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비선실세가 권력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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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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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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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2.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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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여기군.”


나는 지금 한국 대학교 근처의 상가에 와 있었다.

지난번 내가 단일회 사무실을 탈탈 털어 보안에 위협을 느낀 남경호에게 직접 구해다 준 사무실이었다.

언젠가 내가 단일회 사무실을 또 털어야 할지 모르니, 내가 완벽히 개입하는 편이 나으니 직접 구했었다.

그때 대강 구해놓고는 다시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구색은 다 갖춰 놨네.’


단일회라는 세 글자만 박아놓은 큼지막한 나무 현판이 그렇게 꼴사나울 수가 없었다.

나는 속으로만 한숨을 삼키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어?”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에서, 남경호는 소파에 눕다시피 앉아 다리를 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남경호는 불안과 짜증을 뒤섞어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왜 그래?”

“···너무 오래 걸려. 도대체 언제까지 미룰 셈이야? 파티나 쏘다닐 시간에 일해야지, 일을···. 투자가 결국 성사되기 직전이란 말이야!”


‘투자하라지.’


장명자의 돈을 받으면 결국 남도허에게 타격일 갈 테니,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책임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그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괜찮아. 곧 해결될 테니까. 그리고 그 파티도 결국 일 처리하러 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람들한테 그 투자 받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는 했어?”

“······.”


남경호는 말없이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안 한 건가?


스택을 쌓아 놔야 결정타를 날리는 게 효과가 있는 건데.

내가 불안하다는 듯 바라보자 남경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했어. 그리고 미친놈 취급이나 잔뜩 받았지.”

“잘했어.”


나는 씩 웃었다.

지금은 남경호가 불만스러워하겠지만,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게 곧 집안에서의 남경호의 입지를 올려줄 것이다.


남도허는 장명자가 구속된 뒤엔, 좋든 싫든 남경호가 경고했던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 남경호가 생각보다 더 혜안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가 뒤따라올 테고. 남경호의 입지는 더 올라갈 것이다.


남경호의 입지가 올라가면 그가 나를 더 믿게 되겠지···.


“여태까지 해온 게 있어서 믿긴 하지만, 오늘 안으로 결과가 안 나오면, 알지?”


임 검사가 분명 오늘이라고 했다.

그는 며칠이라는 시간을 내가 확보한 증거의 팩트 체크를 위해 사용했고, 또 며칠이 지나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 당신이 뭘 얻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전화선 너머로 임 검사의 불퉁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고지식한 검사는, 몇 번이나 확인했으면서도 이런 식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나는 보채는 남경호를 간단하게 달래고 사무실의 텔레비전을 틀었다.

쓸데없이 고가의 컬러 TV를 들여놓은 놈은, 뉴스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 속보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상 최대의 금융 사기범이 구속되었습니다. 피의자는 장명자와 이철훈 부부로···.


“저, 저 여자가 왜···!”


TV 화면 속에서 죄수복을 입고 입건되는 장명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경호의 시선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눈 속에는 감출 수 없는 희열이 엿보였다.


“말했잖아-.”

“서, 서태혁!”

“- 믿으라고.”


겨우 남경호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을 때, 나는 확신했다.

남경호는 이제 나를 쉽게 버릴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여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나는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능력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내가 그의 아버지를 베기까지는 그는 나를 믿어야만 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검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이.



*



“태혁이 왔니?”


집에 돌아가자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손에는 멜론과 포도 등 온갖 과일이 가득한 접시를 들고 있었다.


“저녁은 먹었지? 자, 이리 와. 너 좋아하는 멜론 먹자.”

“네.”


사실 멜론보다는 포도가 더 좋아하지만, 이전의 서태혁 입맛인 것 같았다.

거실로 가니 이미 서 의원이 앉아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서 의원은 언제나 그랬듯 무심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최현준이 다각형 MT에 낀 이상, 시간문제인데.’


아무래도 기지촌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 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말 없는 두 남자 사이에서 서태혁의 어머니는 혼자 말을 늘어놓았다.

적당히 대꾸하며 포도를 집어먹고 있었다.


역시, 멜론보다는 포도였다.


