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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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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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직접 와서 확인해 보니까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하.”

“모든 투자와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죠.”


JHO Company 그룹은 DirecTV를 인수한 후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본의 위성사업자 PerfecTV 지분을 J-SKY 엔터테인먼트에 모두 넘기고 일본에서 철수했다.

J-SKY 엔터테인먼트는 로버트 폭스의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의 영국 위성방송과 소프트인프라의 합병회사였다.

JHO Company 그룹이 일본의 위성방송 사업에 철수하고 얼마 안 있어서 뉴스코퍼레이션도 똑같이 지분을 처분했다.

현재 J-Sky 엔터테인먼트는 소프트인프라, 소닉, 푸지TV가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킹스톰 지분을 다시 경영진에게 매각한 것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은 꼴이 되었군요. 하하하.”


소프트인프라는 1996년 미국의 플래시메모리 독립제작 회사 킹스톰(Kingstom)을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해 킹스톰은 도쿄시바우라와 공동 브랜드 모듈을 만들며 메모리보드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대폭 상승시켰다.

그런데 1999년 소프트인프라는 보유 지분을 킹스톰의 창업자와 GARAM Ventures에 모두 넘기며 손을 뗐다.

소프트인프라가 빠지고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 미국 500대 기업 141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JHO Company는 PerfecTV 지분 포기로 손해를, 소프트인프라는 킹스톰 지분 매각으로 각각 손해를 본 격이다.


“지금도 투자를 원하는 기업을 초청해 아이디어를 듣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작년 중국의 제이크 마를 만날 수 있었지요.”


당시에 미국은 IT주식 거품으로 주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에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거액을 중국에서 온 청년에게 투자했으니, 여러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언론은 아시아에서 온 마지막 거품남들이라고 저와 사장님을 조롱했었죠. 하하.”

“조롱은 얼마 안가 무색해 질 겁니다. 제이크는 중국의 IT 분야에서 영웅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그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했기 때문이죠.”


손 사장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어찌 보면 오만함이었고, 지나친 자기 확신이었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실리콘밸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천재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똑똑한 친구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일확천금만 바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인생이나 사업이나 장거리 레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투자자가 아닌 후원자가 되고 싶습니다.”

“멋진 말이고 훌륭한 생각입니다. 류 의장은 존경받을 만한 이 시대의 청년 사업가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처럼 되려면 한참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Yaaho!의 인기가 치솟은 덕분에 손 사장의 재산은 78조 원에 이르렀다.

비록 3일 동안이었다고 하더라도.

잠시지만 헨리 게이츠의 재산을 넘기도 했다.

좋았던 것도 잠시.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소프트인프라의 주가가 2000년 3월에 100분의 1 토막이 났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거품이 꺼지던 시기였다.

70조 원이 넘던 손 회장의 재산도 1조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리고 소프트인프라 주주들은 손 사장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혹시 미스터 류의 방문이 나와 소프트인프라를 혼내기 위함은 아니겠지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요?”

“류 의장과 JHO는 소프트인프라의 주주이지 않습니까?”

“겨우 3.9% 가지고 대주주행세하기도 민망하네요.”


소프트인프라의 최대주주는 손 사장이다.

34%를 보유하고 있는데, 더 트러스트 일본은행 8.78%, 트러스터 서비스 은행 6.02%, JP모웬 4.11%, JHO Company와 GARAM Invest가 2.5%, GARAM Ventures 1.4% 등이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다.


“올해 실적발표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인프라의 2001 회계연도(2000년4월-2001년4월) 실적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전년대비 6.2% 줄어든 매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16억 엔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의 컴퓨터 서적 및 잡지 출판업체 지프-데이비스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인프라가 투자한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1조2천억 엔으로, 1년 전의 5조 엔에서 무려 75%가 떨어졌다는 말이 들리더군요.”

“앞으로는 투자기업들의 실적보다 시장가치 향상에 보다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사장님을 비난하려고 꺼낸 말이 아닙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현재를 알아야 향후 소프트인프라와 JHO의 건설적인 협력을 논의해 볼 수 있으니까요.”


소프트인프라는 지금까지 1,000여 개 IT기업에 투자했다.

손 사장은 이 많은 투자를 하면서 한 번도 적대적 인수합병을 한 적이 없었다.

Aliba.com의 경우도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있다.

그저 제이크 마가 경영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 조언자 역할만 할 뿐이다.

Yaaho!의 최대주주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손 사장이다.


