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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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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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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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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2)

DUMMY

“남쪽으로 하루 정도 내려가면 월터 항구로 가는 길이잖소. 항구는 에스테르 백작의 것이니 다들 그래도 명목상 도시인 비엔으로 모이는 거지.”


아. 오케이 이제 이해했다. 명목상 군사도시를 항구를 이용하기 위한 상인들이 꿰차고 앉았다는 거구만.


“좀 된 얘기처럼 들립니다.”


“오래됐지. 에스테르 백작이 비엔에서 병력을 축소한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돼가니.”


“상인들의 위세가 그만큼 커졌겠네요.”


프랭크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무래도 그렇지. 돌아오는 길에 나무 한 그루 못 봤소?”


로터리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말하는 건가 보다.


“네 그 상인 지구 한가운데 있는······”


“원래 이곳은 상인지구가 아니었소. 적어도 10년 전엔 그랬지. 작은 상인들이 여러 번 무역을 성공시키고, 상회가 커지고, 그들이 도시에 기반을 잡아가면서 기어이 이쪽을 이렇게 바꿔버린 거요.”


오면서 본 로터리가 생각난다.


중세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구획된 공간과 거기서 쭉쭉 뻗어 나가는 길들이 간접적으로 상인회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듯했다.


“결국 이런저런 행사에서 마르셸 시장과 같이 대우를 받게 된 상황까지 온 셈인데···... 나 같은 사람으로썬 솔직히 좀 기가 차는 일이지.”


프랭크는 그런 말을 하며 왼손으로 검을 꽉 쥐었다.


상인회가 커져 시장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라.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이스테르백작은 가만히 있습니까?”


“백작님? 백작님은 길 가다 금광이라도 발견한 심정이시지. 울며 겨자 먹기로 가지고 있던 도시에서 갑자기 금화가 피어난 꼴이니.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짐작이나 가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오. 다만 백작님이 깜짝 놀랄만한 금액이란 건 잘 알고 있지.”


“여기 교회는 없습니까? 그들이라도······”


“마티아스 주교는 이미 이빨이 다 빠진 지 오래요. 예전에 성전이 있을 땐 이쪽이 꽤 강성했던 교구라고 들었소만······ 요즘 같은 때야 그냥 자리만 보전하는 정도지. 처음 올 때 좌천성 인사란 소문도 횡횡했소.”


한참 길게 도시에 대한 정보를 뱉어내던 프랭크는 어딘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슬쩍 흘겨보았다.


“근데 이 안. 마법사가 이런 게 왜 궁금한 거요?”


‘퀘스트를 해야 해서요’라고 할 순 없겠지.


나는 얼른 이유를 만들어다가 붙였다.


“이번에 죽을 뻔하고 나니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할 것 같아서요.”


프랭크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그렇지. 앞으로 계획이 있소?”


“조금 신중하게 움직이려구요.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래. 한동안은 여기 머무를 계획이오?”


“뭐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


프랭크와의 대화는 꽤 유익했다. 일개 용병치고 프랭크는 도시에 대해서 아는 게 많았다.


비엔의 권력 관계라던가, 도시의 역사라던가 하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기억 속에 저장한 채로 짚을 채운 매트리스에 누웠다.


레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약간의 기대를 한 채로.


경험치가 부족할 거 같긴 했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다.


‘코커트리스는 3레벨 몬스터인 데다가, 따져보면 제법 기여도가······ 그러면 잘하면······’


그러나


짹짹-


어디서나 들릴법한 새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작은 기대가 무산되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스탯, 특성, [주문 발견]이 작동하는 꿈.


2레벨이 되었으면 응당 주어져야 하는 것들이 아예 종적을 감춘 것이다.


UI가 있어서 레벨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답답하다.


기여도에 따른 경험치 시스템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혹시 싶었는데.


어제했던 이상한 생각이 불쑥 솟아올랐다.


‘만약에 레벨업을 했다면?’


그런데, 처음에 주어진 캐릭터 시트 그대로, 그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면······


1레벨로 고정된 채로, 주문도 하나 밖에 없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많고.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나는 슬슬 들이치려는 불안을 가볍게 잘라낸 채 아래층으로 향했다.


