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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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대디베어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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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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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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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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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왕국 무투 대회 (13)

DUMMY

"분명한 건 원기는 아니라는 거야."


톨반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 자리한 모두가 같은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경기의 시작과 함께 상대를 향해 달려든 트로반이 거대한 대검에 검기를 덧씌운 채 휘둘렀지만, 상대는 공격을 왼손에든 방패를 활용해 가볍게 흘려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트로반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파산격>으로 인해 대검의 약점 중 하나인 공격과 공격 사이의 빈틈을 줄인 트로반이었기에 공격이 실패한 순간, 다음 공격을 연계하려 했다.


슈페리올급에 오른 투사이기에 가능할 정도의 중심이동이었지만, 트로반은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다.


찰나에 불과한 그 틈을 비집고 상대의 공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대의 공격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트로반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낸 상대는 좌수에는 방패를, 우수에는 철퇴를 든 기사였다.


트로반의 빈틈을 노린 기사의 공격은 원기를 무기를 덧씌워 파괴력을 높이는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빈틈을 발견하고 공격을 펼치기까지 찰나의 시간이었음에도 기사의 철퇴에는 엄청난 힘이 모여들었다.


원기와는 너무도 다른 신성함이 느껴지는 기운.


황금색으로 빛나는 기사의 철퇴가 비어있는 트로반의 허리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지켜보던 모두가 보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철퇴를.


기사가 들고 있는 철퇴와 같은 형태의 빛의 철퇴가 생성되자마자 트로반의 허리를 강타하는 모습을 말이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트로반의 흉갑이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고 흉갑으로 보호하던 갈비뼈들이 우수수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한 합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트로반이 너무나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크으윽. 엄청난 공격이군. 혹시 성기사인가?"


투구를 눌러써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상대 기사에게 고통에 신음하던 크로반이 물었다.


전쟁의 신이자 욕망의 신인 샤트로닐을 숭배하는 샤트로닐 교단은 강력한 성기사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신을 믿음으로써 높아지는 신앙으로 신의 힘인 신성력을 빌려 쓸 수 있는 권능.


그들이 가진 권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치유와 정화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신성력이라는 힘은 샤트로닐 교단에서는 파괴라는 단어로도 통용되고 있었다.


전쟁의 신답게 샤트로닐의 교리는 악의 무리에게 신을 대신해 철퇴를 휘두르라 가르치고 있었고 그 신벌의 수단으로 신성력을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트로반은 용병 생활을 하며 마주친 적이 있는 샤트로닐 교단의 성기사가 떠올라 눈앞에 있는 상대를 성기사라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옆구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상대는 자신의 물음에 답이 없었다.


투구 속으로 보이는 눈은 웃고 있는 듯 보였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겨우 몸을 일으킨 트로반이 자신의 대검을 들어 올렸다.


상대가 누구든 결투가 시작되었으면 끝을 맺어야 하기에 트로반이 자신의 무기를 고쳐 쥐었다.


"오래 끌지는 못하겠군. 전력으로 가겠네. 파산광격!"


트로반의 대검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는 대검으로부터 강력한 힘이 담긴 검기가 휘몰아쳤다.


제프의 <파산격>과 자신이 수련한 <광란격>의 장점만을 모아 완성시킨 <파산광격>이었다.


미친듯 휘몰아치는 광란의 약점인 검기 하나하나의 힘을 산을 부수는 거력이 깃든 검으로 보완한 검술이었다.


대검으로 펼치는 연환공격.


심각한 상처을 입은 상태에서도 트로반의 검술은 한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대지의 심판!"


트로반이 펼친 <파산광격>을 보며 기사의 철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전보다 더욱 거대한 철퇴가 황금빛을 내며 생성되었다.


그리고 완성된 황금빛 철퇴가 트로반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구구궁.


황금빛 철퇴가 떨어진 경기장 바닥은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말았다.


그 구덩이 중심에는 사지를 벌리고 뻗어있는 트로반이 있었다.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는 트로반을 향해 <실레스틴 기사단>의 기사들이 달려갔다.


"생존 확인."


"확인!"


기사들은 트로반의 생사를 먼저 살폈다.


"확인 완료. 생존!"


"호송하라."


"호송!"


기사들이 병사들을 지휘해 정신을 잃은 트로반을 치료원으로 호소했다.


경기장에 홀로 남은 기사에게 관중의 환호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단 두 번의 격돌에 트로반이 패배했다?"


"저 기사 너무 강하네요."


관리의 안내를 받아 퇴장하고 있는 기사를 바라보며 카일이 놀라움과 함께 의문 가득한 시선을 보내자 미첼도 자신의 감상을 전했다.