“그런데, 태혁아. 아까 아버지한테서 전화 왔는데.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직접 받을 수 있었겠다. 너 없다고 하니까 말 전해달라셨어.”

“할아버지께서요?”


나중에 또 보자던 강 회장이, 벌써 연락을 넣은 건가?

조금 들떴건만, 기다리던 소식과는 조금 다른 소식이었다.


“일전에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잖니, 감사 인사 전해달라더라.”

“감사 인사를?”


서 의원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이번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 금융 사기 사건 있잖아요? 그거 우리 태혁이가 예측하고서는 사람들한테 경고했다지 뭐예요? 그거 듣고 대비한 사람들이 손해를 줄였다고 아버지한테 인사를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대신 인사 받았으니 전해달라고 했어요.”

“······참이냐.”


서 의원은 약간 당황했는지 내게 되물었다.


‘아직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 같군.’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서 의원에게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답은 하나였다.

할아버지가 사람들 단속하는 노하우가, 서 의원보다 한 수 위라는 뜻이겠지.


속으로는 많은 계산을 마쳤으면서도, 나는 천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저 권력에 빌붙는 이들과의 거래는 위험하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인걸요. 제 덕분에 손해를 줄였다는 말씀은 과한 칭찬인 것 같습니다.”

“······.”


서 의원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지만, 뭐 어쩌겠나.

이미 그날의 진실은 그가 알 수 없는 바깥의 영역인 것을.


“우리 태혁이, 잘 컸어! 그럴 줄 알았으면 아빠가 오지 말라고 했어도 갈 걸 그랬네. 우리 태혁이가 파티에 있는 모습을 내가 봤어야 하는 건데···. 그나저나 아빠도 참, 애를 언제까지 치마폭에 싸서 기를 거냐고 하셨으면서 더 심하시다니까.”


나는 할아버지가 팔불출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포도를 입에 넣었다.

단순히 지인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보기에는 과하게 화려한 감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버지가 태혁이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

“예?”


재벌들의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이제 곧 여름 방학이잖니?”


그러고서는 서태혁의 어머니는 서 의원의 눈치를 살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설마?


“할아버지는 후··· 후계자 교육을 지금부터 하면 어떨까 하시더라고. 물론 태혁이 네 의사에 따르겠다고 하셨어.”

“후계자? 하명 그룹의?”


반문한 것은 내가 아니라 서 의원이었다.

아들의 일을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의 목소리엔 조금 불쾌감이 묻어 있었다.


“여보,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하지만 사내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한 건 당신이잖아요?”

“···네 생각이 중요하지.”


서 의원은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서 의원의 교육 재단을 물려받을지, 하명 그룹을 물려받을지 지금 결정하라는 건가?


‘당연히 재벌이지.’


누가 봐도 뻔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 당장 재벌 후계 교육을 시작하기에는 걸리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기지촌이며 남도허를 향한 복수까지.

이 모든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는 어디 한 군데에 매일 생각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여름 방학에 계획을 세워둔 게 있어서요. 할아버지께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릴게요.”

“그럴래?”


하이톤의 목소리에서 안도감이 묻어났다.

당장 아버지와 남편이 아들을 두고 갈등하는 걸 보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녀는 좀 더 마음 편히 수다를 늘어놓았다.


“태혁이 네 여름 방학 때쯤엔 느이 아버지랑 엄마랑은 양주로 돌아가려고. 아버지 국회의원 일 때문에 근학 재단 일은 살펴보기 어려우셔서, 이번에 시간 내서 일 돌보신다고 하셨어. 혼자 서울에 있어도 괜찮겠니? 아차, 내 정신 좀 봐.”


좀 더 편안해진 분위기에 포도를 한 알 더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을 때, 느닷없이 화살이 내게 날아왔다.


“태혁이 네 여름 방학 계획이 뭔지부터 물어봐야겠지?”

“······계획이요?”


나는 간신히 포도알을 삼켰다.

입안 가득했던 달콤한 맛이 씁쓸하게 뒤바뀌었다.


‘기지촌.’


그래, 더는 피할 수 없는 고백이었다.

