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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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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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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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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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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제프(2)

DUMMY

때론 어떤 경력은 연차가 쌓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무언가 특별한 기록이나 업적이 없더라도 그 일을 오래 꾸준히 한 것 만으로 인정받는 것.


대표적으로 용병 일이 그랬다.


칼로 밥을 벌어 먹고살면서 오랜 시간 동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업계에 있었다는 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자산이었다.


이제 도합 10년 차가 되어가는 용병으로서 제프는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간 해온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까.


거의 종일 걸리는 사투 끝에 호수를 차지하고 있던 서펜트 새끼를 처치한 일이라든지, 상단의 호위를 맡아 10일간 잠도 거의 못 자고 적들을 상대해가며 결국 비엔까지 그들을 생채기 하나 없이 데리고 온 일이라든지.


누군가 알아주고, 명예를 안겨줄 정도로 대단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제프의 안쪽에는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래서 제프는 지금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적이라니?’


적의를 가진 상대를 식별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제프가 내세울 수 있는 장기 중의 하나였다. 이런 구릉지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잠깐 졸긴 했다지만···


제프의 감각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몰라 제프는 다시 한번 왼쪽부터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면 하다못해 풀 스치는 소리나 나뭇가지 밟는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


잠시 긴장하고 있던 제프의 마음은 이내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 찼다.


제프는 시선을 돌려 같이 온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피터와 부하들은 잠이 반쯤 깬 표정으로 무기를 집어 들고는 어리둥절한 시선을 이리저리 보내고 있었다.


반면에, 이쪽은···


이네스라고 했던가. 용병시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피곤하지도 않는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적이 올 거라고 확신하는 태도.


자세히 보니 이네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옆에 거구도, 자꾸 촐랑거리던 촉새 같은 놈도 표정에서 웃음을 지우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래. 저놈이다. 적이라고 소리친 놈이.


10년 차인 자신의 감각에도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제깟 놈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제프는 씩씩거리며 주문쟁이의 앞으로 나섰다.


여지를 아예 주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의견을 낼 만한 작은 틈마저도 완전히 틀어 막아버렸으니까.


그런다고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해?


‘저 미친놈이’


거짓 정보 전파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잘못된 정보는 일행을 모두 죽음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


뻔히 알만한 새끼가.


‘지 맘대로 안되니까 아예 틀어지겠다 이거지.’


그래. 차라리 잘됐다. 추잡한 거리 대신 자기가 알아서 목줄 잡혀준다는데.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상대를 확실하게 꿇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제프는 주문쟁이의 앞에 섰다.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끔 왼손으로 검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단단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로.


“넌 선을 넘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야.”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나.


여차하면 아예 덤비자고 들 수도 있겠지. 제프는 이를 꽉 깨물었다. 어쨌든 씨앗을 찾으려면 이 주문쟁이 새끼가 필요하다. 정 안되면 약간의 강압적인 방법으로라도···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어딘가 맥이 빠져있었다.


주문쟁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지껄였다.


“네?”


“불만 사항이 있으면 따로 찾아와서 이야기하면 될 노릇이야. 대체 어쩌자고 이딴 식으로-”


“앞에 봐요.”


화난 자신과 대조적으로 여상한 목소리에 제프는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 새끼가 끝까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폐를 타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롤처럼 뒤집어 걸어놓고 피를 뽑아버릴 새끼···


그러나 분노가 구체화 되기 전에 저 멀리서 피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빨리 와!”


또 무슨 말 같지 않은···


그러나, 화가 잔뜩 난 채로 고개를 돌렸을 때 제프의 인식과는 다른 상황이 속속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적이 나타난 것이다!


구릉 아래쪽으로부터 어두운 대지를 조용히 스치듯 움직이는 커다란 그림자들이 모닥불 방향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조금 전까지의 분노는 갑자기 증발해버렸다.


그 빈자리를 약간의 당황과 대부분의 긴장으로 대신 채운 제프는 피터를 향해 뛰어갔다.


그가 피터에게 도작했을 때쯤 검은 그림자도 식별 가능한 거리까지 도달했다.


