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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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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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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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씨발 멀기도 머네.”


잘 정비된 도로를 걷다 말고 베스닉은 욕을 지껄였다.


속에서 헤드위그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에 투입하다니!


베스닉은 자신의 실력에 제법 자신이 있었다.


몸을 숨기는 법, 은밀하게 누군가를 미행하는 법, 비상시에 언제든지 쓸 수 있게 갈고 닦은 단검술까지.


비록 몇 가지 실수로 인해서 헤드위그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정도가 있었다!


비엔에 몰려드는 그린스킨들을 보고 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헤드위그는 레인-가르티엔에 다녀오라며 품속에 편지를 쑤셔 넣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좆같이 사소한 당부는 덤이었다.


나가고 들어올 때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둥, 절대로 누구한테도 레인-가르티엔에 가는 걸 말해선 안된다는 둥.


누굴 막 시골에서 검 하나 쥐고 올라온 병아리로 보는 것도 아니고 말야 응?


야음을 틈타 북문을 넘은 베스닉은 장장 3일을 꼬박 걸어 레인-가르티엔에 도착했다.


뭔가 그래도 제법 대단한 일이 벌어질 걸 기대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편지를 받은 상회 직원은 잠시만 기다리라며 응접실에 베스닉을 두고 나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러곤 고급스럽게 씰링된 편지를 주며 하는 말이 최대한 빨리 돌아가달라는 것이 아닌가?


자유도시 레인-가르티엔의 화려한 유흥을 기대한 베스닉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하라면 해야지.


도시에 도착한 지 반나절도 안돼서 베스닉은 다시 성문을 통과해야 했다.


다시 꼬박 3일을 걸어 도착한 비엔의 북문 앞에서 베스닉은 다시 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강화된 경계 탓에 몰래 성문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쓸 수밖에.


베스닉은 이럴 때는 대비해서 도시의 밤손님들과 충분한 우애를 다져 놓았다.


서쪽에 어딘가쯤에 하수도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했던가.


잘 쓰지 않는 곳이라 지금은 막혔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런 조건은 오히려 좋았다.


아무도 만날 일이 없다는 거였으니까.


서쪽으로 걷던 베스닉은 생각보다 쉽게 통로를 발견했다.


하수구 입구를 막고 있는 창살의 이음매를 보고 그는 흡족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럽고 섬세한 터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착각하기 쉬웠지만, 이건 적어도 아직까진 동종업계 종사자만이 통로를 이용한다는 증거였다.


그의 그런 확신은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오랜 기간 도시의 어두운 면을 보고 산 베스닉에게도 하수구의 냄새는 쉽지 않았으니까.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이런 데까지 올 놈이 없지 암.’


베스닉은 출구를 앞에 두고 숨을 골랐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혹시나 출구로 나갔을 때 도시의 누군가와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혹시 몰라 손으로 밀어 보자 출구가 달그락달그락 거렸다.


‘걸렸을까?’


베스닉은 숨을 죽이고 머리 위의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아무도 하수구 따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했다.


지루한 시간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발소리가 사라졌다.


베스닉은 조심스럽게 출구를 손으로 밀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었다.


다행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드디어 끝났다!’


베스닉은 순간 마음을 탁 놓았다.


이곳은 상업 구역이었다.


운도 좋지.


그는 머릿속으로 헤드위그 상회로 가는 최단 거리를 그리고는 빠르게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일단 헤드위그에게 편지를 던져주고, 그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지.


저녁으론 버터에 구운 소고기와 맥주를 마시고, 간만에 침대에 누워 푹 잠을-


“으허허어어어억!”


갑작스러운 통증에 베스닉은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번개를 맞으면 이럴까?


공격은 절묘했다. 죽을 것 같지는 않은, 그러나 극심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내달렸다.


목 뒤가 찌릿찌릿하면서 뻣뻣하게 굳었다.


온몸의 근육이 몸 안쪽 깊은 곳을 향해 말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잡았다. 이 새끼.”


***


“그렇단 말이지?”


나에게 잡힌 이 남자. 베스닉이라고 했던가.


그는 생각보다 충성심은 좀 떨어지는 타입인 거 같았다.


제압용 [짧은 벼락] 한방에 여태까지의 일들을 모두 술술 부는 걸 보니.


나는 절실하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는 베스닉의 품을 뒤져 편지를 꺼냈다.


편지엔 복잡하고 고풍스러운 실링이 찍혀있었다.


이게 받아왔다는 편지인 거 같은데.


잘 모르는 문양이었다.


진짜 middle ages에 미친 놈들은 가문의 인장을 모조리 외우고 다닌다는데, 나는 뭐 그 정도 까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방법이 있지.


“이네스. 이거 좀 봐봐.”


차를 마시러 나왔다. 엉겁결에 나를 따라온 이네스가 고개를 쭉 빼고 편지에 있는 봉인을 유심히 살폈다.


“어때? 아는 거야?”


“아니. 귀족들이 쓴다기엔 조금 경박해 보이는 문양인 거 같긴 한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


“그래? 그럼 뜯어야겠네.”


봉인을 뜯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별로였다.


어쨌든 내용을 알아야 대응할 거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편지를 뜯자 정갈해 보이는 필체로 쓴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친애하는 회장님께]

그간 여러 차례의 과정에서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셔서 플로린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결정을 내리신 걸 보니 저의 열정이 헛되진 않은 거 같아 다시 한번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마치 모든 상황이 우리를 축복해주는 것 같습니다.


까마귀에겐 연락해놓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원체 꾀가 많은 동물이라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요.


