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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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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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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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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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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1)

DUMMY

[마법사로 여기까지 한다는 게 정말, 정말 대단했습니다만, 김정우 선수 안타깝게도 여기 까집니다.]


‘아 씨발’


듣고야 말았다.


여기까 집니다. 저 소리 안 들으려고 일부러 장비 챙기는 척 늦게 나왔는데.


부스 문을 열자 들리는 캐스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대기실로 내려갔다.


마라톤을 뛰고 나면 이런 기분일까?


끝까지 쭉 짜내진 치약처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탈진 상태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이 벌벌 떨려서 난간을 부여잡고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겨우 도착한 대기실 문틈 사이로 팀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미친. 마지막에 평타 한대만 더 넣었으면 잡는 건데.


-그럼 뭐 달라져? 어차피 30분 컷이었는데.


-그래도. 언제 한번 저런 애들이랑 해보나 싶어서 그러지. 이번에도 솔직히 김정우 빨 이었잖아.


-너는 프로라는 새끼가.


-내년에 김정우 fa로 나가면, 너 여기 다시 올 자신 있냐?


-말이라고. 당연히 없지.

-그러면서 무슨.

-나가려나?

-아마?


-일 년만 더하지. 올해 존나 행복했는데.


더는 들어주기가 힘들다.

확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놀란 표정의 팀원들.


얼굴을 마주치기도 싫다.

이 새끼들 좆같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떠올라서.


발을 거의 끌다시피 하면서 구석에 있는 소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평소 같으면 감독님이 올 때까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을 테지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알게 씨발 뭐란 말인가.


어차피 우린 끝났는데.


소파에 드러누워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형광등의 빛.


감은 두 눈 아래 이리저리 움직이는 은색 음영 사이로 조금 전의 경기가 떠오른다.


방금 나는 내 프로 인생에서 가본 적 없는 위치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더 게임 월드 챔피언십 8강.


우리는 미국에서 올라온 팀 ETX에게 3:2로 졌다.


애초에 성립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매번 7~8등을 전전하는 하위권 팀이었으니까.


상대는 매번 월즈에 진출하는 북미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수위권 팀.


사전에 해설, 캐스터,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승리 예측에서도 우리는 한 표도 못 받았다.


ETX의 4강 진출을 기정사실화 한채,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팀과 전력을 비교하는 글들이 커뮤니티에 엄청나게 올라오기도 했다.


그게 승부욕에 더 불을 붙였던 것 같다.


지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런 모든 기대를 박살 내버리고 싶었다.

커뮤니티 메인을 온통 내 얼굴로 도배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패패승승패.


아쉬움조차 남지 않는다. 아쉬움이라는 건 전력을 다하지 못했을 때나 드는 감정이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


누군가가 눈치 없이 TV를 켠 모양이다.


경기 후에 하는 전문가들의 분석 방송이 티비를 타고 흘러나왔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소년가장 김정우가 오늘은 팀을 구해내는 데 실패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단했죠?]


[네.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3, 4경기에서는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 선수 이상의 마법사 플레이가 가능한가 이런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네. 정말 말도 안 되는 포지션에서 말도 안 되는 딜링이었거든요?]


[사실 팀 밸런스로 보면 7:3 정도로 ETX가 유리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었는데, 교전만 일어났다 하면 자꾸 ETX가 진단 말이죠?]


[그게 이런 장면들 때문이거든요? 보시면 그냥 마법사들같이 뒤에서 거리 재다가 때리고, 김정우 선수는 이런 거 안 합니다.]


[아니 탱커보다도 앞에 있어요. 상대가 다섯이서 뭉쳐있는데, 그냥 우격다짐식으로 밀고 들어가요.]


[그냥 아차 하면 죽는 거거든요? 마법사 체력 해봐야 얼마 된다고.]


[그게 다 피지컬에 자신이 있으니까 나오는 행동이죠. 속으로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스킬써! 나한테 써!]


[여기도 보시면 참다 참다 못해서 therurge 선수가 대지 강타를 쓰거든요? 그런데 바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블링크. 이어서 바로 헬 플레임. 좌측에서 들어오는 평타 피하고, 완드로 팬시브 1타. 차폐로 날아오는 스킬 흘려주고요. therurge 선수 스킬 쿨타임 돌아오니까 다시 탱커 뒤로 리 포지셔닝. 그리고 파이어 버스트.]


[이게 이게 참. 말은 쉽죠. 초근접거리까지 들어가서, 상대 스킬 보고 블링크로 피하고 시전 안끊기게 유지하고 있다가 바로······ 아니다 말도 어렵네요.]


[그런 김정우 선수도 5경기쯤 되니까 다소 지친 기색이었어요. 그렇죠?]