그것은 커다란 거미였다.


검은색의 커다란 거미 세 마리가 땅을 밟는 건지 마는 건지 소리도 없이 이쪽을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제프는 베테랑이었다. 오기 전에 봤던 폴의 속기록이 떠올랐다. 중간에 분명히 칠흑 거미가 나왔다고 했었지.


“피터! 내 쪽으로 붙어! 나머지는 제일 오른쪽 놈 상대하고, 나머지 하나는 쟤네들보고 처리하라고 해!”


제프는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제일 올바른 판단을 했다.


칠흑 거미. 암수가 같이 다니는 경우가 아니면 한 마리 이상 잘 나타나지 않는 떠돌이거미류.


원래는 겁이 많고 먼저 공격을 하지는 않는 놈이지만 주문의 영향인지 서식지를 잃어버리고 흉포해졌다고 했나.


예비대는 필요 없을 것이다. 세 마리가 나타난 것도 충분히 이상한 거니까. 주문쟁이 파티가 얼마나 잘해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마리는 어떻게 해주겠지.


칼이 잘 안 들어갈 테니 최대한 몸통 위주로, 독 조심하고······


상대법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앞으로 뛰쳐나간 제프는 순간 입을 딱 벌렸다.


제프의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앞에 있는 놈보다 최소 1.5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거미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피터를 지나쳐 주문쟁이 파티 쪽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씨발! 저거 뭐야!”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제프는 절규했다.


여기서 하나라도 다치면 안 된다. 아직 테런 우드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특히 주문쟁이는······ 씨앗을······


이성의 일부가 주문쟁이를 구하러 가라고 소리쳤다. 여긴 피터에게 맡기라고.


몸을 반쯤 돌리는데 시야 사이로 뾰족하고 날카로운 앞발이 제프를 노리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미 늦은 판단.


제프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주문쟁이를 구하러 가기로.


챙-


거미의 앞발은 체중을 그대로 싣고 있었다. 어설픈 자세로 막기엔 제법 어려울 만큼.


제프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검을 가져다 대고 막는 척 하면서 칼등을 발로 찼다.


제프의 체중을 실은 검이 거미의 앞발을 강하게 때렸다.


끼에에에엑!


거미의 비명을 칭찬 삼아 제프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피터! 시선 끌어!”


사실 필요 없는 말이었다. 다년간의 호흡을 통해 이미 제프의 마음을 어림짐작한 피터는 자신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거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으로 들어간 피터는 거미의 제일 바깥쪽 다리 관절을 향해 커다란 도를 휘둘렀다.


푹-


충분한 힘을 가지고 내리친 대도는 다리의 연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졸지에 마디 하나를 잃어버린 거미가 흉성을 내지르며 피터 쪽으로 홱 돌아섰다.


날카로운 공격이 좌우로 쏟아지는 가운데 피터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파상공세를 검면으로 막는다. 채 가리지 못한 부분은 방어구를 믿었다.

시장에게 받아온 흉갑이 제 성능을 발휘했다. 아무렇게나 맞아도 약간 울릴 뿐 타격이 거의 없었다.


독니만 피하기만 하면······


피터가 수난을 당하는 동안 제프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존재를 지워나갔다.


다리를 끊어놓는 거 정도로는 안 된다. 확실하고, 치명적인 일격을, 절호의 기회에 맞춰서-


초조한 제프의 마음과 다르게 기회는 쉽게 나지 않았다. 아까의 기억이 남아있는 듯 거미는 순간순간 뒤쪽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도 제프는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세에 몰린 피터가 실수를 했다. 뒷걸음질 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


호기를 잡은 칠흑 거미가 순식간에 앞발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빈틈이 보였다.


앞발을 치켜들면서 자연스럽게 몸은 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약점도.


제프는 예전에 레인-가르티엔에 있던 선배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거미는 대가리를 노리지 못하면 실관을 노리랬나.


이때까지 응축된 힘을 단숨에 쏟아낸 제프는 순식간에 거미의 꽁무니에 따라붙었다.


