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능력을 증명해 보게.
그린우드는 말 그대로 울창한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이었다. 루비스 마을에서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곳까지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린우드를 발견하셨습니다. 지도에 그린우드의 일부가 표시 됩니다.
“그린우드의 일부? 그럼 엄청 넓은 모양이네. 지도!”
그린우드의 개방된 곳은 30% 정도였고, 나머지는 어둡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다행이라면 개방된 지도에 벨리아 학파의 마탑인 사령의 탑이 있는 마을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럼 벨리아 학파의 사령의 탑에서 퀘스트를 받고 그린우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 밝힐 수 있겠구나.”
이제 대충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첫번째, 퀘스트를 주는 NPC를 만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만나면 연계 퀘스트를 통해서 많은 지역을 다닐 수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 발견했다는 말이 없는 걸 보니 나보다 먼저 발견한 이들이 있다는 말이겠지. 그들 중에는 흑마법사들도 있을 테고.”
진혁은 지도를 닫고 벨리아 학파의 사령의 탑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진혁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일단 전직부터 하자. 레벨 업 제한을 풀어야 사냥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진혁은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린우드에는 다양한 레벨군의 몬스터들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50레벨의 몬스터도 있었고, 150레벨의 몬스터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진혁은 새로운 몬스터와 만나면 사냥도 하였는데 레벨 업을 하기 위한 사냥이 아닌 새로운 몬스터들과의 실전 경험을 얻기 위한 사냥이었다.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나 움직임을 파악하면 이동을 하여서인지 사령의 탑이 있는 마을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벨리아 마을을 발견하였습니다. 지도에 벨리아 마을에 대한 설명이 추가가 됩니다.
시스템 알림이 전달되자, 진혁은 저 멀리 보이는 방책을 바라보았다.
벨레아 마을은 처음 인더스를 접할 때, 들른 사냥꾼 마을과 비슷한 구조였는데 마을은 조금 더 넓어 보였다.
방책 위에는 경계를 서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허리에는 검이, 등에는 활과 화살 통이 메어져 있었다.
“설마 마을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
사냥꾼 마을에서 한 번 경험해 본지라 진혁은 내심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며 마을로 다가갔다.
“멈추시오.”
방책 위에서 진혁을 발견하고 소리를 쳤다.
“무슨 일로 우리 벨리아 마을을 방문하시었소?”
“용병입니다. 이곳에 벨리아 학파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벨리아 학파가 흑마법사의 길드라고 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이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아, 그렇소이까? 오랜만에 벨리아 학파의 사령의 탑을 찾는 용병이 오신 것 같소. 그래도 일단 용병패를 한 번 봅시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나왔다.
진혁은 그에게 용병패를 보여주었다.
“몽크 길드 소속이오?”
“듀얼 클래스입니다. 사정이 있습니다.”
“참, 피곤한 길을 가시는 분이시군요.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들은 진혁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방책 안으로 들어가자,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었다.
-벨리아 마을의 위프 케이트가 활성화됩니다. 벨리아 마을의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루비스 마을과 그린우드의 산장으로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루비스 마을과 그린우드의 산장의 위프 게이트를 통해서 벨리아 마을로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단 플레이어가 워프게이트를 활성화시키지 않은 곳은 갈 수가 없습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 다음 자신의 목적지가 그린우드의 산장임을 알 수가 있었다.
일단 벨리아 학파의 사령의 탑으로 가서 전직을 할 수 있는 단서를 얻어야 했다.
“마을 안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리 보이신다면 아직 악에 물들지는 않으신가 봅니다.”
“네에?”
사내의 대답에 진혁이 반문을 하였다.
“저는 요한슨이라고 합니다. 벨리아 학파 소속 독을 연구하는 마법사입니다.”
웃으며 자신 소개를 하자, 진혁은 깜짝 놀라 사내를 보았다.
“왜? 저의 모습이 이상합니까?”
“그게 아니라,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순하게 보이시니까. 흑마법사라고 하면······.”
요한슨은 진혁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런 악명을 떨친 마법사들이 많이 있으니 다들 그렇게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오해? 그럼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세상에는 어두운 면과 밝을 면이 공존을 합니다. 저희 흑마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람되지만 조금 쉽게 설명을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령의 탑까지 가려면 제법 걸어야 하니 가면서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사실 흑마법사는······.”
