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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전지적 영주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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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sh
작품등록일 :
2021.11.10 17:38
최근연재일 :
2021.11.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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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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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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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1화.




할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나는 이상해졌다.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을 보게 되었고, 내 귀에 들릴 리 없는 소리들이 들렸다.


"으으······."


늘어난 정보의 수용.

현기증과 구역질이 올라오고 며칠을 고열로 앓아누웠다.

이것만 사라지길 간절히, 간절히 신에게 빌었다.

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천천히 내가 이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여길 무렵이었다.


-오, 헨리스!

-영주님께서는 참 이해가 안 가시는군요. 어째서 당신 같은 미인을 두고 다른 여자들에게 빠져 사는지······.

-흥. 그 남자 이야긴, 그만해요. 그보다 어서 들어와요. 최근엔 요한을 간호하느라고 하지도 못했잖아요.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사통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남자를 불러 자는 어머니의 행실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던 건 이어진 어머니와 그 남자의 대화였다.


-매일 여자들 사이에서 술만 마시는 양반이에요. 그런 자가 영주로 있으면 영지가 잘 돌아가겠어요?

-그 말씀은······?

-차라리 요한을 영주로 올리고 우리가 그 아이 대신 영지를 통치하는 것이 맞겠어요.


어머니가 아버지 독살을 계획했다.

그런데 이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 여편네가 기만 살아가지고 말이지. 계속 데리고 있어봐야 좋을 게 없겠는데······ 뭐 방법 없겠어?

-소신이 해결하겠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내게 들리고 보이는 것을 거짓으로 치부했다.


-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헨리스와 마님 사이의 부정에 대해선 다 알고 있습니다.

-······!

-헨리스도 역시 모두 실토했으니······ 어찌하시겠습니까? 고집을 피우시겠다면 소신도 마님의 명예를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되면 요한 도련님의 정통성까지 의심받을지도 모르겠군요.

-요한은 분명한 그 사람의 아이야! 그 아인 상관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님의 부정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는 모르겠군요.


그러니 지금 이루어지는 이 대화도 모두 거짓이어야 한다.

그냥 나의 망상··· 그래, 이것은 망상이다. 그러면서도 내 걸음은 다급히 어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무엇을······ 무엇을 바라는 것이요?

-자결하시지요. 그러신다면 마님의 명예는 지켜드리겠습니다.


어머니의 방문을 열었다.

이미 고인 피웅덩이 속에서 어머니는 본인의 손으로 단도를 목에 꽂아넣고 있었다.


"이런······ 도련님께서 왜 이곳에."


어머니를 협박하던 이가 내 눈을 가려주었다.

그 주름진 손이 가린 건 분명히 내 눈일 텐데······.

소용없었다.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의 손이 내 입과 코를 막은 것처럼, 숨쉬기만 힘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미쳐가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건만이 아니다.

이 영지 안에 있는 추악한 행위들은 더욱 넘쳤으니까.

그들의 더러운 생각까지 알게 되었을 때, 난 더 이상 이 영지에서 버틸 수 없었다.

영지를 떠났다.

그제야 머리에 보이고 들리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행복했다.

그러니 오랜만이었다.

이처럼 머리 한켠에 내가 보지 않고 듣지 않았던 장면이 재생되는 것은.


"······이번엔 과거인가?"


손에 들린 영지에서 온 편지.

그것을 쥐고 다 읽은 순간, 나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영주님께서도 그 자리에서 운명하시고 말아······>


내가 본 것은 배신으로 돌아가시던 아버지 모습이었다.

이처럼 지나간 일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답답해지는 가슴과 함께 막혀오는 호흡.

어머니의 죽음을 보았던 때 느꼈던 기분이 다시 치밀었다.

왜 이 힘은 또다시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순간을 내게 보게 만든단 말인가.

차라리 몰랐으면······ 그렇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외면할 수 있었을 것인데.


"······할아버지, 차라리 모르는 것이 축복은 아닐까?"


할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나는 영지의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저주였다.

아주 지독한······.


* * *



<영주는 영지의 모든 일을 알고 있어야 한다>


로덴베르크 남작령.

영주성 서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저 문구를 적은 액자가 달려 있다.

오랜만에 영지로 귀환한 요한도 서재 문을 열곤 이것부터 보았다.


"큭."


보는 순간 입구에 선 채 헛웃음이 나왔다.

중앙기사단의 숙소에서 자신이 홀로 궁상 떨며 던진 질문.


"이것이 할아버지의 대답이십니까?"


참 미묘하다.

자신이 그런 질문을 던질 줄, 이미 옛적에 아셨던 것일까.

하지만 또 우습기도 했다.


"본인은 지키지도 못했던 말을."


불경일 수 있는 말을 쏘아붙였다.

저 현판을 노려보던 요한은 영지로 와 첫 번째 지시를 내렸다.


"저거, 떼어버려."

