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겨울곰.
작품등록일 :
2021.11.25 00:42
최근연재일 :
2021.12.24 21: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42,906
추천수 :
1,474
글자수 :
188,589

작성
21.12.23 21:05
조회
649
추천
22
글자
12쪽

용병 제프 (3)

DUMMY

그간의 과오를 곱씹던 제프는 무언가 우당탕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쳐들었다.


‘아. 아직 저게 남았었지.’


처참한 판단력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어떻게 해서든 도와도 모자랄 판에.


순간적으로 판단을 끝낸 제프는 전력을 다해 마법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커다란 벼락과 천둥소리는 거대한 거미를 완전히 자극한 것 같았다. 우선순위를 바꾼 거미가 목표를 향해 달려들기 위해 동체를 왼쪽으로 틀었다.


제 키만 한 도끼를 들고 있는 용병이 그 앞을 막아선다. 거미는 귀찮다는 듯이 앞발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몇 대쯤은 그냥 맞아주겠다는 태도다. 심지어 도끼는 유효타를 입히지도 못했다.


거미를 아주 잠시 멈춰 세웠을 뿐.


마구 휘두른 앞발의 어디쯤 걸린 도끼는 실린 체중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날아갔다.


그때였다.


거미의 오른쪽에서 무엇인가 시커먼 그림자가 날듯이 뛰어올랐다.


인간의 도약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은 모습에 열심히 거미를 향해 뛰어가던 제프는 입을 떡 벌렸다.


그림자의 정체는 이네스였다. 순간적으로 거미 머리 높이로 뛰어오른 그녀는 거미의 주둥이를 향해 롱소드를 박아넣었다.


건틀릿의 안쪽이 무언가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퀘에에에엑!


제프는 아쉬움을 토해냈다. 정확하게 주둥이를 꿰뚫고 들어간 공격이 충분한 타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네스는 1/3쯤 박힌 롱소드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추가적인 타격은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


거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머리에 붙은 날파리를 떼어내려고 애썼다.


순간, 이네스는 묘기를 발휘했다. 박혀있는 검을 잡고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이네스는 거미의 머리에 안착했다.


지지대가 생긴 그녀는 거미의 대가리를 밟고 검을 더 강하게 찔러 넣었다.


퀘엑- 퀘에엑!


대가리에 이물질이 파고드는 느낌 때문일까. 거미는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며 마법사를 향해 돌진했다.


그 집념에 제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가리에 검을 꽂아도 시선이 안 돌아가면 대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제프가 생각하기엔 아까 같은 마법을 쏟아내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을 벌어줬어야 할 용병들은 한 놈은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성난 황소 위에 올라탄 투우사처럼 뿔 대신 검을 잡고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불가항력이다.


이제 마법사는 거의 거미의 앞발 간격 안으로 들어왔다.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일까. 거대한 거미는 앞발을 높게 치켜들었다.


힘껏 뛰고는 있지만 거미의 앞을 막아서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제프는 무력감에 치를 떨었다.


‘제발!’


제프는 씨앗을 찾는 방법을 모른다. 여기서 저 마법사가 죽으면 이 원정은 끝이 난다. 그러면 비엔이···


스스로가 저지른 모든 한심한 짓거리에 속으로 욕을 지껄이는 그때였다.


“이네스! 뛰어내려!”


마법사가 외쳤다.


허공에 대롱대롱 달려있던 이네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을 향해 뛰어내렸다.


다시 한번 손 안쪽에 무언가가 하얗게 빛나고, 낙법으로 충격을 흡수한 이네스는 거미를 때리는 대신 최대한 멀리 뛰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처절하리만큼 거미를 붙잡아두려고 애쓰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에 제프는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설마? 벌써?’


제프가 가진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거미의 왼쪽 앞발이 마법사를 내리찍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법사의 손이 검은 연기로 뒤덮이더니 거미의 공격을 정확하게 따라가 막아낸 것이다.


아니 막아냈다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앞발과 부딪힌 충격으로 마법사는 나뒹굴고 말았으니까.


거미의 다음 공격이 마법사를 향하기 직전 바닥을 구르는 그의 손에서 시퍼런 벼락 줄기가 쏟아졌다.


그러니까 아까 본 것이 꿈이 아니었다.


아까 것과 비슷한가? 아니 조금 더 굵은 것 같은 벼락의 덩어리가 거대한 거미의 전신을 유린했다.


꽈르르르릉-


예의 천둥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이어서 타닥타닥하며 무언가 튀기는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제프는 멍하니 서 있었다. 터질 듯이 뛰는 심장과 딱딱하게 딛고 선 땅에서 느껴지는 감촉만이 지금 스스로가 현실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


나는 이네스의 타박을 듣고 있었다.


