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亢龍有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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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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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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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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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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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룡유회(亢龍有悔) (8)

DUMMY

“공주마마는 객잔에 계셨어야한다니까요.”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석 노대는 그냥 뒤에서 무게만 잡으라고. 입 벌리면 바로 들통 나잖아.”


처음 추하경이 따라 나서겠다고 했을 때 두 시녀와 석천 모두 말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추하경은 객잔에 남아 전가호와 진영을 기다리고, 석천과 두 시녀가 가야 했다.

그런데 진영이 떠나고 난 후에 추하경이 떼를 쓴 것이다. 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추하경이 떼를 쓰면 방법이 없었다.


“생각 좀 해봐. 천변만화로 그럴 듯하게 정마협의 얼굴은 흉내를 냈지만 목소리는 어떻게 할 건데? 그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면 마두들이 눈치 채지 못할까? 그리고 여기서 나 빼고 마두들하고 흥정할 사람이 누가 있어? 앵앵은 아마 아무소리 못하고 몸만 비비 꼴 것이고, 자영은 얼굴이 벌게져서 옷고름만 잡아당기고 있을 것 아니야? 그러니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 알았지?”


추하경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이미 남성을 잃은 지 오래된 석천의 목소리는 환관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지금 초상화를 가져와 그럴듯하게 정마협 흉내를 냈지만 목소리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석천과 두 시녀는 추하경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석천이 믿는 것은 정마협이 그곳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곽준, 그 놈이 없을 테니 문제가 생겨도 내가 공주마마를 모시고 튀면 그만이다.’


한참 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정의문 뒤편 계곡이었다. 가는 도중 석천은 추하경에서 수도 없이 가까이 있으라는 말을 반복했다.


“공주마마, 대신 제 부근에서 일 장 이상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그것만 약속하세요.”

“알았어, 약속해! 아이, 잔소리장이.”


계곡을 따라 가니 홍해객잔의 주인이 알려준 대로 마두들이 지키는 입구가 나왔다.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여기부터는 임기응변으로 해결해야 했다.

입구는 자칭 천지이괴라고 부르는 마두들이 지키고 있었다. 앞에서는 다들 그렇게 불러 주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부르는 것은 음양혼마였다.

이들은 정마협과 함께 복주까지 갔다가 돌아와 원래의 임무인 문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추하경이 전음으로 석천에게 말했다.


[저기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 것들이 문지기인 모양이야.]

[공주마마 조심하세요.]

[내 걱정 말고 석노대나 잘해.]


“이봐 천괴, 저게 뭐야?”


음혼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안개 속에서 사람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면사를 쓴 여인 셋이 있었고 그 사이에 정마협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음양혼마는 혼비백산하여 자세를 바로 했다.


“맹주다. 조심해라.”


겉으로는 정협의 화신처럼 행동하는 정마협인지라 여자가 생각나면 이곳으로 데려와 음탕하게 놀다가곤 했었다.


[내일이 결맹식이라며.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몰라. 괜히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가만있어.]


이제 그들이 가까이 오자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가장 앞에서 요염하게 몸을 꼬고 있는 여인은 천하절색이었다. 음양혼마도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네놈들 음양혼마 아니냐? 오랜만이네.”

“누구신지...”

“귀여운 새끼들. 왜 누님이 오랜만에 귀여워해줄까? 아, 음마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지? 내가 그런 것 잘하거든.”

“누님? 네 년은 도대체 누구길래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냐?”


아무리 봐도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것이 하는 말마다 버릇이 없었다. 생긴 것은 서시, 항아처럼 고운데 말하는 것은 저자의 왈패보다 더 거칠고 더러웠다.


“아이고, 귀여운 것들. 나? 니들 강보에서 똥오줌 못 가릴 때 무림을 활보하고 있었느니라? 왜 본녀의 별호가 궁금하니? 그럼 우리 조용한 곳에 가자. 그럼 알려줄게.”


[저거 완전히 미친년이다. 누군지 알겠냐?]

[나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를 알고 있고 이렇게 대담하다면 절대 어린년은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정기를 얼마나 빨아먹었으면 저렇게 피부가 곱단 말이냐?]


“험험!”


뒤에서 정마협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요녀로 가장한 추하경이 고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이고 변태새끼들. 나중에 누님과 보자. 당장은 이 분과 나눌 이야기가 있어요. 문 열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음양혼마가 고개를 조아리며 문을 열었다. 감히 정마협을 문 앞에 세워두고 요녀와 농지거리를 한 셈이었으니 자칫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판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좌우에 있는 미녀들이 정마협에게 폭 안기며 교태를 부렸다. 정마협은 거기에 홀렸는지 두 여인을 좌우에 끼고 그냥 들어갔다. 음양혼마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십 년은 감수한 음혼마가 양혼마에게 화를 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자칫하면 맹주 놈에게 죽을 뻔 하지 않았느냐? 어째서 그 놈을 세워놓고 그따위 수작을 했어!”

“저 미친 년 때문에 그렇지 뭐. 야, 너도 혼이 나가 있었잖아.”

“안개에 미친 거냐? 저 요녀를 보니 끌려갔다가는 몸에 있는 정기란 정기는 죄다 빼먹을 것같더만. 얼마나 기를 빨아먹었는지 피부 봐라.”

“나라고 그러고 싶겠냐. 그런데 봐라. 아이고 저것들 정말 죽이지 않냐?”


양혼마의 말에 음혼마가 뒤돌아보니 세 여인이 엉덩이를 흔들며 가는데, 이제껏 본 누구보다 더 요염했다.


“관둬라. 저렇게 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마두임에 틀림없다. 자꾸 쳐다보다 홀리면 조용한 곳에 끌려 가 기를 쫄딱 빨리고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

“쩝. 정말 대단한 요물들이야.”


