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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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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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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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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1)

DUMMY

Middle ages의 레벨 업 시스템은 기하급수적이었다.


1레벨에서 2레벨 올라가는 건 간단한 일이지만, 3레벨에서 4레벨을 넘어가는 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단순 사냥으로 해결되는 건 6레벨까지 였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건 경험치에 더해서 특수한 조건들이 필요했으니까.


이를테면 위업을 달성한다든가, 깨달음으로 포장되는 길고 지루한 연계 퀘스트에 시간을 갈아 넣든가.


거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3레벨 구간도 마냥 쉽게만 볼 순 없었다.


일반적인 마법사 캐릭터 시트로 시작했다면 적어도 인 게임 시간으로 두 달쯤은 박아줘야 고지가 보이곤 했으니까.


그러나, 나의 경우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칠흑 거미는 보통의 경우 2레벨에는 상대할 일이 없는 몬스터였고, 뭔진 모르지만 분명히 ‘이름’이 있을 오크 주술사도 기습으로 처리해서 그렇지 제대로 된 상황에서 붙었다면 매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무려 CC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제대로 된 진형에서 아군 머리 위로 저주가 떨어졌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 몬스터들을 잡은 끝에 나는 게임 속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안돼서 3레벨을 달성 할 수 있었다.


···좋은 일인가.


순간 몰려오는 자괴감을 잠시 뒤로 한 채로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전에 왔던 곳과 거의 비슷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산의 정상 쪽을 조금 빼놓고는 새하얗게 깔린 운해가 아래쪽으로 가는 시야를 모두 차단하고 있었고, 정상의 바위들은 원을 그리며 동그랗게 둘러서 있었다.


방식은 전과 같겠지.


나는 산 정상을 한 바퀴 돌면서 각각의 바위에 어떤 게 적혀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주문 발견]은 아무렇게나 무작위 마법을 던져주는 게 아니었다.


그런 거였다면 제법 괜찮은 특성 정도는 될 수 있어도 영혼 각인이라기엔 좀 약했겠지.


다시 한번 기억을 되새겨보면.


[주문 발견]

예로부터 꿈은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꿈에서 스스로 내재되어 있는 해당 레벨 마법을 하나씩 발견합니다.


‘내재되어있는’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나, 바라는 것, 혹은 캐릭터에게 연관이 있는 것이 발견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내가 고를 수 있는 마법은 다음과 같았다.


[주문 방벽][음파 충격][벼락][화염구]


음. 하나같이 버릴 게 없는 주문들이었다.

전부 다 고를 수 있게 해주면 안 되나.


씁.


나는 발견된 주문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주문 방벽]


[주문 방벽]은 상대의 마법이나 저주 같은 신비를 1회 막아주는 일종의 벽을 설치하는 마법이었다.


3레벨 마법인 만큼 조건이 제법 까다로웠다.


우선, 대상 마법은 시전자의 레벨-1 이하여야 했다.


내가 지금 3레벨이니까 2레벨까지만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1회라는 제한조건도 제법 까다로웠다.


이런 종류의 설치형 마법은 시전시간이 긴 편 이었다. 어설프게 날아오는 [파이어 애로우] 같은거나 막고 사라지면 좀······


이런 단점들을 고려해도 [주문 방벽]은 상당히 좋은 선택지였다. 일단 대 마법사 전에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카드를 하나 챙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법사를 만난다고 치자.


돌진하는 이네스에게 타이밍을 맞춰서 [주문 방벽]을 걸어주면···?


이번에 오크 주술사를 상대로도 톡톡히 재미를 본 방법이었다.


단순 반감인 [케아론의 의지]도 쓸만했는데, 그보다 더 상위인 [주문 방벽]이라면?

뭐 말할 것도 없겠지.


생각하면 할수록 끌리는데.

이걸로 고를까 그냥.


잠시 드는 충동적인 욕구를 뒤로하고 나는 다음 마법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음파 충격]이었다.


[음파 충격]은 일정 범위의 적을 행동 불능으로 만드는 CC기의 일종이었다.


이것도 역시 비슷한 걸 ‘이안’이 겪어본 적이 있었다. 저주긴 했지만, 오크 주술사가 쏟아냈던 검은 물결이 바로 그것이었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하고, 시야를 흐리고, 어지럽게 만들고······


[케아론의 의지]로 한번 받아내지 않았다면 혹시 몰랐다. 역으로 우리가 위험해졌을 지도.


[음파 충격]은 2~3m 전방의 적에게 순간적인 충격을 줘 넘어뜨리는 마법이었다.


