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사또 육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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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오복
작품등록일 :
2021.12.09 20:42
최근연재일 :
2022.03.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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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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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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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4화

DUMMY

‘김영서와 진비······.’


이산뫼가 진비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걸 알게 된 김영서가 홧김에 살인을 저질렀다 뭐 그런건가.


“영서 그자는 이미 전적이 있으니 또 저질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겠지요.”


“전적이 있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전적이 있다니, 설마 첩 때문에 사람을 죽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소린가?


“진비가 다른 사내와 놀아난 것은 산뫼가 처음이 아닙니다.”


신길은 책상을 한 번씩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영서는 진비가 다른 사내와 만난 것을 알게 되면 낮이고 밤이고를 가리지 않고 항상 찾아갔습니다.”


“찾아가서, 죽였어···?”


“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말을 흐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저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흠씬 두들겨 팼을 뿐입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죽기 직전까지의 상태로 만들어 떨어져 나가게 했다며 신길은 중얼거렸다.


“산뫼 또한 만남을 이어가던 도중 영서에게 들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맞았어?”


“아니요. 둘 다 지고한 가문의 체면이란 게 있지, 주먹다짐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 그래.


체면 때문에 죽이진 않았구나.


“다만, 영서가 산뫼에게 살벌하게 경고하긴 했습니다. 한 번 더 눈에 띄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요.”



-띠링!

「 단서3. ‘김영서의 살해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



“영서가 평소 욱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경고를 주었는데도 그만두지 않은 산뫼를 보고 홧김에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요.”


자, 정리해보자.


이산뫼는 김영서의 첩 진비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들켰다.


이산뫼와 김영서는 진비를 두고 다퉜고(주먹다짐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이산뫼에게 경고를 남겼다.


김영서는 평소 잘 욱하는 성격으로 진비와 만나던 남자들을 폭행한 일이 있다.


이 일들을 근거 삼아 생각해 보건대 이산뫼는 김영서의 경고를 무시하고 진비와 만남을 이어가다 또 들켰고, 이에 김영서가 이산뫼를 죽였다고 할 수 있겠다.


흠······.


‘김영서랑 진비, 둘 다 만나봐야겠네.’


이번 사건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둘을 관아로 부를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혹 김영서를 불러다 조사하실 생각이십니까?”


신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당연히 그래야지.”


김영서가 이산뫼를 죽였을지도 모를 정황을 파악했다. 당연히 조사를 위해 부르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런 걸 왜 물어보지?’


신길의 의도가 이해 가질 않았다.


“김영서가 이산뫼를 죽였을지도 모르는데 조사를 해봐야지 않겠어?”


“흠···.”


그는 팔짱을 끼며 내 말의 진위를 가늠하는 듯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사또, 영서에게 두들겨 맞은 이들은 어디 하나쯤 못쓰게 되어도 그에게 가서 따지지 않았습니다.”


“···.”


“왜 그런 줄 아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신길은 미소를 지었다.


톡, 톡, 톡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채웠다.


“그가 김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김씨 가문···.”


김씨


김창완


“예, 그의 부친이 좌상대감의 아우 되시는 분이시지요.”


“영서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그의 뒤에 있는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그 말은 지금 김영서를 조사하지 말라는 그런 뜻인가?


“사또, 평생 이곳에 계실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이후의 일도 생각하셔야지요.”


김영서가 자기 친구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불만을 담은 얼굴로 신길을 바라보자 그는 다 안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벗이 그렇게 된 것은 슬픈 일이나, 그것과 별개로 그들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씨 가문이 두려워서?”


“저희 가문이 그 집안의 그늘 안에 있는 이상은···. 예.”


그래, 그렇구나.


“협조 고마워. 그만 가봐도 좋아.”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 신길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유유히 관아를 빠져나갔다. 그가 나간 방안은 침묵만이 맴돌았다.


“저어, 사또.”


그것을 깬 것은 묵묵히 옆에 있던 형방이었다.


“김영서와 진비를 부를까요?”


부를 것인가, 말 것인가.


만약 김영서를 조사할 경우, 김씨 가문과 척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 이미 거기에 찍히지 않았나?


박문직 대감 댁에 드나들면서 이미 김씨 쪽의 사람들과 만남이 있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아주 쓱싹 해버렸지.’


게다가 나는 ‘세자의 친구’라는 칭호도 달고 있고.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모든 건 미래의 나에게 맡긴다. 그리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살인사건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묻어둘 순 없다.


처음부터 내 결정은 정해져 있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김영서와 그의 첩 진비를 관아로 부른다.”


“예, 사또.”




* * *




‘김영서···.’


이 자식, 금방 온다더니 왜 이렇게 안 와?


분명 이제 곧 도착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온 거였는데, 한참이 지나도 관아 문을 넘어오는 사람이 없다.


탁탁탁탁


“후우······.”


눈을 감은 채 불만을 가득 담아 다리를 떨고 있자 형방이 눈치를 보며 슬쩍 다가왔다.


“사람을 보내 확인해볼까요?”


“아니야, 금방 오겠지.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예.”


탁탁탁탁


발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커질수록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린 순간.


“아이고, 제가 좀 늦었습니다?”


김영서가 관아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많이들 기다리게 하신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흥, 저 뺀질뺀질하게 웃는 면상하고는.


“아주 빠르게도 와주셔서 기다릴 것도 없었어.”


