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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박살낸 변호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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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점
작품등록일 :
2021.11.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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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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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 발걸음

DUMMY

아포칼립스​ D-12, 2029. 4. 2. 새벽.


동주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쩐 일인지 상진도 벌써 일어나 앉아 있었다.


“왜, 더 자지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상진은 기지개를 켜면서 크게 하품을 한다.


“하······아!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나라고 잠이 오겠어?”


“넌 다 가짜라면서? 그럴 리 없다고 뻥뻥 소리칠 때는 언제고.”


상진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대학원 카톡방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정말 심상치가 않은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대학원 카톡방에 올라온 글은 또 뭐냐?”


“공대 교수들끼리 이번 행성 충돌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했는데, 후배들이 그걸 올려준 거야.”


“아······!”


“어제 너 오기 전까지 내가 쭉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아포피스를 막지 못할 것 같아.”


“설마? 어제 정부 발표 봤잖아? 성공확률이 70% 이상이라고 하는 거, 너도 같이 들었잖아?”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 발표는 그대로 믿을 것이 못 돼.”


“그래도, 설마?”


“어제부터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나 영상들은 온통 장밋빛 전망뿐이야. 뭔가 수상하지 않아?”


상진은 워낙 낙천적이라 애초부터 최악의 상황은 떠올리기 싫었다. 그리고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기에, 비관적인 생각은 그냥 접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동주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찜찜해지기 시작했다.


“하긴, 처음에 핵미사일로는 소행성을 파괴할 수 없다는 뉴스도 많았는데, 이제 그런 쪽은 잘 보이지 않긴 하더라.”


“혜성은 먼지와 얼음덩어리라 핵미사일로 쉽게 파괴할 수 있어. 그런데 아포피스 같은 소행성은 철광석 같은 단단한 돌이라서, 파괴가 쉽지 않다는 거야.”


“······.”


“게다가 아포피스는 다른 조그만 소행성들과 달리 지름이 10km가 넘어. 핵탄두로 표면을 파괴한다고 해도, 행성의 중력으로 파편들이 다시 응집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그리고 운 좋게 파괴하더라도, 행성의 파편들이 그대로 날아와서 지구가 초토화가 되는 건 마찬가지라는 거지.”


“음······, 뉴스에서는 그런 말을 전혀 안 하던데!”


상진은 평소 귀가 얇기로 유명해서 별명이 팔랑귀였다. 어제까지는 뉴스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며 걱정을 떨쳐버렸다.


그런데 오늘 동주의 말을 듣고는 순식간에 불신이 싹트더니, 이제는 그 뿌리가 깊게 뻗어 나가고, 잎까지 무성해지는 것 같았다.


“참! 너 한빛 대학 화학공학과 오승현 교수 알지? 네가 예전에 한 수 지도해준 적 있다고 했던 그 교수 같은데.”


“잘 알지. 상무기원 오 사범이랑 친구이던가, 그래. 무등기우회 활동도 하고, 기원에도 가끔 나오는 편이지. 바둑은 엄청 좋아하는데, 실력은 보통이야.


‘라이젬(온라인 바둑대국 사이트)’ 1급 정도나 될까? 나한테 2점 깔고도 많이 졌으니까······. 그런데 네가 어떻게 오 교수를 알아?”


“아까 그 카톡방에서 본 거야. 그 사람이 주로 비관론을 펼쳤나 봐.”


“하하, 그분이 좀 고지식한 편이긴 해.”


“오 교수가 뭐, 발포 플라스틱인가 뭔가 하는 충격흡수제 연구의 대가라는 거야. 지금 내진설계 연구에 참여 중인데,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진도 9 정도의 지진충격까지도 견디나 봐.”


“아아, 그래······! 기원에서만 봐서,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하하, 참. 사람이 완전히 달리 보이는데.”


상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골똘히 생각에 빠진 표정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서강파 얘들이 알면 솔깃하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말했잖아! 무등산에 있는 레이더기지 벙커를 탈취한다고······, 그런데 벙커를 구해도 지진으로 무너지면 끝 아니야?”


“음······.”


“만약, 오 교수가 도와주면, 좀 더 살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동주는 순간 상진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생존 벙커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진도 10 정도면 어떤 벙커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텐데. 오 교수의 발포 플라스틱 기술을 이용한다 이거지, 충격 흡수라! 벙커 내부에 어떻게 발포 플라스틱을 채우지?


