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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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복준
작품등록일 :
2021.10.24 12:21
최근연재일 :
2021.12.11 12:0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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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추천수 :
4
글자수 :
63,715

작성
21.10.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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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DUMMY

의문투성이다.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나다니...”


“그래도 지금 나에게는 그녀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여학생 일은 잠깐 재쳐두고 지금의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여학생이 떠난 뒤 그녀의 사진과 이 시대에 맞지 않게 모에 브로치를 단 특징을 설명 하며 대학 앞 상가를 돌아 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녀를 찾지 못 할 거란 불안감의 먹잇감 뿐 이었다.


결국 날은 가고 집에 돌아가야 할 때가 돌아왔다.


여기서 집으로 향하면 이제 남은 곳은 한 곳.


두렵다.


외면 할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이대로 마지막 장소에 발을 디디지 않고 영원히 있는다면.


내 머리 속엔 여러 가설중 하나인 가슈쿠인 여자대학교를 다니며 대학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는 상상 속 사카토양의 모습이 영원히 기억될지도.....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몸은 이미 꿈 속 행복과 대비되는 현실을 구별하는 것 같다.


마치 말이 도살장을 가본 적이 없음에도 오감으로 느끼듯이 말이다.


잔인한 나의 다리는 몸이라는 단백질 덩어리에 굴복하여 고귀한 생각과 반대되게 집으로 이끌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보이는 검은 덩어리 하나..


“나를 죽이러온 사신인가?”


이런 나태한 고민에 빠진 나를 벌해주려고...


제발 그랬으면...


생존을 포기한 나의 생각은 이제 몸과 일체가 되어 검은 덩어리를 향해 가볍게 달려갔다.


“오셨어요?”


“넌 .. 아까 나를 떠났지 않았니? 왜 다시 돌아온 거지?”


“그녀는 나를 버리고 떠났어. 너도 나를 버리고 떠난거잖아!”


“왜? 그녀와 달리 넌 내가 찾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니? 그녀에 비해 가치가 떨어져서?”


“.......”


“맞아! 난 너를 찾지 않을려고 했어. 너와 그녀가 닮았다고 생각한 것도 너무 역겨워!”


“다시는 돌아오지 마. 재수 없으니깐!”


“(뚝뚝)”


떨어진다.


눈물이.


누구의 얼굴에서 일까?


일그러진 감정의 쓰레기통은 쏟아졌고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둘은 서로의 소리를 구별 할 수 없다.


그래도 쓰레기 더미와 정반대되는 것은 구별 할 수 있지 않을까?


맞아 미소 같은 것 말이다.


역병이 돌아도.


약탈하는 도적 때가 휩쓸고 지나가도.


빛나던 미소.


느껴진다.


그 미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


“후훗.. 재밋네요. 당신은 아무리 화내도 내뱉는 말에는 분노가 담겨 있지 않아요.”


“왜냐고요? 그 정도의 말을 내뱉을 만큼 분노는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감정에도 없는 말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일단 들어가요. 낮에 당신에게 너무 태만하게 내뱉었던 말을 철회하고 싶어서 오늘 저녁은 제가 힘쓰기로 했으니까요.”


말투가 바뀌었다.


어디선가 여유가 느껴진다.


이전까지라면 천진난만한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나랑 결혼한 지 20년 정도 되어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아내 같다.


여학생이 내뱉은 말이 사실인지는 나 자신 조차도 엄청난 예측력에 따라가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쪼잔한 분노는 사라져 여학생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일단 먼저 씻어요. 오늘 하루 종일 찾느라고 몸도 땀범벅이잖아요.”


“그동안 전 음식 만들고 있을게요.”


기대가 된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정말 오랜 만이기에.


기대에 찬 마음을 들고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었다.


펀안하다.


내일이면 길로틴 앞에 서서 재판을 기다릴 나이지만.


올라가기 전 나를 불쌍하게 여긴 부모님이 보내준 갈아서 걸쭉한 독당근을 먹고 혼미해진 느낌이다.


