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공방전 (4)
오츠케, 중원 이름 혜천
그가 오사카성 누각의 창문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갔고 혜공이 그를 바짝 추격했다.
혜천을 제외한 다른 밀교승들은 폭풍같이 휘몰아 치는 혜공의 공격에 대부분 목숨을 잃고 일부는 도망쳤다.
"혜천!"
"끼아아아아아아아아"
이마에 괴기스러운 눈이 하나 더 생기긴 했지만 혜공은 한눈에 혜천을 알아볼 수 있었다. 혜공이 다가오자 혜천의 등 뒤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오며 그의 주먹을 막았다.
"이제 완전히 괴물이 되었느냐!"
혜공이 분노에 찬 음성을 터트리며 촉수들과 공수를 교환했다. 촉수는 혜공의 권강에도 멀쩡히 버티며 그의 공격을 방어해 냈다.
아무리 허공답보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기에 둘은 오사카성의 지붕을 중심으로 뛰어다니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오랜만에 사형을 보고도 주먹부터 나오는 놈이라니... 위 아래 없는 것은 여전하구나"
"사형 같지 않은 괴물에게 차릴 예의는 없다."
"내가 괴물인지 아닌지는 후손들이 판단할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
"너는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
"후후... 혜공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신에게 선택 받은 존재. 지금은 비록 신께서 잠시 나를 떠나셨지만 곧 돌아오실 것이다. 그러면 나는 신의 대리자로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미친놈"
"그건 두고 봐야 알 일. 끼아아아아아아아아!"
혜천의 외침과 함께 그의 등의 촉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정체불명의 핏빛 글씨를 하늘에 써내려갔다.
그러자 오사카성 주변에 그려진 진법이 모두 핏빛으로 물들며 요기를 뿜어냈다. 진법의 중심부터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어둠이 피어났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오사카성 주변을 장악했다.
병사들은 동작이 멈췄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환상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스스로의 목을 조르거나, 다른 사람의 칼에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모두 단천처럼 환상속에서 지독한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것이다.
"사악하기 짝이 없군"
혜공은 술법에 걸리지 않았다. 그의 내면 굳건한 부동심을 술법의 기운이 깨트리지 못했다. 혜공이 술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던 혜천의 표정이 구겨졌다. 옛날에나 지금이나 버릇없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다.
혜공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봤다. 병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단천도 정신을 차리 지 못하고 술법에 갇혀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촉수들이 단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했다.
"너를 죽이면 술법도 깨지겠지!"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것 보다 혜천의 목숨을 끊는 걸 선택한 혜공은 전력으로 혜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혜천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무공은 아니지만 기이한 술법의 기운들이 끊임없이 그를 방어했고 촉수들 또한 성가셨다.
강환을 여러 개 소환하여 그의 후방이나 약점을 노려보려 했지만 촉수들의 완벽한 방어를 뚫어 낼 수 없었다.
"하하 어디 계속 해봐라! 너의 공격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다!"
불광반야선공(佛光般若禪功)의 묘리를 이용한 혜공의 공격은 혜천이 귀신같이 알고 정확하게 대응했다. 힘 싸움을 피하며 거리를 유지했고 강환 같은 원거리 공격은 촉수를 이용해 방어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핏빛 방어막이 마치 호신강기처럼 자잘한 공격들을 모조리 방어해 주고 있었다.
'무공이 아니다...'
혜천의 방어막을 두드리던 혜공은 그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이 무공이 아니라 술법적인 것임을 눈치챘다. 술법의 근원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진법에서 병사들의 생명력을 흡수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장기전으로 가면 갈 수록 혜공에게 불리했다.
"신이시여! 제발 저를 도와 주소서!"
혜공의 공격이 주춤하고 여유가 생긴 혜천은 대각선 위를 바라보며 무엇 인가를 갈구했다.
"설마!?..."
혜천이 전투 도중 계속 시선을 주는 곳에 기감을 펼쳐보니 이미 겪은 적이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정상적으로 기감이 단절되고 흐름이 없는 네모난 공간!
