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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충 캠핑카로 이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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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12.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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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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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충 영화 속으로 빙의한 스토리

DUMMY

14. 대충 영화 속으로 빙의한 스토리



"그러니까···. 여기가 지금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 빌어먹을 이 세계에 와서 내 상식이 뭐 하나 제대로 맞는 게 없다.



"거기 뭐해? 적들이 밀려들어 오고 있는데 당장 자리 안 잡아?"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사내가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길 보고 저길 봐도, 물구나무서서 봐도 지휘관인 듯한 모습을 한 사내였다


단 하나, 반투명한 몸을 한 것만 아니면



"주인, 이게 뭔가? 이것도 주인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의 능력인가?"


"이건 좀 많이 놀랐는데?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오는 아티팩트인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주변도 뭔가 변했는데? 사령을 불러오는 마법은 있을지 몰라도 자연을 불러오는 마법은 없지 않아?"


"그렇군, 그러면 영혼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걸까?"



컹! 컹! 컹!



펜릴도 놀랐는지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더니 근처에 있던 펜릴들과 오르카들이 몰려들었다.


다만 공간이 좁은 탓에 가까이 있던 오르카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나자 펜릴만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머지 펜릴들은 경계 너머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 `경계` 너머에 있다.



"주인, 이건 주인의 기억을 구현한 것인가? 아니면 사령들로 이루어진 결계?"


"아니 그냥 단순한 영화야"


"영화? 그게 뭐지?"


"그냥 단순 영상 기록물이라고"



하아, 다시 생각해도 한숨밖에 안 나온다.


분명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아니,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구나"



처음 영화를 재생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빔프로젝터에서 뻗어나간 빛이 스크린으로 곧장 뻗어나가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분수가 뿜어지듯 빛이 내 주변 일대로 뻗어나갔으니까


혹시 고장인가 싶어 놀랐을 때 영상이 나타났다.


스크린에 아닌 내 옆으로


쉽게 말하자면 그래, 내 주변이 영화 장면이 된 거다.



"이게 가능하냐고? 이건 VR도 아니고 증강현실이잖아?"



갑자기 나타난 병사들이 옆에 늘어서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반투명한 거 빼고는 완전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퀄리티라 보고 있을수록 놀랍다



[이봐, 이번 전투에서 우리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괜찮을 거야. 장군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반드시 살아날 수 있어]


[그렇겠지? 난 이번에 전투가 끝나면 약혼자랑 결혼하기로 했어]



"초반부터 플래그 세우지 마, 이 엑스트라 자식들아"



나도 모르게 병사의 말에 태클을 걸어버렸다.


머리로는 구현된 영화 속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워낙 사실적이니까 나도 모르게 이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착각이 들어버린다.


이후로 진행된 영화는 역시나 플래그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엑스트라들이었지만 잠시 잠깐 성벽에 같이 서 있었다는 유대감인지 나도 모르게 피하라고 소리를 쳐 버렸다.



"무슨 일이냐 주인?"


컹! 컹! 컹!



캠핑카 뒤에 있던 오르카들뿐 아니라 공터에서 놀고 있던 펜릴들까지 소리를 듣고 다가오자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이거 되게 민망하네


혼자 드라마 보다가 스토리에 빡쳐서 혼자 소리친 꼴이잖아



"크, 큼. 뭐 다른 기능은 없나?"



내 소리에 놀라 달려오던 오르카들은 내가 괜찮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VR과 증강현실이란 기술이 있는 곳에서 살다 온 내가 봐도 신기한데 이런 걸 본 적도 없는 이들이 경험하기에는 신세계가 따로 없겠지


마침 민망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는데 저렇게 알아서 다른 곳으로 신경을 써 주시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빔프로젝터에 이상한 버튼이 있는 걸 확인한 게 이때였다.



"엑스트라 모드?"



이전에 알아봤을 때는 없었던 기능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려니 했다.


기껏해야 야외에서 좀 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빔의 강도를 좀 더 강하게 하는 게 다일 거라 생각했는데



딸깍



"우와와, 빨리 서둘러!"


"여기! 화살이 모자라! 다 떨어졌어!"



갑자기 귀에 들리는 소리의 거리감이 확 사라졌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시각적으로는 더없이 훌륭했었지만 단 하나 소리 만큼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요소였다.


아무래도 소리가 나는 스피커가 빔프로젝터 내장 스피커이다 보니 소리가 나는 방향이나 거리감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버튼을 누르자마자 상황이 변했다.