“너 진짜 자꾸 이런 식으로 할 거야? 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굴어?”


“막았으면 됐잖아. 어차피 도망가면 시간만 끌릴 거.”


“이게 진짜.”


이네스는 온몸에 묻은 흙을 털면서 나를 흘겼다.


뭐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원래 승부라는 건 순간에 나는 법이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0.1초 단위로 스킬을 어떻게 쓰느냐가 승자와 패자를 선명하게 결정하는 그런 삶.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서 클러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고 결국 월즈에 갔고, 그러지 못한 대부분의 이들은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하게 커리어를 마감했다.


나는 그게 참 싫었다. '적당하게'라는게.


사실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었다. 상황이 그렇게 연출 되었을 뿐 [원한 추적 팔찌]로 두어 번은 더 막을 수 있었다.


아니 그걸 막는다고 표현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더 맞을 수 있었다고 말해야 하나.


‘어쨌든 잡았으면 됐잖아?’


손목이 좀 뻐근하긴 한데, 이정도야. 우리 사제님 꼬셔서 기도한 방 맞지 뭐.


내게 잔소리를 하며 째려보는 거로 보아 이네스는 허공에서 떨어진 것 치고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선보인 움직임은 꽤 놀라웠다.


설마하니 [작은 나비 반지]를 그렇게 활용하다니.


민첩이 증가하면 원래 속도가 증가한다. 그렇긴 한데······


그녀는 스스로가 가진 민첩에 반지의 힘을 더해 거의 공중을 향해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네스가 데미지를 넣어놓지 않았더라면 [짧은 벼락] 한방에 거대 칠흑 거미가 뒤지진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터 그런 걸 다 생각한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보다 지가 더 무모하다. 반지 가져간 게 언젠데, 언제부터 저런 거 연습했다고.


내 시선에 담은 의미를 눈치챘는지 이네스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이겼으니 됐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딘지 넋이 빠진 표정으로 오늘의 전리품이 걸어오고 있었다.


온몸의 기운을 다 쓴 것처럼 멍해 보이는 얼굴로 제프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할 말이 많은데, 아무것도 못하겠는 표정.


제프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는데, 이네스가 부담되는 듯 힐끗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 숨구멍은 열어줘야지. 어차피 지금 완전 멘붕일 텐데.


“좀 걸을까요?”


***


앞서가는 마법사, 아니 이안의 걸음을 따라서 제프는 왔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시작된 전투는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오른쪽 멀리 피터가 쓰러져서 신음을 내뱉고 있는 거미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리고 있었다.


도끼 휘두르는 소리. 비명소리. 주위에 용병들이 환호하는 소리.


그런 소리 들을 지나쳐 제프는 걸었다. 이제 사위는 조용해져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거미들의 사체만이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증명할 뿐.


앞서 걷던 이안이 몸통이 세로로 반쯤 갈라져 죽은 거미 앞에서 멈춰 섰다.


“대단하네요.”


제프는 민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대단하기는 무슨’


내가 해야 할 말인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간의 치졸한 행적들이 걸음걸음마다 하나씩 떠올랐다.


무조건 지금 출발해야 한다며 한밤중에 일행을 이끌고 밖으로 나온 일.


주위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 채로 독단적으로 행군의 속도를 조절한 일.


그걸 가지고 치졸하게 불침번 시간을 기다려 트집을 잡으려고 했던 일.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주문쟁이라며 백안시하고 조금이라도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일.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가 칼이 되어 자신의 마음을 찢어발겼다.


입 밖으로 꺼내야 할 수많은 말을 제프는 차마 하지 못하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잠시의 침묵.


결국 해야 할 말은 하나였다.


제프는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이안은 잠시 물끄러미 제프를 바라보았다. 상처를 모두 헤집는 것 같은 눈빛이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뭐든지 알고 있을 것 같은 눈빛.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생각만으로도 수치스러운데, 말로 꺼내면 아마 죽을지도 모른다.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하는 말들이 입안에서 빙빙 맴돌았다.


“서로 목표는 같은 거 같은데. 그죠?”


아마 이안의 목표도 자신과 같을 것이다. 씨앗을 파괴하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 모욕을 버텼을 리가 있나. 적당히 치우고 다른 지역으로 떠도 그만인데. 이건 이미 누군가 강제할 레벨이 아니었다.


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문제없는 것도 맞고?”


빤히 들여다보는 이안의 시선을 제프는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럼 됐어요.”


