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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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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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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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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2)

DUMMY

우리는 행정관의 인도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간 주어졌던 힌트를 되새겨 보았다.


검은 숲. 검은 안개. 도망치는 거미들. 거주지를 버리고 비엔 앞으로 몰려온 그린 스킨들.


정황상 그린 스킨의 영역에 생긴 문제와 칠흑 거미의 영역에 생긴 문제는 같은 문제겠지.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했으니.


그 정도 지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몇 가지 없었다.


‘검은 안개라···’


해결은 못 하고 왔어도 힌트 정도는 줄지도 모른다. 하나 정도만 확실한 게 있으면 특정하는 게 가능할 거 같기도 한데.


“이쪽으로 오시죠”


교회에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테런 우드에서 돌아왔다는 용병은 1층 응접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둘 중 아마 단장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은 벽에 바짝 붙인 의자에 앉아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눌 힘도 없는지 사지를 아무렇게나 늘어트리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였다.


다른 하나는 그 옆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있었다. 상세는 이쪽이 좀 더 심각해 보였다. 왼팔 어깨 아래로 날아가 있었으니까.


둘 다 피가 안 나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얼굴도 파리하게 질린 것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대체 교회로 안 가고 왜?’


그런 생각은 나 혼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시장이 의자에 앉아있는 용병을 보고 물었다.


“자네 꼴이 말이 아니군. 교회로 가서 치료부터 하지. 보고는 나중에 들어도 되니.”


의자에 앉은 용병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틀렸습니다. 같이 간 사제에게 치료를 부탁했습니다만, 출혈을 잠시 막는 게 고작이더군요.”


자세히 보니 이쪽의 상세도 만만치 않았다. 군데군데 베인 상처는 뭐에 당했는지 조금씩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복부의 상처로부터 피가 한두 방울씩 똑똑 의자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아닐세. 교회로 가지. 마티아스 주교님께서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네.”


“의무를 다하게 해주십쇼. 어찌 됐건 의뢰를 받았지 않습니까.”


“폴···”


시장은 안타까운 눈으로 폴이라 불린 용병단장을 바라보았다.


폴은 컥컥대는 소리와 함께 보고를 시작했다.


“저희는 총 10명이서 출발했습니다. 인원 구성의 특이점은 사제가 하나 동행했다는 건데, 이미 잘 알고 계실 테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내가 하나 소개해줬지. 혹시 몰라서.”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남문에 포진하고 있는 그린스킨들을 피하고자 동쪽으로 나가긴 했습니다만 별다른 방해요소가 없었으니까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칠흑 거미가 두어 번 나오긴 했지만, 많아 봐야 두 마리씩이라 크게 위협이 되진 않았습니다.”


이네스는 슬쩍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나는 동조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마도 저 거미들이 우리를 지나쳐 갔던 거미들일 가능성이 컸다.


뭔지 모를 것을 피해서 도망 나올 때는 덩어리로 나왔지만 원래 거미라는 게 집단생활을 하는 생물은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찢어졌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문제는 테런우드 안쪽으로 반나절쯤 들어갔을 때부터 발생했습니다. 어느 순간 낙엽 썩는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하더니 사위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니까요.”


행정관은 응접실 책상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종이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속기록이라도 작성하는 모양이지.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태는 심각해졌습니다. 숲이 썩어들어가는 거 보셨습니까? 지옥 같은 장면이더군요. 나뭇잎이 썩어서 발밑에서 미끌거리고, 머리 위에선 나뭇가지가 툭툭 힘을 잃고 떨어졌습니다. 새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 안보이더군요. 더 큰 문제는··· 쿨럭, 쿨럭”


폴은 말을 하다 말고 기침을 내뱉었다.


“중요한 것만 얘기하게. 누가 자네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컥, 컥-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체 덩어리? 사체 골렘? 비슷한 걸 본적도 없습니다. 들은 적도 없어요. 온갖 썩은 걸 모아놓은 흉물스러운 것이······”


순간 내 마음속에 느낌표가 반짝이는 것과 별개로, 단장의 목소리는 서서히 작아졌다. 끝에 가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리던 폴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행정관이 쓰던 걸 내려놓고 급히 달려와 폴의 상세를 살폈다.


“아직 숨은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로 옮기게 어서!”