소리가 한 곳이 아닌 사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뭐지? 서라운드 스피커를 단 것도 아닌데 이런 현장감이라니"



당연한 말이지만 서라운드 스피커 따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20만 원도 안되는 영화 세트도 인제야 샀는데 그보다 몇 배나 비싼 서라운드 스피커가 있으면 그게 더 웃긴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거 현장감이 높아도 너무 높은데?



"아, 좀! 도와줄 거 아니면 비켜! 너희는 뭔데 바빠 죽겠는데 길을 막고 있는 거야?"


"...어?"


"거기, 너! 덩치 큰 놈! 뭐하고 섰어? 빨리 돌이랑 화살 좀 가지고 오라니까!"


"어? 나?"



나한테 묻지 마 오르카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조금 전까지 완벽히 우리를 무시하고 진행되던 스토리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현실감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린 영화는 극 중 배역이 우리에게 말을 걸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물리력까지 행사하고 있었다.



툭, 툭



"너 뭐하냐고! 빨리 화살 안 옮겨?"


"어? 어, 알겠다."



아까부터 오르카에게 보급을 지시하던 병사는 기어코 오르카의 어깨를 치고는 조달을 직접 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모여있던 오크들이 저마다 임무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건 아직도 사태를 파악 중인 나와 그런 내 옆에 앉아 있는 펜릴 뿐이었다.



"엑스트라 모드가 이런 거였어?"



그래, 확실히 놀라운 기능이긴 하다.


어떻게 버튼 하나로 현실감을 넘어 영화 속으로 관람자를 투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뭘 이해하고 있냐. 여기서 내 상식이 제대로 통한 게 얼마나 된다고"



그나마 나에게는 아무도 지시를 내리지 않아서 차분하게 상황을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이거 영화 제목이 `그레이트 월`이었지?"



각종 영화 평론 사이트마다 평균 점수가 2점이 되지 않은 희대의 망작


우리 맷 형을 쓰고도 관짝에 들어간 영화라는 건 인생 살기 바빠 영화를 보지 못한 나도 알 정도로 유명했다.


영화를 본 어떤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스토리는 더할 나위 없는 엉망이지만 괜찮다. 영화를 보면 스토리 따위는 인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거지 같으니까]



이 정도의 악명이 달리면 역으로 궁금해지는 법이지


아무리 영화가 거지 같아도 아무것도 없이 무료한 이곳에서는 감지덕지할 뿐이다



"왔다! 다들 제 자리에 정렬해!"


"후우, 후우, 사수. 제 자리로!"


"음? 이렇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가?"



이제까지 번잡하던 주변이 순식간에 정렬되면서 병사들이 제자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병사들을 도와 물자를 나르던 오크들도 병사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자 슬금슬금 내 곁으로 다시 모였다.



"주인,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대충 분위기상 누군가와 전쟁을 앞둔 거 같긴 한 대 맞아?"


"우리도 싸워야 하는 건가?"



나에게 물으면서도 이렇게 사방을 경계하는 걸 보면 확실히 전투의 종족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지금 상황을 잘 모르겠다는 거지


나도 이 영화 내용은 모른다고.


기껏 내가 아는 거라고는 여기 맷 형이 나오는 거랑 기본적으로 영화 내용이 타워 디펜스라는게 끝이란 말이지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만일 우리한테까지 여파가 미칠 거 같으면 방어 위주로 대응하고"


"알겠다."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떨리기 시작했다.


혹시 장비 이상인가 싶어 프로젝터를 봤는데 프로젝터 자체는 이상 없이 잘 작동하고 있었다.



"주인, 이거 군사들이 몰려올 때 나타나는 진동이다"


"맞아.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딛고 있는 땅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거지"



오르카와 바바투의 말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현실감을 주는 건가?"



아무리 증강현실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실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니 주변을 떨리게 표현해서 현장감을 살리는 모양이었다.


참 쓸데없는 디테일이다.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자 새로운 병사들이 충원되어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전의 병사들과 다른 색의 갑옷을 입고 있는 이들은 우리는 무시하고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인, 온다."



오르카의 말에 앞을 보니 웬 저글링 같은 놈들이 우글우글 몰려오는 중이었다.


조금 전의 화면 떨림은 저 저글링 러쉬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저것들은 뭐지? 처음 보는 것들인데?"


"도스쟈그나나 아프토노스와는 다르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야"


"아니 보이는 외관이나 습성을 보면 이미 몬스터의 영역을 벗어났다, 저건 마물이야."


