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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박살낸 변호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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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1.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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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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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정령치 터널

DUMMY

아포칼립스​ D-12, 2029. 4. 2. 오후, 한빛 대학 화학공학과 교수실


오 교수는 동주의 아이디어를 듣고, 짐짓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음······, 괜찮은 생각 같아.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고, 발포 플라스틱을 충분한 두께로 사용하는 거라 연구해볼 가치가 있겠어.”


동주는 오 교수의 반응을 살피면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교수님! 무등산에 있는 공군 레이더기지 아시죠?”


“응, 잘 알지.”


“그곳 뒤편에 큰 동굴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벙커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로는, 폭력조직인 서강파에서 그 벙커를 탈취할 계획인데요. 그곳은 해발 1,000m 이상이라 해일이 밀려온다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죠.


게다가 기지까지 군용차량이 드나드는 도로가 있어 컨테이너를 싣고 갈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입지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음······.”


“교수님! 저희가 그쪽과 연합해서 벙커를 개조해보면 어떨까요?”


오 교수는 무등산을 수십 번 등반한 적이 있어, 레이더기지의 위치와 입지 조건을 잘 알고 있다. 그도 그곳이 생존 벙커로는 최적지라고 생각했지만, 몇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음······,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시간이 촉박할 텐데······. 그 레이더기지는 지금 군이 쓰고 있잖아. 과연 서강파가 당장 그 벙커를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강파 같은 조직이 자네들을 쉽게 받아줄 것 같지도 않고······.”


동주는 상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서강파가 탐내는 무등산 벙커는 우리 몫이 아니라는 의미로 고개를 좌우로 저어 보였다. 상진도 이제는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서강파는 아직 저희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레이더기지 탈취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않겠죠.


아무래도 그쪽을 믿을 수 없는 데다, 벙커를 확보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상황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서 실은 대안을 가져왔습니다. 혹시 제가 컴퓨터를 사용해도 될까요?”


“응, 물론이지.”


오 교수는 컴퓨터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의자를 동주에게 양보했다. 동주는 책상에 앉자마자 곧바로 확인해둔 장소를 검색해, 그 화면을 오 교수에게 보여주었다.


“제가 생존 벙커로서 적합한 조건에 있는 것들을 검색하다, 발견한 곳인데요. 바로 남원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정령치 터널입니다.”


정령치(鄭嶺峙)란 이름은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鄭)씨 성을 가진 장군을 이곳에 파견해 지키게 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곳 역시 해발 1,000m가 넘고, 터널의 폭이 9m, 높이가 10m, 길이가 37m 정도 됩니다. 그 옆으로는 작은 휴게소가 하나 있는데, 그곳 앞 공터와 주차장이 넓어 장비나 컨테이너를 보관하기 쉽죠. 특히, 도로와 바로 연결돼 공사하기도 수월하고요.”


오 교수는 입지 조건이나 동주의 공사 계획이 맘에 들었는지, 무척 호기심을 갖는 눈치다.


“한번 자세히 봐볼까?”


오 교수는 동주가 자리를 비켜 주자, 자신의 책상에 직접 앉아서 정령치 터널 주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야······! 이 변, 도대체 이런 곳을 어떻게 찾은 거야?”


“교수님, 이 변을 모르셔서 그러지 이 친구 명물입니다. 로스쿨 다닐 때도 전국 모의법정대회에서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곤 했죠.


저도 그때 방청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혀를 내둘렀다니까요. 지금도 주위에선 이 변을 ‘넘사변’이라고 부릅니다. 하하하!”


상진의 말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 같은 존재, 동주에 대한 부러움이 배어 있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래도 무등산 쪽은 아닌 것 같아서, 광주 주변에 있는 높은 산과 그곳에 있는 동굴이나, 터널 등을 샅샅이 뒤졌죠. 그런데 정령치 터널을 보는 순간, 감이 딱 오더라고요.”