“JHO에서 작년에 벤처기업 주식을 상당히 많이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T산업의 거품이 꺼질 것을 예상하셨습니까?”

“반반이었습니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우려를 가지고 있던 차에 마침 계열사들의 R&D 강화와 영화 사업부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요.”

“올해 안으로 거대인터넷 기업이 도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데, 타이밍이 아주 절묘했습니다.”

“유능한 직원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을 잘 한 것이고, 때마침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것도 행운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포함한 경제지는 물론이고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으로 봤을 때, 수많은 벤처 기업과 인터넷 사업들이 정리·재정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류 의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작년 한 해 실리콘밸리 IT벤처기업만 200개가 사라졌고, 올 해 그 두 배에 가까운 숫자가 문을 닫거나 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요 그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IT분야의 거품을 젊은 창업자들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캐피탈과 주식시장의 과열을 조장한 일부 투자회사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백 수천개 IT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두 사람은 IT버블 붕괴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여전히 도박에 가까운 영화산업 특유의 위험성까지 더해지면 JHO Company 그룹을 지켜보는 우려의 색깔은 더욱 진해진다.

류지호의 생각은 달랐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와 신사업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인터넷초고속망 사업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

“JHO가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또 그 초고속 인터넷망과 J-SKY 위성방송의 회선을 이용해 극장에 디지털 콘텐츠를 전송하고 싶습니다. JHO 계열의 게임·코믹북 및 완구 일본유통을 소프트인프라에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펀드 합작을 제안합니다.”


류지호가 한꺼번에 제안을 토해내며 밀어붙였다.

손 사장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들이었다.

사실 그는 JHO Company그룹이 소프트인프라에 대한 적대적 인수나 합병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예상했다.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합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소프트인프라는 곧 파산할 거라고 예언하듯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은 끄떡없지 않습니까? 심지어 밀어 붙이고 있죠. 사장님의 방식대로.”


손 사장은 IT버블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일본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 최대 통신기업인 NT&T와 경쟁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대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손 사장은 한국에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과정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다.

부족한 자금은 투자한 기업들의 주식을 팔아가며 조달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인프라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봤지만, 하루 18시간을 일할 정도로 노력한 끝에 올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정직하게 말하겠습니다. 회선이 문제입니다. 회선을 일본 전 지역에 새로 설치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NT&T의 인프라를 임대할 순 없습니까?”

“법에 따르면 신규회사를 도와야 합니다만.... 과연 경쟁자를 도우려고 할까요?”


낙관론을 설파해도 모자랄 판에 손 사장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류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베팅했다.


“5년 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소프트인프라가 여유자금이 부족하진 않습니다만.....”


소프트인프라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전에 Yaaho!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이 자금으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의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수백 개 IT기업 주식을 처분하거나 자기 재산을 처분한다면 신사업 진행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망이 안정화되기까지 얼마의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지 알 수 없었다.

엉망이 될 소프트인프라 재무상황은 지금으로서는 가늠조차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JHO가 손 사장님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주가 추락을 방어할 수 있고, 주요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 자랑 같지만, JHO의 투자 수익률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대외 신용도 역시 높지요.”


GARAM Invest의 펀드는 수많은 부자들이 돈을 넣고 싶어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 금융투자, 벤처투자, 영화투자까지 꽤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돈을 맡긴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무 고객이나 돈을 받아 펀드를 운영하진 않지만.

손 사장이 힘이 실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엄청난 성공을 일구고 있을 때 많은 걸 깨닫게 되었지요.”


류지호는 가만히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단 사흘이지만 헨리를 누르고 IT업계 제1 부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요.”


글쎄....

IT기업들의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닷컴버블이 최극단을 찍었을 때 류지호가 IT분야 최고 부자로 등극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더군요. 백화점에 가도 ‘이 건물을 통째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쇼핑할 재미가 나지 않았고, 몇 년 전엔 지금껏 살던 임대주택에서 나와 40억 엔을 들여 새로 지은 3층 집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세계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부와 명성의 절정을 누렸습니다.”


벼락부자들이 초기에 겪게 되는 혼란이다.

류지호는 파커라는 엄청난 부자를 지겹도록 경험해서 그런지 소비를 통한 부의 과시나 돈 버는 재미에 휩쓸리진 않았다.


