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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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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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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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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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연금술] [초급]

*숙련도 0/1000


역시나 불친절한 게임답게, 스킬에 대한 상세한 설명 따윈 나와 있지 않았다.

그저 숙련도만 표시되어 있을 뿐.

포션을 만드는 방법은 책 안에 있었다.

나는 잠시 광장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서 찬찬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리큐르랑 허브가 있어야 되네.”


D급 포션 제조라 그런지 재료는 간단했다.

리큐르와 허브.

리큐르는 잡화점에서 NPC가 팔고 있었다.

문제는 허브인데.


“허브가 어디서 나오더라... 아!”


마침 홈페이지에서 본 정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바로 임프 던전.


“로니. 임프 잡으러 가자.”


“굳이 성가신 놈들을 잡잔 말인가.”


“응. 꼭 가야 돼. 허브가 거기서 나오거든.”


그때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디오님? 혹시 임프 소굴에 가실 예정이신가요?”


고개를 돌려보니 엘프 모습을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인사드릴게요. 저는 활의 제왕 길드 마스터인 미골라스라고 합니다.”


등에 멘 활, 그리고 두 화살이 교차되어 있는 길드 문양.

그의 뒤에는 같은 길드원인 엘프 궁수 네 명이 더 서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저희도 마침 그곳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디오님도 임프를 잡으러 가신다길래 여쭤보는 거예요.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가시겠어요?”


한마디로 던전을 같이 돌자는 말.

나는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금안으로 이들을 한번 살펴보았다.

상태창을 보니 스탯은 평범했다.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낮지도 않은 수준.

장비 역시 상점표 C급 가죽 방어구와 참나무 활.

그나마 미골라스는 활이 +2 강화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요. 같이 가요. 사람이 많을수록 좋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여기도 인사드릴게요. 이쪽은...”


참가 의사를 밝히자, 미골라스는 그제야 뒤에 있던 길드원들을 간단히 소개해주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

.

.


“저놈들이군요.”


“네. 조그마한 데 그래도 조심하셔야 돼요,”


미골라스 일행과 나는 임프들의 출몰 지역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관목이 꽤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녀석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임프는 사실 능력치가 아주 보잘것없었다.


[임프] [하급]

HP / MP : 15 / 0

공격력 / 마법력 : 7 / 0

방어력 / 저항력 : 1 / 1


이 정도 급의 녀석들이 왜 태초의 땅이 아닌 부화의 땅에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

하지만 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


“잘 아시겠지만, 독을 조심하셔야 돼요. 걸리면 골치 아프니까요.”


친절히 설명해주는 미골라스.

물론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봤었기 때문에 나도 잘 알고 있다.


임프는 고작해야 서너 살 꼬마 정도의 체격이다.

하찮은 돌팔매질이나 하는 녀석인데, 문제는 종종 독이 묻은 돌을 던진다는 것.

독은 방어력이나 저항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HP를 곧바로 깎아버린다.

일종의 트루 데미지.


“그런데 디오님. 디오님은 그...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마법사예요. 왜 그러시죠?”


“옷은 갑옷인데 무기는 지팡이를 들고 계셔서요.”


“아... 제가 아직 옷은 못 구해서요.”


하긴, 지금 내 꼴이 이상하긴 했다.

로니가 오크 장군 세트로 다 갈아탔기 때문에, 기존의 초보자용 갑옷을 내가 다시 입고 있는 상황.

그런데 손에는 참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으니 헷갈릴 만도 했다.

조만간 법사 옷을 구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슨 마법사(물리)도 아니고.


“일단 파티부터 만들죠.”


“앗. 제가 초대도 안 해드렸네요. 바로 초대할게요. 그리고 동료분도... 어라?”


로니를 보더니 갑자기 놀라는 미골라스.


“동료... 분은 ID가 없네요?”


그래서 놀란 거였구나.


“네. 없어요. 플레이어가 아니거든요.”


“네? 그럼...”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뭐... 소환수 같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소환수요!?”


“우와! 정말요!?”


“아니, 소환수도 있어요!?”


소환수라는 말에 다들 놀라워했다.

그게 그렇게까지 놀라울 일인가?

갑자기 로니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이들.

모두 눈을 빛내며 로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나를 흘겨보는 로니.

나는 애써 못 본 척하며 그의 눈길을 피했다.


“물렀거라! 이 영악한 귀쟁이 놈들.”


이런 관심이 귀찮았는지, 로니는 이들에게 대뜸 창을 들이밀었다.


“야야! 그러는 거 아냐! 뭐만 하면 창을 들이미네.”


나는 급히 창을 내리며 상황을 수습했다.


“죄송합니다. 얘가 좀 까칠한 구석이 있어서요. 요즘 사춘기라 그런가.”


“하하... 네.”


이에 일행들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잠시 뒤로 물러섰다.


아무튼 파티에 참여한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임프 던전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 전에 우선 숨어있는 임프 놈들부터.


피잉!


녀석을 향해 날아간 화살.

하지만 빼꼼히 지켜보던 녀석이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관목 뒤로 숨어버렸다.

화살은 그저 애꿎은 관목이나 땅에만 박힐 뿐.


그래도 길드 마스터인 미골라스는 조금 달랐다.

중간중간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타이밍을 보고 날린 예측 샷.


“끅!”


결국 화살을 맞고 중상을 입은 녀석.


다른 길드원 역시 그런 미골라스를 보고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점차 타이밍을 익혀가는 이들.

감을 잡은 미골라스는 마나를 사용해 궁수 전용 스킬인 더블 샷을 쏘기도 했다.