추하경 등이 전대의 요녀인 줄 아는 음양혼마는 혹시라도 홀릴까 두려워 아예 문 밖으로 나와 버렸다. 높은 무공을 지닐수록 자신의 기운을 숨기는데 능숙했다. 음양혼마의 눈에 추하경이 정마협 곁에서 저렇게 태연자약한 것을 보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추하경 일행은 곧 동굴의 끝까지 나와 분지에 도착했다. 멀리 건너편에 또 다른 동굴이 보였다. 추하경이 눈짓을 하자 석천과 두 시녀가 따라왔다.

건너편 동굴에 가까이 가자 마두 하나가 석천을 정마협으로 알고 급히 뛰어 나왔다.


“맹주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 마졸들을 모두 모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석천 좌우에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었는데, 두 여인이 석천에게 비벼대자 석천은 짐짓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추하경이 앞에 나서 마두에게 말했다.


“맹주께서는 지금 네 놈에게 인사를 받을 상황이 아니다.”


추하경이 눈짓을 하자 마두는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누구신지...”

“앞에 있던 음양혼마들은 본녀를 보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치던데, 네 놈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온 게냐?”


그러자 겁이 난 마두는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요. 말씀만 하십쇼.”


지금 앞에 있는 요녀도 문제지만 정말 큰 문제는 뒤에서 여인들과 놀고 있는 정마협이었다. 그의 성정은 예측할 수가 없어서, 자칫하다가는 끌려가 목내이가 될 수 있었다.


“어서 들어가서 전가호란 놈을 이리로 끌고 오너라.”

“전가 놈을 말씀입니까요?”

“이놈이 두 번 말하게 하는구나.”


그때 음유한 기운이 마두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뒤에서 희희덕거리는 석천이 보낸 기운이었다. 그제야 화들짝 놀란 마두가 뛰어 들어가더니 전가호를 끌고 나왔다.


“지금 데려가야 하니 들 것과 위를 덮을 천을 가져 오너라.”


마두가 대령하자 두 시녀가 양쪽에서 들것을 들었다. 그러자 추하경이 석천의 팔짱을 끼고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대인, 이만 가시지요.”


석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녀들이 들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계곡 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한숨이 나왔다.


“어이구.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석천 고생했어. 봐.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공주마마, 어서 전대인을 모시고 안전한 곳으로 가야죠.”

“칫, 앵앵과 자영이 곁에 있으니 기분이 좋았지.”

“공주마마 갈 길이 멉니다. 어서 가시지요. 두 분도 어서 갑시다.”


대답이 궁색해진 석천은 앵앵과 자영을 재촉했다. 들것에 실린 전가영은 무엇에 취했는지 정신이 없었다. 추하경이 천을 들추고 얼굴을 확인했는데 너무 늙어버린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정마협이란 놈이 어쨌기에 아저씨가 이 모양이 된 거야?”

“아마 미혼약을 썼을 겁니다. 내일 결맹식에서 희생시킬 때 아무 소리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겠죠. 숨만 붙어 있게 만들었을 겁니다.”

“우리가 오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러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중으로 미룰 겁니다. 어서 안전한 곳으로 가서 전대인을 살펴 드려야 합니다.”


계곡 입구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가호를 마차에 싣고 마부석에 석천이 앉았다. 마차가 출발하고 계곡으로 희뿌연 안개가 휘돌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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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終章 二. +2 22.01.23 531 14 10쪽
92 終章 一 +1 22.01.22 509 12 13쪽
91 항룡유회(亢龍有悔) (17) - 1부 끝 +4 22.01.21 541 12 16쪽
90 항룡유회(亢龍有悔) (16) +2 22.01.20 466 14 11쪽
89 항룡유회(亢龍有悔) (15) +1 22.01.19 473 14 11쪽
88 항룡유회(亢龍有悔) (14) +2 22.01.18 451 14 11쪽
87 항룡유회(亢龍有悔) (13) +2 22.01.17 470 14 10쪽
86 항룡유회(亢龍有悔) (12) +2 22.01.16 478 14 11쪽
85 항룡유회(亢龍有悔) (11) +2 22.01.15 474 14 12쪽
84 항룡유회(亢龍有悔) (10) +1 22.01.14 501 15 11쪽
83 항룡유회(亢龍有悔) (9) +2 22.01.13 515 17 10쪽
» 항룡유회(亢龍有悔) (8) +1 22.01.12 523 14 10쪽
81 항룡유회(亢龍有悔) (7) +1 22.01.11 557 16 12쪽
80 항룡유회(亢龍有悔) (6) +3 22.01.10 550 15 11쪽
79 항룡유회(亢龍有悔) (5) +2 22.01.09 562 19 11쪽
78 항룡유회(亢龍有悔) (4) +3 22.01.08 584 18 10쪽
77 항룡유회(亢龍有悔) (3) +2 22.01.07 578 15 10쪽
76 항룡유회(亢龍有悔) (2) +2 22.01.06 601 14 11쪽
75 항룡유회(亢龍有悔) (1) +2 22.01.05 591 20 10쪽
74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12) +2 22.01.04 590 17 11쪽
73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11) +3 22.01.03 581 17 9쪽
72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10) +2 22.01.02 626 17 10쪽
71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9) +3 22.01.01 654 19 11쪽
70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8) +3 21.12.31 674 17 13쪽
69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7) +3 21.12.30 627 22 11쪽
68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6) +2 21.12.29 633 20 12쪽
67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5) +2 21.12.28 652 20 11쪽
66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4) +3 21.12.27 646 21 11쪽
65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3) +2 21.12.26 68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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