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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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작품등록일 :
2021.10.13 21:27
최근연재일 :
2021.10.3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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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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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1)

DUMMY

"설치 완료되었습니다."


30분 가량을 부지런하게 움직인 기사들은 설치를 마치고

작은 태블릿 PC에 한울의 서명을 받고는 짐을 챙겨

들어올 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 바쁜가 보네..."


10평 남짓한 원룸의 한 편을  차지하고 들어선

검정 빛깔의  달걀처럼 생긴 기계에 붙은 문구를 무심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 가상현실이라.."


가상현실 게임 출시에 대한 소식이야 몇 달 전부터 난리였기에 이미 알고 있었다.


정말 가상현실의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나눈 기원 전과 기원 후를

이제는 가상현실의 개발 전과 개발 후로  나눠야 한다느니


코로나로 피폐해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줄

4차 산업 혁명이니 하는 호들갑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오프라인 RPG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김한울 작가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뉴에이지 개발진 일동-]


"이름도 그대로 오프라인 RPG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꽤 추웠던 것 같으니 아마 햇수로 2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억대 연봉을 벌어 들일 수 있다는 희망에 빠져 웹 소설을 쓰기 시작한 시기 말이다.


물론 나름 즐겁기도 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일인데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창조주가 된 것 같았다.


어린 시절 그런 생각을 생각했다.


'사람이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정말 상상 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시각이 아닌 청각과 촉각으로 꿈을 꾼다고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상상하는 모든 이야기 들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차원,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실제의 이야기이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통해 데자뷰 마냥 머리에 스쳐 지나가게 되는 것이고

작가라는 사람들은 그것을 그저 글로써 써 내려가는 대필자일 뿐이라고


그래 사실 창조주와 대필자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글을 쓰는 즐거움보다 가난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컸다.


일확천금을 벌어다 줄 번뜩 이는 영감이 나에게도 생기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2년 이라는 시간은 가능성에 눈이 멀었던 한울 에게 현실이라는 빛을 비춰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늦게 나마 일확천금에 대한 불확실한 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 뜬금없이 자신이 적은 작품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2년 만에 출시되었다는 소식과

출시 기념 선물이라며 명칭도 거창한 'NVR 1'이라는 가상 현실 게임기를 선물로 보내주겠다는 연락이 왔고,

지금 눈앞에 당당하게 자리한 검은색의 거대한 달걀 모양의 기계가 바로 그 결과였다.


가상현실 게임 출시는 웹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작가들 입장에서도 바래 마지않는 일이다.

근데 무려 내가 적은 글을 배경으로 출시된 게임이라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먹고 살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벌면서 모아둔 돈도 있고,

오늘 바로 취직하지 않는다고 내일 당장 굶어 죽을 수준은 아니었기에 일주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무려 정식 오픈 1주일 전 클로즈베타테스터로서의 참가 자격까지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들은 1분 1초를 세어가면서 기다리고 있는 게임을 미리 플레이할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더라도 가끔 취미 생활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의 고민을 마친 한울이 설치 기사가 알려준 데로 기계의 상단 버튼을 누르자

예상과 다르게 별다른 소음 없이 기계 중간 부분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내부를 드러냈다.


내부에 자리한 안마 의자처럼 생긴 자리에 몸을 눕히자  문이 닫히고

안마 의자가 슈트 마냥 톱니바퀴 물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한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잠깐의 어둠이 지나간  후 새하얀 화면이 한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


[오프라인 RPG 베타테스트에 참여해주신 테스터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일주일 후 정식 오픈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취이이익...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한 소리를 내며 열린 가상현실 게임 접속기인 'NVR 1' 에서 내려온 한울은

곧장 정수기로 향해 냉수 한잔을 들이키고는 뒤돌아서 접속기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갔다.


'충격적이네'


충격적이라는 말 외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현실성이 없다.


과학에 대해 무지하다고 하더라도 상식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는 것 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게 정말 현재의 수준에 가능한 기술일까?

정말 외계인을 잡아다 고문 했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가상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주인공들은 가상현실이라는 것에 처음에는 신기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금방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도대체 어떻게?"


육성으로 내뱉으며 일주일 이나 경험 했음에도 아직도 떨리는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플레이 할 수록, 시간이 흐를 수록 적응은 커녕 경이로움만 더 커져갔다.