음, 벙커 안에 생존 시설을 만들고, 그 외부에 발포 플라스틱을 채우면 어떨까? 좁은 벙커 안에서 시설 공사라? 대지진을 견디려면 생존 시설도 꽤 견고해야 할 텐데, 남은 12일 안에 공사를 마치는 게 가능할까? 음, 그렇다면······.


동주는 아침 산책 때 유심히 봐두었던 컨테이너를 떠올렸다.


벙커에 컨테이너를 넣고, 그 외부에 발포 플라스틱을 채우는 거야.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 음, 그런데 컨테이너를 벙커에 어떻게 집어넣지? 입구가 좁은 벙커는 안된다는 거네······.


동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강파 애들은 벙커 탈취에만 혈안이 돼서, 아마 거기까진 생각 못했을 거야. 내가 오기철을 만나 설득해볼게.”


상진은 이 정보를 가지고 서강파와 거래하면, 생존을 보장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안돼! 걔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얼마나 잔인한 놈들인지 너도 알잖아! 게다가 무용이 형이 걔들 조사 중인데, 너 계속 그 무리와 어울릴 거야?”


상진의 형 천무용은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다. 천상진과는 정반대, 바른 사나이인 셈이다.


천무용은 같은 대학 후배인 동주와는 계속 교류를 해왔다. 하지만 상진과는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지가 벌써 2년째다. 무용은 동주를 통해서 간간이 상진의 소식을 듣고 있던 셈이다.


형제지만 이 둘은 생각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상진은 구속받는 것이 딱 질색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가출을 몇 번이나 했는지, 그때마다 무용이 동주의 집을 찾아와 상진을 찾곤 했다.


상진은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방랑벽이 있고, 권위적인 조직 사회에는 금방 염증을 느꼈다. 부모님의 강권에 못 이겨 몇 차례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으나, 3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오기 일쑤였다.


위트가 있고 낙천적이라 곧잘 여자친구를 사귀곤 했지만, 구속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터라 연애 기간도 6개월을 넘긴 적이 없었다. 이제는 아예 연애 자체를 포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위안을 승부의 쾌감으로 채우고 있다.


상진은 남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출세나 명예는 모두 인정의 욕구에서 나오는 것, 인정받기 위해 줄곧 남의 눈치를 보고 살다가는, 결국 자신의 본연 모습을 잃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반면에 무용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을 거쳐 로스쿨에 입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바로 검사로 임용돼, 중요 사건만 다루는 특수부에서 계속 근무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는 평생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


한 번 세운 원칙은 절대 바꾸지 않고,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일을 챙기느라, 늘 자기 자신은 뒷전인 그런 스타일이다.


무용은 광주지검에 부임한 날 이후로, 줄곧 최대파벌인 서강파의 보스 기오성을 내사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서강파가 경쟁 조직인 작두파를 섬멸하고, 이 지역의 맹주로 일어선 날, 조직에서는 ‘피바람’이라고 부르는 그 날에 대한 조사도 천무용의 것이다. 천무용의 목표는 오로지 기오성이다.


피바람의 날 작두파 보스 진상두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대항한 작두파 조직원들은 대부분 쇠파이프로 난타당해 사지가 부러지거나, 칼을 맞아 중상해를 입었다.


많은 조직원이 다른 조직에 흡수되거나 전향했기에, 사실상 작두파는 완전히 와해 되고 말았다.


무용은 그날의 가담자들을 색출해 20명가량을 조직범죄로 구속했다. 다만, 서강파가 마치 자신들과 무관한 동성파가 저지른 일인 것처럼 미리 작업해놓은 탓에, 현재까지 구속된 자들은 모두 명목상 동성파 조직원이다.


그래서 무용의 서강파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두파 두목 진상두의 실종에 대해서는,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계속 조사 중이다. 1년 전 서강파의 전 보스 윤두만의 실종에도, 기오성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무용은 상진이 대학 생활 내내 바둑과 도박에 빠진 것을 보고, 심하게 질책하고 때리기까지 했다. 상진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에 상진은 무용이 출세욕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여겼다.


둘은 이렇게 오래전부터 서서히 멀어지고 말았다.


