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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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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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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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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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또 다시 고립 (2)

DUMMY

내가 다가가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보다는 나아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는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남은 좀비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요.”


“신우 씨도 절 도와주셨으니, 마땅히 저도 도와드린 것뿐이에요.”


내가 샷건으로 좀비에게 쫓기는 그녀를 구해줬었던 것. 그녀는 그걸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난 후, 잠깐은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트레일러 위에서 보여주었던 운동능력과 예전에는 왜 그렇게 우울해 했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주제넘은 호기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좀비를 피해 같이 도망친 일원이었다.


한 장소에 나와 같이 고립된 또 한 명의 사람이었다.


일단은 그녀의 이름을 묻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상대는 내 이름을 알고 있는데, 정작 나는 상대의 이름을 모른다.


“저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그러고 보니 제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저는 최혜린이라고 해요. 신우 씨는 이미 김백찬 씨가 알려주셔서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였구나.


나는 이제 이름도 알아냈으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혜린 씨. 아까는 왜 그렇게 침울해 있으셨던 거예요?”


“아... 제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좀비들을 피해 시청역으로 도망치면서요. 그 일 때문에 계속 우울했었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요.”


이런. 괜히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


그러나 나 또한 부모님을 잃어본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의 대화는 깊어져만 갔다.


최혜린 또한 나처럼 두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는 할머니가 자신을 돌봐주셨다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각종 격투기와 운동을 배워왔다.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하루하루가 우울한 삶이었지만, 운동을 통해 극복했다.


좀비를 피해 도망치면서 보여주었던 신체 능력은 그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정말 미친 듯이 괴로웠다고 한다. 그러나 거대한 괴물이 등장했을 때.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살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죽는다면 분명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슬퍼하실 거라는 생각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최혜린과의 대화를 끝내고 용팔 아저씨 쪽으로 돌아갔다.


둘의 사이가 어찌나 친해졌는지, 아저씨는 대놓고 김백찬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내가 그때는 그래서 말이야! 이 총으로 좀비들 대갈빡을 그냥!”


워낙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김백찬 또한 아저씨와 대화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좀비를 피해 도망쳐서 또다시 고립당한 이런 상황에, 저런 희망적인 분위기는 분명 좋은 축에 속한다.


어?


근데 그러고 보니 더 이상 좀비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현재 격투기 도장 안은 용팔 아저씨가 떠드는 소리 말고는 적막으로 가득했다.

나는 이제야 그 점을 눈치챘다.


봉쇄된 문 앞으로 다가가 살며시 귀를 대본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깥 또한 고요했다.


어째서지? 분명 좀비들은 우리가 이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내가 알지 못하는 좀비의 또 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았다. 하나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나는 기억력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좀비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좀비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점은 확실했다.


아마도 지금 좀비들은 우리가 이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몇 분 사이에 모두 까먹어 버렸겠지.


물론 우리를 잊어버렸다는 것이 확실하지는 않기에, 앞으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 쪽에는 최대한 다가가지 말아야지.

창문도 커튼을 치든가 해서 가리는 편이 좋겠다. 외부의 좀비가 우리 모습을 보고 쫓아올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일단 도장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현재 이 안에 구비되어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식량은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1주일 동안은 이곳에서 지내게 될 것 같으니까.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말이다.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갑자기 좀비가 문을 뚫고 들어올 수도 있고.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주세요.”


나는 도장을 최대한 둘러보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제가 지금 이 도장 안에 어느 정도의 식량이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곳에 있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남은 식량을 최대한 분배해서 먹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내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 꽂힌 생수통으로 작동하는 정수기가 한 대. 작은 냉장고가 한 대 있었습니다.”


이 격투기 도장은 딱히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도장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도장 주인이 머무르는 곳으로 보이는 방안에 냉장고가 있더군요. 기다란 소파와 함께 TV도 있었는데, 역시나 TV는 인터넷이 끊겨서 먹통이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닭가슴살 12팩과 계란이 한 팩. 정수기에는 물이 대략 10L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전기와 수도는 공급되고 있으니, 세면대에서 최대한 물을 받아 놔야겠습니다. 냉장고도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이제는 식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얘기해야 했다.


“하루에 닭가슴살을 2팩씩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당 반 팩을 먹게 되는 겁니다.

식수는 그때그때 필요할 때 먹으면 되겠고요.”


내가 할 말은 여기서 끝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찬성하는 기색이 보인다.