아무리 껍질이 단단한 거미라도 무조건 약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바로 내부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전면에서 노리면 입이고, 후면에서는 실이 뿜어져 나오는···


제프는 꽁무니 쪽의 구멍을 향해 전력으로 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키틴질이 잔뜩 있는 다리와 다르게 이 부분은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제프의 검은 거의 칼등 손잡이만 보일 정도로 깊이 거미의 몸뚱아리를 파고들었다.


끼기기기에에엑!


몸에 커다란 검을 박아 넣은 거미가 기뻐서 그런지 온몸을 비틀었다.


마음이 급한 제프는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었다.


무기를 좌우로 비틀어 틈을 확보한 제프는 그 상태로 거미의 가슴 부분을 향해 검을 밀고 나갔다.


무언가 잔뜩 걸리는 느낌. 드르륵- 드르륵- 거미의 비명. ‘씨발 빨리 좀 하지’ 욕설을 지껄이는 피터의 목소리. 묘한 비린내. 쏟아지는 체액.


정신을 차렸을 때 거미는 이미 죽어있었다.


몸통이 뒤부터 반쯤 갈라진 채로.


잠깐의 무아지경에서 벗어난 제프는 쉴 겨를도 없이 전황을 살폈다.


슬쩍 옆으로 부하들이 잘하고 있는 게 보인다. 거미를 잡지는 못해도 넷이서 견제를 해가며 서로를 지켜주고 있는 모습.


그럴 줄 알았다. 저건 걱정할 거리가 아니었다.

피터가 해결하겠지.


‘이 씨발 주문쟁이 새끼.’


제프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주문쟁이를 찾았다.


머릿속으로 아까 봤던 거미의 거대한 동체가 스치고 지나간다.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 크기의 거미를 상대로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몬스터의 세계에서 체중은 지나온 세월이고 힘이니까.


요행으로 한 마리를 잡아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자신에게 물어봐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특이 개체일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봤다면 이름도 붙었겠지.


‘어떻게 그런 놈이 여길?’


이건 운의 영역이었다.


제프의 용병 생활을 통틀어서 이런 특이한 경우를 맞닥뜨린 건 이번이 두 번째였으니까.


십 년에 한 번이나 있을법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런 것 까지 다 경우에 넣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애초에 칠흑 거미가 4마리나 나온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고.


어지간한 파티는 전멸이다. 전멸!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제프는 주문쟁이쪽으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제프의 눈앞에 오늘 하루 중에 가장 비상식적인 일이 펼쳐졌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비상식적인 배치였다.


이네스를 비롯한 나머지 두 명의 용병들이 커다란 거미와 대치하고 있었으니까.


‘설마 벌써······’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거미류는 영특해서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을 제일 빠르게 알아보곤 했으니까.


주문쟁이가······


순간, 제프의 시야가 명멸했다.


말 같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의 팔뚝만 한 벼락의 줄기가 나머지 거미 한 마리를 후려친 것이다!


꽈르르르르릉!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얼이 빠진 제프는 순간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가 보는 게 정말 맞나 싶어서.


어린 시절 한여름 어느 날 제프는 끔찍한 물난리를 겪은 적 있었다.


언제 내렸는지 기억도 안 나는 비가 종일 대지를 때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어른들은 하늘에 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언덕 위에 있는 교회에 모였다.


어린 제프는 그나마 멀쩡한 집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곤 했다.


그때 봤던 번개가 저만했을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벼락은 거미에게만 친 게 아니라 제프에게도 친 것 같았다.


최근 자신의 행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으니까.


저 정도 주문을 쓸 줄 아는 사람을 데리고 나는 대체··· 뭘···


소문은 전부 무시했었다. 사람의 주둥이라는 게 원래 무서워서 사실을 부풀리는 데는 그만한 게 없었으니까.


특히, 마법사에 대한 소문은 보통 그랬다.


분명 들어줄 가치가 없을 정도였는데···


미몽에서 깨어난 정신을 향해 수치심과 자괴감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다.


얼굴이 새빨개진 제프는 누가 볼세라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커다란 거미가 한 마리 남았다는 걸 잊은 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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