10시쯤 됐을까. 나는 텅 비어있는 홀을 슬쩍 보고 여관주인과 가벼운 협상을 시도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제 주방 쓴 것과 관련된 일인데······”


먼지떨이를 들고 찬장 위를 닦아내던 여관 주인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왜? 또 그렇게 해 드시게?”


“매번 어제처럼은 하기 어렵고, 식사 한 번에 2실링이면 어떠세요?”


기대하던 대답이 안 나와서 일까 여관주인은 턱을 긁었다.


“음······”


“재료는 어제 정도로 쓸 거고, 식사 시간대는 피해서 하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여관주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나도 매번 5실링씩 받아먹으면 뒤통수가 영 찜찜할 것 같으니.”


오케이.


작은 협상을 성공적으로 한 나는 여관주인에게 무기와 방어 구를 살 수 있는 상점의 위치를 묻고 여관을 나섰다.


여관을 나서자 햇살이 쏟아지고, 어제는 지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살짝 구름이 떠가는 하늘 아래 빨간 벽돌로 된 2층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잘 정비된 도로 양쪽으로 이런저런 가게 들이 늘어서 제 나름대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비슷한 도시들을 게임에서 많이 봐 왔지만, 역시 실제로 보는 건 좀 다른 기분이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구경하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걸을 때 마다 어제 받은 은화 주머니가 짤랑거렸다.


참. 이거 세보니까 금화 하나에 은화 44개, 94실링이었다.

이걸 기뻐해야 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일회성 의뢰 비용으론 과하고, 그렇다고 목숨값이라기엔 싸고.


‘이안’은 이런 퀘스트를 왜 받았을까? 시작이 경기장이어야 하니까?

Middle ages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잠시 다른 쪽으로 빠지는 생각을 다시 잘 주워 담은 채 나는 포플러 나무를 끼고 길을 따라 걸었다.


비엔은 제법 큰 도시였다. 15분쯤 거리를 걷자 공기 중에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면서 여기저기 건물 안쪽에서 철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대장장이들이 몰려있는 골목.


‘첫 집은 역시 걸러야지.’


나는 조금 더 북쪽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호객행위를 하는 두, 셋집 정도를 지나자 마음에 드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호객은 없으나 안쪽으로 언뜻 보이는 장비들이 전부 기름을 잘 먹여 관리한 것이 티가 나는 곳.


안쪽으로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장비들이 나를 반겼다.


다양한 크기의 검부터 도끼, 메이스 같은 무기들이 번쩍번쩍 빛났다.


홀린 듯이 무기를 보고 있자 중년의 털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찾는 게 있으신가?”


“아뇨. 이건 그냥 보고 있던 거라.”


나는 원래 목적을 서둘러 말해주었다.


“방패를 좀 보려고요. 제가 쓸 거.”


쓱 하고 전신을 훑어보는 눈초리.


“방패? 차라리 입는걸 하시는 게 안 낫나. 버클러로 보여드릴까?”


“아뇨. 화살 같은 걸 막을 용도라. 좀 커다란 거로 보여주시죠.”


“들기 힘드실 텐데······”


“그냥 보여주세요. 제가 볼게요.”


아저씨는 미심쩍은 표정이 되어 나를 커다란 방패가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이쪽에서부터 전부 방패요. 원하시는 무거운 거로.”


귀찮은 듯이 대충 말을 툭 던진 아저씨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해가 안 가는 반응은 아니었다. 아무리 방패가 나무에 가죽을 덧대서 만든다고 하지만, 크기가 커지면 무게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외모에 투자된 포인트 덕에 골격 자체가 크긴 했지만, 겨우 근력 10 체력 10에 불과했다. 표준체형보다는 약간 마른 정도다.


문짝 반만 한 걸 사겠다고 들면 당연히 웬 헛소린가 싶을 수도 있지 뭐.


그래도 기분 나쁜 건 나쁜 거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방패들을 쭉 훑었다.


