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동굴 3층 던전
리자드맨들과의 싸움은 진혁의 생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케리릭··· 케릭······.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창으로 가슴을 노리고 찔러 오는 놈을 보고 비스듬하게 몸을 눕히면서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두 발을 들어 올려 놈의 턱을 후려 찼다.
그 모습이 카포에라와 비슷하였는데 카포에라를 전문으로 배워서 사용하였다기보다는 리자드맨들과 싸우면서 상황에 맞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작들을 응용하여 사용한 것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하였다.
진혁은 다른 한 손으로 반대편의 바닥을 짚으며 몸을 회전시켜 자세를 잡고는 모여 있는 리자드맨을 보았다.
‘스탯들이 안 올랐으면 큰일 날 뻔 했어.’
리자드맨과 싸우면서 성장 시스템에 의한 스탯들이 실시간으로 오르면서 공격력, 방어력, 민첩함이 조금 상승하였다.
스탯이 1이 오른다고 해서 수치상으로 1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5가 될 수 있고, 10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만큼 큰 도움이 되었다.
‘남은 체력은 130. 어떻게 이놈들은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백 마리는 넘게 남아 있었지만 해저동굴이라 놈들이 한 번에 공격해 올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 있어 잘하면 이 위기를 넘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너무 사실적이라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이 또한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
이미지트레이닝이라는 가상의 훈련을 따로 할 필요 없이 실전과 같이 이곳에서 몬스터들과 싸우면 될 뿐이다.
“와라!”
진혁은 리자드맨들을 향해 소리치며 그들을 도발하였고, 그 목소리에 리자드맨들은 일제히 진혁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가끔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진혁은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진혁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리자드맨들과의 싸움에 집중을 하는 중이었다.
-히든 스탯 감각이 생성됩니다. 스탯 감각은 공격력, 방어력, 민첩함에 영향을 줍니다.
-히든 스탯 시야가 생성됩니다. 스탯 시야는 방어력, 민첩함에 영향을 줍니다.
알리 메시지가 알려왔지만 너무도 집중한 탓에 듣지 못하였다.
“퍼어억!”
창대에 맞고 바닥에 나뒹구는 진혁은 리자드맨이 공격하는 것을 보지도 않고 바닥을 굴렀다.
퍽. 퍽. 퍽. 퍽!
진혁이 쓰러졌던 자리가 내려찍는 창두에 바닥이 깊게 파였다.
바닥을 구르던 진혁은 몸을 웅크렸다가 두 팔로 땅을 강하게 짚고는 허리에 힘을 주고 상체를 일으키며 몸을 회전시켰다. 그 모습이 비보이들이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하였다.
터억!
“헉. 헉··· 헉······.”
동굴의 벽에 기대어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진혁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생겼다.
힘들고 어려움은 있었지만 자신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였다. 스스로가 성장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 만족하는 그런 미소였다.
“이제 몇 놈 안 남았다. 끝내자.”
@
리자드맨과 사투를 끝내고 도착한 곳은 수중동굴의 끝이었다. 아니 끝이라기보다는 굳게 닫혀 있는 거대한 철문 앞이었다.
-고요한 샘 수중동굴에 위치한 3층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수중동굴의 3층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신 진혁님께서 던전에 입장하시면 20%가 상승된 전투 경험치, 스탯 경험치, 아이템 획득 확률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수중동굴의 3층 던전을 최초로 발견한 진혁께서 던전의 위치를 공개하시면 최초의 탐험가로 등록이 됩니다.
-최초의 탐험가로 등록이 되면 피로감, 체력, 마나가 영구적으로 50 상승을 합니다.
-최초의 탐험가로 등록하지 않으면 스탯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고요한 샘 수중동굴의 3층 던전을 공개하시겠습니까?
“어째서 내가 처음이지?”
가상현실게임 인더스가 서비스가 된 지 3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많은 플레이어들이 인더스의 세계를 탐험하고, 지형과 던전들을 찾아내었다.
발리칸 산맥 역시 많은 플레이어들이 탐험을 한 곳이고, 고요의 샘 역시 자신보다 먼저 찾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었기에 던전을 자신이 먼저 찾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하였다.
사실 진혁이 던전을 최초로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였다.
발리칸 산맥은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전직을 하기 위해서 잠시 들리는 곳으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레벨이 높지 않았고, 피로감을 비롯하여 체력, 마나 등이 그리 높지 않았다.
진혁처럼 피로감의 수치가 높지 않았던 플레이어들은 수중동굴에 도달하기 전에 익사를 경험하여야 했다.
몇몇 플레이어들이 끈기를 가지고 도전을 해 보았지만 레벨이 낮은 상태에서는 고요한 샘을 통과할 수가 없었고, 또 설령 통과하였다고 하여도 그 뒤에 뭐가 있을지 모르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포기를 하였기에 진혁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이다.
진혁은 잠깐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공개합니다.”
진혁은 던전을 나가면 더 이상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하여 공개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여러 가지의 혜택을 받고자 하였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이 있음을 플레이어들에게 알립니다.
그 순간 알림메시지와 텍스트가 눈에 보였다.
-모험가 진혁님께서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을 발견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구나.”
진혁은 공개를 한다고 해도 이게 플레이어들의 지도에 표시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그냥 이러한 던전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플레이어들이 발품을 팔아서 던전을 찾아야 하였다.
어찌 보면 조금은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고요한 샘의 위치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에 찾아 올 것이고,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먼저 고요한 샘의 위치부터 찾아야 하니 던전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리 나쁜 건 아니구나.”
진혁이 거대한 철문에 손을 가져다 놓자,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열린 철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안의 경정을 공개하였다.