“그런데 그런 영광은 오래 가지 않더군요. 정확히 작년 3월, 이른바 닷컴버블 붕괴가 시작됐지요. 소프트인프라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대폭락했죠. 그 일로 나는 사기꾼이란 오명을 쓰게 됐지요. 그때 다시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의, 나 자신과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 겁니다.”


류지호는 추임새 없이 가만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소프트인프라는 멀티 브랜드, 멀티 사업모델, 멀티 경영진, 멀티 CEO 상황이 만들어진 세계 최초 조직입니다. 나는 이를 통해 20년 뒤 140개의 회사를 1,000개로 늘리고 시가총액 200조 엔으로 전 세계 톱10 기업에 진입할 것입니다.“


200조 엔은 한화로 약 2,600조 원이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음에도 명확한 비전과 자기 확신만큼은 월드클래스다.

난 사람은 난 사람인 듯싶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나친 확신이 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류지호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가 승승장구할 것임을 알고 있으니까.


“자, 류 의장님. 당신이 내게 제안한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합시다.”

“좋지요.”


두 사람은 사장실에 틀어박혀 투자와 관련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을 예상한 투자 논의다.

생각보다 싱겁게 마무리됐다.

단 이틀의 논의만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니까.

기업투자에 있어서 전격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시간이다.

사실 류지호의 입장에서는 소프트인프라 투자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입지전적인 인물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으니까.

이번 투자건은 여러모로 중요한 시간이었고 손 사장과의 대화도 좋은 경험이지만, 그와의 미팅을 위해 준비하며 미래를 다시 한 번 점검했던 것 또한 류지호 개인적으로 큰 성과였다.

모호한 이전 삶의 기억 퍼즐들을 다시 맞출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


[미국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 JHO 그룹의 오너 류지호는 일본의 IT기업 소프트인프라와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계약발표로 인해 추락을 거듭하고 있던 소프트인프라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

- 도쿄. 아사히신문 경제부.


미국 월가는 류지호의 이번 투자가 닷컴버블 붕괴시기에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라며 우려 논평이 쏟아냈다.

일부에서는 위축된 IT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극우언론에서는 소프트인프라가 외국 자본과 손잡고 일본 미디어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난을 퍼부어댔다.

이에 JHO와 소프트인프라 모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다만 손 사장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몇 달 후에 벌어질 일이지만, JHO로부터 1차 투자금이 들어오자마자 손 사장은 통신관련 정부 당국에 달려가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협박하게 된다.


“총무성 당신들이 NT&T에 똑바로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내 몸에 석유를 끼얹고 내 손으로 불을 지르겠소!”


손 사장의 막무가내 협박에 당국자들은 기겁하게 된다.

결국 NT&T 측에 회선을 임대해주라고 지시하게 된다.

그 동안 막혀 있던 부분이 해결되면서 소프트인프라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한 달 이용료는 기존 인터넷의 8분의 1 수준인 990엔.

기대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사업은 잘 되지 않는다.

매년 1,000억 엔씩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소프트인프라는 JHO의 투자와 보유 주식을 포함해 상당 자산을 내다팔면서 4년 동안 흔들림 없이 사업을 밀어 붙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10년 넘게 손 사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재무책임자가 회사를 떠나기도 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초고속인터넷에 올인 하느라 회사 재무상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손 사장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사업 시행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이듬해 소프트인프라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돌파하게 되고, 손 사장은 일본 최고부자 자리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물론 소프트인프라의 2대 주주가 된 JHO Company 그룹 역시 주식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크게 본다.

류지호 홀로 미래를 떠올리며 축배를 들었을 뿐.

이 당시에는 류지호가 엉뚱한 투자를 진행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손 사장이 믿지 못할 사람으로 찍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 ❉ ❉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G.O.M Cinemas 최고임원진들이 날아왔다.

첫 해외 진출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버진 씨네마 재팬(Virgin Cinemas Japan) 인수계약이다.

이 극장체인은 영국의 버진 그룹의 투자를 받은 일본계 영국인이 설립한 멀리플렉스 체인으로 1997년 후쿠오카 현에서 처음 멀티플렉스를 개관했다.

2001년 현재 후쿠오카 현 외에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서 7개 영화관 총 71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일본 내에서 6번째로 큰 극장사업자였다.

그런 버진 씨네마 재팬을 G.O.M Cinemas가 96억 엔(약 1,170억 원)에 인수했다.