‘어?’


어디선가 익숙한 모양을 본 것 같은데.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익숙한 색깔이다.


나는 방패를 하나씩 한쪽으로 치워나갔다.

열 개쯤 치웠을까. 내가 본 다홍색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맞다. 그거.


[케아론의 의지]


나는 표정 관리를 한 채로 아저씨를 불렀다.


“여기요.”


아저씨는 세상 귀찮다는 표정과 함께 내 앞으로 다가왔다.


“원하는 거 찾으셨나? 다 너무 무거울 텐데······”


나는 내가 발견한 다홍색 방패를 내밀었다.


방패는 아래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태의 카이트 실드였다.


얼마나 안쪽에 있었는지 먼지가 뽀얗게 낀 방패는 다홍색이 아니라 옅은 주황색처럼 보였다.


“이거도 파는 거죠?”


그는 어디서 이런 걸 꺼냈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방패가 한쪽으로 치워진 걸 보고 대강 짐작했다는 듯이 말했다.


“요새는 잘 안 쓰는 형태의 방패긴 하네. 가볍긴 하겠어. 이걸로 하시려고?”


“네 이런 거면 들기도 제법 수월하지 싶어서.”


“오래되긴 했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30실링은 받아야겠는데?”


“먼지가 하얗게 올라와 있는데요?”


이 아저씨는 흥정에는 별로 소질이 없어 보였다.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전부 드러나는 것이.


잠깐의 입씨름 끝에 나는 [케아론의 의지]와 웬 믹싱 볼 뒤집어 놓은 것 같이 생긴 투구를 30실링에 사서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밝게 웃음을 건넸고 아저씨는 어딘지 애매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여관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아이템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Middle ages에는 랜덤 인카운터 시스템이 있었다.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대에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매번 나오는 몬스터나 아이템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그게 상점에도 적용되어 있었다.


그래도, 첫 방문에 이런 걸 발견할 줄이야.


[케아론의 의지]는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고정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계열 디 버프에 대한 저항력 +1

초급 저주 효과 반감 +1


보통 일반 방패에는 잘 붙지 않는 특수한 옵션이어서, 초 중반부의 무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다양한 위험을 피해가는데 곧잘 사용되곤 하는 좋은 방패였다.


방어 계열 마법은커녕, 고작 마력 덩어리를 던지는 정도인 나에게는 더더욱 쓸모가 있겠지.


이런 걸 투구까지 해서 30실링에 샀으니 조금 기분 나쁜 거 정도는 가볍게 잊어줄 수 있다.


암 그렇고 말고.


***

나는 지금 여관에서 제법 떨어진 공터에서 프랭크와 대치하고 있었다.


“흐-합”


기합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목검이 날아온다.


배운 대로 비스듬히 방패를 가져다 대자 가벼운 충격이 방패를 치고 지나가고, 그 틈에 나는 한 발 왼쪽으로 움직였다.


자세를 가다듬은 프랭크가 다시 한번 목검을 내질렀다.


쭉 하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순식간에 오른손에 들린 검이 사라졌다.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쭉 내밀자, 검이 방패에 부딪혔다. 정확하게 걸리는 게 아니고, 타점이 조금 흐트러진 느낌.


“좋아!”


프랭크는 그 후로도 한참을 내 주위를 맴돌며 검으로 나를 노렸다.


내가 성공적으로 막았을 때는 ‘좋아!’ 소리와 함께 잠깐 시간이 주어졌고, 내가 잘 막지 못하면 팔뚝이나 엉덩이, 머리에 가벼운 타격과 함께 연격이 날아왔다.


1타를 맞았을 때 더 확실하게 막을 줄 알아야 한다나 뭐라나.


훈련이 모두 끝났을 때 나는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힘 10에 민첩 10 체력 10인데 바랄 걸 바라야지.


이건 내가 첫날 이야기를 하다 프랭크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수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웬만하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테지만, 혹시라도 몬스터가 근접하거나 했을 때를 위해서였다.


프랭크는 어차피 운동을 해야한다며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고, 매일 한 시간 정도씩 성심껏 피하고 막는 방법을 지도해 주었다.