뜨거운 김이 점점 사라져 거울이 나의 모습을 비칠 때.


수건 한 장을 걸친 채로 목욕탕 밖으로 나왔다.


맛있는 냄새...


어렸을 적 맡아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속옷을 입고 위에는 티셔츠와 계절엔 맞지 않는 짧은 바지를 걸치고선 거실로 걸어갔다.


카에리: “다 준비 됐어요. 비록 그렇게 맛있지는 않아도 맛있게 드셔주신다면 조금은 기쁠지도.”


볶음우동이다.


그만 나는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눈물은 볶음우동 옆에 미소 된장국으로 떨어졌고 액체의 울림과 동시에 떠오르는 옛 생각들.


내가 그녀를 떠나기 3일전 어렸던 그녀는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순수했던 마음이기에 선 듯 받아들였고 나는 기뻤다.


언덕 위 오두막집에 다다랐을 땐 떨리기도 하였다.


남자가 여자 혼자 있는 집을 간다는 것은 각오를 다져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된 문은 삐그덕 대며 열렸고 미소와 함께 들어갔다.


하지만 오두막집 안은 전혀 나의 첫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찢어진 다다미방 문 그리고 피로 얼룩진 벽들과 깨진 술병.


마치 나에게 위압감을 주어 쫒아 낼 것만 같은 환경.


기쁜 마음은 검게 물들어버렸다.


어린 나는 갑작스런 두려움에 혹시 무슨 일 있냐고 그녀에게 물었지만.


나의 질문을 들은 그녀의 두 손은 떨리기만 했다.


그래도 안심시키려는 듯이 지어주는 미소에 더는 수많은 두려운 질문들을 억지로 눌렀다.


거실에 도착한 그녀는 나에게 거실바닥에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부엌으로 들어갔고.


조용한 정적과 함께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두렵고도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뭘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집이 이모양인거지?”


궁금증에 다시 그 흔적들을 살펴보았다.


시간이 꽤 되어 흑색으로 변한 핏자국.


충격으로 인해 여기저기 파인 바닥.


오래 방치된 집에서 나는 악취.


어린 나는 상상력의 한계를 느꼈을까?


알아 차렸어야 하는데.... 폭력의 흔적이라고.


고작 “누군가가 다쳤었고 치료에 긴급한 나머지 그 흔적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나봐”가 아닌.


이렇게 그저 앞뒤가 맞지 않는 증거.


불충분한 가상의 사실로 저급한 안심을 되찾은 나는 부엌에서 흘러들어오는 냄새에 정신을 뺏겼다.


몸에 아드레날린이 돋는 냄새와 함께 그녀가 들고 들어온 것은 볶음우동.


재료가 부족한 탓인지 소스는 굴소스가 유일해 보였고 야채는 얇게 썬 양배추 조금.


그래도 맛있었다.


맛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의 눈이 그걸 원하는 듯 했으니깐.


나약함의 자기 최면과 실제 미각이 느끼는 쾌감은 엄청나게 행복한 표정을 얼굴에 그려냈고.


이런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그녀의 얼굴에 꽃을 피워냈다.


“그랬던 볶음우동과 다시 마주하다니.....”


“네?”


“혹시 예전에 드신 적이 있으시나요?”


“당연하지 볶음우동은 널리고 널린 평범한 서민 음식이니깐.”


“그래도 이렇게 형편없는 볶음우동은 그녀가 유일....해”


“사카타..... ”


"아?!"


다시 그녀의 이름을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와 여학생을 착각한 자신이 역겹다고까지 말했으면서.


하지만 이렇게 닮았는데.....


안경을 벗은 얼굴도 목소리도 음식도.


눈물 자국이 없어지기도 전에 또 다시 흐르는 눈물.


“아니야 달라! 그녀는 이렇게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어. 이런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넌 그녀의 모조품이야. 나의 욕망이 그녀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낸...”


“무슨 소리세요... 이젠 화 안낼게요. 앞으로 그녀와 저를 헷갈린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진정 좀 하세요.”