"마물? 설마 마령지에서 대이동이 일어났다고? 그것도 저렇게 많은 수가?"



나타난 괴물들의 모습에 단순히 감탄한 나와 달리 오르카들은 심각한 기세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펜릴까지 긴장했는지 내 앞에서 털을 바짝 세우고 있는데 이 모든 상황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민망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주인? 하지만 저 마물은 위험하다."


"맞다, 크기도 크기지만 단체로 행동하는 걸로 봐서는 지배 계층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어.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사라질 놈들이야."



영화가 끝나면 다 죽거나 최소한 화면에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겠지


사실 지금이라도 프로젝터에 가서 종료 버튼을 누르면 다 사라지겠지만 그러면 나중에 또 이런 비슷한 소동이 일어날까 봐 가만히 있는 거다.



"현실감 살벌하네, 4D 영화관이랑 비교가 안 되겠어."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아무리 몰입감을 높인 4D 영화관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현장감의 반의반도 구현하지는 못할 거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 체험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내가 팔자 좋게 주변을 둘러보는 와중에 전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스토리에 따라 이 전투를 미리 준비한 병사들이 초반에는 잘 막아내고 있었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괴물들이 성벽에 올라오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 놈이 멀뚱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를 향해 달려올 때까지도 난 별 감흥이 없었다.



쾅!



"이것들 장난 아닌데?"


"움직임이 꽤 빨라, 방어도 단단하고"


"어?"



돌진해 오는 괴물을 오르카가 막아설 때까지만 해도 순수하게 관전자 모드였지만 오르카가 힘에서 밀리고 곧바로 다른 오크들이 합세하기 시작하자 나도 조금 놀랐다.


바바투가 합세했는데도 버거워 보일 때는 나도 나서야 싶은 생각에 라이트를 꺼내 들었지만 다행히 두 명의 오크가 더 투입되자 바로 정리가 됐다.



`이거 물리력이 아까랑 다른데?`



아까 병사들도 물리력을 갖긴 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방금의 전투는 오르카의 공격이 막힐 정도로 물리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의 모든 전투가 이런 식이면 당장 프로젝터를 끄는데 더 나을 거 같은데



"이게 괴물이라는 거지"



오르카들에 의해 죽은 괴물에게 손을 대 봤는데 만져지지 않는다.


허공을 휘젓는 것처럼 그냥 손이 휙 하고 지나가 버린다.



"오르카, 이거 잠깐 만져봐"


"주인 무슨 일인가?"



내 말에 다가온 오르카가 손을 대자 멀쩡히 괴물의 신체가 만져졌다.


옆에서 내가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내 손은 통과되고 있었고



"아, 이거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건가? 난 얌전히 영화 관람만 하라는 거네"



하긴 어쩌면 이럴 거 같긴 했다.


내가 가지고 원래 세계에서 온 물건들은 나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니까



"흠,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다 나는 괜찮긴 하지만 다른 애들한테는 문제가 될 거 같은데"


"주인, 이곳 마음에 든다."


"맞아, 여기라면 우리가 훈련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고 아주 좋은데?"


"주인만 괜찮으면 우리가 직접 사냥해도 될까?"


"어?"



오르카들의 말에 어벙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안전을 위해 다른 이들은 보내놓고 나 혼자 영화를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열혈 전투 종족 놈들은 오히려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해 펜릴을 바라보니 녀석도 경계는 하지만 굉장히 즐거운 듯한 모습이다.


확실히 녀석도 원래는 야생 늑대였었지? 전투 본능이라면 오크들에게 뒤지지 않겠네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아무리 전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좀 꺼림칙했다.


혹시나 이 일로 심하게 다치는 놈들이라도 나온다면 꿈자리가 사나울 것도 같고


아무래도 이번에는 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오르카들과 펜릴을 보내려고 할 때 내 눈에 많이 낯이 익은 인물이 보였다.



"야, 야! 저기 저놈들 잡아!"



내 말에 오르카들과 펜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가 가리킨 방향에 있는 괴물에게 달려갔다.


바로 전에 내가 괴물을 만지지 못하고 통과하는 걸 본 이후라 그런지 나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쾌속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하나도 상관없었다.


지금 내 시선에는 목숨 위험한 줄 모르고 무기도 없이 괴물에게 뛰어드는 한 사내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맨몸으로 괴물이랑 싸우러 가는 건 너무 오바 아니냐고 맷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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