[네.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부터 김정우 선수가 메인 오더도 같이 보기 시작했거든요. 체력부담이 아무래도 있을 수 밖에 없죠]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런 선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캐릭터 이해도도 높아 피지컬도 좋아. 소규모 교전이나 한타 각도 잘 보고, 심지어 메인 오더까지.]


[예전에 야구 선수도 그런 투수가 있었죠. 수비 믿지 마라, 니가 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져라. 수비 실수가 아니라 삼진을 던지지 못한 네 잘못이다. 아마 김정우 선수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팀 선수들에게는 뼈아픈 말이 되겠는데요.]


[오늘만큼은 그런 소릴 들을 만 하지 않을까요. 탱커도 아니고 마법사가 메인 오더까지 볼 정도면, 팀원들은 어떻게 보면 참 반성해야 해요.]


[그 짐을 다 지고 5경기까지 온 거 자체가 김정우 선수 정말 대단한 거예요. 제가 선수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휴, 엄두도 안 나네요.]


[마지막에도 사실 김정우 선수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김정우는 할 거 다했어요.]


[그렇습니다. 본대 놔두고 잠시 파밍하러 간 사이에 나머지 넷이 걸려버리면 아무리 김정우라도 그건 방법이 없죠.]


[원맨 캐리, 원맨 아미의 판타지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아쉽게도 김정우 선수의 도전은 여기까 집니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겠죠? 이제 김정우 선수 fa로 나오니까요.]


[그렇습니다. 나이도 23. 프로게이머로서 제일 어떤 피지컬이나 감각이 극에 달해 있을 때거든요. 현재팀에 남을 수도, 떠날 수도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할지 참. 올해 팀을 스토브에 머리 아프겠어요.]


FA 이야기가 나오자 황급히 TV 꺼지는 픽-하는 소리.


타이밍에 맞춰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감독님이겠지.


나는 자세를 고쳐 소파에 앉았다.


커다란 덩치에 사람 좋아 보이는 감독님은 게임을 졌는데도 크게 분한 기색이 없었다.


“분위기 왜 이래? 어디 초상났어?”


“···아뇨. 너무 아쉽게 져서요.”


감독님은 허허하고 웃더니 의자에 앉아 말을 이었다.


“아쉽다. 나도 아쉬워. 하지만 수고했다. 감독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사실상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거였어. 풀세트 채운 것만으로도 잘한 거야.”


“그런···가?”


조금 띄워주자 바로 침울했던 가면을 벗어 던지는 꼴이라니. 참.


감독이 그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다.


“그래.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거야.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 월즈 발이라도 들여보고 싶어 하는 선수가 어디 한둘이냐. 그래도 우리는 8강까지 왔잖아.”


이제 완전히 풀린 표정의 팀원들을 보고 감독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라. 너네 잘했어. 진짜야.”


“네!”


“···알겠습니다.”


“그래. 마 이 정도면 잘했다 아이가.”


“그래!”


지랄들 나셨네.

한참 그렇게 서로 패배의 상처를 대충 핥아주고 나자 감독이 해산을 명했다.


“피곤할 텐데 다들 숙소 들어가서 쉬어. 한국 들어가는 비행기는 4일 뒤 니까 며칠 쉬면서 관광도 하고.”


“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아 참 정우는 잠깐 나 좀 보고 가라. 피곤한데 미안해.”


우리 팀 선수들은 오리 새끼마냥 코치를 따라 줄줄이 대기실을 떠났다.


감독님은 나가서 선수를 나가는 걸 지켜보더니, 대기실 문을 닫고 다시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미안하다. 화 많이 났냐?”


조금 전에 뱉은 말에 대한 사과일까,


아니면 팀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사과일까.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이젠 끝난 경기다.


패배에 들끓던 마음은 티비에 나오는 패널들의 분석을 듣는 동안 어느새 착 가라앉아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


“지금은 100%까진 아닌데, 괜찮아지겠죠. 오늘 처음 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


감독님의 시선이 나에게서 떨어지더니 멀리 대기실을 쭉 훑는다.


마치 새삼스럽다는 것처럼.


“갈 거냐? 다른 팀으로.”


“모르겠어요. 아직. 이제 막 경기 끝났는데요 뭐.”


감독이 잠시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치다가 말을 이었다.


“이거 대외빈데······ 우리 투자받는다. 적은 금액 아니야. 글로벌 파운더리 ESPK알지? 거기서 스폰 하기로 했어. 너만 원한다면 너 빼고 전부 바꿀 수도-”


“감독님······ 아니 형.”


“어. 어?”


“저 지금 탈진하기 직전이에요. 다음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


“그··· 그래? 그래.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야지. 다음에, 다음에 얘기하자.”


