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가 편법으로 최강 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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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pcoffee
작품등록일 :
2022.01.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3.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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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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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5 페르세우스의 가면을 쓴 메두사

DUMMY

연단에서 울려 퍼진 알림음 때문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름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킬 획득이라니.



'대체 스킬 획득의 기준이 뭐지? 어떤 건 나랑 관계가 있는 거 같은데, 또 어떤 건 나랑 전혀 인연이 없는 거고. 갈피를 못 잡겠네.'



'동족애'가 내 기저에 깔려있는 성향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하하.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지.'



나는 실소를 금치 못하며, 연합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하고 연단을 내려왔다.


김성일이 궁금한 것을 못 참겠는지, 내려오자마자 나에게 대뜸 질문을 했다.



"대체 뭐길래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도중에 알림음이 울린 겁니까?"


"스킬을 갑자기 얻었습니다. 퀘스트나 상점을 통하지 않고도, 스킬을 얻을 수 있더군요."



나는 지나간 메인 퀘스트들을 통해, 앞으로 있을 메인 퀘스트들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는다면, 앞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핵심 연합원들의 스펙을 골고루 올려야만 했다.



'이젠 고급 정보도 경우에 따라 핵심 연합원들에게는 공유할 필요가 있다.'



김성일의 궁금증은 이어졌다.



"스킬을 우연히 얻을 수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얻었다고요? 무슨 스킬이길래..?"



나는 '동족애' 스킬을 설명하면서, 스킬 획득에 대한 내 가설과 이번 스킬 획득은 뭔가 이상하다는 점까지 일행들에게 알려줬다.



"와! S급! 아.. 씨x.. 개부럽다.. 젠장.. 왜 나는.. "



김성일이 흥분했는지, 평소에는 생각으로만 하던 단어들을 입 밖으로 꺼냈다.

얼마나 부러운지 자알~ 알겠다..


내가 설명한 가설을 듣더니,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일반 스킬도 나와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구먼."


"고유 스킬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군. 그런데 이걸 어떻게 찾는다?"


"저도 선생님 스킬처럼 좋은 것들을 더 얻어야 신세를 안 질 텐데 큰일이네요. 더 정진해야겠습니다."



일행들은 스킬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킬 획득 방법에 대한 가설을 연합 전체에도 알리기 위해, 비대위 조직원들을 활용했다.


병원 강당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강선영이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선생님. 저는 그 가설이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과 '동족애' 스킬 간에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전 더 이상한데요?"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강선영은 서둘러 강당을 빠져 나갔다.


항상 강선영은 과도할 정도로 날 좋게 봐준다.



'내가 1층에서 구해준 것 때문에 그러나.'



그 일을 감안해도, 너무 좋게만 봐주는 거 같은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선영이 날 좋게 봐준다는데, 당연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가끔 너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 뒤가 켕긴다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나는 왕인득을 비롯한 비대위 사람들 몇 명과 강당에 남아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



강선영은 식량을 받기 위해 지하 1층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선생님은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 왜 그러실까?'



세계가 변하기 전, 이사원과 강선영은 같은 내과 외래 소속이었지만 개인적인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사실 2년 전 이사원에게 구원받은 후, 강선영은 그에게 몇 번이나 말을 붙여보려 했다.


그러나 근무 시간이 끝나면, 항상 이사원은 순식간에 병원에서 사라져 버렸다.


권고명 때문에 회식에는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내과 외래 회식인 경우에는 혹시 그가 나올까 싶어서 꾸준히 참석했다.



'어떻게 2년을 근무하는 동안, 회식에 단 한 번도 안 나올 수가 있을까. 정말 특이하단 말이야.'



아니지.

'한 번도'는 아니었다.



'메모지를 흘리고 간 회식 한 번이 있었구나.'



아무튼 2년 전의 그 날 이후, 강선영의 병원 생활은 크게 두 가지였다.


권고명을 피하는 것.

그리고 이사원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


그리고 세계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뒤, 둘 다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러고 보니, 권고명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죽었다고 봐야 했다.


이번 메인 퀘스트에서는 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망이었으니까.


이사원의 말에 따르면, 숨어있는 권고명을 찾아내려고 왕인득과 함께 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다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끝내 권고명은 나타나지 않았고, 메인 퀘스트는 종료되었다.

당연히 사망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겠지만, 권고명은 죽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이것도 내 트라우마 때문인 걸까.'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공포의 대명사였던 메두사.

얼굴만 마주쳐도 상대방을 석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얼굴의 소유자.


강선영은 권고명이 그녀에게는 메두사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를 마주할 때 생기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육체가 마비되는 느낌.

석화되는 느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었다.


이사원 덕분에 메두사는 도망갔고, 아마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는 메두사의 뒷모습을 보고 나니, 권고명에 대한 공포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마주치게 되면 내가 과연 전처럼 몸이 굳지 않을 수 있을까?'



강선영은 이내 피식 웃었다.


다 부질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다시 만날 리가 없으니까.


트라우마를 극복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애써 지우며, 강선영은 식량을 배급받았다.



"선영 씨!"



강선영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이사원이 뒤에서 식량을 배급받고 있었다.



