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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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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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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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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2)

DUMMY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네스는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다녔다.


아니 애초에 외양부터가 그렇다.


처음 보고 놀랐던 것처럼, 이네스의 머리카락은 누군가 자를 대고 일자로 자른 것처럼 목 아래로 뚝 잘려 나가 있었다.


누가 저렇게 무식하게 머리를 자르고 다니냐고.


그마저도 소화해내는 얼굴은 뭐 대단하기는 하다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는 행동은 더 가관이었다.

용병들에게 어울리지도 않게 어색한 욕을 한다든지, 신나서 어깨를 툭 치고는 자기가 먼저 화들짝 놀라서 얼굴이 새빨개 진다든지.

일상적으로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가끔은 어색했다.


이 가설에 방점을 찍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네스의 검술이었다.


그녀의 검술에서는 소위 말하는 배운 티가 줄줄 흘렀다.


방어로 시작해서 짧은 연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검술은 용병의 것이라기보다는 기사의 것에 더 가까워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영주의 호위 기사들이나 쓸법한 검술이라고나 할까.


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이네스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미와의 전투가 힘들어서였을까? 너무 오래 달리느라 체력을 전부 소진해서였을까?


내게 마법을 보여달라고 하는 이네스의 표정에선 어설프게 덮어놓았던 ‘용병인 척’은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덮개가 사라지자, 20대 소녀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당장에 표정부터가 그렇다. 매사 어딘지 경직되어있던 얼굴은 사라지고, 작은 기대를 담은 눈동자가 은은하게 퍼지는 횃불을 타고 반짝였다.


이거야 원. 무슨 장화 신은 고양이도 아니고.


“그래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진짜?”


이네스는 요청이 승낙된 게 의외였다는 듯 폴짝 뛰다시피 내 곁으로 다가왔다.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마력은 전부 회복된 상태였다.


[주문 발견]으로 배운 마법은 신기한 방식으로 작동했다.


[마력 화살] 때도 느꼈던 건데, 마법을 고르고 꿈에서 깨자마자 나는 어떻게 그 마법을 써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머릿속에 새겨져 있던걸 발견해 내는 것처럼.


아무튼 나는 새로운 패턴으로 손끝을 휘저었다.


체내의 마력과 감응해서 공기 중의 마력이 따라 나오고, 둘 사이의 조합이 파지직-하는 작은 번개를 만들었다.


작은 벼락은 점점 덩치를 불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벼락은 한 손 크기 까지 커졌다.

쏘아내기 직전,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상태.


“우와-”


이네스는 전기 구체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수족관 금붕어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고양이처럼 이네스는 한동안 정신없이 구체를 들여다보았다.


문득 장난기가 동했다.


손끝을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이네스의 시선이 쪼르르 구체를 따라 움직였다.


다시 오른쪽-


왼쪽-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고개도 같이 돌아갔다.


살살 움직이는 게 그녀의 마음을 안달 나게 했던 모양이다. 이네스는 벼락이 모인 구체를 잡으려는 듯 오른손을 뻗어왔다.


‘어 위험한데?’


나는 구체를 띈 손을 확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진짜 고양이라도 된 걸까? 도망가는 구슬을 쫓아 달려든 이네스는 내게 부딪히듯 안겼다.


나는 팟-하고 시전을 취소했다.


“만지면 위험해.”


“아. 어.”


얼굴이 새빨개진 이네스는 도망치듯이 품에서 벗어났다.


스르륵-


아마포끼리 닿는 소리가 묘하게 동굴을 울렸다.


“다시 시전해 줄까? 아까 거미처럼 되고 싶으면 만져도 되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벽에 등을 기댄 이네스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아냐. 충분해.”


충분? 뭐 충전하나. 스마트폰이야 뭐야.


잠시 얼이 빠진 내가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는 동안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었다는 건 이네스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멍하니 있으면서 평정심을 회복한듯한 그녀는 돌연 이상한 말을 했다.


“우리 엄마. 돌아가셨거든.”


“어?”


이번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어···? 뭐라도 말해야 안 이상할 거 같아서? 싫음 말고.”