주요 도시 번화가에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장점인 멀티플렉스 체인이었는데, 다른 메이저 극장 체인들이 쇼핑몰이나 백화점과 연계된 지점이 많은 것과 달리 단독 건물로 존재하는 영업점이 많은 것이 버진 시네마 재팬의 특징이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에는 10개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가 영업 중이지만, 그 외 4개 극장은 단관극장과 5개 관 규모의 극장이 섞여있습니다.”

“그 동안 수고가 많았어요.”


류지호가 인수협상 전반을 지휘한 오동석 부사장 겸 총괄매니저를 치하했다.


“사실 운도 좀 작용했습니다.”


버진 씨네마 재팬은 그 이름 그대로 영국의 버진 그룹에서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버진 그룹의 오너는 모험가로 유명한 괴짜 리치 브론슨이었는데, 2년 전 그룹의 극장 사업 부문을 UGC라는 경쟁사에 매각했다.

그로인해 해외에서 추진되던 멀티플렉스 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극장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버진 그룹은 미국 멀티플렉스 진출을 도모했지만, 사실상 극장 체인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말았죠. 일본의 멀티플렉스 사업은 막강한 투자자를 잃게 됨으로써 사실상 성장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북미에서도 이미 수십 개 극장 체인들이 파산하거나 문을 닫았으니까....”


심지어 10위권의 최대 북미 극장 브랜드들까지 파산보호 신청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IT 분야에서 거품이 꺼지듯이 북미지역에서 제 살 깎기 출혈경쟁을 벌여온 극장사업자들도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마침내 버진 그룹에서도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여력을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버진 씨네마 재팬은 일본의 메이저에 매각하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접촉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일본의 삼대 메이저 영화사들은 멀티플렉스의 급격한 증가가 옳은 결정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로인해 기족의 질서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잃어버린 20년의 악몽을 겪은 일본기업들 대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이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해 있던 JHO Company와 GARAM Invest가 가온그룹에 극장체인 인수를 주선하게 되었다.

그리고 류지호의 첫 일본 방문에 맞춰 그럴듯한 비즈니스 성과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인수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버진 시네마즈 재팬은 인터내셔널의 자회사가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일본 현지 법인 씨네콰논과 합병시킨 후 GOM Cinemas Japan 브랜드로 새롭게 런칭시킬 계획입니다.”

“씨네콰논의 이봉호 사장이 GOM Japan까지 맡아서 경영을 하게 되겠군요?”

“본격적으로 가온그룹이 일본에 진출하기 전까지 일본 지사장 포지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애니메이션 회사나 만화 관련 출판사는 결국 인수하지 못했네요.”


일본에 온 김에 애니메이션 업체나 게임 회사도 인수하고 싶었다.

류지호를 만족시킬 만한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엉뚱한 회사에 3억 엔을 투자했지요.”


오동석의 말에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빅 스마일 컴퍼니(Big Smile Company).

처음 설립되었을 때는 이벤트 운영이나 아이돌 성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던 회사였다.

그러던 차에 MAX T-Factory와 함께 식품 완구를 출시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했다.

Timely 캐릭터를 좋아하던 빅 스마일의 창업자 타카노리 아키오는 Timely 뉴욕 본사로부터 거절을 당하자 JHO Company의 일본 지사의 문을 두드렸다.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류지호의 방일과 겹치며 기회를 잡게 되었다.

류지호는 빅 스마일이란 회사를 아예 통째로 인수해버렸다.

인수금액은 겨우 한화로 36억 원.

계약서를 작성하고 곧바로 달러로 입금을 해주었다.


“아키오가 원래는 연예기획사 출신이라죠?”


JHO 일본 지부장 마카토 묘조가 얼른 말을 받았다.


“혹시 반자이라고 아십니까?”

“완구회사잖아요.”

“그 반자이 계열의 피규어 회사가 있습니다. 반자이프레스토라고. 그 자회사 중에 뮤라즈라는 연예기획사 설립에 관여한 사람입니다. 뮤라즈가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아서 해산을 하게 됐는데 그때 아키오가 뮤라즈 소속 연예인을 다른 회사로 이적시키는 일을 맡았지요. 몇 명의 연예인이 이적을 하지 않고 아키오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남은 연예인들을 데리고 나와서 빅 스마일을 만들게 된 것이죠.”


류지호가 빅 스마일 컴퍼니에 투자한 이유다.

한류스타들의 향후 일본 활동을 매니지먼트해 줄 회사를 찾다가 때마침 빅 스마일 컴퍼니를 알게 되어 인수를 한 것이다.