***


피곤을 핑계로 감독님의 제안을 뭉개버린 나는 호텔로 돌아와 대충 씻고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접속기를 착용했다.


딸각- 딸각-


몇 번의 간단한 조작이 끝나자 호텔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어느새 중세 판타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전형적인 중세풍 게임의 시작화면.


커다란 용이 앞발을 크게 내리찍고 포효하고 있고, 그 밑으로 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위시한 거대한 병력이 용과 대치하고 있었다.


대열 뒤에선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허공으로 지팡이를 내밀고 주문을 영창했고, 하늘에선 화염으로 만들어진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불꽃 사이로 게임의 제목이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Middle ages : The crisis]


이건 나의 특별한 루틴 중에 하나였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게임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게임으로 푼다니.


좀 이상하잖아.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겠다. 아마 우리 팀 선수들이 승부 조작으로 하나둘씩 팀에서 떨어져 나갈 때쯤이었나.


언제나 재밌기만 하던 팀 게임은 그즈음 부터 나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레벨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팀원들의 수준은 처참했다. 어디서 랭크나 굴러먹던 애들을 키워본답시고 데려왔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혼자서 하는 랭크와 팀으로 하는 프로게임은 엄연히 다른 게임이니까.


이렇게 저렇게 튀는 팀원들의 고삐를 잡고 팀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팀에서 버틸 수 있게끔 정신적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 바로 이 콘솔 게임이었다.


여기엔 지멋대로 달려 나가는 탱커도 없고, 피드백 좀 했다고 삐져서 입꾹닫하고 있는 힐러도 없었다.


오늘같이 특히 에너지를 많이 쓴 날이면 나는 꼭 조금이라도 접속기를 쓰고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다.


수면시간을 줄여서라도 꼭.


Middle ages : The crisis


가상의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검과 마법이 주가 되는 판타지에서의 ‘롤 플레잉’을 주된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이곳에서 나는 오롯이 혼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시작화면에서 나를 보고 있는 이전 캐릭터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새로운 시작을 눌렀다.


그러자 아득하리만치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그림들이 눈앞으로 떨어졌다.


캐릭터 시트다.


‘이거 패치좀 하라니까······’


게임사는 자기들이 만든 캐릭터 시트의 정교함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글자들로 나를 둘러쌌다.


키를 넘어 아득히 위쪽까지 쓰여있는 글자들에 위압감까지 느낄 지경.


몇몇 초보들이 이 압도적인 화면에 쫄아서 게임을 그만두곤 했다.


알고 보면 이거만큼 간단하게 캐릭터 설정할 수 있는 게임이 없는데······


나는 쓸모없는 텍스트 창을 휙휙 왼쪽으로 던졌다.


한참 높이 있던 텍스트들은 어느새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사라졌다.


편안한 플레이를 위해서라면 컨셉은 무난한 걸 고르는 게 좋다.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가 없으니까.


예를 들어 마법사를 고른다면 쓸 수 있는 주문 개수가 많아 범용성이 좋은 위저드.


그중에서도 스탯이나 특성을 모두 적당히 평균 아래로 주고, 지위에 포인트를 몽땅 때려 박는 게 권장된다.


힐데브란트 같은 거대 가문에서 지능 10에 1레벨 마법사로 시작하는 것이, 지능 18에 4레벨 용병 마법사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레벨을 올리거나 마법을 입수하거나 모든 면에서.


그러나 오랜만에 게임을 켠 나는 머리 한구석에서 다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위에 포인트를 때려 박는 다는 건 게임을 조금 느긋하게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가문이나 세력의 힘을 이용해서 파밍을 하고 평균 아래인 스탯과 특성을 올리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스트레스가 한계치인 나는 그걸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그래.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어차피 죽어도 다시 시작하면 그뿐이다.


게임인데 뭐.


대략적인 컨셉을 정한 나는 거침없이 포인트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글자들을 휘젓자 쓸모없는 글자들이 하나둘씩 스와이프 되어 옆으로 사라졌다.


다른 창은 다 날린 채로 특성창 오픈. 분류에서 습득 포인트 50 이상으로 정렬.


생존술, 수색, 장거리 무기 숙련, 요정의 축복, 천무 지체···


제법 괜찮아 보이는 특성들을 쭉쭉 넘겨가며 맨 밑으로 내려가자 내가 찾는 게 나왔다.


영혼 각인.


그 밑으로 시뻘겋게 쓰여 있는 경고 문구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서 위로 올려서 적당한 다른 특성을 고르라고 종용하는 듯했다.


[영혼 각인은 단독으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영혼 각인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페널티 각인 하나가 같이 랜덤으로 선택됩니다. 패널티 각인은 게임 내 어떤 방법으로도 삭제되지 않습니다.]


