조용히 하라 하시잖나!”

“으읍! 죄, 죄송합니다.”

“......”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채 몸을 잔뜩 움츠리고 뒤를 졸졸 따라오는 이들의 모습에, 칼릭스는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히 내가 다 미안해지는군. 빨리 오우거를 찾아 제거해야 마음 편히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겠는데.’


어미오리가 된 기분으로 꽁무니에 일행들을 달고, 오우거의 흔적을 수색하는 칼릭스.

워낙 행동범위가 넓은 몬스터라 시간이 꽤 걸릴 지도 모르겠다는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놈이 남긴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여기 발자국이 있군. 이만한 크기라면 오우거가 확실해보이기는 한데, 한번 같이 살펴봐주시겠소?”


젊은 나이에 왕국군 기사가 된 칼릭스는 몬스터 토벌 경험이 그리 많진 않았기에, 아직 오우거를 실물로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함께 흔적을 확인할 것을 요청했고, 뒤를 따르던 마법사들은 칼릭스의 말에 옆으로 다가와 지면을 살폈다.


“흐음. 맞는 것 같습니다.”

“오우거가 덩치와는 다르게 상당히 날렵하고 나무를 잘 타는 몬스터라, 이렇게 또렷한 발자국을 남기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근처에서 먹이를 사냥한 것이 아닐까 싶군요. 주변을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혹시 오래되지 않은 배설물 같은 걸 발견할 수 있다면, 마법으로 놈의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일행들의 말에 따라 주위를 둘러본 칼릭스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우거의 흔적들을 더 찾아낼 수 있었다.

이에 칼릭스의 등 뒤로 거의 달라붙듯이 뭉쳐있던 마법사들이 다시 앞으로 나서며, 자신들도 마냥 짐짝은 아니라는 듯이 도움이 되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사슴 같은 걸 잡아먹은 모양이군요. 굉장히 급하게 식사를 한 느낌인데...”

“뿔만 빼고 전부 집어삼킨 듯합니다. 뼈까지 통째로 씹어 먹을 정도로 허기가 졌던 걸까요?”

“이 주변은 먹이로 삼을만한 몬스터 군락도 없고 큰 짐승이 많은 편도 아니니, 놈이 굶주려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죠.”

“아니... 역으로 그래서 더 이상한 것 아닙니까? 먹잇감도 풍부하지 않은 곳에, 왜 오우거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나타난 건지 모르겠네요.”

“엇, 생각해보니 그것도 또 그렇군.”


오우거는 몬스터 생태계가 방대하게 형성된 깊은 숲속에 주로 서식하기에, 사람들의 눈에 흔하게 발견되는 몬스터가 아니다.

그런 녀석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장소에 자리를 잡은 것인지, 확실히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오우거가 왜 여기까지 기어 나왔는지는 어차피 딱히 중요하지 않다.

이유야 어쨌든 놈을 토벌할 거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에.


“여기 놈의 배설물이 있군요. 이 정도면 추적마법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상의 위치를 추적하는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들이 전문적인 용어들을 늘어놓으며 무언가 의견을 나누더니, 이내 칼릭스에게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백퍼센트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우거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겠소. 조심해서 따라들 오시오.”


기감을 퍼트리며 마법사들의 조언대로 탐색을 이어간 칼릭스는, 정말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목표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다들 멈추시오.”

“칼릭스님?”

“쉿. 저쪽 나무 위... 보이시오?”

“헛!”

“오우거...”


나무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있는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이, 마법사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움찔하며 놀란 마법사들이 겁먹은 얼굴로 손에 든 매직완드를 꽉 움켜쥐었다.

만약 머리 위를 살피지 않고 근처를 지나쳤다면, 녀석이 깨어나 한순간에 일행을 덮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놈을 처리할 때까지 여기 가만히들 계시오.”

“지, 지원 마법은...”

“필요 없소.”


숨을 죽인 채 두려움에 물든 눈으로 오우거의 거체를 바라보는 마법사들을 뒤로 하며, 칼릭스는 칼자루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놈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발소리를 내지 않았음에도 칼릭스가 몇 걸음을 떼기 무섭게, 콧구멍을 벌름거린 오우거가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생의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된 오우거가, 숲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냄새를 감지한 것.


크르륵-

낮은 목울음 소리를 낸 오우거가 커다란 눈동자를 움직여, 자신에게 다가오는 칼릭스의 모습을 포착했다.

졸음에 취해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흉포한 기색으로 물들었다.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의 흉흉한 눈빛.


크아아앙-!

우렁찬 포효를 내지른 오우거는 마법사들의 말대로 매우 허기가 진 상태였는지, 칼릭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가로 침을 뚝뚝 흐리며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1톤을 가뿐히 넘어가는 무게인 것 치고는 착지음이 그리 크게 울리진 않았다.


‘확실히 몸놀림이 가벼운 게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군. 힘이야 굳이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역시 괜히 육상 몬스터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크기가 5미터 이하의 몬스터를 중형급으로 구분하기에, 평균 신장이 4.5미터가량 되는 오우거는 꽉 찬 중형으로 분류되는 몬스터다.

그렇지만 어지간한 대형 몬스터들도 오우거와의 싸움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들만큼, 녀석의 전투능력은 중형급에서는 단연코 발군이라 할 수 있는 위력적인 수준이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봐야 소드 마스터의 앞에서는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할 뿐.

몸무게로 따지면 20배는 될법한 거구의 덩치를 향해, 칼릭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는 태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욱?