“전 항상 당신의 행복을 원하고 있고. 저와 그녀를 착각해 그녀로 느낄 때 당신이 가장 행복해 보이니.....”


“아마 내일이 되면 제가 당신의 눈에 다른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은 당신이 이미 시작해 버렸으니 어쩌겠어요.”


“오늘 밤 만은 제발. 저를 그녀라고 생각하고 사랑해 주세요!”


“아....아”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갔다.


정신은 그날 밤 슬퍼지는 연기의 무리들을 마셔 몽롱해 진 것과 같고.


몸은 정신이 약해진 틈을 타 될 대로 되버리도록 행동하고 싶어했다.


“전 사실 사카타에요.”


"아니야.. 넌 아니야..."


“원하고 있잖아요? 이 말을 해주기를.”


“아닌데....으흑.. 으흐흑 그래... 사카타 널 정말 보고싶었어.”


“미안해. 그때 내가 널 떠나버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런 널. 연약한 널. 바람만 불어도 끊어질 듯 한 널... 버리고 갔어! 난 죄인이야.”


울며불며 여학생을 껴안았고 나의 눈물과 콧물은 여학생의 옷을 적셨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제 다시 만났으니. 그리고 오야코동 집에서 우리가 만난 뒤 그 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었잖아요.”


“마치 연인인 것처럼.”


연인이라는 말은 다시 내 머리를 강타했다.


화내야한다.


마음은 말한다.


이런 거짓된 사랑에 현혹되지 말라고.


가코슈인 대학가에서 진심으로 화냈던 모습을 떠올리라고.


하지만 늦었다.


이 연극의 꼭두각시는 팔과다리가 이미 실에 묶여 자유로워 질 수 없다.


“맞아. 행복 했어. 고마워.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 그러니 이대로 너와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미안해. 그동안 내가 바보였나 봐. 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없는 듯이 찾아다니고 있었으니.”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여학생은 다시 속삭였다.


“기억나요? 4년 전에 당신이 절 구해 주신 일.”


“그랬던 적이..”


눈물이 흘러내려 생긴 아름다운 스팩트럼 속에서 번쩍하고 빛이 난다.


아...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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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후기(스포가 될수 있으므로 완결까지 보고 보세요.) 21.12.11 22 0 2쪽
21 (완) 토끼는 꿈에서 깨어나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현실이 아니였다. 21.11.01 23 0 12쪽
20 꿈 속에서 꿈을 꾸는 토끼는 번데기에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 21.10.30 16 0 9쪽
19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21.10.25 16 0 9쪽
18 토끼의 기억 속 꿈은 너무나도 달콤했고 아직까지는 미소 짓고 있다 21.10.24 18 0 9쪽
17 풀어지는 족쇠. 토끼는 행복한 꿈을 꿨었다. 21.10.24 16 0 5쪽
16 수 많은 발자국은 토끼의 잠든 기억을 깨운다. 21.10.24 15 0 7쪽
15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발자국을 또 다시 더듬는다. 21.10.24 13 0 8쪽
»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21.10.24 15 0 10쪽
13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21.10.24 15 0 7쪽
12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21.10.24 12 0 7쪽
11 토끼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길 그 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흩린다 21.10.24 14 0 4쪽
10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21.10.24 13 0 8쪽
9 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21.10.24 15 0 5쪽
8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내일의 나침반이 되었다 21.10.24 13 0 5쪽
7 다시 또 찾아온 기회. 하지만 토끼 입에는 다른 당근이 물려있었다 21.10.24 13 0 6쪽
6 추억은 당근과 함께 사라지고 토끼는 다시 후각을 곤두세웠다. 21.10.24 16 0 6쪽
5 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10.24 18 0 6쪽
4 추억의 향기 속 토끼는 생각을 한다. 21.10.24 21 1 7쪽
3 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21.10.24 24 1 5쪽
2 눈앞의 당근에 휘둘리는 토끼 21.10.24 35 1 6쪽
1 마당을 나온 생각 많은 토끼 +1 21.10.24 8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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