깜짝 놀란 제프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됐다니?


뭐가?


끔찍한 모욕도 각오한 터였다. 주는 만큼 돌려받는 법이니까. 그런데 이런 반응이라니.


이쯤 되면 사람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어지간한 주교라도 욕설을 내뱉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방금 같은 상황을 겪고도 한결같은 여상한 태도에 제프는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니까,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자존심을 이기고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미안하다 정말.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솔직히 말하면 창피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아 정말. 안 해도 된다니까.”


이안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 일말의 앙금이라고는 남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래. 약속하지. 앞으론 어제, 오늘과 같은 일은 없을 거야.”


“그거면 됐어요. 나도 그럴 거니까.”


잠시의 침묵 끝에 제프가 말했다.


“다른 건 이제 다 이해가 가는데··· 하나 물어봐도 되나?”


“그래요.”


“칠흑 거미가 습격한다는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이건 도대체....”


“음. 마법으로요? 마법사니까.”


***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온 나를 향해 이네스가 다가왔다.


“무슨 얘기 했어?”


“왜?”


“저 사람 표정이 이상하잖아. 막 기사 서임이라도 받은 거 같던데. 뭐라고 안 했어?”


“응.”


“왜? 나는 솔직히 한마디쯤은 쏘아주고 싶던데. 이게 뭐야. 지금까지 엉망이었잖아.”


이네스는 조금 불만인 듯 했다.


“그럼 그럴래?”


내가 턱짓으로 제프를 가리키자 이네스는 잠시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싫어. 네가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텐데, 그거나 말해봐.”


“이미 스스로가 벌을 다 준거 같아서?”


“그게 뭐야.”


“아니 농담이고.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응?"


“저기"


나는 저 멀리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테런우드를 가리켰다.


“쉽지 않을 거야."


"알아."


아니 모를걸.


전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나는 금주를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비록 썩어들어가는 대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고, 생각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통상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럴 때 무작정 누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몸을 뒤집은 채 널브러져 있는 거대 칠흑 거미를 슬쩍 바라보며 인중을 긁었다.


[운명]이 계속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냥. 작게 남은 불씨가 언제 어떻게 튀어 오를지 모르니까. 이렇게 하는게 더 제어하기 쉽겠다 싶었어."


"음. 뭐, 그럴수도."


“자자. 혹시 한 번 더 와도 내가 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비엔에서 떠난 지 4일째.


반나절을 숲의 경계에서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드디어 [썩어들어가는 대지]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안내. 21.12.25 311 0 -
31 금주(1) +8 21.12.24 576 25 11쪽
» 용병 제프 (3) +3 21.12.23 650 22 12쪽
29 용병 제프(2) +7 21.12.22 706 31 13쪽
28 용병 제프(1) +7 21.12.21 747 35 14쪽
27 마티아스 주교(2) +4 21.12.20 898 32 13쪽
26 마티아스 주교(1) +5 21.12.19 996 39 13쪽
25 만찬(2) +2 21.12.18 1,052 38 13쪽
24 만찬(1) +4 21.12.17 1,087 41 14쪽
23 정비(1) +3 21.12.16 1,158 49 14쪽
22 습격(4) +6 21.12.15 1,175 52 11쪽
21 습격(3) +3 21.12.14 1,152 46 14쪽
20 습격(2) +4 21.12.13 1,199 42 14쪽
19 습격(1) +7 21.12.12 1,296 44 14쪽
18 확인(2) +3 21.12.11 1,262 42 12쪽
17 확인(1) +3 21.12.10 1,287 41 11쪽
16 비엔(3) +2 21.12.09 1,322 44 15쪽
15 비엔(2) +1 21.12.08 1,353 47 12쪽
14 비엔(1) +4 21.12.07 1,370 47 13쪽
13 동굴(2) +5 21.12.06 1,414 54 12쪽
12 동굴(1) +3 21.12.05 1,427 48 14쪽
11 범람(2) +4 21.12.04 1,444 57 13쪽
10 범람(1) +2 21.12.03 1,496 47 13쪽
9 통행로 청소(3) +2 21.12.02 1,507 59 13쪽
8 통행로 청소(2) +4 21.12.01 1,550 50 14쪽
7 통행로 청소(1) +2 21.11.30 1,695 54 14쪽
6 준비(2) +3 21.11.29 1,796 63 16쪽
5 준비(1) +3 21.11.28 1,890 59 14쪽
4 직면(3) +4 21.11.27 1,995 65 15쪽
3 직면(2) +4 21.11.26 2,065 5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