오 교수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다.


“산 중턱이나 아래쪽에 있는 터널이라면, 위에서 누르는 하중이 커서 지진이 나면 무너질 가능성이 크지.


음······, 그런데 이 정령치 터널은 산 정상 부근인데다, 2016년 이전에는 그냥 도로였군. 이것 때문에 기존 백두대간 능선이 끊어지고 야생동물 이동이 차단되는 문제가 있었구나!


아하! 그래서 도로 위에 친환경 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복원했군.”


“네······.”


“자네 말처럼 벙커로 개조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인데. 게다가 발포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이 남원에 있어 거리도 가깝고······. 뭔가 운도 따라주는 느낌이야, 아주 좋아!”


오 교수는 대화하는 내내 줄곧 비관적인 전망만 이야기하느라 굳은 표정이었는데, 모처럼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하! 다행입니다.”


동주 역시 오 교수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자, 기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런데 규모로 봐서는 상당한 공사가 될 텐데, 정말 며칠 만에 준비할 수 있을까?”


오 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만의 힘으로는 당연히 불가능할 겁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아 봐야죠. 우선 우리 법무법인의 김정현 대표가 이번 계획에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벙커를 시공할 건설회사도 정해놨고요.”


오 교수는 동주가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야, 이 변! 대단해. 이런 추진력이면 정말 믿을만한걸.”


이때 동주와 오 교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상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런데 동주야! 지금 저 터널은 차량이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저길 막고 공사를 할 수 있을까?”


동주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듯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변했다.


“물론 당장 공사를 할 수는 없지. 우선 저 휴게소를 빌린 다음에 그 주차장에 컨테이너나 장비들을 옮겨올 거야.


그리곤 그곳에서 설계대로 생존 시설 구조물을 만들지. 준비가 다 되면 터널을 막고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땐 핑계를 만들어서 교통통제를 해보려고.”


“아······!”


“그것도 생각해둔 게 있어. 그리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도 있잖아.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하!”


오 교수는 동주의 강한 추진력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힘을 느끼자, 점점 그의 계획에 빠져들고 있었다.


“난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파리로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부끄럽네! 파리로 간들 산다는 보장도 없는데,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이쪽에 도전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야 내 발포 플라스틱의 성능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지.”


동주는 오 교수가 계획에 참여한다고 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역력히 드러났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솔직히 우리가 이 계획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교수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정말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진도 뭔가 일이 잘 풀려 가고, 애매하기만 했던 생존 계획이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뿌듯해졌다.


“저도 부족하지만, 열심히 돕겠습니다. 목숨이 달렸는데, 무슨 일을 못 하겠습니까? 도둑질이라도 하라고 하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하하하!”


상진의 넉살 좋은 말에 동주와 오 교수는 크게 웃으며, 서로 신뢰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런데, 교수님! 아포피스가 충돌한 이후에 우리가 저 벙커에서 얼마나 버텨야 할까요?”


동주는 이제 벙커를 만든 이후의 생존전략에까지 마음이 가고 있었다.


“나사에서 만들어 둔 시나리오대로라면, 충돌로 인해 발생한 파편이 10분쯤 지나면 공중에서 쏟아질 테고, 그때 발생한 열 폭풍이 1시간 이내에 밀려올 거야.


그 뒤 해일이 몇 시간 내로 한반도에 밀어닥치겠지. 문제는 지진인데, 진도 10 정도에 이르는 지진이 언제까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학자마다 다른데, 몇 달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고 해.”


“하······!”


“그리고 이런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반드시 해일이 동반되지. 아무리 못해도 1개월은 지진과 해일이 계속된다고 봐야 할 거야. 발포 플라스틱이 그동안 잘 버텨주어야 하는데 말이지.”


“지진이 끝난 이후에는 벙커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상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오 교수에게 묻는다.