스탯, 특성과는 다르게 각인은 인게임 내에서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오직 캐릭터 시트에서만 선택해서 넣을 수 있는 것.


하나에 50포인트씩이나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레이에서는 절대로 넣지 않는 것 중의 하나였다.


랜덤으로 걸리는 페널티 각인 역시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고.


나는 목록을 넘겨가면서 원하는 각인을 골라냈다.


“우선 이거.”


[마법 쐐기]

당신의 마법은 특별합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벼려진 당신의 마력은 마법 저항력을 일부 무시합니다.


전부터 마법사계열을 키울 때면 꼭 한번 넣어보고 싶었던 각인이었다. 이거 하나 먼저 집고.


“이것도 좋네.”


[주문발견]

예로부터 꿈은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꿈에서 스스로 내재되어 있는 해당 레벨 마법을 하나씩 발견합니다.


1레벨에는 1레벨 주문을 7레벨에는 7레벨 주문을 준다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초반에 주문 수급하기도 좋고, 후반에 가서도 얻기 힘든 고레벨 주문을 레벨업 할 때 마다 얻을 수 있다.


안 넣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별한 혈통]

신비로운 존재의 피를 이어받거나 신비한 현상에 노출된 적 있습니다. 존재를 찾는 여정에서 혈통은 점차 깨어나 자신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걸 보고 영혼 각인에 올인하는 도박성 플레이를 한번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재능충 컨셉을 위한 영혼 각인 [특별한 혈통]


쓰인 설명만 보면 무언가 대단할 게 있을 거 같은 각인이었다.


대부분의 영혼 각인이 고정형 효과인 데 반해 [특별한 혈통]은 플레이마다 랜덤하게 혈통이 선택된다는 점이 내 시선을 끌었다.


커뮤니티의 후기들도 대부분 [특별한 혈통]이 개꿀잼이라며 컨셉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을 해보길 추천했다.


어디서 어떻게 발현될지 모르는 게 극적인 변수 창출에 뽕맛 지린다고.


그래. 아니면 죽으면 그만이지.


남는 포인트는 적당히 분배했다. 지위에 포인트를 줄 생각이 없으니 스토리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호감도를 위해 외모 25포인트, 카리스마 15포인트.


의사소통을 위한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언어 2개 10포인트.


남는 포인트는 전부 지능에 때려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웬만한 middle ages의 유저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편향적인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특별한 혈통]을 지니고 선천적으로 [주문발견]과 [마법 쐐기]를 타고난 사회 최하층민.


힘, 민첩, 체력 모두 평균치인 10 고정에 지능만 15인 기형적인 캐릭터.


심지어 초급 마법 도해 라던지 오래 걷기 같은 특성이 들어 있는 칸은 통으로 비어있다.


배워서 익히는 마법이라곤 한자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숙련도!


그렇다. 내가 고른 컨셉은 ‘혈통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소서러’였다.


지위나 특성에 포인트를 안 줬으니 그 꼴은 안 봐도 뻔했다.

초반부터 수많은 위협에 직면해야 할터.


당장 쫄깃한 칼끝플레이가 고픈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래 이거지.’


만족한 나는 캐릭터 시트에 있는 특수 기능을 불러왔다.


[설정하지 않은 부분은 시스템에 일임하시겠습니까?]


-예


처음에 봤던 글자 덩어리들이 다시 우르르 떨어져 시야를 가로막고,


맨 위에서 칸부터 빈칸들이 지금 설정한 값에 맞춰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외모 포인트에 따른 키, 체중, 체력에 비례하는 지구력, 지능과 관련 있는 마력 민감도···


이런 칸이야 저절로 채워질 테니 관심 없고 내가 제일 궁금한 부분은 [페널티 각인]이었다.


거대한 빈칸을 칸 칸이 채우며 하강하던 글자가 드디어 페널티 각인에 도착했다. 나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미식가]

완성도 5 이하의 음식은 섭취가 불가능합니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미적 감각에 맞는 음식을 찾지 않으면 그에 다른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감각 레벨-1)


휴. 최악은 피했다. 도살자라던지 피의 광기 같은 거 걸리면 꼼짝없이 리셋인데. 이건 시도해볼 만 할 듯했다. 초반에 음식을 구하는 게 조금 난감할 것 같긴 하지만.


[운명]

피해 가려 해도 운명은 기어이 자기 자리를 찾아오고 맙니다. 주요 인물(몬스터)과 마주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역시 경기를 풀세트로 치르고 와서 게임을 하는 건 무리였을까?


조금씩 눈꺼풀이 감겨온다.


안 되는데, 게임 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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