넘어지는 거랑 ‘음파’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 게임 내에서 그렇다는데 뭐.


이건 예전에 플레이하던 도중에 실제로 당해 본 적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귀가 삐-하고 울리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단검을 던져 마법사를 죽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열심히 키운 도적하나 말아먹을 뻔 했었지···


이것도 탐이 난다.


퀘스트 창이 안 열려서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진행 중인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는 비엔에 닥친 오크들을 해결하는 것.


다른 하나는 헤드위그와 시장 중에 한쪽의 편을 들어 다른 한쪽을 처치하는 것.


두 가지 퀘스트 모두 집단을 상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그렇다면 [음파 충격]은 정말 괜찮은 선택지였다.


집단끼리 부딪칠 때 정확한 타이밍에 써준다면 수십을 갈아버리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이것도 킵하고.


세 번째 마법은 [벼락]이었다.


이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짧은 벼락]의 다음 단계 주문이었다.


주문이 강화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접두사가 붙거나 접미사가 붙거나.


[벼락]은 [짧은 벼락]에서 부정적인 접미사를 제거한 경우였다.


2m 이내였던 출력 범위가 8-10m까지 확장되는 거였던가···


선택지가 너무 하나하나 다 좋은데?


[벼락]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였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주문이(그래 봐야 두 개밖에 없지만) [짧은 벼락]인데, 이 마법은 구조상 필연적으로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짧은 사정거리 탓에 적의 코앞까지 다가서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크게 위험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어쨌든, 적에게 간격을 주는 거였으니까.


이걸 고르면 그런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연습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건 이미 쓰던 마법이었으니까.


아주 약하게 제압용으로 쓸 수 있는 강도부터 적을 한방에 격살할 수 있는 강도까지 이미 완벽하게 반복 숙달이 되어있다는 뜻이다.


어째 선택지가 늘어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뭘 골라야 하는 거야 대체.


마지막 선택지는 [화염구]였다.


하.


[화염구]


흔해 보이는 이름과는 다르게 middle ages에서 [화염구]는 굉장히 인기 있는 마법이었다.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에 메인 창에도 화염구를 쓰는 마법사 그림이 올라온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유는 간단했다.


3레벨 마법치곤 위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멋있었으니까.


[화염구]는 축구공 크기의 화염 덩어리를 발사하는 마법이었다.


쏘아진 덩어리는 목표에 닿으면 폭발하고 그 일대에 화염 피해를 끼친다..


위력은 [벼락]보다 조금 약한 정도였나.


처음 캐릭터를 만들고 마법을 배우게 되면 대부분의 유저는 약간 실망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마법이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짧은 벼락]이었다.


나야 [마법 쐐기]의 효과에 지능 보정까지 받아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일반적으로 [짧은 벼락]은 함정 카드였다.


그렇잖아?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캐스팅 해야 하는데 또 범위는 2M 정도밖에 안 되고, 그렇다고 아예 적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안 나오고.


그런 마법사들의 짜증을 달래주는 게 바로 이 [화염구]였다.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는 마법 같은 마법.


데미지 준수하고, 이상한 제한조건 같은 거 안 걸려 있고, 무엇보다 폭발하는 게 멋있고.


커뮤니티엔 [화염구]를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정리되어 올라왔을 정도였다.


다만, 내가 쓰기엔 조금 애매했다. 나는 이미 [짧은 벼락]을 배운 상태였다. 거기다 이번에 나온 선택지인 [벼락]까지.


이건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화염구]의 상위호환일 수도 있었다. 범위가 조금 좁긴 하지만 반대급부로 데미지가 더 강한 편이고, 내게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으니까.


잠깐만?


무언가 번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 잘하면······?


[주문 발견]은 내게 ‘내재된’ 마법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최근에 [화염구]와 연관될 만한 일이라면···


어차피 모 아니면 윷이었다. 방금 내가 생각한 것이 의미가 없다 해도 [화염구]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좋은 마법이었다.


[주문 방벽]이나 [음파 충격]을 못 집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좋아.


나는 지체 없이 [화염구]를 집어 들었다.


***

항상 운동하던 공터에서 나는 이네스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이번에 새로 얻은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였다.


이네스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내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어. 실전처럼 하자. 지금 몇 대 맞더라도 정확한 능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까.”


이네스는 목검을 중단세로 겨눴다.


양쪽에 차고 있는 팔찌에 마력을 흘려 넣자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내던 팔찌는 이윽고 검은 연기를 울컥울컥 토해냈다.


이내 내 양손은 새까맣게 변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팔찌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설정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간다!”


