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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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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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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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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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 생일파티게임

DUMMY

강당같이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호텔 파티장 같이 생긴 공간이 나타났다.

다만 그곳에는 테이블이나 의자 같은 것은 없이 먼저 온 손님들만 있었다.


천수희, 송채린, 정영재, 이휘영, 송진우, 정채신, 김소은, 박소희.


남녀를 막론하고 다들 진철과 똑 같은 정장을 입고 가슴에는 명찰을, 등 뒤에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내가 제일 늦었네?”


진철과 진형을 더하면 명성종합예술학교 13학번 졸업생 10명이다.


“소은이와 소희는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지?”


진철이 반가움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띠리리리~~~리리리~~~리링잉]


진철이 텅 빈 공간을 가로질러 친구들 가까이 도착하자마자 괴상한 음악소리가 나더니 파티장 전면의 커다란 스크린에 영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직~!]

“나오나? 나오네”


진형의 목소리가 울린 뒤 화면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 친구들,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렇게 모여줘서 고마워”


그는 금실로 된 정교한 자수가 들어간 흰색 정장에 황금빛 나비 넥타이를 하고, 뭔가 엔틱한 배경의 공간에서 역시 엔틱한 책상 뒤에서 엔틱한 의자에 앉아있다.


“패션 취향 하고는”


데뷔 초에는 패션 모델 일도 했었던 정채신이 중얼거렸지만 진형은 자기 할 말을 했다.


“어리둥절하겠지만 내가 보내준 설정집에 따라 행동을 해주면 다 매끄럽게 진행이 될 거야. 그것도 재미있게”

“무슨 설정집?”


진철이 중얼거리자 친구들이 그를 향해 시선을 몰았다.


“작은 상자에 든 책자 안받았어?”


수희가 말하는 동안에도 스크린의 진형은 계속 떠들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너희는 너희 자신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면 돼”

“그러니까 무슨 설정집을 말하는 거야?”


진철이 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 저거 녹화화면인가?”

“우선 식사를 하고 있으면 진행요원들이 자연스럽게 진행을 할 거야”


그렇게 혼자 떠들고 있는 진형의 뒤로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덮치는 게 보이자 친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거 뭐지?”

“진형아 조심해!”

“진형아!”

“야야야!”


하지만 친구들의 목소리는 진형에게 닫지 못했고 온 몸이 검은 괴한은 손에 들고 있던 흉기로 진형의 뒷통수를 후려졌다.


[퍽!]


진형이 앞으로 엎어지고 피가 렌즈에 튀며 카메라가 꺼졌다.


“꺄아아~!”

“으악~!”

“헉~!”

[치지지지직~!]


그리고, 스크린이 꺼져버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일에 모두 말을 잊어버렸다.


“저거 뭐지? 진짠가?”


영휘가 중얼거리자 진철이 물었다.


“너희들 받았다는 그 설정집인가 뭔가에 이런 상황은 없었어?”


그의 말소리는 차분했다.


“아니! 그건 그냥 설정집이야. 우리의 이전 이력이 쓰여였는”

“너희가 오늘 맡은 배역의 설정이?”

“실재의 우리 신분에 가공의 설정이 섞여 있는 그런 거야. 어쨌든 오늘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전혀 쓰여있지 않았어”

“그럼 저건 뭐야?”

“우리도 모르지. 저게 실재인지 아니면 ‘쇼’의 일부인지”


그 때 스크린이 있는 곳 위쪽 방향에서 ‘끼릭끼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을 모은 그 곳 천정의 일부가 사라지고 그 사이로 뭔가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끼릭끼릭]


소름 끼치는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진형이야!”

“진형아! 우리 말 들려?”

“진형아!”


친구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철제구조물 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묶여 있는 진형의 축 늘어진 몸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흰 재질에 황금 자수가 들어간 진형의 비싸 보이는 정장은 머리 뒷편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온통 젖어 있었다.

선명한 색의 대비가 소름 끼친다.


[치지지지직~!]


스크린에 다시 화면이 켜졌고 이번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붕대를 얼굴에 두른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말했다.


“놀라지 말아라. 진형의 죽음은 그저 ‘쇼’의 시작일 뿐이니까!”


낮고 굵은 변형된 목소리다.


“진형이 진짜 죽은 건 아니죠?”


소희가 소리쳤다.


“하하하하! 당연히 죽었지. 방금 너희들 눈으로 보지 않았나”


복면붕대의 말에 소희가 울음을 터뜨리려 하자 진철이 작게 말했다.


“진형이 멀쩡해 걱정 마”

“진짜야?”

“제법 리얼하기는 했어도 내 눈은 못 속여. 그냥 치는 척했고 맞은 연기를 했지”


진철의 말에 약간은 불안해했던 친구들이 안심했다.

그러자 진형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소리를 질렀다.