"샤트로닐 교단 소속인가?"


"루펜에게 확인해 보라고 할게요."


"그래.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무투 대회에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으니 사전에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정말 샤트로닐 교단 소속의 성기사라면, 무투 대회에 출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카일은 생각했다.


물론 조사의 목적은 우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승의 과정에서 샤트로닐 교단이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를 위해서였다.


동서로 나누어진 에트로카 대륙의 동부는 전쟁과 욕망의 신 샤트로닐을 국교로 삼은 나라가 대부분이었다.


동 에트로카에서 자이탄 성국과 교단이 가진 권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카일은 신경이 쓰였다.


"저 성기사에 대해서는 루펜이 조사할 테니, 우린 트로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자고."


"네. 주군. 제가 앞장설게요."


카일과 미첼이 <영검단> 조장들을 이끌고 치료원으로 향하자 남겨진 두 사내, 톨반과 테일런이 서로 바라보았다.


"달리 할 일도 없습니다."


"나도 그렇다."


두 사내 역시 카일을 따라 치료원으로 향했다.


카일 일행이 떠난 경기장은 3일 차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마지막 경기에서 또다시 이변이 생겼다.


카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였지만, 삼대 세력, 특히 다닐로 후작의 중도파에게는 엄청난 변수가 아닐 수 없었다.


힘들여 키운 인재 중 한 사람인 상급 기사가 드라고를 만나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방패 대신 거대한 완갑인 <백룡갑>을 착용하고 망치를 무기로 사용하는 드라고에게 중도파의 상급 기사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백룡갑>으로 막고 망치로 후려치는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망치에 담긴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2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덩치의 드라고가 타고난 신력으로 휘두르는 망치에는 사기가 주축이 된 원기까지 덧씌워져 있어 상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망치에 가격당한 방패와 갑옷이 부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옷이 삭고 피부마저 회색 반점이 올라오며 시들어 가는 것에 공포를 느낀 상급 기사는 결국 드라고의 망치질에 곤죽이 되어 실려나가고 말았다.


드라고의 승리를 마지막으로 본선 1차전 3일 차의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본선 1차전의 4일 차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림자의 검> 용병 길드에서는 요나스가 마지막 16경기에 출전했다.


예선 경기에서 정령과 술법이라는 화려한 경기 내용을 보여 주었던 요나스였기에 또 한 번 화려한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중의 기대가 뜨거운 경기였다.


요나스의 상대는 공작파에서 출전시킨 상급 기사.


기사의 장검에서 쉴 새 없이 검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요나스를 직접 타격할 수가 없었다.


사령술로 생성한 방패, <귀혼갑>을 부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원기가 고갈될 때가지 검기를 내뿜던 상급 기사는 마지막 순간 펼쳐진 에리나의 고유 기술 <사령의 칼바람>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휘몰아 치는 바람 속에 숨어 있는 칼날은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몸을 보호할 원기 한 줌 남아있지 않던 상급 기사의 전신 갑옷은 처참하게 부서졌고 드러난 기사의 몸은 칼날을 숨긴 바람에 유린당하고 말았다.


트로반의 탈락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5명의 본선 참가자 중 4명이 2차전에 진출한 <그림자의 검> 용병 길드의 간부와 조장들은 셀린느 공주가 마련해준 왕도 2지역의 작은 저택에서 조촐한 연회를 즐겼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왕국에 그림자의 검과 영검단의 명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하하."


"주군을 만난 건 제 생애 최고의 행운이에요. 호호."


간부들과 조장들이 돌아가면 카일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낯간지러운 시간이 흐르고 카일이 입을 열었다.


"이제 대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길드의 거점이 될 영지를 손에 넣어 보자. 물론 준우승과 3위, 4위에게 수여될 포상도 모두 우리의 차지다. 크흐흐."



본선 1차전의 16경기가 4일간 진행되었고 하루의 휴식일을 가진 후 2차전 경기가 진행되었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16명의 참가자가 이틀에 걸쳐 일대일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2차전의 1경기는 1차전 1경기의 승자인 카일과 2경기의 승자인 공작파 소속의 상급 기사가 벌이게 되었다.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경기장에 등장한 공작파의 상급 기사는 페트리온 공작의 기사 중 하나였다.


공작으로부터 작위를 받지는 못했지만,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무투 대회의 대표로 선출된 젊은 인재.


"소문이 자자한 귀영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영광이로군."


"누구···?"


경기를 진행하는 왕실 관리의 소개를 들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태도를 보이는 카일의 모습에 기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페트리온 공각 각하를 모시고 있는 상급 기사 크로카브다."


