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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박살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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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점
작품등록일 :
2021.11.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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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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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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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알리바이

DUMMY

아포칼립스​ D-10, 2029. 4. 4. 오후.


동주는 검찰청을 나서며 상진이 보낸 카톡 파일을 확인했다.


정령치 휴게소 주차장에 컨테이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 컨테이너를 들고 옮기는 여러 대의 기중기 모습이 보였다.


벌써 간이 숙소와 현장사무실이 완성됐다. 동영상에는 벙커 내부시설을 위한 설비들이 들어와 휴게소 옆 공터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컨테이너를 개조할 작업자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용접이나 절단을 위한 장비들도 속속 들어왔다. 생존 벙커를 만드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장재건 사장은 오늘 밤 해만 떨어지면 곧바로 터널 천정을 손볼 계획이다. 그럼, 밤쯤에는 남원경찰서와 남원시청에 신고가 들어갈 것이다.


최창민 경정 건이 빨리 정리돼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주는 박 경위가 소개해준 이수일 경위에게 전화했다.


“이 경위님! 아까 봤던 이동주 변호사입니다.”


“아, 네.”


“혹시, 최창민 경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을까요?”


“아니요, 아직이요. 오늘 2시 반에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영상녹화실에서 조사가 진행될 겁니다.”


“혹시 김태호와 그 친구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됐을까요?”


“거긴 오전에 조사 마쳤습니다. 친구 집에서 저녁 8시 반부터 쭉 같이 있었던 게 맞더라고요. 집 앞 편의점에서 술을 산 영수증하고, 차량 블랙박스, 근처 CCTV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김태호 씨는 이제 용의자에서 뺏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제가 북부서로 가서 최창민 경정을 만나봐도 될까요?”


“아마 조사 전에는 어려울 것 같고요. 조사가 끝나고 별 혐의가 없다면, 바로 보실 수 있겠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주는 사무실에 들러 몇 가지 일 처리를 한 후 북부경찰서로 향했다.


지금쯤 최창민에 대한 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최창민이 은수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동주가 예전에 가졌던 촉이 맞았다.


은수가 남원경찰서에 근무할 때 유난히 회식이며 야근이 많았다. 대학 선배이고 상급자인 최창민이 은수와 함께 있고 싶어 많은 일을 만든 게다.


그런 은수가 광주로 지원해 떠나갔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아침에 본 그 문자메시지 내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은수와 헤어진 상황이다 보니, 정작 최창민이나 동주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최창민이 괘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인인 내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은수에게 마음을 품다니!


어제 둘이 헤어졌다고 하니, 고백할 기회라고 여겨 용기를 낸 것이다. 세상이 종말을 맞을 수 있는 이 시국에, 지금 때를 놓치면 영원히 꺼낼 수 없는 말이 될 테니.


동주는 북부경찰서 형사 1팀에 가 최창민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오후 4시, 영상녹화실의 문이 열리고 이수일, 박홍식과 함께 최창민이 나온다. 동주가 먼저 최창민을 부른다.


“최 과장님!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때 이수일 경위가 막아섰다.


“저, 서장님께 보고하고, 조치 명령을 받은 뒤에 면담하시죠. 우선, 최 과장님은 저기 다른 방에서 혼자 대기해주십시오.”


이수일 경위가 최 과장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박홍식은 서둘러 자리를 뜬다. 동주는 밖에서 이 경위를 기다렸다. 몇 분 뒤, 이 경위가 고개를 저으며 나온다. 경황이 없는 표정이다.


“제가 바로 올라가 봐야 해서요. 먼저 보고부터 하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이수일 경위가 급히 3층 서장실로 올라갔다.


무슨 일일까? 최창민이 알리바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 같다. 만일 입증했다면, 조사도 빨리 끝났을 것이다. 1시간 반이나 걸린 건, 뭔가 의문이 있다는 건데.


게다가, 수사과장 박홍식의 얼굴도 왠지 불편해 보였다. 무언가 급하게 서장에게 보고하러 가는 느낌이다. 무얼까?