“망할 자식아! 좀 더 놔두지. 지금은 조금 더 리얼한 반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더 나가면 예능이 아니고 진짜가 되는 거야. 소희 지금 막 울려고 했어”

”음~! 그건 미안한데. 나도 금방 밝히려고 했어. 그래도 여기서는 좀 속아 넘어가 줘야지. 이건 ‘쇼’잖아!”


“큼!”


붕대복면이 헛기침을 해서 주의를 모았다.


“죽은 분은 계속 죽어 계세요. ‘쇼’를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어쨌든 너희들은 이제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 내 허락이 없이는”


그 말과 동시에.


[쾅. 쾅. 쾅. 쾅. 쾅]


스크린 화면이 여러 개로 분할되더니 여기저기 문이 닫히고 잠기는 장면이 보였다.

바닥으로 약간씩 진동이 전해지기도 하는 걸 보니 진짜 출입구가 봉쇄된 것 같다.


“이제, 외부와 통하는 문은 다 폐쇄되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데?”


채신이 나서 물었다.


“그저 재미있게 놀기만 하면 된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는 그냥 내가 준비한 놀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저 즐기기만 할지 아니면 그걸 이용할지는 너희들 마음이다”


그 때 장미가 말했다.


“그런데 쟤는 시체가 계속 저렇게 눈뜨고 있어도 되는 건가요. 아까처럼 축 늘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헛소리 하지마! 여기 매달려 있는 거 엄청 힘들어. 그리고 무서워. 나 높은 데 무서워하는 거 다 알잖아”

“그런 놈이 왜 자진해서 거기 매달렸는데?”

“반대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진하지는 않았어. 망할 방송국 놈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라고 내가 여기 계속 매달려 있을 줄 알아?”


잠시 후 진형 대신 이마에 김진형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인형이 대신 매달렸다.







파티장의 문이 열리고 붉은색 점프 슈트를 입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 둘, 셋, 넷···스물? 우리는 열인데 스물이나 필요해?”

“저 마스크는 재질이 뭘까? 밖이 잘 보이나? 보이니까 저렇게 움직이겠지?”


친구들의 말에는 상관하지 않고 붕대복면이 말한다.


“첫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다”


김소은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이의 있습니다!”

“뭐냐”

“게임의 술래는 당신 부하들이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불가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공정성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에게···음, 그런데 당신 누구죠?”

“훗! 끝까지 안물어보면 섭섭할 뻔했지. 나는···”


긴장감을 주기위해 약간 사이를 띄우자 진철이 끼어들었다.


“원동연피디 같은데? 내가 STVC가 끼어들었다는 말 듣고 유심히 봤거든”


충분히 가능성있는 추론이다.

원동연 피디는 자기 예능에 반드시 출연해서 연기자들을 막대하기로 유명하다.

물론 예능적인 컨셉으로.


“목소리 변조를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소은은 또 이의를 제기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원동연 피디야. 백퍼센트 확신해”

“큼! 나는 원동연이 아니고 검은붕대입니다”


그러자 조용히 있던 친구들까지 한마디씩 했다.


“좀 더 센스 있는 이름이면 좋았을 것을”

“맞아. 맞아. 그 영화에 나오는 직쏘 같은 걸로 했으면 뭔가 있어 보였을 것 같은데”

“그건 표절이잖아. 그래도 더 입에도 착 붙고 그런 이름으로 했어야 해. 검은붕대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뭔가 없어”


검은붕대가 빽 소리를 질렀다.


“시끄럽다. 게임 시작한다”


그러자, 김소은도 반말을 했다.


“이의있다~!”

“또, 왜?”

“나는 술래로 게임중립적인 인사를 원한다.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보이콧을 선언할 것이다”


집요한 소은의 요구에 검은붕대의 머리에 땀이 흘러내리는 게 보이는 것 같다.


“또 승부욕 발동했네. 그래봐야 맨날 지면서”

“우리에게도 나쁠 건 없으니까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친구들이 수근거리기도 하고 또 스크린 저 쪽에서 진형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쟤 한번 고집 부리면 죽어도 안바꿔요”


검은붕대는 잠깐 스크린에서 사라져 작가와 다른 피디들과 의논을 한 후 돌아왔다.


“좋아. 그럼 정문을 경비했던 [가드]를 술래로 임명하겠다”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시작된 후 십 분.


“천수희!”


가드의 냉정한 고함소리가 파티장을 울렸다.


“아니야. 나 안 움직였어요!”

“여기 눈 사십개가 너 하나를 보고 있다. 거짓말은 안통해”


가드는 여전히 냉정했다.


“다른 사람이야 어쨌든 술래 눈은 두 개 잖아요? 그리고, 가드님! 당신 좀 이상해요. 정말 게임중립적인 사람 맞아요? 혹시 스파이?”


수희의 발발에는 상관하지 않고 술레는 소리쳤다.


“천수희 아웃!”


게임 필드 양 옆에 줄 서 있던 점프슈트를 입은 진행요원 중 하나가 다가와 수희의 이마에 [패배]이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하나 붙였다.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악! 이거 기분 나빠”


십분만에 게임에 남은 것은 진철 혼자였다.