접속기에 들어간 후 잠깐의 어둠이 지나가고 눈 앞을 덮는 빛

그리고 잠시 후 마주한 가상현실 세계는

게임에 접속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잠시 기계에 들어갔다가

다시 기계 밖으로 나온 것 같이 현실 세계의 감각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대지를 딛고 선 두 발이

피부를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바람이

한 호흡의 들 숨과 날 숨이

눈 앞을 가득 채운 풍경이


이것은 새로운 세상이라고 그렇게 귓가에 속삭이는 듯 했다.


그것 뿐이었다면 적응이 됐을지도 모른다.


플레이를 하며 축적된 힘이 육체에 그대로 쌓여

내지르는 손과 발에 힘을 더하고,

땅을 내딛고 질주하는 두 발이 내딛는 간격을 크게 떨어트리고

겪어보지 못한 힘이 몸을 감싸고 비틀어 뿜어져 나와 눈 앞의 상대를 부숴 버릴 때는

정말 머리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고작 몇 일 간 쌓은 힘이 그러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세계를 더 보여줄 것인지

어떤 경험을 겪게 해줄 것 인지에 대한 기대로 인한

고양감이 몸을 떨리게 할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쓴 작품의 배경과 게임의 구성이... '


모두 그대로 였다.

도대체 왜?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애초에 웹 소설이었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게임도 웹소설을 상정하고 만든 배경이다

주인공에게 온갖 기연이 쏟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짜 놓은 게임이라는 말이었다.


그저 플레이어 한 명이 일으킬 말썽 정도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까?


하긴 고민해서 무엇 하겠는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왜 내가 만든 작품의 배경 그대로 게임을 만들고

나에게 게임기를 보내었는지, 왜 내가 이것을 통해서 게임 안에서 이득을 취하게 만든 것 인지

그래도 되는 건지 따져 물을 수 는 없지 않은가?


'안된다면 게임기를 보내지도 않았거나, 사전에 계약 조항을 걸었거나 테스트 기간 동안 어떠한 제지가 있었겠지?'


정식 발매 후 갑자기 제재가 들어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따지고 들어가면 될 문제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초에 판권을 넘길 때 게임 출시 이후 플레이에 대한 조항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기는 하지만, 불법 프로그램이나 버그를 사용 하는 건 아니니까'


사실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 보다

한울 에게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이 얼마나 인기를 누리고,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올 것인가 하는 부분이 더 문제였다.


인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파급력도 엄청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 이었다.


한 때는 온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게임들도

지금은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없어진 경우가 허다했다.


상황만 봤을 때는 직장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게임에 뛰어들어 돈을 버는 것이 맞았다.


근데 문제는 지속성과  아직 클로즈 베타라 알 수 없었던

게임이 가지고 갈 속칭 BM이라고 부르는  Business Model 이였다.


과거의 게임들이야 실력 있는 게이머들이

실제로 직업으로 삼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은 낼 수 있을지언정

투자 대비 저효율의 본전치기도 안되는 더 이상의 손해를 끊어버리고 나오는 속칭 '손절' 수준의,

이익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그저 플레이어가 서비스의 대가로 게임 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식의 구조였기에


이전처럼 직장을 그만 두고 게임에 몰두해 게임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전무했다.

게임을 통해 방송을 하거나 해서 수익을 내지 않는 이상, 평생 직장으로 삼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냅다 방송을 키고 이미 게임의 구성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잠시 잠깐 벌고 빠지면 안되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속성이 가장 중요했다.


이제 그의 나이도 어느새 20대 후반이었다.

작가의 꿈에 빠지게 된 계기도 초반의 높았던 수익 때문이지 않는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더라도 그게 지속되지 않는다면

몇 년의 투자로 큰 돈을 벌지언정

이후의 인생을 모두 책임질 수준의 벌이가 아니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게임이 어떤 수익 구조를 가지는지,

게임 내 경제 체계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지속이 가능한지 그것이 문제였다.


그 현실의 문제가 당장이라도 게임에 뛰어들고 싶은 한울의 욕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일단 그만 생각하자'


당장에 결론이 나는 문제도 아니고

지금 막 클로즈베타가 끝났으니

같이 참여했던 테스터들의 후기를 통해

게임에 대한 반응이 나올 것이고

그 이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 아니면 며칠 해보고 그만두면  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을 마친 한울은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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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작 (2) 21.10.14 7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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