자신의 반도 되지 않는 크기의 먹잇감이 도망가기는커녕 역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당황한 오우거가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이내 숨길 수 없는 포악한 본성을 드러낸 오우거는, 괴성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칼릭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와악!

잡히는 순간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한 거구의 몬스터가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모습은, 어지간히 담력이 강한 자라 해도 오금이 저릴만한 상황이었지만.

칼릭스는 시종일관 여유 만만한 태도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다가, 오우거와의 거리가 열 걸음 안으로 들어서자 대지를 박차며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어엇!?”

“무, 무슨 짓을!”


칼릭스의 승리를 믿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들이, 그의 행동에 경악하며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검술에는 일가견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저런 식으로 몬스터를 향해 뛰어드는 행동이 위험천만한 짓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아무리 마스터라 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기에, 오우거의 공격을 정통으로 허용했다간 몸뚱이가 곤죽으로 변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신보다 큰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가장 먼저 다리를 노려 기동력을 빼앗고, 자잘한 공격으로 흥분시킨 뒤에 빈틈을 유도해 급소를 공략하는 것이 기본적인 틀이라 할 수 있다.

한데 그런 정석적인 방식은 죄다 팽개치고, 저렇게 다짜고짜 정면에서 점프를 하며 달려든다니?


없던 날개가 생겨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마스터라 해도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순 없을 텐데.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밖에는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건 숫제 그냥 날 잡아 먹으라고 하는 행동이 아닌가.


크워어!

오우거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입을 크게 쫙 벌리며, 칼릭스를 향해 큼지막한 손바닥을 펼친 채 팔을 뻗었다.

아무래도 먹잇감이 정신이 나가서 보기 드문 돌발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 이대로 곧장 그를 붙잡아 입속에 우겨넣어 씹어 삼킬 요량이었다.


인간의 걸음으로 십 보 안이라는 건, 오우거의 입장에서는 두어 걸음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라는 뜻.

삽시간에 간격을 좁힌 오우거의 손아귀가 칼릭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저, 저런 병신 같은!”

“당장 도망쳐야 해!”


칼릭스가 오우거의 손에 붙잡혀 뜯어 먹히는 상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마법사들은, 곧바로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 거라는 생각에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들의 상상이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휘익-

크웍?

마치 물속의 물고기처럼 허공을 부드럽게 유영하며, 칼릭스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오우거의 손을 가뿐하게 피해냈다.


무림에는 천하제일의 신법이 무어냐는 논란이 일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후보로 거론되곤 하는 유명한 신법이 있다.

곤륜이라는 이름을 지닌 거대문파의 비전절기이자,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승의 경신술에 속하는 무공.

운룡대팔식이라는 명칭을 지닌 바로 그 신법이 지금, 칼릭스의 몸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다.


운룡대팔식.

제일식, 운중비룡.


구름 사이를 노니는 용처럼 자연스럽게 몸을 뒤집으며 방향을 전환한 칼릭스가, 순식간에 오우거를 스쳐 지나가며 녀석의 뒤를 붙잡았다.


우우웅.

이윽고 검에 과도한 오러가 담길 때 으레 발생하는 현상인 검명이 울려 퍼지더니.

압축된 대량의 오러가 칼릭스의 손에서부터 검극까지 하나의 선을 그리며, 그 찬란함만큼이나 파괴적인 힘을 담은 빛이 검신을 타고 솟구쳤다.


익스퍼트가 만들어내는 소드 오러로도 깊게 상처를 내기는 어렵다는 오우거의 가죽이지만, 마스터가 발하는 오러 블레이드 앞에선 물에 젖은 종이쪼가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우거의 목덜미 부근을 단숨에 파고들어 꽂힌 칼날이, 놈의 척수신경을 뇌로부터 완전하게 분리시켜 놓았다.


쿠웅!

육중한 거체가 지면으로 쓰러지며 큰 소리와 울리는 것과 동시에, 흙먼지가 땅바닥을 타고 넓게 퍼져나갔다.

숲속의 폭군이라는 위명을 지닌 강대한 몬스터 오우거는, 그렇게 칼릭스의 일검에 그리 길지 않았던 생을 마감해야 했다.


늘어진 오우거의 시체에서 검을 쑥 뽑아낸 칼릭스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왜들 그러고 있소?”

“아, 아, 아니. 그게... 혹시 마법사십니까?”

“뭐라는 거요? 마법사는 당신들이잖소.”


너무 당혹스러웠던 탓에 그런 말을 내뱉은 마법사 한 명이, 이내 얼빠진 소리를 한 자신을 속으로 저주하며 입을 다물었다.

오러와 마력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머저리도 아니고,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한 건지.

하지만... 방금 본 그 신묘한 움직임을 마법이 아니라 검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음. 그러고 보니 아까 누가 병신이라고 외치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허업!”


칼릭스가 말을 흐리며 일행을 훑어보자, 마법사들 중 한 사람이 반사적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이내 손바닥을 휘둘러, 자신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기 시작했다.


“아, 그, 그건... 저, 저 자신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이 병신 같은 놈! 마법을 몇 년을 배웠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되었으니 그만하시오. 당황해서 한 말을 가지고 탓할 생각은 없었으니.”

“가, 감사합니다.”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칼릭스의 모습에, 마법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얼해져오는 뺨을 문질렀다.


'스벌... 아프네...'


쓰라린 통증에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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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완치 +35 21.11.16 23,186 517 11쪽
31 파리떼(4) +11 21.11.15 22,685 4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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