“형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서강파에서는 내가 그 악질검사의 동생인 줄을 몰라. 알았으면 날 가만히 뒀겠어?”


“그래도, 그렇지.”


“난 형이랑 있을 때보다, 차라리 서강파 애들이랑 있을 때가 더 마음이 편하단 말이야.”


“그래도 네가 그러는 것 아니야. 그러다, 무용이 형한테 폐라도 끼치면 어쩌려고 그래?”


“야! 낼모레 죽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양반이냐, 깡패냐 따질 때야? 살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지. 물불 가릴 때냐고?”


상진은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동주는 뜻밖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는 말이다. 체면이나 자존심 따질 때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에 맞설 전 지구적 시스템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슈퍼파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기력하고, 무책임하며, 위선적인 사회시스템만 존재할 뿐이다.


아무도, 그 무엇도 믿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법과 사상, 윤리와 도덕의 기준을 벗어 던져야 한다.


먼저 움직이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생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바로 움직이자!


“알았어, 네 말이 백번 맞아. 오케이! 그런데 서강파 애들이랑 접촉하는 건, 오 교수를 만나보고 결정하자. 그러니까 미리 만나서 설레발 떨지 마. 알았지?”


“오케이······, 하하!”


상진은 오랜만에 자신이 동주를 설득해, 마음을 고쳐먹게 한 것에 대해 만족했다.


“바로 오 교수와 약속 좀 잡아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 오후에 만나 달라고, 알았지?”


“알았어. 오 교수는 한참 고수인 내 말은 잘 들으니까, 약속 잡으면 바로 연락할게.”


동주는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지만, 그동안 인연 맺은 좋은 사람들과 힘을 합치면, 분명 길이 보일 것이라 확신했다.


드디어 동주는 죽음의 화신 아포피스에 맞서는 장쾌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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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생존 준비 (2) +1 22.02.10 90 5 9쪽
107 107화. 생존 준비 (1) 22.02.09 89 6 10쪽
106 106화. 전쟁의 속내 22.02.08 81 5 10쪽
105 105화. 결사항전 (13) 22.02.07 83 5 10쪽
104 104화. 결사항전 (12) +1 22.02.06 79 6 11쪽
103 103화. 결사항전 (11) +2 22.02.05 83 6 9쪽
102 102화. 결사항전 (10) 22.02.04 83 8 10쪽
101 101화. 결사항전 (9) 22.02.03 80 6 10쪽
100 100화. 결사항전 (8) +2 22.02.02 84 6 10쪽
99 99화. 결사항전 (7) 22.02.01 85 6 10쪽
98 98화. 결사항전 (6) 22.01.31 94 8 11쪽
97 97화. 결사항전 (5) 22.01.30 89 5 10쪽
96 96화. 결사항전 (4) 22.01.29 92 5 10쪽
95 95화. 결사항전 (3) 22.01.28 89 5 10쪽
94 94화. 결사항전 (2) 22.01.27 91 7 12쪽
93 93화. 결사항전(決死抗戰) (1) +2 22.01.26 1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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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대포폰 +2 21.11.28 281 11 10쪽
32 32화. 남수혁 21.11.28 285 11 11쪽
31 31화. 동성파 21.11.27 276 9 9쪽
30 30화. 뜻밖의 고백 +2 21.11.26 284 10 9쪽
29 29화. 단서 21.11.25 279 9 11쪽
28 28화. 실종 (2) 21.11.24 297 11 12쪽
27 27화. 실종 (1) +6 21.11.23 320 9 10쪽
26 26화. 연락 두절 21.11.22 310 10 9쪽
25 25화. 휴게소 계약 21.11.22 314 10 14쪽
24 24화. 파란 하늘 +2 21.11.21 320 12 11쪽
23 23화. 수전해 시스템 +6 21.11.20 341 12 11쪽
22 22화. 밀당 +2 21.11.19 32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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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화해 21.11.18 36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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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첫 발걸음 21.11.04 609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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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죽음의 화신 아포피스 21.11.02 699 19 12쪽
3 3화. 희망의 불씨 +2 21.11.01 757 16 13쪽
2 2화. 이별의 끝을 붙잡고 +6 21.11.01 812 22 11쪽
1 1화. 멸망의 서곡(序曲) +5 21.11.01 1,03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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