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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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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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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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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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로니가 달려들자 도망치기 바쁜 녀석들.


“히에엑!”


“끄악!”


하지만 도망쳐봤자 그의 손바닥 안이었다.

한번 찌를 때마다 한 마리씩 쓰러져가는 임프들.

뒤늦게 돌팔매질을 하지만 소용없었다.

간간이 독이 묻은 돌멩이가 날아와도, 중독되지 않는 로니에겐 평범한 돌멩이와 차이가 없다.

이건 뭐 키즈카페에서 애들 참교육시키는 어른도 아니고.


“...임프 소굴이 이렇게 쉬운 곳인 줄 몰랐네요.”


로니의 활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미골라스.


사실 나도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다.

임프 소굴은 사실 전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던전.

한놈 한놈 잡는다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독에 걸려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해서 궁수나 마법사처럼 원딜 직업들이 주로 오는 곳인데, 그렇다고 이들에게 마냥 쉬운 곳도 아니었다.

관목이나 바위 같은 엄폐물을 이용해 잘만 숨는 녀석들인지라, 일일이 잡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석은 전사가 잡으러 다니고, 그러다 중독되면 법사가 힐을 해주는 것.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었다.

중독되지 않는 전사인 로니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천적.


“잘 한다~ 우리 로니.”


자식이 잘 컸을 때의 부모 마음이 이런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로니는 깊숙이 도망치는 녀석들을 쫓아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들.

나는 한껏 어깨가 올라간 채,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쪽 깊이 제법 들어갔을 무렵.

점점 좁아지는 공간을 앞두고, 로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가가서 보니, 공간은 점점 더 좁아져 겨우 한 사람만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고 내리막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길이 바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모두들 몸을 좁혀가며 통로를 빠져나오자, 마침내 다시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로니. 이번엔 좀 쉬고 있어.”


2층에 나오는 녀석들은 마법을 쓴다.

해서 나는 모두에게 차례차례 레지스턴스를 걸어주었다.


“궁수님들. 이번엔 제가 신세 좀 지겠습니다.”


“네. 맡겨만 주세요.”


전투태세를 갖춘 이들.

화살을 장전한 채 활시위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나아가던 찰나.


“저깄네요. 모두 대기.”


미골라스의 신호에 모두들 일시에 멈춰섰다.


[임프 주술사] [하급]

HP / MP : 25 / 25

공격력 / 마법력 : 0 / 25

방어력 / 저항력 : 2 / 2


꼴에 주술사라고, 망토를 차고 완드를 들고 있는 녀석.

허나 생긴 건 귀여워도, 절대 방심해선 안 되는 몬스터다.

멋모르고 덤볐다간, 마법에 두들겨 맞고 그대로 사망하기 일쑤.


주술사 다섯 마리가 옆으로 쭉 늘어서 있었다.

이에 궁수들 역시 간격을 벌려 똑같이 옆으로 늘어섰다.


“모두들 더블 샷으로 한 방에 갑시다.”


미골라스의 말에, 네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화살촉에 감도는 바람의 기운.


“발사!”


슉! 슉! 슉! 슉! 슉!


동시에 날아가는 화살들.

그리고 똑같은 모양의 바람 화살이 바짝 그 뒤에 붙어 날아갔다.

곧이어 울려 퍼지는 비명.


“끄엑!”


“케엑!”


임프 소굴에서 궁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활은 기본적으로 마법보다 사거리가 길기 때문.

해서 거리만 잘 잰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이렇게 녀석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PK에서도 상성 상 법사를 잡는 게 궁수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이후로도, 무리 없이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더블 샷 후 진격. 그리도 또 마주치면 또 한 번 더블 샷.

숫자가 제법 될 때도 있었지만, 레지스턴스를 미리 건 것과 더불어 내가 뒤에서 힐을 지원했기에 문제가 될만한 상황은 없었다.

물론 마나가 충분할 땐, 나도 종종 라이트닝을 날리며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머지않아 도착한 보스 방.


“다 왔네요. 디오님도 공략 영상은 보셨죠?”


“네.”


이곳은 특이하게, 방보다는 긴 복도의 형태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 활의 사거리가 닿지 않는 곳에 서 있는 녀석.


