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불을 다루는 전직 여자 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가온과다온
작품등록일 :
2021.10.27 22:15
최근연재일 :
2022.01.05 21: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905
추천수 :
10
글자수 :
159,290

작성
21.10.27 22:19
조회
143
추천
2
글자
8쪽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DUMMY

시야를 꽉 채운, 넓은 갈대밭이다.


당나귀를 닮은, 말보단 덩치가 작은 나귀가 빠르지않은 걸음으로 갈대밭 사이를 걷는다.

입주변이 하얗고 털은 잿빛과 회색이 섞인, 흔해빠진 나귀였다.

나귀의 입주변과 몸통에는 붉은끈이 돋보이는 구조물이 달려, 나무로된 수레를 끌고있었다.

나귀의 표정은 알수 없지만 딱히 괴로워 보이지않았다.


다각 다각 다각 뿌득 다각..


누구도 딱히 손을 대지 않은 흙길은 종종 돌이 굴러다녔고 다각 거리는 나귀의 발소리에 가끔 밟히는 소리를 내었다.


“..나귀야 괜찮아?”


짚풀이 깔린 수레에 누워있던 한사람이 말했다.


“푸흥”


말을 알아차렸다는듯, 나귀가 투레질을 한다.


따뜻한 여름, 누워있기도 딱좋은 날씨였고 또한 화창했다.


하늘을 마주보고 누워이리 저리 고개를 둘러보아도 보이는건 어디까지나 뻗은 푸르고 투명한 하늘이었다.


붉은 머리카락.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밝고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양팔을 머리뒤로하고 수레에 누워있었다.


평화로웠다.

이 조용한 평화가 깨지지 않았으면.


그렇게, 잠에 들었다.


꿈에서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도 친한 친구가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의 생일, 애인과의 기념일.. 특히 날짜를 기억하는것에 애를 많이 먹었다.

나는 내가 무심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혼자있기를 좋아해서. 남에게 너무도 무심한 나머지 남들과 약속한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리는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후 2년간 재수를 하고, 중소기업의 사무보조직으로 반년간 일하다 다시 2년간 취업준비를 하던때, 나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부모님의 위로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으로 변해 너무나도 지쳤고, 모두 다 포기 하고싶을때 쯤. 그날은 그쯤이었다.


“헉..헉.. 휴우우우우! 아! 다왔다!”


가을 단풍이 찾아오기전의 설악산은 비록 단풍은 없지만 그 자체로 절경이었다.


“아니 뭔 케이블 카 타고 온사람이 숨넘어 죽을라고 하네”


케이블 카를 타고 설악산을 올라와 계단을 타고 정상에 오르기까지 15분 남짓, 짧은 거리를 올라온 아버지가 처음부터 도보를 등산을 한 사람마냥 숨을 토하자, 나는 아버지를 째려보며 쏘아 붙였다.


“아유 보라야 아빠가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내 뒤에서 같이 따라 올라온 엄마가 입을 가린채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아 몰라..”


뒤에서 올라오는 엄마를 바라보다 다시 앞을 바라보니, 황색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의 꼭대기 앞에서 땀을뻘뻘 흘리며 환하게 웃고있었다.


“이야아! 보라야 봐라, 여기서 바람이 이렇게나 세게 분다. 이리와봐!”


“아 싫어”


“왜애!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이런대서 다 사진 찍고 하는거야”


아버지는 어서오라며 손짓 했다.


봉우리의 위쪽, 마치 누군가 일부러 파놓은듯 유자형으로파진 공간에, 나무 한그루가 자라있었다.

공간이 파진 덕분에, 나무 옆에서면 봉우리 아래의 절경이 아주 잘 보일것만 같았다.


이미 사람들이 나무옆에서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옆에는 추락주의 라는 안내판과 줄이쳐져있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줄을 지지대 삼아 몸을 기대고 사진을 찍어대고있었다.

저 줄은 아마 저러라고 있는게 아니리라.


“자자 빨리 여기 뒤에 서라”


사진을 찍는 사람과, 그에게 조금 떨어져 줄을 서있는 사람들 뒤에 아버지가 서서 나를 불렀다.


“..”


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뒤에 섰다.

아직 숨을 다 고르지 못한듯, 가까이있는 아버지의 등이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있었다.


“후우···.”


아버지는 숨을 고르며 앞을 내다 봤다.

어느새 줄의 맨앞은 우리였고, 아버지는 건너편 풍경이 어느정도 보이는듯 했다.


“보라야”


“..”


“여기가 말이야, 아빠가 30년전에도 왔던 곳이거든?”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뒤에있는 나를 쓱 돌아봤다.


“딱 네 나이때 말이야.. 너 어릴 때도 왔는데, 기억나?”


“응..”


“아빠는 베이비부머 세대라서, 취업이 막 힘들지는 않았거든”


“..”


아버지가 별 이상한 말을 한것이 아님에도,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며 인상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내 표정을 보지못한듯, 아버지는 말했다.


“근데 요즘은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너무 힘든것같아. 남 밑에서 일하면서 사는게 행복한게 아닌데 말이야. 그러니까.”


아버지가 내손을 잡았다.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아버지가 잡은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손은 가볍게 떨려왔다.