“지진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은 벙커에서 나올 수 없을 거야. 먼지구름이 지구를 뒤덮어서 오랫동안 산성비가 쏟아지고, 공기도 유독 가스로 가득할 테니.


기온도 급하게 떨어져서 지금의 겨울보다 훨씬 추울 테고······, 적어도 1년가량은 밖에서 생활하기 힘들 거야.”


동주와 상진은 벙커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초토화된 땅에서, 그것도 극심하게 오염된 환경에서 버텨내야 한다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물론 다 추측이라 상황은 훨씬 더 좋지 않을 수도, 아니면 생각보다는 덜 위험할지도 모르지.


아포피스가 그냥 떨어질지, 핵미사일을 맞고 그 파편이 떨어질지도 변수야. 그건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아.


여하튼 식량이나 생존 물품은 적어도 1년은 버틸 수 있도록, 최대한 끌어모아야 해. 그러지 않으면, 결국 벙커 안에서 비참하게 죽게 될 테니까.”


“하······! 정말 막막하군요.”


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과 함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을 토해냈다.


“저도 겁이 덜컥 나긴 하는데, 그래도 우선은 벙커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날 죽지 않고 살아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으니까요.”


동주 역시 막막한 현실에 힘이 빠지긴 마찬가지였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 변 말처럼 앞에 놓인 문제부터 하나, 하나 풀어가는 게 맞아. 먼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해서, 현재를 망치면 안 되지. 자, 우리 파이팅 합시다!”


“네, 교수님!”


상진도 마음을 고쳐먹고 기운을 내고 있다.


“교수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내일 오전에 바로 발대식을 하는 게 어떨까요?”


“좋아, 지금은 한시가 급하니까.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


이들은 이후로도 한참 동안 이번 계획에 참여할 사람과 준비할 일들에 대해 논의했다. 내일 진행할 발대식의 성패에 따라, 생존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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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무등산 생존 벙커 (1) 22.01.09 133 5 11쪽
75 75화. 계엄군 내전 (3) 22.01.08 128 5 12쪽
74 74화. 계엄군 내전 (2) 22.01.07 134 6 11쪽
73 73화. 계엄군 내전 (1) +2 22.01.06 148 6 12쪽
72 72화. 지리산 생존팀 +4 22.01.05 161 9 12쪽
71 71화. 침탈 22.01.04 137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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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남수혁 21.11.28 285 11 11쪽
31 31화. 동성파 21.11.27 276 9 9쪽
30 30화. 뜻밖의 고백 +2 21.11.26 284 10 9쪽
29 29화. 단서 21.11.25 280 9 11쪽
28 28화. 실종 (2) 21.11.24 297 11 12쪽
27 27화. 실종 (1) +6 21.11.23 320 9 10쪽
26 26화. 연락 두절 21.11.22 310 10 9쪽
25 25화. 휴게소 계약 21.11.22 314 10 14쪽
24 24화. 파란 하늘 +2 21.11.21 320 12 11쪽
23 23화. 수전해 시스템 +6 21.11.20 341 12 11쪽
22 22화. 밀당 +2 21.11.19 325 11 11쪽
21 21화. 뇌물 21.11.19 340 11 14쪽
20 20화. 화해 21.11.18 362 11 13쪽
19 19화. 설계도 +4 21.11.17 37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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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충돌 확률 21.11.08 549 14 11쪽
8 8화. 우주선 +2 21.11.07 541 13 13쪽
7 7화. 자금줄 21.11.05 549 14 12쪽
6 6화. 첫 발걸음 21.11.04 609 16 11쪽
5 5화. 후회 21.11.03 640 15 9쪽
4 4화. 죽음의 화신 아포피스 21.11.02 699 19 12쪽
3 3화. 희망의 불씨 +2 21.11.01 757 16 13쪽
2 2화. 이별의 끝을 붙잡고 +6 21.11.01 812 22 11쪽
1 1화. 멸망의 서곡(序曲) +5 21.11.01 1,03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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