단천이 상태창을 볼 때 나타나는 그 현상이었다.
'혜천 이놈도 정체 불명의 의뢰를 하고 있구나!'
의뢰를 해결하면서 이런 술법들을 보상으로 얻었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수준 높은 술법을 구사하기 힘들었다.
"의뢰를 해결하며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냐?"
".....!?"
혜공의 말에 혜천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만이 아는 신과의 소통을 어떻게 혜공이 알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혜공....너도 혹시... 신의 의뢰를 받고 있느냐?"
"전혀"
"그런데 어떻게 ...?"
"너 말고도 의뢰를 수행하는 자가 또 있다."
"그럴리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지금 오는군"
단천이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혜천에게 돌진했다. 혜천은 어렵지 않게 촉수를 이용해 단천의 주먹을 막아낸 순간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어 온몸의 무게를 최대로 올리며 바닥으로 몸을 피했다.
-콰가가강
혜공의 신후권이 혜천의 등을 할퀴고 지나갔다. 피부가 증발하여 혜천의 척추가 훤히 보였다. 원래부터 신후권을 한방 먹이고 싶었지만 시전 시간이 좀 있어 적절한 기회가 나지 않았는데, 단천이 시선을 끌어준 덕에 한방 먹였다.
"끄아아아아악!"
바닥으로 떨어지던 혜천은 등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져 비명을 질렀다. 떨어지는 속력에 잡아주는 근육도 없어진 척추는 하늘로 떠올라 조각조각 분해 되었다.
"끄르르르럭"
혜천이 입에서 거품을 물었다. 그의 이마가 반으로 갈라지며 기괴 하게 자리 잡고 있던 눈알이 튀어나왔다.
추락 예상 지점에는 어느새 밀교승들이 팔이 날아간 겐이치를 데려와 대기 시켜 뒀었다. 겐이치는 의식이 없는 것 같았고 밀교승들은 그를 옆으로 눕혔다.
-파삭!
혜천의 시체는 땅에서 산산히 부셔졌다. 그러나 그의 이마에서 나온 눈알은 공중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겐이치의 떨어져 나간 팔 속으로 쏙 들어갔다.
겐이치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이마가 쭉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눈알이 튀어나왔다. 떨어져 나간 팔의 자리에 촉수가 자라났다.
-피슉!
겐이치의 몸을 끌고 온 밀교승들의 몸에 촉수가 박혔다. 밀교승들은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졌고 그들의 생명력으로 겐이치의 팔이 몽글몽글 솟아 오르며 재생되기 시작했다.
"네 목표가 아마 저놈인 것 같구나"
혜공이 아래로 몸을 날리며 단천에게 말했다. 단천도 혜공과 함께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저 놈이다.'
도도메키를 물었을 때 종종 일본인들이 "눈알 요괴요?" 라고 반문한 적이 꽤 많았다. 일본의 전설속에 등장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눈알 요괴의 이름이 도도메키였다.
내가 땅에 착지 하는 순간 겐이치의 몸을 장악한 도도메키가 뛰어올랐다. 도주하려는 심산이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그를 쫓았지만 나보다 도도메키가 더 빨랐다.
그는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아예 하늘을 쭉 날고 있었다. 어지간한 보법으로 그를 잡기는 무리었다.
"내가 가서 잡아두지"
혜공이 나를 앞질러 도도메키를 추격했다. 혜공이 따라오자 도도메키는 속력을 더 높였다.
혜공과 도도메키가 시야에서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져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속력을 올렸다. 아예 시야에서 놓쳐버리면 마무리 일격을 날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무리는 내가 지어야 의뢰를 성공할 수 있었다.
한참을 날아가던 도도메키가 산악지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혜공도 방향을 바꿔 도도메키를 쫓아 산을 타기 시작했다. 도도메키는 협곡을 따라 산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절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느낌이 쌔한데...'
