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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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1.12.18 19:44
최근연재일 :
2022.06.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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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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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복수

DUMMY

때는 르 원년, 르 제국 황제가 그의 5명의 수호기사들인 가디언들과 함께 전 세계의 절반을 호령할때 였어요. 당시 뿔뿔히 흩어져있던 남쪽의 수인, 용족, 엘프, 드워프들은 이들의 남하를 막기위해 용족을 중심으로 [류다 연방 제국]을 결성했어요.


당시 황제는 제국군들이 인간 이외의 종족을 거리낌없이 배척하고 존엄성을 짓밟게 하기 위해 끊임없는 사상교육을 실시했어요. 인간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학교 교육에서부터 신문, 연설에서까지. 덕분에 그들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타종족들을 유린하고 약탈했어요. 마치 인간이 신이라도 된 것마냥 말이에요.


그렇게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전쟁이 르 50년, 갑작스러운 르 황제의 '르 제국 중립국 선포'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됐어요. 엄청난 기세로 주변 이웃국들을 공격해오던 르 제국의 중립국 노선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나라의 자비로운 이미지가 필수불가결이였죠. 이에 르 황제는 사과의 의미로 당시 류다 연방 제국의 황제였던 아이기스에게 약탈했던 토지와 금은보화들을 돌려주고 내방을 요청했어요. 다소 강제적으로 말이죠.


반 강제적인 르 황제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이기스는, 내키지 않았지만 직접 르 황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그렇게 르 제국 중심도시를 향해 아리르만을 통과하던 도중, 암시장에서 도구처럼 팔고있는 어린 쌍둥이들을 보게 됐어요. 수갑으로 양 팔과 다리기 묶어놓고 그 앞에는 물건처럼 가격을 써 놓았죠.


용족이었던 두 쌍둥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아이기스는, 상인으로부터 이들을 사들여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줬어요. 매일매일이 지옥같았던 쌍둥이는, 결국 자비로운 아이기스에게 마음을 열고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했어요.




***




"너, 설마 그때 그 쌍둥이냐?"

"..."

"크하하하하!!"


리처드는 뭐가 그리도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웃었다. 그렇다, 리처드는 20년 전 전쟁 도중 화이트를 직접 납치해 암시장에 갖다 판 장본인 중 한명이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도망치던 화이트를, 그는 무자비하게 잡아다가 유린해버린 것이다.


"ㅋㅋㅋ, 아, 미안 미안.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가 없지."

"... 닥쳐."


작게 내뱉는 화이트의 말을 무시하고 리처드는 말을 이어나갔다.


"어릴 때 그어준, 그 눈의 상처는 괜찮나? ㅋㅋㅋㅋㅋ "

"닥치라고!!"


자신의 눈을 톡톡 건드리며 도발하는 리처드를 보곤, 화이트는 이성을 잃은 채 리처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챙, 챙 -


"어이쿠, 진정하라고. 레이피어를 그런식으로 쓰면 부러진다고?"


리처드는 빠르게 찔러대는 그녀의 검을 받아내며 말했다.


"네 쌍둥이 오빠녀석은 어디간거지? 설마, 죽었나? ㅋㅋㅋ"

"... 더러운 입으로 부르지마. 쓰레기 자식아!"


[류식 제 3형 - 낙화지검(落花之劍)] -


히아아아아-


높게 점프해 몸을 크게 회전하면서 찌르는 화이트의 검술에, 리처드는 미처 다 막지 못한 채 부상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 제법인데?"


리처드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곤 검을 고쳐잡았고, 화이트 역시 그에게서 살짝 떨어져 자세를 다시 잡았다. 예상외인 화이트의 검술 실력에, 리처드는 진심을 다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렇게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히아아압-

흐아아압-


두 사람의 기합이 왕궁 전체에 울려펴지고, 각각의 검술이 맹렬히 부딪힌다.


[아이라 제 2술 - 가로베기]-

[류식 제 2형 - 천지절격(天之絶擊)]-


서로간의 집약된 한 합이 끝나고, 곧이어 대결의 승자가 결정됐다.


촤아악-


"커, 커억..."


리처드는 검을 뽑아든 채 격혈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화이트는 뽑았던 검을 돌려 검집에 집어넣었다.


"... 끝이야, 이제."


과거의 회상에 잠긴 듯 그녀는 욱씬거리는 눈의 상처를 잠시동안 어루만지고는, 곧이어 오스카가 나갔던 문쪽을 향해 뛰어나갔다.