스탯 창이 안보여서 그렇지 민첩이 1 정도 늘어났을지도?


프랭크를 비롯한 용병들은 단련을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나는 마법 수련을 위해 적당한 사이즈의 돌멩이를 그루터기 위에 올려놓고 한참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내가 코커트리스를 잡을 때 썼던 마법은 [주문발견] 1레벨에 주어지는 무작위 1레벨 마법이었다.


그러나, Middle ages를 몇 회차나 클리어해 본 고인 물인 내가 봤을 때 1레벨 마법 중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마법은 없었다.


적당히 마력을 휘감아서 적에게 던지는 마법이라니.


그런 마법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건 그저 단순히 어떤 마법의 전조 같은 것이었다.


며칠간의 수련 끝에 나는 내가 [주문발견]으로 1레벨에 배운 마법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포스 계열의 [마력 화살].


손끝을 가볍게 휘젓자 대기 중의 마력이 손을 타고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마력에 집중하자 마력은 손끝의 모양을 따라 점차 뾰족하게 성형되기 시작했다.


두어 번 더 손끝을 휘저어 가면서 마력이 일정 밀도가 되었을 때쯤.


휙-


나는 갑작스럽게 표적을 가리키며 마력을 잡아채듯이 던졌다.


쏘아지듯이 날아간 마력은 과녁에 정확하게 부딪혀 쾅 하고 소리를 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자 면으로 뭉개버렸던 예전과는 달리 돌멩이 한가운데가 뾰족하게 파여 있었다.


‘좋아’


그 후로도 나는 같은 연습을 서너 번 더 반복했다.


모두 명중이었다. 화살 모양으로 모인 마력이 풀리는 일도 없었고.


이 정도면 됐겠지. 나도 저녁 식사를 위해 여관으로 향했다.


다른 용병들은 일이 있는지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프랭크 혼자 문을 등지고 앉아 저녁으로 보이는 것을 먹고 있었다.


나도 간단하게 양파와 고기를 볶아와 프랭크의 앞에 앉았다.


“어. 왔어? 연습한다더니”


며칠간의 연습을 통해 친밀도가 늘어난 프랭크는 내게 반말을 했다.


“네. 연습이 잘돼서요. 오늘부턴 일도 좀 알아봐야 하고.”


방패와 투구를 사고, 교습비를 지불하고, 값비싼 식사를 5일간 한 끝에 코커트리스를 잡고 받은 은화는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슬슬 일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굶어 죽을지도.


“그 문제 말인데······”


프랭크는 무언가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지 단어를 입안에서 굴렸다.


그때 누군가 여관으로 들어왔다.


‘노래하는 나무’는 숙박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식사를 목적으로 들르는 일종의 펍을 겸하고 있었다.


사람 하나가 들어오는 것쯤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 막 들어온 사람은 그런 상황을 무시하고 쳐다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문에서 등을 돌리고 내 쪽을 향해 앉아있던 프랭크를 제외하면 여관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는 언밸런스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20대 초반쯤일까. 하얗고 고생이라곤 해본 적 없는 고급스럽고 교양있어 보이는 이목구비.


원래는 잘 관리되어 찰랑거렸을 것 같은 금발은 그와 대비되어 대충 움켜쥐고 자른 것처럼 목 아래로 뚝 잘려 나가 있었다.


무엇보다 제일 언밸런스 한 것은 복장이었다.


드레스를 입을 것 같은 외양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갬비슨과 메일. 더해서 잘 갖춰진 쇠로 된 정강이받이와 신발이 여관의 촛불을 타고 번들거렸다.


‘건틀릿도 끼고 있는 거 같은데? 쇠로 된 거로.’


익숙한 듯 한쪽에 적당히 짐을 내려놓은 그녀는 내 쪽을 향해 직선으로 걸어왔다.


‘어 나?’


[운명]이 벌써 찾아왔나.


풍기는 분위기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이런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내 앞까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여자는 대뜸 프랭크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야 이 새끼야!”


프랭크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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