"······불가합니다, 도련님."


돌아보지도 않던 요한에게 기척이 읽혀서일까.

한 번 움찔한 노신사께선 단호하게 거부했다.


"흥."


요한이 코웃음을 쳤다.

그가 거절하리란 건 이미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글귀는 국왕 폐하로부터 이 영지와 작위를 하사받으신······."

"할아버지가 직접 써서 저곳에 걸어두라고 명하신 거라고? 선조의 명령이니 아무리 내 지시라도 뗄 순 없고?"

"······알고 계시는군요."


선대가 후대에 남긴 유언과 같은 메시지.

이미 알고 있기에 그의 말을 가로챘다.

쓴웃음을 짓긴 하지만 이 노신사는 그 정도에 기분 상한 티는 내지 않았다.

실제로 기분이 나쁘지도 않을 거다.

그는 이 정도에 감정이 요동칠 정도의 하수가 아니었으니까.


"정작 당신께서는 가장 믿던 심복에게 배신당해 돌아가신 분이."

"도련님!"


조부를 모욕한다고 여겨서일까.

노신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뿐이었다. 이 이상 하급자인 그가 요한을 어찌할 순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경고인가?'


질책.

노신사는 그를 나무라고 있었다.

요한도 더 이를 파고드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게르뮈드 경도 할아버지의 신하였지?"

"부족하나마 초대가주님의 눈에 띄어 발탁되긴 했사옵니다."


그의 답변에 요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버지를 배신한 네니아 경도 할아버지 때부터 섬기던 원로가신이고 말이야."

"······!"


불길함을 느낀 걸까.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인 앞에서 요한은 또다시 아까와 같은 주제를 꺼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안목이었겠지. 배신자들만 주구장창 골라두었어."

"도련님!"


노인의 음성이 다시금 커졌다.

손을 들어 요한이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설마 게르뮈드 경도 날 배신하기라도 하려고? 아차. 그러고 보니 총관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호칭은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또한 소신이 도련님을 배신할 일도 없습니다. 총관이라는 자리 역시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반납하고 물러날 뿐이옵니다."

"흐응. 참 충직한 신하란 말이지, 경은."


요한이 드디어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했다.

'저주'를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육안으로 노인, 게르뮈드 준남작을 눈에 담았다.

영지를 떠나기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더 늙은 얼굴의 그.

충직한 말을 하는 그지만, 그를 보는 요한의 눈은 싸늘하게 식었다.


'어머니.'


지금도 이 사람의 협박에 부들부들 떨며 칼을 쥐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요한이 자신의 허리춤을 살살 매만졌다.


'아직, 아직이다.'


그때부터 자신은 그가 싫었다.

아니, 증오해왔다.


"직무반납은 됐어."


하지만 나오는 말은 그와 반대의 이야기였다.


"여자 끼고 술만 마시던 아버지 대신 정무는 모두 경이 보고 있다며? 그런 경을 내쫓았다가 영지가 마비되면 누가 감당하라고?"

"허허. 과분한 평가이옵니다. 이 노인네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 뿐, 일은 모두 밑의 사람들이 해왔으니 소신이 없다고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그 말에 요한의 입꼬리가 위험하게 올라갔다.

서늘한 빛을 띠는 요한의 눈.


"그래?"


재밌다는 듯 그가 노인, 게르뮈드 준남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단검 한 자루를 풀어 그의 앞에 던졌다.


푹.


"······?"


바닥에 그대로 꽂히는 단검.

의문을 표하듯 고개를 든 게르뮈드 준남작과 시선을 맞춘 채, 요한이 입을 열었다.


"나도 경과 같은 생각이야. 경 하나 없다고 이 영지가 마비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요한의 눈과 게르뮈드 준남작의 시선이 마주쳤다.


'살기! 위험하다!'


요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반대로 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했다.

그의 말대로 요한은 딱히 살기를 감추지 않고 있었다.


'잠깐, 저 단검은······!'

'역시 알아보는구나, 게르뮈드 경. 그래, 네놈이 어머니에게 던져준 그 비수다.'


게르뮈드 준남작과 마주친 시선.

요한은 이를 통해 그의 생각을 읽어갔다.

그랬다. 그는 눈이 마주친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이 저주 때문에.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지키지 못했어. 이대에 걸쳐 주인을 지키지도 못한 무능한 신하잖아, 경은."


요한은 이어서 그를 비난했다.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등을 돌렸다.


<영주는 영지의 모든 일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요한이 가장 싫어하던 말이다.

그러나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알았다.

아버지를 죽인 것 역시 네니아 경이 아닌 바로 이 사람인 것을.

그래서 돌아와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그의 뜻대로 되게 둘 순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네 명예는 지켜주마. 죽어라, 게르뮈드 경."

"······!"

.

11년 전, 그가 어머니에게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작가의말

두근두근 떨리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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