절에서 요사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도도메키의 본거지 인 듯 했다. 분명 절 주변에는 각종 진법들이 잔뜩 있을 것인데 무작정 달려 들어가기엔 마음에 걸렸다.
도도메키가 절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혜공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신후권의 준비자세를 취했다.
절의 바로 앞에 거대한 인력의 구체가 생기고 잠시 후 폭발했다. 건물과 함께 절의 마당도 다 날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폭발한 뒤 핏빛의 요사스런 진법들이 드러났다. 진법은 혜공의 신후권으로 인해 일부분이 아예 사라져 있었다.
"끼이이이이이이아!"
절의 벽이 날아가고 그 안에 도도메키가 보였다. 그도 많이 당황했는지 놀란 눈으로 우리쪽을 보더니 오사카성에서 혜천이 질렀던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 비명이 진법을 가동시키는 신호인가 보구나'
도도메키가 비명을 질러 암흑을 소환해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혜공의 신후권에 진법들이 박살 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깡! 깡!
혜공의 강환이 도도메키에게 날아갔다. 도도메키는 촉수를 사용하여 강환을 쳐냈다. 숙주로 삼은 몸이 혜천이든 겐이치든 도도메키의 촉수는 강환을 방어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강환을 방어하던 도도메키에게 혜공의 몸이 바짝 붙었다. 혜공의 주먹이 벼락처럼 쏟아졌고 모든 일격은 발경의 원리를 이용해 겐이치의 몸 내부를 타격했다.
혜공이 겐이치를 두드려 패고 있는 덕분에 나도 절 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혜공의 주먹에 겐이치의 몸이 터져 나갔다. 주요 장기가 박살 나며 기생할 수 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이마가 가로로 쭉 찢어지며 도도메키가 튀어나왔다.
"지금!"
혜공이 말을 하기 전부터 나 역시 이마에서 도도메키가 나올 것을 예측했기에 신후권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리가 살짝 있었지만 축기를 시도했다.
-콰아아아!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그러나 도도메키를 완전히 직격하지 못하고 빗겨 때렸다. 아직 내 능력이 바로 앞에서 시전 하는 게 아니면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끼아아아아"
빗겨 맞기는 했지만 워낙 강력한 신후권의 위력 때문에 도도메키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채 기괴한 소리를 냈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도도메키에게 신후권을 시전하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
눈에서 요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고 느끼는 순간!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고 혜천의 모습이 보였다. 혜천의 이마가 찢어지기 전이었고 소림의 옷을 입고 있었다.
혜천이 상태창을 열고 의뢰를 받고 있었다. 그의 의뢰는 소림을 봉문 시키는 것이었다. 혜천은 원나라와 작당하여 소림을 공격했다.
그 이후의 의뢰는 밀교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 . 왜국으로 넘어와 도도메키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 등이었다.
[의뢰 생성 대기 중 입니다.]
도도메키를 받아들인 이후에 더 이상 의뢰가 생성되지 않았다.
혜천은 기도를 하고 공양을 올리고 제물을 바치는 등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다시 의뢰를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렇게 몇 년을 노력하던 혜천은 결국 의뢰를 다시 받지 못하고 혜공에 손에 최후를 맞이했다.
"뭐하냐!?"
혜공이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정신이 번쩍 들어 앞을 쳐다보니 도도메키가 꿈틀거리며 도주하고 있었다.
나는 도도메키에게 바짝 붙어 신후권을 날렸다.
-파삭!
도도메키가 내 신후권에 소멸했다.
[여덟 번째 의뢰를 성공하였습니다.]
목표 : 도도메키를 죽여라.
보상 : 귀영보(鬼永步)-7레벨 보법
[보상을 습득할 상황이 아닙니다. 추후 언제든지 상태창을 열어 습득 할 수 있습니다.]
- 작가의말
어제 글을 못 올려서 죄송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 일이 들어오면 닥치는 데로 해야 해서 ㅠㅜ
오늘 가능하면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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