아버지의 손이 보였다. 하지만 내려진 시선을 다시 올리기가 무서웠다.

눈물을 가리기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그저 아버지를 마주볼 용기가 없던것일까.


“우리한테 미안해할필요도 없어”


미안해서 그런것같다.


“자..”


아버지가 내손을 잡아끄는게 느껴졌다.


“우리차례다”


아버지, 나, 어머니가 나무옆, 높은 봉이리의 절벽같은 낭떠러지 앞에섰다.


우리뒤에 줄을 서있던 등산객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며 촬영을 부탁했던 아버지가 내 옆에서서 내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자, 기념 사진이다”


울것같은 눈으로, 나는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우리 딸래미, 다시 시작하는 기념사진이다. 우리가족 힘내자는 의미에서”


시선은 카메라를 향한채, 아버지는 밝은 미소를 짓고 내가 말했다.


“오늘 여기서 훌훌 털어내고, 이제부터는 우리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아보자”


아아 그런거였구나

평소 서서일을 많이해서 무릎이 아픈 아버지가,

군대에서 산을 많이타서 산은 죽어도 가기싫다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취업에 실패해 방에틀어박혀온 이유를 이제 알겠다.


이제 괜찮다고,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족의 품에서 다시 일어서자고.


얼마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뛰어 내리고 싶어’


‘뭐라고?’


‘아니 그냥.. 요즘은 하늘을 보면.. 자꾸만...흑!’


‘아이고.. 보라야..’


‘미안해, 아니야 아빠, 죽는다는게 아니고 그냥..’


‘..’


‘예전엔 그냥 파란 하늘이 너무 좋았는데, 내이름이랑 같은 색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이 너무 좋았는데, 그냥 너무 무서워, 비참해.. 나.. 무서워..’


‘..하아..’


나는 보라.

하늘에 걸린 무지개색도 보라.

하늘이 좋았다.

시야에 꽉 차는, 도시에서는 볼수없는.

높은 빌딩의 옥상도 비행기도 없는 그저 올려다보면 시야에 꽉차는 하늘이 좋았다.

힘들 때도 하늘을 바라보며 버텨왔었다.

아마도, 처음 그런 하늘을 본건 산 정상에 올랐을때이리라.

이 땅 가장 높은곳을 보여주겠다며, 아버지가 딸을 목마태우고 정상에서 높은 하늘을 보여줬던 그때이리라.


나는, 아버지는, 어머니는

지금 그때에 함께있었다.


“찍습니다, 하나,둘..”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둔 채로, 눈앞에보이는 카메라를 보며 웃음 지었다.


후우우우우웅!


‘어..?’


하늘을 좋아하던 그때에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있던 나는,

그순간을 현재에 남기려던 찰나,

종종 강하게 돌풍이 부는 그 바위틈 사이로,

허공에 누워 다시 한번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삽시간에 시야가 회전했고,

중추신경으로 부터 찌릿한 무언가 밀려오며,

커다랗게 눈과 입을 벌린순간,


콰직!


화면이 꺼지듯 세상이 검게 변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을 다루는 전직 여자 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그럼 간첩이네 22.01.05 4 0 7쪽
47 오늘은 와인이 쓰군요 22.01.03 7 0 7쪽
46 의자가.. 높네 22.01.02 5 0 7쪽
45 꼰대.. 21.12.30 6 0 10쪽
44 똑똑똑 21.12.29 7 0 8쪽
43 주인님이요? 21.12.23 6 0 7쪽
42 욕심쟁이 새끼들 21.12.22 7 0 7쪽
41 아 또 예쁜사람 보고 반했네 21.12.21 6 0 8쪽
40 정신차려! 21.12.20 6 0 7쪽
39 귀신이야! 21.12.17 6 0 8쪽
38 물이 물에서 죽을리가 없지 21.12.16 6 0 7쪽
37 자살 21.12.15 9 0 8쪽
36 스물 여섯? 21.12.14 11 0 7쪽
35 떼끼! 21.12.13 5 0 7쪽
34 나는 안타야겠다 21.12.11 10 0 8쪽
33 나 지려요?! 21.12.10 9 0 8쪽
32 저와는 상관없습니다만, 하하 21.12.09 9 0 7쪽
31 미안합니다 21.12.07 10 0 7쪽
30 이몸 오셨다! 21.12.06 8 0 7쪽
29 같이 지키도록 합시다 21.12.05 11 0 8쪽
28 잘했다 21.12.04 9 0 7쪽
27 나는..여기서 지지않는다 21.12.03 11 0 7쪽
26 해보시지요 21.12.02 17 0 7쪽
25 보통은 다들 이정도만 하시더라구요 21.11.26 10 0 7쪽
24 안도망쳐도 됩니다 21.11.25 12 0 8쪽
23 이런, 제가 20조각쯤으로 갈라놨습니다만 21.11.24 21 0 7쪽
22 이번 패배를 통해 더욱 성장하시길 바라오 21.11.22 11 0 7쪽
21 그나저나 감자는 어디서 난거야 21.11.19 9 0 8쪽
20 이게 진짜 되네.. 21.11.18 9 0 7쪽
19 밥, 먹고가라 21.11.16 11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