시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종들이 달려와 커튼보같은 것 위에 폴을 올리더니 종종걸음으로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폴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크크큭··· 꼴이 좋아. 그러길래 내가 돌아가자고 했을 때 돌아갔으면 됐을 것을. 끝끝내 제 고집에 지가 잡아먹히는 꼴이라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다른 용병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필립! 어디서 감히 그런-”


“미친 새끼. 지금 내 꼴을 보고도 할 말이 남았나? 어디서 감히? 어디서 가암히?”


그는 남은 손으로 원래 팔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빙글거리며 가리켰다.


“이미 이렇게 됐는데, 보이는 게 있을까 봐?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몰라. 응? 야 이 씨발새끼야. 또 지껄여봐. 무슨 죄라고 했더라. 기억도 안 나네. 내 아내고 자식이고 언제든지 성문 밖으로 추방할 수 있다고 그 좆같은 아가리 놀려보라고!”


시뻘건 얼굴로 분노를 토해내던 용병은 사레가 들렸는지 컥컥거리면서 침을 삼켰다.


저거였구나. 여러 가지 수단이라는 게.


아마 용병단 내부에서 의뢰에 대해 찬반이 격렬하게 부딪혔던가 했겠지. 그걸 행정관이 한쪽을 눌러서 해결한 모양인데.


쯧쯧. 멍청한 짓을···


협력이 안 되는 아군은 사실상 없느니만 못했다. 특히 지금처럼 탐색을 나서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차라리 싫다는 사람들은 빼고 다른 팀을 섞는 게 나았을 텐데.


원색적인 욕설을 온통 뒤집어쓴 행정관의 표정은 볼만했다. 당황과 분노가 반쯤 버무려진 채 한 얼굴에 있는 꼴이란.


행정관은 무언가 대꾸를 하고 싶은지 입을 뻐끔거렸지만, 그보다는 시장의 행동이 더 빨랐다.


“혹시라도 우리 행정관이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노여움을 풀고··· 의미있는 대화를 해보세.”


“의미이 이있는 대에화아?”


용병은 일부러 말꼬리를 늘여가며 빈정거렸다.


그러나 시장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지 시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처음과 같은 톤으로 설득을 계속했다.


“그래. 의미 있는 대화. 자네도 지난 며칠간의 탐색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나는 건 원치 않을 테지. 안 그런가?”


약간 누그러진 표정.


“···뭐 그렇다 치고.”


“확실하게 아니어도 좋아. 의심만 가는 거여도 좋으니 생각나는 걸 말해보게. 원인이 뭔 인 것 같은가?”


용병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


“뭔가? 말해보게.”


용병은 입을 열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너무 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는데······


필립이라고 불린 용병은 시장을 향해 힘없이 손짓했다.


조금 전 폴이 오버랩돼서였을까. 시장은 홀린 듯이 용병의 근처로 다가갔다.


높이를 낮추고 쪼그리고 앉은 채로, 입 가까이 귀를···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 같던 용병이 갑자기 하나 남은 손으로 벽을 짚고 시장의 얼굴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피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지만 애초에 쪼그린 자세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되는 법이다.


“아아 아악!”


오른쪽 귀를 제대로 물린 시장은 응접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용병의 머리를 밀쳤다.


쿵!


벽에 머리를 박은 용병은 바닥으로 주르륵 쓰러졌다.


“···그러게 어디서 끝까지 혀를 놀려··· 혀를··· 혀를 질라··· 버렸어야··· 했는데···”


그 말을 끝으로 필립도 바닥으로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죽었을 수도 있겠는데.


“시장님! 시장님!”


행정관은 어쩔 줄을 모르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붕대나 가져와!”


행정관이 붕대를 찾으러 나간 사이 나는 용병의 코밑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숨을 안 쉬는 게 죽은 것 같은데.


피가 철철 흐르는 귀를 부여잡고 시장이 내게 물었다.


“죽었나?”


“네.”


시장은 괴성을 내지르더니 책상을 쿵-하고 내리쳤다.


그사이 행정관이 시녀와 함께 붕대를 가지고 돌아왔다.

의자에 앉아서 간단한 처치를 받으면서 시장이 말했다.


“미치겠군. 이래서야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은가. 다른 놈들은?”