“아냐. 해.”


안 그래도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차오르던 찰나였다.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데 좋지 그럼.


이네스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자기 이야기를 쏟아냈다.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로.


“나 말야. 어렸을 때 번개 치는 날을 엄청 무서워 했나 봐.”


“누구나 그렇지 않나?”


“아니··· 원래 어려서부터 겁이 없는 편이었거든. 아버지가 사냥 나간다고 하면 같이 데려가 달라고 떼쓰기도 하고······”


“근데 왠지 모르겠어. 비 오고 천둥·번개 치는 날이면 맨날 그렇게 무서워서, 엄마 침대 자락을 파고들곤 했던 거 같아.”


“···”


“참 신기하지. 어렸을 때는 그렇게 무서웠던 게 이제는 오히려 자꾸 보고 싶고 생각난다는 게.”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조용히 언덕에 올라가 봐. 혹시 오늘은 번개가 칠까 하고. 번개가 치면 엄마 생각이 나거든.”


“천둥소리에 무서웠던 기억, 이미 엄마가 따듯하게 데워놓은 침대로 파고드는 따듯한 기분. 엄마가 나를 끌어안는 따듯한 손길······ 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그녀는 등을 바닥에 기댄 채로 무릎을 바짝 끌어안았다.


“아니 그럴 만 해.”


내 단호한 대답에 그녀는 조금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것도?”


나는 턱짓으로 그녀가 벗어놓은 장비들을 가리켰다.


이네스는 잠시 주저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무슨 무구냐고 타박을 하긴 하셨지만······ 엄마가 아니었으면 아마 저것도 없었을 거야.”


음. 그래서 그랬구먼.


“어쨌든 됐지 이 정도면? 아닌가. 오히려 넘쳤나...”


말을 마치며 이네스는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조명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동공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아니. 적당했어.”


이네스는 이제야 맥이 탁 풀린 것 같았다.

그녀는 등을 대고 있던 벽에서 몸을 아래로 밀어 바닥에 완전히 누웠다.


나도 바닥에 완전히 몸을 붙였다. 쏟아지는 피곤과 수마가 우리를 덮치는 듯했다.


“그나저나 뭐였을까?”


“뭐가?”


“거미 말야. 한두 마리가 아닌 것 같던데.”


나도 의문스러웠던 부분이다.

드루이드를 플레이 해본 적은 없어서 테런우드에 자주 와본 적은 없지만, 몬스터들이 자기 구역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해도 무방했다.


그냥 보기에는 무질서 하게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각자 생태계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언덕으로 나온 다라.


“그러니까.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참이야. 원래 그런 몬스터가 아닌데.”


아까 [짧은 벼락]으로 내가 잡은 몬스터는 칠흑 거미였다.


떠돌이거미에 덩치가 커다랗고 맹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서 몸을 숨기지 못하는 숲 밖으로는 잘 나오려고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예전에 몇 번이고 숲 밖으로 불러내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그놈 뒤로 쏟아져 나오는 거미들은 또 뭐고.


“뭐야 아는 종이야?”


이네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검술에 비해서 공부는 등한시 했구만 이거.

어지간한 도감에 다 나와 있는 녀석인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칠흑 거미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네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까 내가 도망쳐온 용병들한테 갔었거든. 겨우 정신을 차리게 해서 이게 뭐냐고 막 몰아붙였는데 딱 두 마디 하더라. 검은 숲··· 검은 안개···”


검은 숲은 그렇다 치고, 검은 안개?


음. 이러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검은 안개라······


대충 생각나는 게 몇 개 있긴 한데.

아직은 정보가 더 필요할 듯했다.


“아!”


이네스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저 멀리 장비를 벗어놓은 데 있는 거미 독니를 가리켰다.


“그건 그렇고···하암··· 이건 왜 챙기라고 했어? 어디에 쓰려고?”


“어 혹시 몰라서. 거미만 뛰쳐나온 게 아니니까. 혹시 다른 놈을 만날 수도 있고······ 그럼 저게 도움이 될 거야.”