"남아서 회의하시는 것 아니었어요? 어떻게 벌써 오셨어요?"


"금방 끝나서 부리나케 쫓아왔죠. 하하."



S급 스킬을 손에 넣어서일까.


이사원은 아까 전보다 많이 유쾌해진 모습이었다.



"선생님, 기분이 좋으신가봐요? 밝은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선영 씨를 봐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우리 저쪽으로 가서 같이 식사나 할까요?"


"오! 뭔가 끼면 안 되는 분위기 같은데요?"



마침 뒤에 있던 허 협이 대화에 끼려다가 멈칫하며 이야기했다.



"그래요. 허 협 씨는 이따가 따로 이야기하시죠."



이사원이 허 협에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허 협은 요상한 눈을 하고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강선영이 갑자기 떠나려 하는 허 협의 팔뚝을 잡았다.



"아니예요. 허 협 씨도 같이 이야기해요. 우리 다 같이 저쪽 조용한 곳으로 가서 식사나 같이 할까요?"



허 협은 나름 둘을 배려하려다가, 갑자기 강선영이 자신을 붙잡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허 협은 강선영의 표정이 아까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뭔가 억지로 밝아 보이려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염치 불고하고 눈칫밥 좀 얻어먹어 볼까요? 하하하하!"



이사원의 눈살이 약간 찌푸려지는 것 같이 보였지만, 이내 밝아지며 대답했다.



"하하. 그럼 같이 가시죠."



어느 정도 걷다가 인적이 뜸하고 구석진 곳에 당도하자, 강선영의 차가운, 그렇지만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이제 이사원 선생님을 흉내내는 짓은 그만 하시죠. 권고명 전(前) 병원장님."



강선영의 말에 허 협은 깜짝 놀라며 이야기했다.



"권고명이라뇨? 누가 봐도 선생님이신데.."


"저도 방법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해요. 지금은 일단 제가 가진 스킬 덕분이라고만 설명드릴게요. 방법은 그를 잡고 나서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죠."



허 협은 반신반의했지만, 자기도 뭔가 이사원답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터라 강선영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평소 차분하고 겸손한 강선영이 저렇게 확신할 정도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허 협과 강선영이 경계의 눈빛으로 구석에 있는 이사원을 바라보자, 그는 눈빛이 차갑게 바뀌며 조소했다.



"대단하군! 우리 선영 씨가 그런 능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는데? 아니면 그가 그만큼 각별해서 알아채는 건가? 아무튼 대단하군. 크크크!"



눈앞에서 이사원이 서서히 권고명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허 협과 강선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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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연재 임시 중단의 건 22.03.05 82 0 -
54 EP 53 또 한 명의 장인(匠人) 22.03.04 150 1 13쪽
53 EP 52 서울 통합 22.03.03 105 2 12쪽
52 EP 51 그녀들의 기도 22.03.02 124 2 13쪽
51 EP 50 네 번째 봉인 진체(眞體) 강림 22.02.28 124 1 13쪽
50 EP 49 데스(Death) 22.02.25 134 2 13쪽
49 EP 48 우상(偶像)의 파편 22.02.24 158 2 13쪽
48 EP 47 팜므파탈 22.02.23 146 1 13쪽
47 EP 46 진화형 아이템 22.02.22 158 2 13쪽
46 EP 45 비우니 채워지다 22.02.21 173 3 12쪽
45 EP 44 자아성찰(自我省察) 22.02.18 203 3 12쪽
44 EP 43 완고한 제작자 22.02.17 181 2 12쪽
43 EP 42 엄청 예쁜 일진 누나 22.02.16 218 3 13쪽
42 EP 41 위화감(違和感) 22.02.15 216 5 13쪽
41 EP 40 회상(回想) 22.02.14 244 5 13쪽
40 EP 39 후회가 없는 쪽으로 22.02.11 263 5 12쪽
39 EP 38 두 번째 봉인 22.02.10 262 5 12쪽
38 EP 37 지역의 패자(覇者) 22.02.09 278 3 13쪽
37 EP 36 M&A (Mergers and Acquisitions) 22.02.08 279 5 9쪽
36 EP 35 질풍노도의 여학생 22.02.07 286 4 10쪽
35 EP 34 얼음땡 공방전(攻防戰) 22.02.06 325 6 10쪽
34 EP 33 의사 가운 입은 미친개 22.02.05 344 5 9쪽
33 EP 32 정신감응(精神感應)(Telepathy)을 하는 소녀 22.02.05 353 3 7쪽
32 EP 31 ?? ?? ? 22.02.04 372 2 8쪽
31 EP 30 극히 드문 확률의 기적 22.02.03 397 4 8쪽
30 EP 29 최초의 봉인 +2 22.02.02 420 6 7쪽
29 EP 28 진화(Evolution) 22.02.01 405 4 8쪽
28 EP 27 연합 거점 수성전(守城戰) 22.01.31 431 5 10쪽
27 EP 26 우두머리의 지배력 22.01.30 433 7 11쪽
» EP 25 페르세우스의 가면을 쓴 메두사 22.01.29 45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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