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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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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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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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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2)

DUMMY

남들이 보기에 화려하고 복잡할 것 같지만, 프로 생활이라는 건 원래 단순하고 지겨운 쳇바퀴를 누가 더 잘 도냐의 싸움에 가까웠다.


시즌 중이 아니라도 종일 이어지는 스크림에, 끝나고 나면 이어지는 감독, 코치진의 피드백과 솔랭까지.


보통 일정은 새벽 두세 시를 훌쩍 넘겨서 끝나곤 했다.


오늘은 망한 날이었다. 종일 스크림을 했는데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팀에게는 3:1로 다른 팀에게는 3:0으로 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날은 솔랭이라도 해서 패배감을 희석하고 자는 게 좋긴 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다. 너무 피곤하다.


숙소에 들어가 침대에 눕자 매트리스가 피곤한 몸을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역시 비싼 돈 주고 산 값을 한다니까.


나는 침대에 누워 조금 더 시원한 쪽을 찾아 허벅지를 쑥 하고 집어넣었다.


어?


부드러운 섬유의 감촉이 아니라, 무언가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것이 느껴졌다.


뭐지? 핸드폰 충전기 선인가.


손을 들어 침대 밑으로 넣자 무언가 만져졌다.


USB-C 같지는 않은데.


쑥 잡아서 꺼내니, 털이 북슬북슬하게 달린 커다란 거미 다리가······


“으아아아아악”


***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다 무언가와 부딪혔다.


너무 딱딱한 바위는 아닌 것이,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고······


“아악!”


“아야······”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골조를 들어낸 채 회반죽으로 마감된 벽, 가지런히 놓여있는 침대, 광목으로 만들어져 속에 짚을 채워 넣은 것 같은 매트리스, 오른손으로 빨갛게 물든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금발의 여자······


응?


나랑 부딪힌 게 저 이마인 거 같은데.


이마를 문지르던 이네스는 화를 내기는커녕 염려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내 안부를 물었다.


“일어났어? 괜찮아?”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제야 현실감이 좀 돌아왔다.


그래. 나는 삼성동 숙소가 아니라 비엔에 있었지.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거미. 오크. 하수구. 포플러나무.


여긴 우리가 묵던 ‘노래하는 나무’ 여관인 것 같았다. 방의 구조가 아주 익숙한 것이 공교롭게도 이전에 썼던 301호를 이번에도 쓰고 있는 듯했다.


내가 조금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고 있자,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온 이네스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아? 어디 문제 있어?”


대답하려는데 성대가 너무 말랐는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물 주전자를 가리키자 내 상태를 어림짐작했는지 이네스가 서둘러 물을 컵에 따라서 가지고 왔다.


물은 심지어 달았다. 허겁지겁 물을 들이켠 나는 이네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여전히 붉은 기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얘는 뭘하고 있었길래······?


침대에 있는 나랑 부딪힐 동선이 있긴 한가.


심지어 반응속도만큼은 반쯤 기사에 가까운 애가.


내가 이마를 빤히 쳐다보자 이네스는 움찔하더니 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괜찮아?”


“어? 어.”


그러더니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이었다.


뭐야?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상한 이네스를 뒤로 하고 나는 몸의 컨디션을 살폈다. 특별히 더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기절하면서 부딪혔는지 왼쪽 어깨가 조금 아파오긴 했지만, 그냥 조금 쑤시는 정도였다. 몸에 힘이 좀 없는 거 같긴 한데.


“나 기절하고 얼마나 지났어?”


“어? 어. 한 열 시간쯤?”


이네스는 어딘지 망가진 듯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창밖을 보니 이미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다.


기절한 거 치고 이 정도면 꽤 선방한 거 같은데······?


살면서 한 번도 기절을 해본 적이 없어서(당연한 일이다.) 모르겠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냥 자고 일어난 것과 비슷한 정도?


생각해보면 자는 것도 기절의 일부가 아닐까? 평상시에 너무 익숙하게 하고 있어서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거지.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는 동안 이네스는 조금 원래대로 돌아왔다. 얼굴에 피었던 빨간 홍조가 가시고 당황하는 것 같던 표정도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고마워. 여기까지 데려와서 눕혀주고.”


“뭘. 당연한 소릴. 몸은 좀 괜찮아?”


“어. 그럭저럭? 그냥 자고 일어난 거 같은데?”


“휴, 다행이다.”


이네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전에 찾아갔었는데, 그 정도는 부상 축에도 못 낀다고 거의 화를 내더라고. 지금 그쪽 상황도 말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온 건데······ 다행이네.”


“그래? 전투가 있긴 있었나 보지?”


남쪽 성벽을 보고 대강 짐작하긴 했지만 이미 오크들과 한차례치고 받은 것 같았다.


“어. 어젠가. 갑자기 그린스킨들이 들이닥쳤대. 피해가 그렇게 큰 것 같진 않은데··· 부상자는 꽤 많았어.”


“일은? 잘 끝냈어?”


이네스는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하. 이따 설명해 줄게. 일단 뭐부터 좀 먹어야지. 너 진짜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급격하게 허기가 몰려왔다.


“그래. 그러자.”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의 분위기는 내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호탕한 주정뱅이들과 말 많은 호사가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자리마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제각각 진지한 표정으로 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만난 여관주인은 호들갑을 떨어댔다. 실려 왔을 땐 죽은 줄 알았다는 둥, 사제가 와서 치료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벌써 일어났냐는 둥······


이쪽도 정상은 아니구만.


의사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들어간 빈속에 갑자기 먹을걸 욱여넣으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뭔가 거창한 걸 할 여력도 없었다.

최대한 간단하게 먹어야지.