***




탁 탁 탁-


"레인!"

"... 응?"


왕궁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계단길에 숨이 벅차올라 레인은 힘겹게 답했다.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동그란 기계장치 하나를 넘겨주곤 말했다.


"이거 들고 셰로인씨랑 같이 밖으로 나가."

"... 뭐? 그럼 너는!"

"난 담판을 짓고 올게."

"그 몸 상태로? 싫어!"


레인은 넘겨받은 장치를 다시 내 손에 꾸겨넣곤 말했다. 부상이 심한 내 몸상태를 보곤 단신으로 쳐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다 끝나고 같이 가. 너 혼자 못 보내."

"레인!!"


답답한 마음에 소리쳐 불러봐도 레인은 듣는척도 안하고 계단을 연신 올라갈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늦고야 만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야 만다...


"셰로인씨... 부탁할게요."

"... 저도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당신 죽을 수도 있어요."


설득상대를 바꿔 셰로인에게 장치를 건내주며 말하자, 그는 내키지 않는 듯 나에게 충고했다.


나도 알아, 내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쯤은. 이미 몸 한 군데에는 카인에게 맞아 피가 흐르고 있고, 저번에 있었던 카산드라와의 전투로 인한 상처는 아직 다 회복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너덜너덜한 상태.


하지만...


"저도 알아요, 그래도..."


이 방법밖엔 없어. 여기서 역할분담 없이 모두 카인을 향해 가다간 우리가 세웠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부탁드릴게요, 셰로인."

"..."


더 이상 말없이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담판을 지어야 한다. 설령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내 의지를 그는 느낀 것일까,


하아-


셰로인은 결의에 찬 내 얼굴을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곤 레인을 업으며 말했다.


"...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 내려놔 셰로인!"


레인은 업고있는 셰로인의 등을 치며 발버붕쳐보지만, 건장한 그를 말리기에는 역부족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레인을 업은 채 방향을 바꾸어 그대로 왕궁 1층을 향해 뛰어내려갔고, 나는 그런 그를 멈춰 서 잠깐 보고 난 뒤 낮게 읊조리며 뛰어올라갔다.


"네, 맞아요."


그의 말대로 난 위선자다.


그렇지만...


문득, 전에 류가 날 위로해주기 위해 수레에서 건냈던 감사인사가 떠올랐다.


'위선자로 있어줘서 고맙다, 오스카.'


"하아... 힘 내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천장을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곤,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위로 달려나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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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p5] 결말(완) 22.06.12 60 1 5쪽
60 [ep5] 침입(4) 22.06.05 42 1 8쪽
59 [ep5] 침입(3) 22.05.29 39 1 7쪽
58 [ep5] 침입(2) 22.05.22 44 1 7쪽
57 [ep5] 침입(1) 22.05.21 42 1 7쪽
56 [ep5] 토벌 22.05.15 40 1 7쪽
55 [ep5] 작전 개시 22.05.14 42 1 7쪽
54 [ep5] 계획 22.05.08 46 1 7쪽
53 [ep5] 타나토스 22.05.01 41 1 7쪽
52 [ep5] 제우스 22.04.30 56 1 7쪽
51 [ep5] 아페시우스 22.04.24 43 1 7쪽
50 [ep5] 다이달로스 22.04.23 46 1 7쪽
49 [ep5] 또 다른 편지 22.04.20 49 1 7쪽
48 [ep5] 아가니페 22.04.18 47 2 7쪽
47 [ep4] 편지 22.04.17 50 1 7쪽
46 [ep4] 전쟁 개시 22.04.16 53 1 7쪽
45 [ep4] 레인과 함께 22.04.14 53 1 8쪽
44 [ep4] 뜻밖의 만남 22.04.10 62 1 8쪽
43 [ep4] 엘다 22.04.09 59 1 7쪽
42 [ep3] 새로운 부탁 22.04.03 55 1 7쪽
41 [ep3] 결말 22.04.02 51 1 7쪽
40 [ep3] 선동 22.03.31 58 1 9쪽
39 [ep3] 격돌 22.03.28 74 1 10쪽
» [ep3] 복수 22.03.27 58 1 7쪽
37 [ep3] 화이트의 가면 22.03.26 53 1 7쪽
36 [ep3] 정면돌파 22.03.23 59 1 8쪽
35 [ep3] 황제 22.03.20 55 1 7쪽
34 [ep3] 류다 연방 제국 22.03.19 60 1 7쪽
33 [ep3] 황자 22.03.16 6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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