다행히도 화장실은 도장 내에 존재했다. 도장 안에 있는 물병을 모아 안에 수돗물을 채워 냉장고에 넣었다.


이걸로 식수는 일단 해결. 수돗물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 먹을 물을 가릴 처지는 아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


우리는 현재 원을 그리며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중이다. 불침번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불침번은 2시간 교대로 나, 김백찬, 용팔 아저씨, 최혜린 순으로 정해졌다.


바깥에 좀비가 우글거리는 상황에 마음 놓고 자기에는 영 위험해 보여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당연히 첫 번째를 택했다. 내가 하자고 한 것이니까.


순서를 정하고 나서 이제 잠을 자려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김백찬이 모두를 불러세웠다.


“다들 잠시만요. 할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김백찬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지하철을 덮친 거대한 괴물에 대한 말인데요. 그 전에 여러분께 충격적일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이라. 궁금증이 일었다.


“어제 역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중이었습니다. 한 군인이 좀비들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쳐 오더군요.”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국군은 몰락했습니다.”


그 말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군대가 별 힘을 못 쓸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몰락이라니.


김백찬은 소란을 잠재우고 말을 이었다.


“도망친 군인이 설명해 줬습니다. 군대 내에서도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주변 부대랑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김백찬이 K2 소총을 가지고 있었던 게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묵묵하게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애초부터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게 흘러갈 거라고 모두 예상한 눈치였다.


나는 말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습격한 거대한 괴물에 대해서는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이야기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도망친 군인의 소대는 그 괴물에 의해 전멸당했습니다. 군인이 알려준 괴물의 특징이 지하철을 덮친 괴물과 똑같습니다. 총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 말입니다.”


확실히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한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지하철역에서 도망칠 때부터 궁금했던 것이었다.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좀비들의 행동을 보고, 그들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가정했는데, 그 괴물은 어떻게 우리를 찾아낸 것일까요?


나는 그 거대한 괴물이 좀비의 변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맞는 말이었다.


이에 김백찬이 대답한다. 그 또한 나처럼 좀비를 유심히 관찰한 것 같았다.


”저도 좀비가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변종은 아무래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예상해 보건데, 그 괴물은 총소리를 듣고 2호선 대합실로 통하는 입구를 파괴.


2호선을 헤집어 놓은 뒤에 다시 총소리를 듣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향한 듯 보입니다.“


이번에도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때까지는 잘 버텨주던 바리케이드가 한순간에 부서지고 좀비가 들어왔다. 일반적인 좀비로는 솔직히 무리가 있었다.


그들이 대규모 무리를 지어서 왔으면 또 모를까. 그렇다고 대규모 무리를 지을만한 지능이 좀비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귀도 잘 안 들리는 마당에 서로 단합하지 못하고, 한두 마리씩 홀로 떨어져서 바리케이드를 덮치겠지.


여기에 변종 좀비가 끼어든다면 바리케이드 돌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외골격이 단단한 변종은 청력이나 근력 등, 일반적인 신체 능력이 기존 좀비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판단해야겠군요.”


정론이었다.


이로써 대화는 끝이 났다. 앞으로 변종 좀비는 더욱 조심하자는 쪽으로.


김백찬이 말하고 싶은 것 또한 그것이었다.


대화를 끝낸 우리는 이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모두가 잠든 시각. 오직 나 혼자만 조용히 창밖을 바라본다. 창문에 처져 있는 커튼을 살짝 걷어낸 상태였다.


도장 안에 있는 각종 천 쪼가리를 조합해서 간단하게 창문에 커튼을 쳤다. 효과는 뭐,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렇게 한밤중에는 커튼을 살짝 걷는다고 해서 좀비들에게 내가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좀비는 밤에 무슨 행동을 할까?’


그런 생각으로 나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좀비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좀비는 딱히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냥 잠을 자지 않고 조금씩 주변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건물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마트가 있었다. 식량이 떨어지면 저곳에서 보충하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간간이 불이 켜져 있는 건물도 보였다. 전등처럼 엄청 밝은 불빛은 아니었다.


아마도 촛불 같은 작은 불을 켜놓았을 것이다. 전등을 켜버리면 좀비들이 눈치챌 수도 있으니까.


다른 생존자들도 좀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는 듯 보였다.


모두 살면서 좀비 영화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대처할 수 있겠지.


나는 제발 좀비가 예상 밖의 행동을 하지 말기를 빌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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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변종 바이러스 (1) +22 21.12.20 826 8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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