까마귀가 도착할 때까지 부디 보중하시길 바립니다.


당신이 자유를 찾을 날을 기원하면서.


-플로린


나는 옆에서 까치발을 들고 내용을 보려고 애쓰는 이네스를 향해 편지를 건넸다.


단숨에 편지를 다 읽은 이네스가 불평했다.


“이게 무슨 내용이야? 설마 연애편진가?”


“그럴 리가.”


“그럼?”


“잘 생각해봐.”


이네스가 불퉁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흘겼다.


그래 이런 표정이 낫다. 분노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는 거보단.


“빨리 말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전에 나는 서둘러 힌트를 주기로 했다.


“까마귀를 문장으로 쓰는 제일 대표적인 가문이 어디지?”


“음··· 음··· 설마?”


“응. 그 설마일걸?”


“랜덜프?”


이네스는 자기가 입으로 뱉어놓고도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


랜덜프는 갈란트에서 제일 유명한 가문이었다.


디트마르 반 랜덜프


건국왕으로 부터 이어져 내려온, 갈란트를 통치하고 있는 왕의 성이 랜덜프였으니까.


***


“두 분은 그렇다 치고, 저는 왜?”


반쯤은 체념한 표정으로 베스닉이 물었다.


“그럼, 죽을래요 그냥?”


내 밑도 끝도 없는 협박에 그는 질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뭐 진짜로 죽이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헤드위그에게 가서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는데 변수 통제는 해야지.


우리는 지금 본성으로 북문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네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굳이 행정관을 통할 필요가 있을까? 저번에 보니까 좀 이상하던데.”


“그래도. 이게 제일 절차가 짧을 것 같아.”


“···그래. 그러던가 그럼.”


새벽 공기를 얼마쯤 마셨을까. 슬슬 지겹다고 생각될 무렵이었다.


행정관이 저 멀리서 부터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걸어왔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 같은 사람을 대할 때는 모름지기 최선을 다해서, 깨지기 쉬운 예술작품 대한다는 생각으로 대해줘야 나도 최선의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비엔이 조금 더 발전하는 법이거늘 지금 이-“


참. 한결같다고 해야 하나.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요?”


행정관은 무척이나 놀란 것 같았다.


“아니, 아니. 어떻게 여길? 날 미행했나?”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요. 아침마다 산책한다고 몇 번이고 얘기한 게 누군데.”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하기로 했다.


“시장님 좀 만나게 해줘요.”


행정관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안돼. 안돼. 요즘 시장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일개 용병의 일로 시장님을 귀찮게 해드리면 되겠어?”


이걸 콱 그냥.


나는 성공률 100%의 협상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손끝의 마력이 휘돌고 파지직 거리며 소리를 내자 행정관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짜 중요한 일이라 그래요. 당신도 얽혀있는··· 루카 헤드위그와 관련된 이야기에요.”


“···진즉에 얘기하지.”


어느 쪽에 설득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행정관은 우리를 데리고 본성으로 향했다.


우리끼리 왔으면 막혔을 곳마다 행정관의 얼굴은 위력을 발휘했다.


아는 공무원 좋다는 게 이런거구만.


순식간에 절차가 끝나고, 우리는 조용히 응접실에 앉아서 마르셸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응접실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기껏해야 이런저런 서류가 좀 어지럽게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정도?


잠시 서재를 구경하고 있자, 마르셸 시장이 호위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순간 나는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다. 멀리서였지만, 그래도 수확제에서 본 인상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지금 들어온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쓰고 있는 기이하게 생긴 이상한 모자만 아니었다면 아마 못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얼굴 전체에 피로와 짜증이 묻어있는 마르셸시장은 그래도 표정과는 다른 게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인가? 나에게 용건이 있다는 게?”


“그렇습니다.”


“기왕이면 좀 빠르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게. 행정관이 워낙 극성이라 자리를 마련하긴 했네 만은 솔직히 시간을 많이 빼긴 어려워.”


음. 차근차근 빌드업해서 충격을 좀 줄이려고 했는데.


뭐. 원하신다면야.


“그럼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루카 헤드위그가 특허장을 받아 비엔을 자유도시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마르셸시장은 순간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였다.


“그게 무슨 소린가? 특허장을 받아? 누구에게?”


“특허장을 주실 수 있는 분은 단 한 분뿐이지 않습니까. 갈란트 왕국의 정당한 통치자이신······”


마르셸시장은 손을 내저었다.


“그만, 그만하게. 오늘 대화는 없던 거로 하는 게 좋겠네.”


진심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냥꾼을 보면 대가리만 짚에 숨기는 꿩처럼, 마르셸 시장은 지금 회피하고 싶은 것인 게 분명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몰아붙이면 안 된다. 그래 봐야 숨기만 할 뿐.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보중하시길.”


나는 대충 적당한 말을 지껄이며 일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문까지 반쯤 왔을 때 시장은 다시 우리를 불렀다.


거의 10년쯤은 늙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잠깐. 잠깐만. 잠시만 앉아보게.”


우리는 못 이기는 듯이 다시 의자로 돌아왔다.


본의 아니게 왔다 갔다 하게 된 이네스는 눈을 땡그랗게 떴다. 귀엽기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무언가가 있어서겠지······ 이야기해보게.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전에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도시의 상인들이나, 상인회로부터

협조가 잘 안된다는 느낌 못 받으셨습니까?”


마르셸 시장은 말해 뭐하냐는 제스처와 함께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겠나. 어차피 자네도 위험한 발언을 한 건 마찬가지니.”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지를 찢어 개먹이로 줄 놈들이 비엔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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