한참 뒤 이수일 경위가 내려왔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조금 논의할 게 있어서요. 거짓말 탐지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해서요.”


“예? 최 과장에게 무슨 의심스러운 면이라도 있었는가요?”


“어제 송 팀장님과 전화한 후에 핸드폰을 꺼놔서 위치 파악이 안 됩니다. 차에도 블랙박스가 없어서 도대체 남원까지 언제, 어떻게 간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아······!”


“어젯밤에 남원에 있는 술집에 간 건 확인이 되는데, 밤 11시경이에요.”


“네? 밤 11시요!”


“네. 광주에서 남원까지가 1시간 거리니까, 7시 50분부터 11시까지 3시간 사이에 2시간 정도가 비는 거죠. 또 뭔가 숨기는 눈치라서······.”


“정말요?”


“네. 그 2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물었는데, 그냥 집에 있다가 술집에 갔다고만 할 뿐이라······. 어쩔 수 없이, 추가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서장님은 경찰 간부라 거짓말 탐지기는 안 하고, 우선은 돌려보내자고 하네요.”


“아, 그렇군요.”


이수일 경위가 최창민이 있는 방으로 가 그를 데리고 나온다. 동주는 최창민과 함께 북부경찰서를 나왔다.


“최 과장님! ······은수의 생명이 달린 문제니까, 저에게라도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십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 변호사, 자네한테는 미안해. 내가 괜히 어제 욕심을 내서······. 그런데 진짜 아무 일 없었어. 내가 미쳤어? 은수한테 나쁜 짓 하게. 나도 은수가 걱정돼 죽겠다고.”


“그럼, 어제 7시 50분에 은수와 어떤 대화를 하신 거예요?”


“은수가 같이 가자는 걸 단호하게 거절하더라고. 쯧, ······내가 계속 부탁하고, 은수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절하는 그런 대화였어. 나도 더는 어쩔 수 없어서, 포기한 거고······.”


“그 전화할 때 어디에 계셨는데요?”


“그때 양림동 사직도서관 앞에 주차하고 있었지. 은수가 그 동네에 사는 건 알았지만, 집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랐거든. 거기서 8시 10분쯤까지 있다가 자리를 떴어. 진짜야, 내가 왜 거짓말 하겠어!”


“그럼, 그 뒤로 어딜 가신 거예요?”


최창민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핀 후 동주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한다.


“실은, 내가 광주에 올 때면 가는 곳이 있어. 예전에 광주 근무할 때 알았던 술집인데, 거기 마담이랑 오래 알아 온 사이야. 혼자 사니까, 외로울 때 서로 연락하고 가끔 만났거든. 그래서 오랜만에 그 마담 만나서 회포 좀 풀고 온 거라고.”


“······!”


“그런데 조사에서 그 내용을 말할 수가 있나? 뻔히 이상한 눈으로 볼 테고, 또 소문나면 좋을 것도 없잖아.”


“그럼, 핸드폰은 왜 꺼놓으신 거예요?”


“우리야 감사니, 진정이니 하면 여자나 술 접대가 늘 문제 되잖아. 그래서 그 마담 만날 땐 핸드폰을 꺼놓은 게 습관이 된 거야. 아무튼, 난 절대 은수 손 안 댔어. 만나지도 못했다고, 진짜야!”


최창민의 말은 그럴듯했다.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알리바이도 동주에게 말하는 걸 봐서는 간절히 믿어달라는 분위기다.


“그럼, 제가 경찰에는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마담이 있는 업소만 알려주세요. 제가 직접 확인하고, 확실하다 싶으면 전화드릴게요.”


“아! 진짜 끝까지 의심하는구만. ······알았어, 그 대신 이건 정말 비밀로 해줘야 해, 알았지?”


“네, 물론이죠. 참, 오늘 저녁에 말씀드린 대로 민원신고가 들어갈 거에요. 꼭 직접 터널에 가셔서, 위험하니까 통제하자고 말씀해주세요.”