다각형에게도, 서태혁의 부모님에게도.


“사실, 이번 여름에 저도 양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사실을 말하는 내 입술이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내 두 눈은 서 의원의 반응을 놓칠세라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었다.



*



“나, 살면서 승용차 처음 타 봐···.”


정은하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곽석구가 옆에서 킥킥대며 웃었다.


“촌티 내기는.”

“뭐야, 그러는 석구 씬 타본 적 있어요?”“뭐, 오토바이는 많이 타 봤지. 그리고 석구 씨가 뭐냐? 씨가.”

“그놈의 오빠 소리, 지겹지도 않나 봐.”

“야! 내가 두 살이나 많잖아!”

“아 몰라요. 성씨가 다른데 왜 오빠래? 그리고 나 첫째거든요?”


첫 MT라 그런지, 다들 신나서 티격태격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시끄럽다고 생각했을 둘의 이야기마저 나름 유쾌해 조수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송채린이 내 뒷목을 콕콕 찔렀다.


“태혁아, 너 결국 현준이 떼어 놓고 왔어?”


차 안에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네 명만 타고 있으려니 불안했나 보았다.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정이라도 든 건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가는 곳은 동두천 인근의 아버지 별장입니다. 최현준은 동두천 사람이라, 방학하자마자 먼저 올라갔습니다. 아마 거기서 바로 합류할 겁니다.”

“와, 별장이래. 그런 말 하는 거 경호 이후로 처음 들어 봐.”


송채린은 신기했는지 키득거렸다.

나도 뭐, 별장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으니까.


차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도착하자 처음엔 신기해하며 창밖만 바라보던 정은하와 송채린도 잠이 들어 버렸다.


“일어나세요. 도착했습니다.”

“으음···. 도착했어?”

“이야··· 대장, 진짜 대박이네.”


곽석구는 차창 너머의 별장을 보고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처음 왔을 때 표정 관리가 어려웠으니까.’


서 의원의 별장은, 별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아쉬울 지경이었다.

인적 드문 산속에 흰색 벽돌로 지어진 흰 벽돌집이, 뒤편의 푸른 숲과 너무나 조화롭게 어울렸다.

그리고 건물이 마주 보는 곳에는 커다란 호수까지 있어, 어딜 보더라도 아름다운 자연이 한눈에 보였다.


“왜 이리 늦게 왔어.”


미리 도착해 있었던 최현준이 불퉁한 얼굴로 조수석 문을 거칠게 열었다.

차의 문이 열리자,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러다 고기 다 타겠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뒷좌석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곽석구가 나왔다.


“그러면 안 되지. 얼른 고기부터 먹자고.”

“···촌년 티 내지 말라더니. 지가 더 하네.”


곽석구는 분명 정은하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숯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와. 너, 고생 진짜 많았겠네.”


최현준은 그저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지만, 그가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한 지 느껴졌다.


불판에 올라온 고기 양은 많지 않았으나, 천천히 익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올라오는 차 소리를 듣고 불판에 올린 것 같았다.

치이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고기의 소리가 산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섞여 입맛을 돌게 했다.


“소고기는 빨리 타니까 일부러 안 구웠어. 이것부터 먹고 소고기 올릴게.”


서 의원에 대한 충성심이 나에게 오지는 않았겠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의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다.”

“일 잔뜩 떠넘길 땐 언제고, 너답지 않게 고맙기는.”


최현준은 내 인사를 가볍게 넘기고는 불판 앞으로 향했다.

온갖 불평불만은 다 하면서도 남을 챙기는 일에 익숙한 그였다.


“괜찮아? 힘들면 내가 구울게.”

“괜찮습니다. 은하 선배도 드세요.”

“태혁아! 현준이 고기 진짜 잘 구워!”

“얼른 와서 먹어, 대장!”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늘 밤, 기지촌 이야기를 털어놓을 생각이었으니까.


‘제발, 내일도 이렇게 웃을 수 있기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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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 ur***
    작성일
    21.12.26 20:02
    No. 1

    뒷내용이 넘 궁금해여... 작가님 해피한 연말 보내세요(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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