행정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교회로 데려가라고 하긴 했는데, 솔직히 거의 가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나마 제일 상태가 멀쩡한 게 이 둘이었으니··· 혹시 죽지 않는다고 해도,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보다 시장님도 어서 교회로 가보시는 것이···”


시장은 짜증을 벌컥 냈다.


“지금 이따위가 문젠가? 언제든지 기도 한방이면 낫는 거.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야. 왜 숲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지, 시체 골렘이 뭔지, 도대체 테런 우드에 일어나는 일의 원인이 뭔지 이게 중요한 거란 말이야. 어!”


“이유라면 대충 짐작 가는 게 있습니다만.”


갑자기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


응접실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어차피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몇 개 없었다.


검은 안개를 뿜어내는, 범위가 숲을 일부 덮을 정도로 넓은, 오크나 거미나 튀어나올 만큼 위협적인 무언가.


거기에 조금 전에 결정적인 힌트가 있었다.


썩은 냄새가 나고, 시체가 뭉쳐진 골렘 비스무리한 것이 돌아다닌다고.


이 조건을 종합하면 도출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이건 [썩어들어가는 대지]입니다.”


“썩어들어가는 대지? 그게 뭔가?”


지혈이 되지 않는지 왼쪽 귀가 있는 쪽을 손으로 꾹 누르면서 시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썩어들어가는 대지]는 언데드 필드를 만드는 마법이었다.


시작은 특별하지 않다. 씨앗 상태에서 출발한 마법은 주변의 마력을 집어먹으면서 점점 크기를 불려 나간다.


이때는 특별한 일이 없다. 정체가 들키면 제일 위험한 순간이 이때여서일까. 예민한 거미나 개미조차도 이 타이밍에 도망가지는 못한다.


씨앗이 충분히 커지고,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하면 이제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된다. 성장기다.


성장기에는 썩어야 할 것들이 빠르게 썩기 시작한다.


낙엽이라든지, 동물이나 몬스터의 시체라든지. 심지어 가지고 들어간 식량이나 가죽으로 만든 무기, 방어 구까지.


지금 테런우드에 있는 것이 바로 이 단계였다.


마법의 중심에서 시체 골렘이라고 방금 얘기했던 햇트레드가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진 어떻게든 되돌리는 게 가능했다. 이다음으로 넘어가면 씨앗이 [개화]하고, 그때는 그 지역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지역이 되어 버리고 만다.


악마가 등장하니까.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장은 귀의 통증도 잊은 듯 했다.


초점은 반쯤 풀려있고, 고개는 연신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은 기회가 있단 말이로군··· 씨앗을 찾아 파괴하면 되는 거니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일세.”


방금 있었던 일은 깡그리 잊은 듯이 시장은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직도 피가 나는 양반이 그러는걸 보고 있으니 좀 무섭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행정관은 입을 쩍 벌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일하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건 이네스였다.


이젠 어지간한 거론 놀라지도 않는다 이거지.


“여유가 있진 않을 겁니다. 그린 스킨들이 튀어나온 지가 시일이 좀 됐으니까요. 넉넉잡아 앞으로 10일 정도나 될까요.”


“그래도··· 이제야 앞이 좀 보이는 것 같군.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이 잡혀.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밝았던 그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그 정도 대단위 마법을 쓰려면 적어도 마스터 급 마법사가 있다는 소린데······”


“아뇨. 그러진 않을 겁니다. 시전자도 오래 견디기는 어려운 주문이니까요. 설령 누군가 있다 하더라도 정상은 아닐 겁니다. 개인이 쓰기엔 너무 큰 마법이니···”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럼 대체 누가?”


글쎄다. 짐작 가는 건 있지만, 섣불리 꺼내놓기는 조심스럽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교회로 가보죠. 저보다 이 주문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많을 테니.”


***


그다음 날. 우리는 시의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앞에 서 있었다.


젠슨이 입을 나불거렸다.


“뭘 챙겨오는 게 제일 좋을까요? 아무래도 커다란 무기를 가져오는 게 혹시라도 팔기도 좋겠죠? 여차하면 쇠 무게만도···”


“시끄러워.”


정신 사납게 구는 젠슨을 한방에 침묵시킨 프랭크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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