나는 주방에 있는 약간의 버터와 밀가루 그리고 우유를 이용해 간단하게 스프를 만든 후 다시 홀로 향했다.


한쪽 식탁에 프랭크과 젠슨이 언제 왔는지 이네스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젠슨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어! 살아났네요?”


축 늘어진 분위기와 다르게 젠슨의 텐션은 여전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이네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프랭크도 걱정스러운 눈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서도 괜찮다는 의미의 눈짓을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스프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맛있었다. 버터에 볶은 밀가루가 내는 고소한 맛과 적절하게 들어간 간······


특별할 건 없었지만 나는 너무 급하게 먹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혹시라도 속에서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먹는 걸 한참 바라만 보고 있던 이네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잭은 찾았어?”


프랭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뇨. 상업지구를 전부 훑었는데, 없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잭은 우리가 거미들을 피해 숨는 와중에 비엔으로 먼저 보낸 용병이었다.


상인회 회장이자 의뢰 주인 루카헤드위그에게 테런우드 인근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의뢰를 받은 용병의 기본적인 의무였으니까.


그런데 잭이 사라졌다고?


아니, 우선 중간에 생략된 이야기부터 좀 들어야겠다. 빈 부분이 있으니 진도를 못 따라가겠구먼 이거.


“내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네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루카 헤드위그를 만나는 데 실패했어.”


“왜?”


“···몰라. 지금 바쁘다고 기다리지 말래. 의뢰는 완료처리 해주겠다고.”


응?


이건 이상하다.


내가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루카 헤드위그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인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은가?


상인회 회장쯤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테런우드까지 순행을 돌면서 괜찮은 용병들을 골라서 직접 의뢰를 하다니.


그것도 매년 정기적으로.


그런 사람이 테런우드의 제일 최근 소식을 가져온 사람을 만나려고도 하질 않는다?


만나서 하나하나 취조하듯이 해도 모자랄 판에?


이건 둘 중 하나였다.


진짜로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거나, 아니면 생각이 다른 곳으로 가 있거나.


이네스의 입꼬리는 조금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서운할 만도 하다.


어찌 됐건 이네스는 의뢰를 완수하기 위해 비엔으로 돌아왔다.

의뢰 완료 도장은 받았지만, 이게 그녀가 바랬던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잭은?


“잭이 없어졌다는 건 무슨 소리야?”


프랭크가 대답했다.


“분명히 여기 ‘노래하는 나무’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안보이더군. 혹시 못 들어왔나 싶어서 상인회에 물어봤는데, 거기선 이미 어제 와서 보고를 하고 갔다고 하고······ 혹시 몰라서 지금까지 상업지구를 싹 훑었는데 결국 못 찾았네.”


이거 봐라 이거.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구만.


“나머지는?”


“나머지? 아. 그 둘이라면 상인회에서 의뢰가 완료되고 나서 갈 길 가기로 했어.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용병들 몸값도 올랐겠다. 이참에 크게 한몫 잡고 싶겠지.”


흠. 의리도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적어도 잭은 찾고 어쩌던가 해야 할 거 아닌가.


이제 이네스 파티의 구성원은 이 식탁에 앉은 넷이 전부였다. 이네스, 프랭크, 젠슨, 그리고 나?


음. 나는 좀 넣기 애매한가. 파티원이라기보단 일종의 일용직에 가까우니.


이네스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방금 받은 소세지를 단검으로 자르고 있었다. 칼이 소세지를 자르고도 모자라 접시를 탁, 탁 때렸다.


화가 많이 났구만.


이네스가 프랭크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방법은 있어?”


“오면서 여러 가지 고민해 봤는데, 일단 치안대에 신고하고 기다리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뭐, 다른 놈들처럼 어딘가 다른 의뢰를 받아서 가버렸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아- 그것도 짜증 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네스의 미간을 펴질 줄을 몰랐다. 그녀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때 치안대에 신고해봐야 그들이 관심 가질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기로 했다.


루카 헤드위그를 한번 만나볼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상인회로 가보자.”


이네스가 놀라서 되물었다.


“지금? 너무 늦지 않았을까? 어차피 가도 우리 안 만나줄 거 같은데.”


“치안대에 신고하는 거보단 낫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좀 있고.”


잠시 고민하던 이네스는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에 따듯한 걸 먹은 몸이 일어나길 거부했지만, 내 의지력이 그것보다는 더 강했다.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여관을 나섰다.


***


전운이 감돌고 있는 도시는 흉흉했다.

야간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도시 전체가 무언가 어두운 분위기로 꽉 눌린 듯 했다.


도시 곳곳에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오갔고, 그걸 제외하면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루카 헤드위그의 상인회는 상업지구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있었다.


거대한 포플러 나무 뒤쪽으로 로터리의 면적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건물이 바로 그의 것이었다.


문을 똑똑 두드리자 피곤한 눈을 한 어린 소년이 걸어 나왔다.


우린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은화 하나를 쥐여주곤 오전에 만났던 의뢰 담당을 불러 달라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잔뜩 화가나 보이는 말총머리 하나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아니 당신들. 오전에 분명히 내가 말했잖소. 의뢰는 끝났다고. 금액도 전부 지불했는데, 이 늦은 시간에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요?”


척 보니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나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비언어적인 표현을 하나 사용하기로 했다.


한발 앞으로 나아가자, 건물 입구 양쪽에 걸렸던 횃불이 나를 비췄다.


있는 대로 성질을 내고 있던 말총머리는 내 얼굴을 보자 깜짝 놀라서 갑자기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히끅- 당신이 히끅- 왜?”


다행히 알아보는구만.


나는 은근히 모으고 있던 마력을 흩어버렸다.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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