그래도 게임은 계속되었다.


“강진철이 선 넘었다. 강진철 승리”


진철은 가볍게 게임에 임했지만 결국 이겼다.


[치지지직!]


검은붕대가 다시 나타났다.


“에휴~! 너희들은 정말 게임에 재능이 없구나. 원래 이 게임에서 삼분의 일만 떨어뜨리려 했는데. 어떻게 첫 게임에서 다 죽어버리나? 응? 우리 프로그램 망칠 거야?”


그는 이제 출연자들을 막 대하기로 한 것 같다.


“그거야 게임 난이도를 잘못 설계한 주최측 잘못이지”

“맞아. 게임이 너무 불공평해”

“이거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너무 배 고픈데 밥 먹고 합시다”


출연자들도 예능적인 리액션으로 그를 막대하기로 했다.


“게임 난이도가 어쨌든, 재미가 있든 없든, 어쨌든 책임은 너희가 져야 한다”

“무슨 소리야?”

“밥 먹고 하자니까”


검은 붕대는 살짝 신경질이 난 것 같다.


“좋아! 밥을 주지. 대신 너희들 중 결승선을 통과한 강진철만 생일만찬을 먹을 자격이 있다. 나머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들은 그냥 굶기고 싶지만 다음 게임을 위해 그럴 수는 없으니. 김에 밥이나 싸 먹어라”








진행요원들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커다란 테이블과 국도 없이 밥 한그릇에 간장과 김만 달랑 올려져 있는 작은 소반 아홉개.


“헤헷! 진철아~!”

“야~! 송장. 너 이리 안 와?”


막 움직이려는 채린을 수희가 붙잡았다.


“왜. 내가 내 발로 간다는데 네가 왜 난리야? 수옥아~!”

“캭! 그 이름 말하지 말라고 했지?”

“네가 먼저 시작했어. 너는 그래도 네 본명이잖아. 나는 별명이라고. 내가 싫어하는 별명은 왜 자꾸 부르는 거야?”


둘 사이에 정채신이 끼어들었다.


“이름은 바꿨으니까 부르지 말아야 하지만 별명은 못 바꾸잖아”

“그게 불공평하다고. 수옥이는 이름 바꿨다고 수희라고 부르면서 왜 내 별명은 안 바꿔주고 그대로 부르냐고? 이렇게 싫어하는데?”

“그야 타격감이 좋아서 그렇지”

“그게 무슨 소리야? 수희는 수옥이라고 하면 죽이려고 들고 나는 그냥 소리 한번 지르고 끝이라서 그렇다는 거야? 뭐야?”

“이그젝틀리”

“칵! 좋아! 그럼 오늘 내가 게임에 우승해서 너희들을 다 죽여주마”


송장미, 아니 송채린은 오늘 우승하면 친구들에게 그 요구를 할 생각이다.


‘이제 송장, 산송장 같은 별명으로는 절대로 못 부르게 할 거야’


설정집 가장 앞장에 쓰여있던 글이다.


[김진형의 생일파티게임 참가자는 최종 우승자의 한 가지 요구를 들어주기로 동의한다]


그래서 송채린도 아까 대기실에서 소원을 적어서 제출했는데 문제는 친구들 눈치가 그녀의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만히 친구들을 관찰하고 있던 송진우가 갑자기 말했다.


“아! 송장의 소원은 그거야. 바로, 별명을 바꿔달라는 것”


송채린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야~!”

“하하. 맞았구나!”


“송채린 패배!”


검은붕대의 목소리가 파티장을 울렸다.

송채린이 가장 먼저 패배가 확정되었다.


“안돼~!”


송장미가 크리스마스의 캐빈처럼 양 뺨을 부여잡고 애처로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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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니들이 뭘 알아 22.08.28 269 7 12쪽
118 118 파티 22.08.25 262 6 13쪽
117 117 미혼모와 미친놈 22.08.23 272 6 13쪽
116 116 촬영은 계속되었다. 22.08.21 298 5 11쪽
115 115 태봉과 도화와 봉구 22.08.19 280 3 12쪽
114 114 내가 미친놈인 게 다행이다 22.08.17 298 4 11쪽
113 113 닮았다 22.08.16 28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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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휴가 가자 +1 22.04.17 83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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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라이벌리 22.04.09 895 8 11쪽
106 106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22.04.07 824 13 13쪽
105 105 MAPA 2차 주주총회 +1 22.04.05 874 17 15쪽
104 104 겨우 내가 되려고 그렇게 아팠던 걸까? 22.04.03 846 17 12쪽
103 103 뭐가 있는 날 22.03.31 704 16 12쪽
102 102 찌그러진 거울 +2 22.03.29 693 14 12쪽
101 101 도약을 해보자 +1 22.03.26 712 16 12쪽
100 100 굿이 끝나고 촬영이 시작됐다 22.03.24 75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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