뭐. 왜?


이네스는 약간 질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반쯤 잠긴 눈 끝에서 졸음이 대롱거렸다.


“일단 좀 자자. 비 엔에 도착하면 아마 대충 윤곽이 잡힐 거야. 우리 쪽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zzz”


마지막 말은 아마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이때까지 깨어있는 게 비정상적인 거겠지.


불침번을 서겠다고 자청한 프랭크만 입구를 보고 앉아있을 뿐 나머지 용병들은 이미 진작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순하디순한 표정으로 세상 모르게 자는 이네스를 쳐다보았다.


횃불 아래 작은 조명에서도 그녀의 외모는 환하게 빛이 나는 듯했다.


비 오는 날 벼락이 무서워 숨는 아이라······


나라고 middle ages에 모든 주요 인물을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 전 이네스의 이야기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모르겠다.


[운명]은 이미 처음부터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을지도.


***


눈을 떴을 땐 이미 햇빛이 동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찬 바닥에서 자서 그런가? 온몸이 전부 찌뿌둥한 것이 여기저기 결린 듯 했다.


옆에선 언제 일어났는지 이네스가 장비를 거의 다 착용하고는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 깨우려고 했더니?”


그녀는 다시 ‘용병’처럼 굴었다.


마치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만, 감정을 모두 숨기지는 못했는지 눈꼬리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햇볕이 들어와서. 일어나야지.”


아닌 게 아니라, 이미 다른 용병들은 진즉 일어나서 짐을 전부 챙기고 있었다.


이제 신발을 신고 있는 이네스를 지나쳐, 나는 입구 쪽에 있는 프랭크에게 다가갔다.


“좀 잤어요?”


“어. 젠슨이 교대해줘서.”


아니나 다를까 젠슨도 제법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로 옆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밖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긴 하는데. 소리도 안 들리고.”


프랭크가 젠슨을 향해 독촉했다.


“밖에 나가봐. 분위기 좀 보게.”


“알았어요. 알았어. 하여간 만만한 게 나지.”


젠슨은 좁은 통로를 비집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손끝에 마력을 휘감았다.


나간 지 얼마나 됐을까.


젠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밖에서 혹시 들릴까 소리도 못 내고, 프랭크는 반쯤 앓는 얼굴로 뚫어져라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입구 너머로 젠슨의 목소리가 울렸다.


“없어요! 없어. 나와도 될 거 같아.”


마침 옆에 도착한 이네스가 말했다.


“내가 먼저 나갈게.”


이네스를 필두로 우리는 모두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젠슨의 말대로 밖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해 보이는 언덕.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상한 점이 있었다. 풀들이 무언가에 짓밟힌 것처럼 한쪽으로 누워있었다.


내가 무슨 [고급 추적 숙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 가지고 무언가를 파악하는 건 무리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어제 우리가 본 것보다 분명히 더 많은 숫자다.


심각한 표정으로 풀들이 누운 방향을 바라보던 이네스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얼른 돌아가자.”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비엔은 거의 이틀거리에 있었지만, 불안에 휩싸여 걸음을 서두른 우리는 이튿날 새벽 근교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에도 이동한 덕이었다.


그러나 비엔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긴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옛 군사도시였던 비엔은 전략적 요충지에 건설되어 있었다.


서쪽과 북쪽은 낮은 산으로 막혀있어 평시라면 모를까 전시에는 진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나마 제일 약한 부분인 남문도 지대 자체가 높은 덕에 다른 도시의 성벽보다는 최소 2~3m 높은 상태였다.


오래되긴 했어도 단단해보이는 남문 아래 개활지에 얼핏 봐도 세 자리는 넘어 보이는 오크들이 어설프게나마 진을 치고 있었다.


성벽에는 전에 보지못한 그을음이나 무너진 흔적이 군데군데 있었다.

이미 한차례 전투가 오고 간듯 했다.


거미들은 전부 어디로 갔는지······


혹시라도 들킬까 젠슨이 숨죽여 투덜거렸다.


“씨발. 이게 다 몇 마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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