[임프 장로] [하급]

HP / MP : 40 / 25

공격력 / 마법력 : 10 / 25

방어력 / 저항력 : 3 / 3


누더기 로브에 낡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사실 보스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약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막상 잡기에는 까다로운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함정 때문.


바닥에는 격자 형태의 타일들이 깔려있었다.

겉보기엔 다 똑같은 모양이지만, 그중 함정을 발동시키는 타일이 섞여 있었다.

해서 직접 밟아보기 전까지는 어떤 것이 정상 타일이고, 어떤 것이 함정 타일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이건가?”


내 눈에는 일부 타일들의 색깔이 달라 보였다.

맞는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

푸른색을 띠는 타일을 발끝으로 살짝 눌러보자.


우르르르. 쿵!


갑자기 천장에서 떨어지는 큰 돌덩이.

이런 걸 몇 번 맞았다간, 그대로 골로간다.


해서 이번엔 흰색 타일을 살짝 밟아보았다.

그러자 예상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즉, 함정이 아니라는 뜻.


확인은 끝났다.

나는 곧바로 로니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는 로니.


“가자!”


그렇게 나와 로니는 흰색 타일만 골라 밟아가며 녀석을 향해 달려나갔다.


“디오님! 그렇게 막 가시면 안 돼요!”


응, 아냐. 상관없어.


멀리서 실실거리며 이를 지켜보던 임프 장로.

하지만 우리가 제법 달려왔음에도 함정이 전혀 발동하지 않자, 녀석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꽤나 거리가 좁혀지자.


“히아악!”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을 치기 시작하는 녀석.

그래 봤자 짧은 다리로 얼마나 가겠느냐마는.


나는 지팡이를 앞세우며 아이스 랜스를 소환했다.


스으으으.


한기를 내뿜는 길쭉한 유선형의 얼음 덩어리.

거리가 좀 더 좁혀져 사거리에 안에 들어오자, 나는 곧바로 이를 날려 보냈다.


쩌저적.


아이스 랜스를 맞자, 빙결 효과로 인해 녀석의 이동속도가 감소했다.

점차 거리를 좁혀가는 로니.

그의 창끝에 푸른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순간.


퍼억!


[???이 임프 장로에게 5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임프 장로가 사망하였습니다.]


깔끔하게 마무리.

녀석이 뱉은 것은 고작 골드 몇 푼.

거지꼴을 하고 있는데 좋은 걸 줄 리가 만무했다.


[임프 장로가 사망하여 던전 내의 모든 함정이 사라집니다.]


어쨌든 이렇게 던전은 클리어.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미골라스 일행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디오님! 괜찮으시죠?”


“네. 보다시피.”


“아니... 어떻게 함정을 다 피해가셨어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나 보죠, 뭐.”


당연히 운이 좋지.

이 금안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닌데.

아무튼 대충 그렇게 얼버무린 후, 우리는 던전의 가장 끝으로 곧장 이동했다.


“이거였구나!”


“우와! 신기하다.”


포탈 바로 앞에 자라고 있는 6개의 허브를 보며, 미골라스 일행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사실 이 던전의 최종 보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허브들.

마침 인원수에 딱 맞게, 빨간색인 블러드 허브 3개와 파란색인 마나 허브 3개가 있었다.


“디오님. 오늘의 일등 공신이신데 먼저 고르시죠.”


“네. 그럼...”


값으로 따지자면 마나 허브가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로니가 마실 힐링 포션을 만들어야 하므로, 나는 블러드 허브를 택했다.

일행들 역시 허브 앞에 섰다.

그리곤 무릎을 꿇고 허브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앗! 이런...”


“아!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건가.”


모두들 허브를 뜯으며 탄식했다.

잠시 옆에 있는 미골라스를 보니.


“제발... 제발...”


신중히 마나 허브를 뜯는 미골라스.

하지만.


“아아...”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보기와는 달리, 허브를 채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심히 뜯는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 뚝 끊어져 버린 허브.

얼핏 봐도 채 절반도 건지지 못했다.

문제는, 끊어지는 순간 남아있던 부분은 시들어버린다는 것.

즉, 손에 들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구경은 다 했으니, 이제 내 차례.

