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피스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라그랑주점
작품등록일 :
2021.11.01 15:30
최근연재일 :
2022.02.15 15:35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32,494
추천수 :
1,001
글자수 :
539,357

작성
21.11.14 19:20
조회
436
추천
8
글자
7쪽

16화. 발대식

DUMMY

아포칼립스​ D-11, 2029. 4. 3.


동주는 오늘도 새벽 5시 무렵에 눈을 뜬 후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까지 생존계획을 수립하느라 몇 시간 눈을 붙이지 못했는데도, 피곤한 몸과는 달리 마음엔 흥분과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일하다가도 불쑥불쑥, 은수와 사랑을 나누던 한때의 모습이 뇌수에 가득 차버리곤 했다. 붙잡고 싶은 기억들,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지금 은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은수가 침대에서 태호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고, 모든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올라 금방이라도 화산처럼 터질 것 같다. 미치도록 은수가 미워졌다.


‘그렇다고 진짜로 날 버리다니······.’


사랑과 증오는 정말 같은 얼굴의 다른 이름이었던가?


은수와 태호가 함께 하는 상상이 쉴 새 없이 뇌리를 폭격하고 있다. 동주는 망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기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런 망상과 질투를 제어하는 길은 오직 일에 파묻히는 길뿐, 더는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생존 계획을 다듬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새벽 공기에는 마치 전운이 감싸는 듯 서늘한 한기와 함께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유난히 반짝이는 큰 별 하나가 서쪽 하늘에 자리하고 있다.


‘아포피스 네 놈이냐?’


생존을 위한 준비물들이 백여 가지는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계엄령 때문에 이런 물자를 대량으로 구하는 것이 어렵다.


일주일에 1인당 생수는 3ℓ, 쌀은 2kg, 라면은 5봉만을 사들일 수 있다.


모든 물품의 구매는 전산망에 등록되고, 등록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한 게 적발된 때에는 계엄군의 심판에 따라 즉결처분을 받게 된다. 사소한 일로도 구속될 수 있고, 죄질이 크면 총살형도 감수해야 한다.


개인별로 생존 물품을 마련했다가는 고작 며칠 버틸 수 있는 양만 확보할 수 있을 뿐이다. 한 달 이상 지속할 지진과 오염에 대비한 물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강파가 유통 쪽을 장악하고 있으니, 그 애들과 담판을 지어야 하는 걸까?’


*


오전 10시 무렵, 한빛 대학 공과대학 건물 앞 잔디밭.


천무용이 천상진을 만났다.


“진짜 정보원 만나게 해주는 거지?”


“오늘 여기에 많은 사람이 모이니까, 우선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 서강파 이야기도 나올 거야.”


그때 동주가 한 손에 두툼한 서류 가방을 들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온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동주야, 오랜만이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서 무슨 회의를 하는 거니?”


“상진이가 아무 말 안 했어요?”


“무슨 말?”


갑자기 상진이 동주의 앞으로 뛰어가, 그를 막아서며 귓속말을 한다.


‘동주야! 너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형은 지금 서강파 때문에 온 거란 말이야.’


동주는 그제야 상진이 무용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은 사실을 직감했다.


“야! 너희들 무슨 꿍꿍이야, 제대로 말 안 할래?”


무용이 상진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멱살이라도 잡을 태세이다. 동주가 황급히 무용의 손을 잡아 제지한다.


“형님!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잠깐이라도 회의에 참석해보시죠. 그리고 서강파에 관한 진짜 중요한 정보도 있으니까, 꼭 한번 들어보세요.”


“동주야! 오늘 오후에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야. 여기서 한가하게 보낼 시간 없다고. 네가 무슨 정보인지 아는 것 같은데, 바로 말해봐!”


“아이, 형님, 급하시기는······. 바쁘신 분이 여기까지 오셨으니, 오늘 오전은 비워두신 거잖아요? 딱 1시간만 주세요. 1시간, 네?”


무용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동주를 바라본다.


“할 거면 빨리해, 그럼.”


“네, 형님. 고맙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일행은 오승현 교수가 마련해놓은 화학공학과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김정현 대표와 김수연, 송은수, 장재건, 곽형규 그리고 오 교수가 데리고 온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먼저, 참석자 분들 소개를 하겠습니다.”


동주가 오늘 발대식의 사회를 맡아 진행한다.


“제 왼쪽에 계신 분은 광주지검 특수부 천무용 검사입니다.”


“아, 얼떨결에 참여하게 됐는데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그 옆에 있는 분은 제 친구 천상진입니다. 저와 함께 이번 계획을 준비했는데요. 드론 택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천무용 검사님의 동생이기도 하고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옆에는 역시 제 친구인 곽형규입니다. 동구청 식품안전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음으로, 제 오른편에 계신 분은 저희 한결 법무법인의 대표이신 김정현 변호사와 그 따님 김수연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동주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많이 한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 제힘 닿는 데까지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수연 변호사 옆에 계신 분은 북부경찰서 형사과 팀장인 송은수 경감입니다.”