“아, 그러셨습니까.”


대답하는 김영서의 입꼬리가 더 위로 올라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


“···.”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서로 바라보던 그때.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눈알을 왔다갔다하며 눈치를 보던 형방이 끼어들었다.


“장소를 바꾸길 원하신다면야, 얼마든지.”


형방이 앞서 걷기 시작하고 그 뒤를 나와 김영서가 따라갔다.


끼이익


형방이 문을 열어주자마자 잽싸게 의자에 앉아 맞은 편을 손짓했다. 김영서는 의자에 앉으며 방을 한 번 쓰윽 훑었다.


“사또께서는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친목을 다지시나 봅니다.”


“친목이 아니라 이산뫼와 관련해 불렀을 텐데.”


“아차차, 듣긴 했는데 잠깐 잊었습니다. 제가 사또와의 친목을 많이 기대했던지라.”


뻔뻔하긴.


“그나저나 부른 건 두 명인데, 온 건 한 사람이네?”


사람을 보낼 때 분명 김영서와 진비 모두 오라고 했는데, 관아에 온 건 김영서뿐이다.


“그 아이가 고뿔에 걸려 그만···.”


그렇게 말하며 김영서는 미소를 지었다.


“이산뫼에 관한 것이라면 제게 전부 물어보십시요.”


후우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언제까지 여유가 넘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먼저 본인 김영서가 맞나.”


“예, 맞습니다.”


“그쪽도 알고 있다시피 이산뫼가 죽은 채 발견됐어.”


“쯧, 참 안됐습니다. 그 친구도···.”


김영서는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듣기로는 이산뫼와 진비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고 하던데···.”


움찔


김영서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그 아이의 미색이 빼어난 것을 어쩌겠습니다. 사내라면 누구든 흠모하고도 남음이지요.”


“그것 때문에 이산뫼와 둘이 다툰 적도 있다고?”


“남의 여인에게 자꾸 눈독을 들이니 경고를 한 것뿐입니다.”


김영서는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 정도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톡, 톡, 톡


“그전에 진비와 만났던 사내들에게 모두 손을 썼다면서.”


톡, 톡, 톡


“한 번에 나가떨어진 그자들과 다르게 이산뫼는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만남을 이어갔으니···.”


김영서는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꽉 주먹을 쥐었다.


“지금 사또께서는 제가 그놈을 죽였다, 말씀하시는 겁니까?”


번들거리는 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


“충분히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말하는 것이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


“평소에도 욱하는 성질이 있었는데다가 진비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내에게 패악을 부렸다고 하니.”


말을 하면서 김영서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던 몸을 뒤로 물렸다.


“이쪽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겠어?”


움찔


또 한 번 김영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러다 수색이라도 하겠다며 집까지 들이닥치시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김영서와 내가 모두 입을 다물자 방안이 정적으로 휩싸였다.


꿀꺽


형방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때였다.


“으하하하!”


갑자기 김영서가 몸을 뒤로 젖히며 웃기 시작했다.


‘뭐야? 미친놈인가?’


깜짝 놀란 모습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느 정도 진정한 다음 미친놈처럼 웃어대는 놈에게 시선을 줄 때였다.


김영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서우신 사또께서 집 수색까지 하신다고 하는데 제가 감히 어떻게 막겠습니까.”


이 자식, 지금 비꼬는 건가?


“언제든지 오셔서 얼마든지 뒤져보십시요.”


그렇게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말하면 누가 쫄아서 그만둘 줄 알고?


“집주인이 기꺼이 동의해준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지.”


오냐, 내가 직접 가서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어주마.


“그럼 저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영서는 세게 문을 열어젖히며 방을 나갔다.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를 향해 가자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소리가 멀어지자마자 책상 위로 풀썩 엎어졌다.


“괘, 괜찮으십니까, 사또!”


“응···. 나 괜찮아···.”


두근두근


아직도 심장이 세차게 요동친다.


‘개무서웠어.’


솔직히 김영서가 말을 하며 눈을 부라릴 때는 조금 쫄았다. 번들번들 빛나는 눈알에서 미친놈인데 오만하기까지 한 사람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또 만나기 정말 싫다.’


그래도 만나야겠지. 어차피 집 수색하려면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하아······.


암울함에 한숨을 내쉴 때였다.


“사또, 김영서의 자택은 언제 수색하실 생각이십니까?”




* * *




“이야, 우리 사또께선 아주 행동력도 좋으십니다. 이렇게 바로 다음 날 오실 줄이야.”


김영서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나와 병사들을 아주 진한 미소를 지으며 환대해줬다.


‘저저, 입꼬리 바르르 떨리는 거 봐라.’


왜 내가 바로 올 줄은 몰랐나 보지?


“허락도 받았겠다, 더 미루고 있을 이유도 없지.”


“뭐, 그럼 얼마든지 뒤져보시지요.”


팔을 활짝 벌리며 뒤로 물러나는 김영서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다.


‘그럴 수밖에.’


이산뫼가 죽고 나서 시간이 흘렀다. 이미 관련된 현장이나 물건, 목격자들을 모조리 정리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겠지.


‘과연 그럴까?’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충분히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하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김영서가 본인의 손으로 직접 치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손으로 한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걸 타인의 손에 맡겼다?


분명 어딘가에서 허점이 나올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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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화 22.03.28 109 3 12쪽
122 122화 22.03.27 1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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