"아! 공작가의 기사였어? 이거 잘 보여야겠어? 남부에서 길드를 운영하는 처지이니 말이야."


공작가의 기사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크로카브의 눈에는 너무도 가벼워 보이는 카일에게서 강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문이 과장된 것이군. 그저 운 좋은 용병일 뿐인 것을···."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는 이미 들린 지 오래.


크로카브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대검을 내리며 공격을 준비했다.


"운이 좋은 건 그쪽인 것 같은데? 무투 대회가 아니었다면 목 위에 있는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테니까."


"그 입을 뭉개주마."


"할 수 있다면 어디 한번 해봐."


카일은 크로카브라는 이름 없는 공작가 기사를 오래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빠르게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은 카일이 먼저 크로카브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반인은 눈으로 좇지 못할 쾌속한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힌 카일은 자신의 허리를 가르기 위해 횡으로 휘둘러지는 크로카브의 대검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준비한 공격을 펼쳤다.


"혹한지옥!"


콰드드드득.


경기장 가운데, 크로카브와 카일을 중심으로 얼음의 대지가 펼쳐졌다.


얼어 붙은 것은 경기장만이 아니었다.


관중석도 함께 얼어붙었다.


슈페리올급 상급 기사를 한순간에 얼려버릴 만큼의 강력한 냉기의 여파가 경기장을 넘어 관중석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전투의 경험으로 슈페리올급 투사들은 <혹한지옥>으로 목숨을 빼앗지 못한 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일이 부담 없이 공격을 펼쳤고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생사결의 전투였다면, 크로카브의 좌측 가슴을 향해 <충검>을 펼쳐 심장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장이 아닌 무투 대회의 경기장.


카일의 선택은 <탄검>이었다.


<흑백쌍영검>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검은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기운을 압축해서인지 평소보다 거대해진 검은 구체를 잠시 바라보던 카일은 얼어붙은 크로카브가 냉기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자 준비했던 공격을 펼치곤 거리를 벌렸다.


콰과광!


카일의 모습이 크로카브의 곁에서 사라지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크로카브의 전신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두 개의 검은 구체가 폭발한 위력은 엄청났다.


얼음에 속박되어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동작도 취하지 못한 크로카브는 카일의 <탄검>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폭발로 인해 전신을 속박한 얼음이 부서지고 뒤이어 압축되어 있던 검기들이 크로카브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이어진 충격파에 퉁겨져 날아가는 크로카브.


그의 신형이 관중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슈페리올급 상급 기사이자 페트리온 공작가의 기대주인 크로카브의 패배가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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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제145화. 왕국 무투 대회 (17) +1 22.05.02 50 1 13쪽
144 제144화. 왕국 무투 대회 (16) +1 22.04.29 40 1 12쪽
143 제143화. 왕국 무투 대회 (15) +1 22.04.27 47 1 12쪽
142 제142화. 왕국 무투 대회 (14) +1 22.04.25 46 1 12쪽
» 제141화. 왕국 무투 대회 (13) +1 22.04.22 53 1 13쪽
140 제140화. 왕국 무투 대회 (12) +1 22.04.20 46 1 12쪽
139 제139화. 왕국 무투 대회 (11) +1 22.04.18 50 1 13쪽
138 제138화. 왕국 무투 대회 (10) +1 22.04.15 52 1 13쪽
137 제137화. 왕국 무투 대회 (9) +1 22.04.13 53 1 12쪽
136 제136화. 왕국 무투 대회 (8) +1 22.04.11 50 1 12쪽
135 제135화. 왕국 무투 대회 (7) +1 22.04.08 51 1 12쪽
134 제134화. 왕국 무투 대회 (6) +1 22.04.06 58 1 13쪽
133 제133화. 왕국 무투 대회 (5) +1 22.04.04 64 1 12쪽
132 제132화. 왕국 무투 대회 (4) +1 22.04.01 69 1 13쪽
131 제131화. 왕국 무투 대회 (3) +1 22.03.31 68 1 13쪽
130 제130화. 왕국 무투 대회 (2) 22.03.28 68 0 13쪽
129 제129화. 왕국 무투 대회 (1) +1 22.03.25 71 1 13쪽
128 제128화. 영지전 (13) +1 22.03.23 78 1 12쪽
127 제127화. 영지전 (12) +1 22.03.21 73 1 12쪽
126 제126화. 영지전 (11) +1 22.03.18 76 1 12쪽
125 제125화. 영지전 (10) +1 22.03.16 76 1 12쪽
124 제124화. 영지전 (9) +1 22.03.14 7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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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제121화. 영지전 (6) +1 22.03.07 80 1 12쪽
120 제120화. 영지전 (5) +1 22.03.04 7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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