“반갑습니다.”


“다음은 제 오른쪽 끝자리에 계신 광희건설 장재건 사장님이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상 컴퓨터 앞에 계신 분은 한빛 대학 화학공학과 오승현 교수님이십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왜 벙커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어제 밤을 꼬박 새워 시뮬레이션 자료를 준비했다.


“저는 이번 생존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이동주 변호사입니다."


모두들 박수로 환영했다.


“만약 여러분이 최후까지 생존하신다면, 제가 여러분 생명의 은인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도, 저는 여러분에게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도움이 없다면, 사실 이 계획은 휴짓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다.


“오늘 생존 팀이 꾸려진다면, 그 첫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날인데요. 사느냐 아니면 죽느냐,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삶을 선택해주신다면, 저는 지구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여러분의 생존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인 사람들 모두 자신감 넘치고, 재치 있는 동주의 말에 웃으며 큰 박수로 화답했다.


“참! 오 교수님 옆에 계신 분은 제가 잘 몰라서, 소개를 못 해드렸는데요.”


오 교수는 그때 서야 자신과 함께 온 중년 남자가 소개에서 빠진 사실을 깨닫고는, 멋쩍은 듯 손을 들어 그를 가리킨다.


“제 고등학교 선배님이신데요, 남원에서 화학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동기 사장님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전동기 사장이 수줍게 인사를 했다.