엉뚱하게도 타카노리 아키오가 식품 완구를 만들겠다며 기획서를 가지고 왔다.

JHO Company 일본 지사에서 3억 엔이 부담되는 금액도 아니고.

류지호는 복잡한 계산 없이 시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

여담으로 빅 스마일 컴퍼니는 MAX T-Factory와의 협업을 통해 식품 완구 분야에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렇게 식품 완구로 잘 나가다가 자체 브랜드로 피규어까지 출시하게 된다.

이후로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식품 완구보다 피규어 제작 및 퍼블리싱에 주력하게 되면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피규어의 유행을 선도하는 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이번 방일에서 뜻밖에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업체가 얻어걸렸다.

류지호는 그 같은 미래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에서 JHO와 가온은 다양한 투자활동과 합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거나 또 실제 계약까지 체결했다.

대부분이 사전에 계획된 쇼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기업 CEO나 유명한 억만장자의 행보란 것이 원래가 다 그렇다.

맹탕으로 해외순방을 다니는 일은 결코 없기에.

그간 연락사무소 역할에 머물렀던 JHO 도쿄 지사였다.

이번에 독립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 독자적인 사업 발굴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그간 부장 직급에 머물렀던 지사장 마카토 묘조를 사장급으로 격상했다.


“앞으로 자유롭게 신규 사업이나 투자처 발굴 또 일본의 주식시장 투자를 해보세요.”

“예. 보스!”


사장으로 승진한 마카토 묘조는 오사카노무라 증권과 일본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 출신으로 미국 유학파였다.

부사장 사이토 신지로는 유명 게임개발사 CACOM 출신으로 향후 JHO 계열 게임과 Timely 캐릭터 퍼블리싱을 총괄하도록 역할을 분명히 했다.

류지호가 사이토 신지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SnowStorm 게임의 일본 흥행이었다.

이전 삶에서 일본은 SnowStorm의 무덤이었다.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JHO 도쿄 지사의 관리 하에 소프트인프라 유통망을 통해 퍼블리싱할 기반이 조성되었다.


“일본에서 공개행보를 통해 보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영화 홍보 외에는 언론노출이 전혀 없어서 매스컴에서 볼멘소리가 많지 않았습니까?”


오죽하면 그 흔한 파파라치 컷조차 재미도 없고, 기사로 쓸 것도 없다고 할 정도다.

류지호에 대한 기삿거리가 떨어진 미국 타블로이드는 은둔, 우울증 치료, 대인기피증 같은 근거 없는 루머들을 양산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그런 루머를 일정부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팬들과의 스킨십, 도쿄 시내를 편안한 복장으로 돌아다니기, 도쿄다카라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하고, 소프트인프라 손 사장과 함께 MOU 체결을 언론 앞에서 발표를 하는 등 일본 체류 기간 내내 매스컴과 일반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컨벤션에서 봅시다.”


여름에 개최되는 JHO 컨벤션 행사를 기약하며 류지호가 일본을 떠났다.

입국할 때는 떠들썩했지만, 출국할 때는 차분했다.

류지호가 조용히 떠난 것과 달리 일본의 매스컴은 오랫동안 시끌시끌했다.

빅딜이라고 불릴 만한 투자계약은 없었다.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물 투자자의 행보라서 빅 스마일 컴퍼니 인수같은 작은 투자까지 대서특필되고 또 속속들이 분석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류지호는 도쿄다카라와의 합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WaW와 도쿄다카라의 합작 영화는 모두 10편.

합작영화 가운데 한 편을 류지호가 무조건 연출해야 하는 조건이 들어가 있는 계약이었다.

WaW·도쿄다카라 한일합작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인기 만화이자 현재 시즌 2까지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이니셜D>의 실사영화로 결정됐다.

이전 삶에서는 홍콩 영화사가 판권을 사다가 실사화해서 카레이싱 장면 빼곤 실망만 안겨줬었다.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도 모자라 이젠 일본영화까지 연출하게 생겼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언젠가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찍겠다고 했던 말.

왠지 그 말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피규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굿 스마일은 미소녀 완제품 피규어로 유명한 일본회사입니다. 씨네콰논과 함께 일본의 오타쿠들을 공략하는 첨병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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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 Christmas Cargo. (4) +6 24.03.14 1,082 70 25쪽
797 Christmas Cargo. (3) +3 24.03.14 987 65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117 73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063 66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192 78 23쪽
793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191 75 23쪽
792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248 70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233 76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220 69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243 69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292 7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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