여전히 걱정스러운지, 이네스는 정직하게 정면을 향해 목검을 내리쳤다.


챙-


이것 봐라.


일부러 가만히 있었는데, 손을 움직여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주도권을 넘겨주자 오른손이 휙 하고 움직였다.


예전에 한국에서 타던 차에 주행 보조 장치 옵션이 있었다.


왜 있잖아. 차선 한가운데로만 가게 해주는 거.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힘을 주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원하는 경로로 움직이는···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이네스가 내리친 목검은 내 오른손과 부딪혔다.


“뭐야 이거? 괜찮아? 안 아파?”


다시 봐도 충격적인 듯 이네스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어. 괜찮은데? 무슨 방패로 막은 거 같아.”


“그래?”


약간 안심한 듯 이네스는 여러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오른쪽 어깨부터 사선으로 베고, 이어서 왼쪽 옆구리. 찌르기가 날아오고, 뒤이어 머리를 노리고 목검이 떨어졌다.


그때마다 양손의 팔찌는 적재적소로 반응했다.


챙- 챙-


모든 공격이 무효로 돌아가자 약이 오른 듯 이네스는 조금 분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잠시 고민하던 이네스는 다시 목검을 들고 나를 공격해왔다.


응?


검은 이상한 곳으로 날아왔다.

그녀가 노린 곳은 팔꿈치 근처였다. 다시 한번 팔찌가 원하는 방향으로···


“악!”


공격은 순간이었다.


팔꿈치를 노리고 목검을 휘두른 이네스는 내 손이 따라 나오는 걸 보자마자 손목을 비틀어 왼쪽 어깨 쪽을 내리쳤다.


설마 맞을 줄 몰랐다는 듯 이네스는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나는 어깨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어. 괜찮아. 근데 이거 문제 있네.”


“그러게. 페이크를 조금만 섞어도 바로 따라 나오네.”


이네스의 말이 정답이었다.


팔찌는 판단력이 없었다. 그저 그때그때 나를 향해 위협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


경험이 있는 전사, 예컨대 이네스 정도라면 가벼운 페이크만으로 팔찌를 속이는 게 가능했다.


“이거 꼭 써야 해? 오히려 위험할 거 같은데··· 변수가 너무 많은 거 같아.”


“아무래도 이렇게 쓰는 건 안 되겠네··· 잠시만.”


이네스에게 양해를 구한 나는 팔찌의 감도를 다시 조정했다. 이번에는 최대한 수동적으로.


“다시 한번 해보자.”


이네스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게 검을 겨눴다.


처음과 같은 경로로 이네스는 정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다르다. 아까는 꼭 막아야 할 것 같은 강제력이 느껴졌다면 이번엔 공격이 들어오는 방향만 체크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오른손으로 검의 경로를 막았다.


검이 근처에 다가오자 그제야 팔찌가 반응했다.


흡사 에임 핵 같은 느낌이었다. 근처까지 가져다 대면 마지막 한 끗을 조정해주는 그런···


게다가 움직이는 주체도 나였다. 팔찌가 바라는 정확한 위치에 손을 가져다 대자 챙-하는 소리와 함께 목검이 검은 연기에 부딪쳤다.


그래 이 정도가 좋겠다.


무게가 안 느껴지는 좋은 건틀릿을 착용했다고 생각하고, 오토트래킹은 약하게 쓰는 거로.


아무래도 내 몸을 팔찌에 100% 맡긴 다는 건 좀 불안했다.


이 정도만 되도 멀리서 날아오는 투사 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실험은 계속됐다.


이네스는 계속해서 내 빈틈을 노려 검을 휘둘렀고, 나는 피하거나 막으려고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물론 처음에 몇 번 빼곤 형편없이 얻어맞았다. 팔찌가 경고를 해줘도 뭐, 몸이 따라가야 막지.


얼마나 지났을까. 온몸이 땀 범벅인 채로 우리는 나뭇등걸에 걸터앉았다.


“어때? 아직도 안 쓰는 게 좋을 거 같아?”


잠시 고민하던 이네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처음엔 좀 불안했는데, 이젠 괜찮을 거 같은데? 약간 감지하는 느낌으로. 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쓰는 게 안전할 거 같아.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할거 같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훈련을 끝낸 우리는 ‘노래하는 나무’로 돌아왔다.


그곳에선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비엔의 정당한 주인이신 이스테르백작님이 서임한 나를 기다리게 하는 건 그분에 대한 불충을 저지르는 일이라는 자각이 없는 모양이지? 지금 내 책상 위에 서류가 대체 몇 갠 줄이나 알아?”


이게 미쳤나 진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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