참석한 사람들 소개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발대식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피스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를 마치며 +2 22.02.15 87 0 -
공지 작품 소개(감사합니다) 21.11.11 520 0 -
113 113화. 아포칼립스(Apocalypse, 시즌 1 최종화) +2 22.02.15 174 11 12쪽
112 112화. 붕괴 22.02.14 132 7 11쪽
111 111화. 선동 22.02.13 127 7 12쪽
110 110화. 피난민 (2) 22.02.12 133 5 10쪽
109 109화. 피난민 (1) 22.02.11 123 6 10쪽
108 108화. 생존 준비 (2) +1 22.02.10 141 5 9쪽
107 107화. 생존 준비 (1) 22.02.09 131 6 10쪽
106 106화. 전쟁의 속내 22.02.08 132 5 10쪽
105 105화. 결사항전 (13) 22.02.07 135 5 10쪽
104 104화. 결사항전 (12) +1 22.02.06 120 6 11쪽
103 103화. 결사항전 (11) +2 22.02.05 127 6 9쪽
102 102화. 결사항전 (10) 22.02.04 133 8 10쪽
101 101화. 결사항전 (9) 22.02.03 127 6 10쪽
100 100화. 결사항전 (8) +2 22.02.02 129 6 10쪽
99 99화. 결사항전 (7) 22.02.01 130 6 10쪽
98 98화. 결사항전 (6) 22.01.31 143 8 11쪽
97 97화. 결사항전 (5) 22.01.30 142 5 10쪽
96 96화. 결사항전 (4) 22.01.29 135 5 10쪽
95 95화. 결사항전 (3) 22.01.28 219 5 10쪽
94 94화. 결사항전 (2) 22.01.27 124 7 12쪽
93 93화. 결사항전(決死抗戰) (1) +2 22.01.26 136 7 10쪽
92 92화. 폭풍전야(暴風前夜) 22.01.25 143 6 10쪽
91 91화. 양심 +4 22.01.24 142 7 11쪽
90 90화. 스텔라 22.01.23 164 6 11쪽
89 89화. 가오리 전투기 22.01.22 264 6 10쪽
88 88화. 전운(戰雲) 22.01.21 137 5 10쪽
87 87화. 탈출 (3) 22.01.20 135 6 10쪽
86 86화. 탈출 (2) +2 22.01.19 147 5 10쪽
85 85화. 탈출 (1) 22.01.18 156 4 11쪽
84 84화. 교도소 침공 (2) 22.01.17 154 6 10쪽
83 83화. 교도소 침공 (1) 22.01.16 146 6 10쪽
82 82화. 지리산의 밤 +2 22.01.15 251 6 11쪽
81 81화. 삶과 죽음 22.01.14 167 6 9쪽
80 80화. 막장인생 22.01.13 146 5 15쪽
79 79화. 오른팔 22.01.12 161 6 11쪽
78 78화. 거짓말 22.01.11 165 7 11쪽
77 77화. 무등산 생존 벙커 (2) +2 22.01.10 180 6 11쪽
76 76화. 무등산 생존 벙커 (1) 22.01.09 176 5 11쪽
75 75화. 계엄군 내전 (3) 22.01.08 169 5 12쪽
74 74화. 계엄군 내전 (2) 22.01.07 176 6 11쪽
73 73화. 계엄군 내전 (1) +2 22.01.06 199 6 12쪽
72 72화. 지리산 생존팀 +4 22.01.05 212 9 12쪽
71 71화. 침탈 22.01.04 180 7 10쪽
70 70화. 범인 (3) 22.01.03 188 9 10쪽
69 69화. 범인 (2) 22.01.02 186 6 10쪽
68 68화. 범인 (1) 22.01.01 302 7 10쪽
67 67화. 구출 +2 21.12.31 278 9 10쪽
66 66화. 비밀 침투 (2) 21.12.30 188 8 10쪽
65 65화. 비밀 침투 (1) 21.12.29 180 8 10쪽
64 64화. 성동격서(聲東擊西) +2 21.12.28 190 8 11쪽
63 63화. 내부 첩자 21.12.27 197 8 9쪽
62 62화. 아비규환 21.12.26 196 9 10쪽
61 61화. 생존팀 소집 21.12.25 205 8 11쪽
60 60화. 계엄군 +2 21.12.24 200 12 12쪽
59 59화. 휴거 21.12.23 202 7 11쪽
58 58화. 귀환 +2 21.12.22 220 7 10쪽
57 57화. 수사 종결 21.12.21 202 9 10쪽
56 56화. 배신 (2) +2 21.12.20 213 9 10쪽
55 55화. 배신 (1) 21.12.19 199 9 12쪽
54 54화. 보이스펜 21.12.18 202 8 12쪽
53 53화. 인질 +2 21.12.17 201 7 10쪽
52 52화. 끄나풀 21.12.16 208 6 11쪽
51 51화. 포커 게임 (2) 21.12.15 205 7 10쪽
50 50화. 포커 게임 (1) +4 21.12.14 221 6 9쪽
49 49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 21.12.13 246 6 10쪽
48 48화. 줄타기 21.12.12 251 8 11쪽
47 47화. 비밀 누설 (3) 21.12.11 246 7 11쪽
46 46화. 비밀 누설 (2) +2 21.12.10 270 8 10쪽
45 45화. 비밀 누설 (1) 21.12.09 248 8 11쪽
44 44화. 생존팀 회의 (2) +2 21.12.08 265 8 11쪽
43 43화. 생존팀 회의 (1) 21.12.07 284 9 10쪽
42 42화. 레이더기지 21.12.06 279 10 12쪽
41 41화. 정마리아 (2) +2 21.12.05 273 9 7쪽
40 40화. 정마리아 (1) 21.12.05 287 11 10쪽
39 39화. 감금 (2) 21.12.04 280 11 9쪽
38 38화. 감금 (1) +2 21.12.03 292 12 10쪽
37 37화. 미궁 +2 21.12.02 419 11 10쪽
36 36화. 보스의 분노 21.12.01 312 10 10쪽
35 35화. 이간질 21.11.30 299 11 10쪽
34 34화. 알리바이 21.11.29 297 11 10쪽
33 33화. 대포폰 +2 21.11.28 319 11 10쪽
32 32화. 남수혁 21.11.28 330 11 11쪽
31 31화. 동성파 21.11.27 322 9 9쪽
30 30화. 뜻밖의 고백 +2 21.11.26 332 10 9쪽
29 29화. 단서 21.11.25 343 9 11쪽
28 28화. 실종 (2) 21.11.24 343 11 12쪽
27 27화. 실종 (1) +6 21.11.23 365 9 10쪽
26 26화. 연락 두절 21.11.22 356 10 9쪽
25 25화. 휴게소 계약 21.11.22 362 10 14쪽
24 24화. 파란 하늘 +2 21.11.21 366 12 11쪽
23 23화. 수전해 시스템 +6 21.11.20 387 12 11쪽
22 22화. 밀당 +2 21.11.19 379 11 11쪽
21 21화. 뇌물 21.11.19 391 11 14쪽
20 20화. 화해 21.11.18 413 11 13쪽
19 19화. 설계도 +4 21.11.17 429 10 11쪽
18 18화. 노아의 방주 21.11.16 428 12 12쪽
17 17화. 세계는 지금 +2 21.11.15 531 9 7쪽
» 16화. 발대식 21.11.14 437 8 7쪽
15 15화. 이별 예감 +2 21.11.13 479 12 11쪽
14 14화. 그저 바라만 봐주세요 21.11.12 494 13 12쪽
13 13화. 생존 티켓 21.11.11 483 16 12쪽
12 12화. 서강파 21.11.11 520 14 13쪽
11 11화. 발대식 준비 21.11.10 529 13 12쪽
10 10화. 정령치 터널 +2 21.11.09 550 13 11쪽
9 9화. 충돌 확률 21.11.08 611 14 11쪽
8 8화. 우주선 +2 21.11.07 684 13 13쪽
7 7화. 자금줄 21.11.05 609 14 12쪽
6 6화. 첫 발걸음 21.11.04 675 16 11쪽
5 5화. 후회 21.11.03 707 15 9쪽
4 4화. 죽음의 화신 아포피스 21.11.02 770 19 12쪽
3 3화. 희망의 불씨 +2 21.11.01 828 16 13쪽
2 2화. 이별의 끝을 붙잡고 +6 21.11.01 882 22 11쪽
1 1화. 멸망의 서곡(序曲) +5 21.11.01 1,222 2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