“알았어, 그건 은수하고 약속한 거니까 꼭 지킬게. 그런데 은수는 진짜 누가 납치한 거야?”


“모르겠어요. 주변 사람들이 아니면, 원한 관계나 사건 때문인데. 아직까진 딱 잡히는 단서가 없어요. 하······, 어제 양림동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것 같아요. 주변 CCTV에도 전혀 잡히지 않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은수 찾는 일이라면, 나도 발 벗고 나설 테니까,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그 업소 주소 좀 남겨주시고요.”


“알았어, 카톡으로 보내줄게. 그럼, 난 남원으로 넘어가네.”


“네, 조심히 가십시오.”


동주는 마음이 무거웠다. 외로움 때문에 은수를 찾았고, 은수가 거절하자 다시 오래 알아 온 술집 마담을 찾아갔다는 최창민의 말은 진실처럼 느껴졌다.


누굴 사랑하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건 아닐까? 진정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지?


동주는 곧바로 최창민이 알려준 주점으로 갔다. 그곳 여사장은 최창민이 미리 연락해, 동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순히 주점 CCTV 영상까지 보여주며, 무슨 일 때문인지 묻지도 않았다.


최창민이 어제 8시 40분경부터 10시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주점 내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고, 이후 내실로 들어갔다가 10시가 다 될 즈음에 나왔다.


통금 무렵이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오직 둘이서 그냥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 영상에선 종말을 앞두고 누구나 그러하듯, 마지막이라는 의미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걸로 최창민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작가의말

좀 더 재밌는 스토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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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생존 준비 (2) +1 22.02.10 90 5 9쪽
107 107화. 생존 준비 (1) 22.02.09 89 6 10쪽
106 106화. 전쟁의 속내 22.02.08 81 5 10쪽
105 105화. 결사항전 (13) 22.02.07 83 5 10쪽
104 104화. 결사항전 (12) +1 22.02.06 79 6 11쪽
103 103화. 결사항전 (11) +2 22.02.05 83 6 9쪽
102 102화. 결사항전 (10) 22.02.04 83 8 10쪽
101 101화. 결사항전 (9) 22.02.03 80 6 10쪽
100 100화. 결사항전 (8) +2 22.02.02 8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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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이간질 21.11.30 256 11 10쪽
» 34화. 알리바이 21.11.29 260 11 10쪽
33 33화. 대포폰 +2 21.11.28 280 11 10쪽
32 32화. 남수혁 21.11.28 283 11 11쪽
31 31화. 동성파 21.11.27 276 9 9쪽
30 30화. 뜻밖의 고백 +2 21.11.26 283 10 9쪽
29 29화. 단서 21.11.25 279 9 11쪽
28 28화. 실종 (2) 21.11.24 296 11 12쪽
27 27화. 실종 (1) +6 21.11.23 320 9 10쪽
26 26화. 연락 두절 21.11.22 309 10 9쪽
25 25화. 휴게소 계약 21.11.22 313 10 14쪽
24 24화. 파란 하늘 +2 21.11.21 320 12 11쪽
23 23화. 수전해 시스템 +6 21.11.20 341 12 11쪽
22 22화. 밀당 +2 21.11.19 324 11 11쪽
21 21화. 뇌물 21.11.19 340 11 14쪽
20 20화. 화해 21.11.18 360 11 13쪽
19 19화. 설계도 +4 21.11.17 376 10 11쪽
18 18화. 노아의 방주 21.11.16 385 12 12쪽
17 17화. 세계는 지금 +2 21.11.15 384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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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후회 21.11.03 639 15 9쪽
4 4화. 죽음의 화신 아포피스 21.11.02 698 19 12쪽
3 3화. 희망의 불씨 +2 21.11.01 756 16 13쪽
2 2화. 이별의 끝을 붙잡고 +6 21.11.01 811 22 11쪽
1 1화. 멸망의 서곡(序曲) +5 21.11.01 1,033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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