그렇게 조심히 블러드 허브를 뽑으려던 순간.


“...음?”


자세히 보니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허브 줄기의 특정 부분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

...뭐지?

본능적으로 나는 그 부분들만 조심히 집었다.

그리고 쑥 당겨보자.


“우와! 디오님!”


옆에 있던 미골라스가 나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브가 손상된 곳 하나 없이 온전하게 다 뽑힌 것.

...이것도 금안의 능력인 건가?


[블러드 허브] [D급] [10/10]


등급 옆의 수치는 온전한 상태를 말하는 것.

즉, 나는 온전히 한 포기를 다 뽑은 것이었다.

그리고.


[약초학의 숙련도가 10 증가하였습니다.]


덩달아 숙련도까지.

10짜리를 뽑아서 10만큼 올랐으리라.


미골라스의 감탄을 들은 이들이 곧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우와! 대박! 디오님 이거 어떻게 뽑으셨어요?”


“이거 10짜리죠? 저는 2짜린데.”


여기저기서 감탄이 쏟아졌다.

너무 그러니까 쑥스럽잖아.


“그냥... 운이죠 뭐. 오늘 이상하게 운이 좋네요.”


“크으... 부럽습니다. 저 한 번만 좀 자세히 볼 수 있을까요?.”


“저두요!”


미골라스에게 허브를 건네자 옹기종기 모여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

누가 보면 산삼이라도 캔 줄 알겠다.

아무튼 다섯 사람에게 돌고 돈 후, 허브는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역시 디오님은 뭔가 특별하신 것 같네요. 덕분에 오늘 즐거웠습니다.”


“특별하긴요. 아무튼 저도 덕분에 손쉽게 클리어했습니다.”


그렇게 포탈 앞에 선 우리는 슬슬 헤어질 준비를 했다.


“그럼 저흰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도록 할게요.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한 번쯤은 또 볼일이 있겠죠. 그럼 살펴 가세요.”


만남은 길어도 헤어짐은 짧은 법.

그렇게 활의 제왕 사람들은 각자 허브 쪼가리들을 손에 든 채 모두 포탈 밖으로 빠져나갔다.


“디오. 한 번 더 갈 것인가?”


“아니. 일단 마을로 가자.”


궁금한 게 있으면 당장 해봐야 한다.

해서 곧바로 마을로 귀환.

그리고 나는 타운 스톤에 손을 대며 말했다.


“로니. 나 태초의 마을 잡화점에 갈 건데 너도 갈래?”


“거절한다.”


칼같이 거절하는 녀석.


그렇게 타운 스톤을 이용해, 나는 홀로 태초의 마을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장 잡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소바.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오셨군요. 안 그래도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습니다.”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미소바.

마침 잡화점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서 그는 잠시 출입문의 빗장을 걸어 잠근 후, 곧바로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단골집 손님 마냥, 나는 자연스레 늘 앉던 그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한동안 안 오셔서 이제는 발길을 끊으셨나 했습니다.”


“에이. 아니에요.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그랬죠.”


“그러셨군요.”


차가 완성되자, 그는 탁자 위에 잔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편하게 앉았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으셨습니까?”


“음... 던전에 좀 다녀왔어요.”


“던전이라 하심은?”


“임프 소굴이요.”


“임프 소굴이라... 이제 그곳에서 사냥하시는군요.”


“사냥이라기보다는...”


막상 말을 하려니, 앞선 상황을 다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다. 그냥,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이후의 이야기를 쭉 들려드릴게요.”


“그러시지요.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근데 그때가 언제였죠?”


“황급히 들어와서는 바느질 도구 30개를 사가셨습니다.”


“아... 그랬죠 참.”


금안을 얻은 직후, 히든 퀘스트를 하며 돌아다닐 때의 이야기였다.

다짜고짜 들어와 바느질 도구를 잔뜩 사 갔던 것.

그때 이곳 벽면에 걸린 거울을 보고서야, 나는 내 눈이 금색으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나는 미소바에게 지도를 얻은 이후의 이야기부터 하기로 했다.

구울 도감을 완성하기 위해 납골당에 들어간 것.

그리고 그곳에서 로니를 처음 만난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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