“끄엑!”


일단 확실하게 한 마리는 처치.

느리긴 해도 안전하게 처리하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니의 입장에선 이 상황이 답답했던 걸까.


“한심하군.”


그리곤 갑자기 숨어있는 임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나갔다.


“어어? 저러면 안 되는데?”


그런 로니를 보고 걱정하는 미골라스.


“냅두세요. 어차피 통제도 안 돼요.”


죽으면 어차피 지가 죽는 거지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말로 해서 될 것 같으면 애초에 튀어나가게 두지도 않았다.


아무튼 로니는 관목 사이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에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달아나는 임프들.

하지만 도망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라, 한 마리씩 창에 찔려 쓰러져나갔다.


자기가 타겟이 아닐 땐, 돌아서서 돌팔매질하는 임프들.


툭. 투둑. 툭. 툭툭.


하지만 로니의 갑옷에 그저 맥없이 튕겨 나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저거에요!”


무언가를 발견한 미골라스.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어느 임프가 녹색 액체가 묻은 돌을 들고 있었다.

저게 그 독 공격인가 보구나.

결국, 독이 묻은 돌에 맞은 로니.


사아아아.


갑옷에 닿자마자, 독은 빠르게 가스의 형태로 기화하였다.

하지만 로니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냥했다.

그렇게 빠른 시간안에 주변을 다 정리한 후.


“디오님! 어서 치료를 해주셔야... 어라?”


놀랍게도, 돌아온 로니의 상태가 너무나도 멀쩡했다.

만피.

HP가 하나도 닳아있지 않았다.


“분명... 중독되는 걸 봤는데... 그렇지 않나요 디오님?”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미골라스.

몰라, 나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얘가 키는 좀 작아도, 애는 튼튼해요. 건강한가 보죠, 뭐.”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변명.

근데 어떡하라고. 나도 모르는걸.


“우와... 진짜 대박인 소환수네요! 어떻게 얻으셨어요? 아니면 새로운 마법인가요?”


알아서 착각해주는 미골라스.

굳이 진실을 얘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비밀입니다. 어렵게 알아낸 거라서요.”


“그러시구나. 그렇죠. 원래 귀한 정보는 아무한테나 알려주는 게 아니니까요. 아무튼 정말 부럽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나에게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로니만 빼고.


아무튼 다시 시작된 사냥.

사실 나도 궁금했기에, 슬쩍 로니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어떻게 된 거야. 너 왜 중독이 안 돼?”


그러자 로니는 한심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그런 건 살아 있는 놈들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아... 맞네.

뼈밖에 없는 언데드인 로니가 독에 걸릴 리가 있나.

얘랑 같이 지내다 보니, 당연히 사람인 것으로 착각했다.


독이 걸리지 않는 로니 덕분에 진격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관목이고 나발이고, 그저 보이는 대로 들쑤시고 다니면 끝.

그렇게 그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던전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임프 소굴] [하급]

*임프들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6명

*입장 제한 : 사용 스탯 90 이하

*참고 : 모든 임프들을 한 번에 몰살하면 숨겨진 던전이 열립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미골라스 일행과 나를 합하면 총 6명.

거기에 로니까지 더하면 총 7명이다.

혹시나 인원 제한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 들어오셨네요. 갑시다.”


다행히 제한에 걸리진 않았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로니가 플레이어가 아니긴 한가 보다.


임프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천장이 매우 낮았다.

까치발을 들면 머리가 닿을 정도.

그래도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놈들이라 그런지, 공간은 꽤 널찍한 편이었다.


당장에 임프들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다.

해서 묵묵히 걸어만 가는 우리.

그런 어색함이 싫었는지, 미골라스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디오님은 왜 마법사로 하셨어요?”


“남자는 지력. 당연히 마법이죠.”


“...원래 남자는 힘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뇨. 그건 고정관념입니다.”


사실 나도 힘으로 시작했지.

어쩌다 보니 로니를 만나서 바꾼 거지만.


“그럼, 미골라스님은 왜 궁수로 하셨어요?”


“그냥 별거 아니에요. 사실 제가 레골라스를 좋아하거든요. 반지의 제왕 아시죠?”


물론이다.

무려 30년 전에 영화로도 상영했던 그 명작.

당시에는 갓난아기나 다름없어 보지 못했지만, 고전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제가 10살쯤이었거든요. 이상하게 저는 주인공들 중에서 레골라스가 제일 멋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후로 게임할 때 보통 궁수만 해요.”


“그래서 미골라스군요.”


“네. 레골라스는 누가 선점해서, 대신에 미골라스로 했죠.”


하긴, 찾아보면 도골라스 파골라스 솔골라스가 있을지도...


나이로 보건대, 아마 미골라스는 마흔쯤 되는 것 같았다.

사실 온라인게임에선 플레이어의 실제 신상에 관해 잘 묻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랄까.

특히 접속기기를 이용한 완벽한 가상현실 온라인게임이 나오고 나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여기 저희 길드원들도 다 저랑 비슷해요. 한마디로 궁수 덕후 들이죠. 그래서 저희 길드는 궁수밖에 없습니다. 하하.”


궁수들로만 이루어진 길드.

그래서 길드 이름이 활의 제왕이었구나.

다들 눈빛을 보니, 궁수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듯했다.


게임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이렇게 현실과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

그래서 더욱 현실 세계에서의 신상을 묻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이런 달콤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으니까.


“디오. 잠시 다녀오겠다.”


“응? 그래. 너무 멀리는 가지 말고.”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임프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먼저 앞장서는 로니.

가라 로니!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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