“음······.”
잘 다듬어 놓은 긴 회랑이 눈에 들어왔다.
진혁이 걸음을 옮겨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에 입장을 하셨습니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은 모두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네임드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은 한 층을 클리어 할 때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음 층에 도전, 혹은 탈출을 할 수가 있습니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에서 사망하실 경우 전직을 한 플레이어는 사망 패널티를 받습니다. 단 전직을 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사망 패널티가 없습니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에서 사망하실 경우 리스폰 포인트는 발리칸 산맥의 펠리 전진기지의 광장입니다.
그 외에도 던전에 대한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지만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난 전직을 안 했으니 죽어도 일단 사망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지.”
사망 패널티는 1레벨 다운에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무기, 방어구 중 1개를 랜덤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진혁은 자신에게 사망 패널티가 없다는 것만으로 의욕이 생겼다.
“20%의 스탯 누적치를 얻을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 한 번에 클리어 하는 것으로 하자.”
진혁은 천천히 회랑을 걸었다.
회랑의 좌우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날개를 가진 종족과 이마에 뿔이 난 종족이 서로 싸우고 있는 그런 그림이었다.
우측 벽면에는 날개를 가진 종족이 유리한 전투를 하고 있다면 좌측 벽면에는 이마에 뿔이 난 종족이 유리한 전투를 하고 있었다.
“정말 잘 그렸다.”
그림 하나, 하나가 생동감이 넘쳐 벽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그림을 보고 감탄을 하고 있을 때, 회랑 안쪽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혁은 이 소리가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임을 알고는 긴장한 체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끼리룩!
손도끼를 든 고블린들이었다. 그런데 필드에서 보았던 고블린과 달리 덩치도 크고, 힘도 쌔어 보였다.
“홉 고블린?”
홉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보다 체력과 힘이 10배는 높은 파티형 몬스터로 소규모의 고블린 무리를 이끌고 있는 놈이었다.
플레이어들은 홉 고블린을 사냥할 때면 단독으로 사냥하기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하곤 하였다.
진혁은 이미 필드에서 홉 고블린을 잡아 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들을 보고 두려움 같은 건 느끼지 않았지만 그 수가 많음에 긴장은 되었다.
제법 많은 홉 고블린이 진혁을 향해 달려와서는 손도끼로 공격을 해 왔다.
사박사박······.
전면에서 도끼로 머리를 향해 내리찍는 놈을 피해 뒤로 물러나자, 다른 놈이 손도끼를 휘둘렀다.
진혁은 본능적으로 회랑의 우측 벽을 등지고 섰다. 홉 고블린에게 포위를 당하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
까아아앙!
내리치는 손도끼를 피하자, 회랑의 벽을 강하게 때리며 불꽃이 일어났다.
진혁이 주먹으로 옆구리를 강하게 때린 후에 발로 밀어 차서 한쪽으로 보내었다.
그렇게 함으로 양쪽에서 공격을 해 오는 걸 막기 위함이었는데 진혁의 힘에 밀린 홉 고블린이 가까이에 있는 동료와 부딪쳐 넘어졌다.
반대쪽에서 공격을 해 오자, 진혁은 팔을 움직여 가장 가까운 홉 고블린의 팔을 잡고 당겼다.
쿠에에엑!
홉 고블린을 방패로 사용하여 자신을 공격해 온 놈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동료의 도끼에 맞은 홉 고블린의 피가 제법 내려갔음이 표시가 되었다.
진혁은 양팔에 힘을 주어 팔을 잡고 있는 놈을 한 바퀴 돌려서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진혁의 힘에 이기지 못한 홉 고블린이 한쪽으로 날아가더니 동료들과 부딪쳤다.
‘무리하게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오는 놈들만 상대하다보면 결국 놈들을 잡게 된다.’
진혁은 전직을 하지 못하였기에 레벨을 올릴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홉 고블린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오는 놈들만 상대하여 피로감의 소모를 최소화할 요량이었다.
진혁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전 유도 세계챔피언이었고, 현 격투기 선수로 참고 인내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익숙하였다.
“윽!”
간혹은 홉 고블린의 공격을 받곤 하였지만 입고 있는 방어구와 스탯으로 인해 그렇게 큰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가랑비에도 옷은 젖고, 늪이라는 걸 인식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조심을 하였다.
-스탯 집중이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집중은 공격력과 민첩함에 영향을 줍니다.
홉 고블린과 싸우는 동안 무기나 방어구로 인해서 근력, 맷집, 적중과 같은 스탯은 잘 오르지 않았지만 회피, 집중, 인내, 순발과 같은 스탯은 조금씩 올랐다.
특히 히든 스탯 감각과 시야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스탯이 올라갔다.
그제야 히든 스탯 감각과 시야는 다수의 몬스터와 싸워야 얻을 수 있고, 또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각과 시야의 스탯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간혹 영화에서 보면 등 뒤에 있는 적이 공격해 오는 걸 안 보고 피하는 장면이 연출이 되곤 하는데 감각과 시야의 스탯이 많이 올라가면 자신 역시 그렇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았어.”
뭔가를 하나 배울 때마다 새로운 투지가 생겼다.
진혁은 던전 1층에서 홉 고블린과 싸우면서 조금씩 회랑을 지나갔다.
“쿠에에엑!”
홉 고블린이 파티형 몬스터라고 하지만 진혁의 공격에 데미지가 누적되니 그들 역시 견디지 못하고 한 놈씩 쓰러졌다.
진혁도 홉 고블린과 싸우면서 체력이 절반이나 내려갔고, 피로감도 300이나 줄었다.
아직 남은 홉 고블린이 제법 있었기에 진혁은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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