요한슨의 말에 따르면 흑마법사들은 사람의 몸에 빙의를 한 악령을 쫓아내고, 마족과 계약한 인간들을 찾아내어 그들을 소멸시키는 일은 물론 독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외과 의사처럼 수술을 통해서 사람을 부상을 당한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이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 행위는 신전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신성치료를 위협하는 행위라 신전에서 흑마법사들이 치료행위를 악마의 의식이라 정의를 하며 사람들을 선동하였고, 귀족들을 움직여 흑마법사들을 학살하며 흑마법사들이 익힌 의술을 사장시키려고 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런 가운데 일부 흑마법사들은 가족, 친구,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정말 금단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마법들을 익힌 후에 복수를 위해서 사람들을 해하면서 악이라 낙인이 찍혔고, 일부 흑마법사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복수하고자, 스스로 리치가 되며 불사의 몸을 흑마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그렇게 깊은 사연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또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악이라 정의된 마법사들이니까요.”
“억울하지 않으십니까?”
“처음에는 이유 없이 핍박을 받는 것이 억울하였지만 조금 지내다보니 그 억울함도 사그라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마법사님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 곧 사람들의 오해도 풀릴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악에 물들어 악행을 저지르는 흑마법사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을 탓할 건 못 된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스스로 그러한 선택을 했으면 책임 역시 홀로 감당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방랑자 분께서는 어찌하여 흑마법사가 되셨습니까?”
진혁은 잠깐 생각하다 자신이 흑마법사가 된 사연을 요한슨에게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칼로파 마법사의 키메라였단 말씀입니까?”
“네. 그에게 잡혀 키메라로 개조를 당했고, 그의 거처를 지키면서 익혔던 흑마법들로 인해서 흑마법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학술연구회에 다녀오겠다며 나갔다가 변을 당하였고, 그 덕에 제가 그의 속박에서 풀려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다행이시네요. 칼로파 마법사는 악독한 마법사는 아니지만 인간들에게는 몹쓸 짓을 많이 한 마법사이지요. 그도 벨리아 학파의 마법사였습니다.”
“아, 그런가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리 님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알리 님요?”
“네. 그 분이 칼로파 마법사님의 스승이십니다. 그 분도 리치 마법사세요.”
“그게 사실이에요?”
“네. 지금은 옛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사령의 탑으로 돌아와서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힘을 쓰고 계십니다.”
“아, 잘되었네요. 일단 이곳을 찾아오긴 하였는데 누구를 만나 어떤 조언을 구해야 할지 몰라서 조금 막막하였는데.”
“하하, 저기, 저기 보이는 것이 사령의 탑입니다.”
요한슨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팔각 모양의 전각이 제법 높게 지어져 있었는데 못해도 30층은 되어 보였다.
“상당한 규모이군요.”
“다른 곳의 사령의 탑은 이보다 더 크고 웅장합니다. 벨리아 학파의 사령의 탑은 어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 벨리아 학파의 마법사님들이 아마 대륙에서는 최고의 마법사님들이 아닐까 합니다.”
요한슨은 벨리아 학파의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진혁은 그를 따라 사령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
사령의 탑 안은 몽크 길드의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층은 로비, 2층은 휴게실, 3층부터 흑마법사들이 거하면서 연구를 하는 곳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요한슨은 나를 데리고 13층으로 데리고 갔는데 위프 게이트 위에 올라서면 순간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13층의 6번째 방, 즉 1306호 실 앞에서 요한슨이 노크를 하였다.
“알리 님! 요한슨입니다.”
“무슨 일인가?”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귀한 손님?”
문이 열리자, 요한슨은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구조 역시 파테우스의 집무실과 비슷한 구조였다.
“누구인데 귀한 손님이라고 말을 하는가?”
알리는 말을 하면서 진혁을 뚫어져라 보더니 묘한 흥미를 가졌다.
“보통 손님은 아닌 듯한데.”
“칼로파 마법사님에 의해 신체개조를 당하신 분이십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진혁 님께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근무 시간이라 근무를 서로 가야 해서.”
“알겠네. 수고하였네.”
요한슨이 돌아가자, 알리는 진혁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앉게.”
“감사합니다.”
“그럼 자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볼까?”
진혁은 알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알리는 진혁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령이 깃든 마력을 몸에 품고 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칼로파 그놈이 평생을 악한 일만 하더니 그래도 자네를 남겨 놓았군.”
알리는 진혁의 말을 듣고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원하는 것이 뭔가?”
“네에?”
“여기까지 찾아왔다면 원하는 것이 있어 온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진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세상을 다니며 모험도 하고 싶고, 또 강해져서 세상의 강자들과 싸워보고 싶기도 합니다. 사령이 깃든 마력을 품은 탓에 다른 마법은 배울 수가 없고, 흑마법만 배울 수가 있으니 흑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몽크 기술도 배우고 하여 강해지고 싶습니다.”
“솔직하구먼. 그런데 강해져서 뭣하나? 지금도 충분히 강해 여행을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세상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일 수도 있고, 몬스터일 수도 있고, 또 이 종족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진혁은 거짓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운이 좋아 칼로파의 피조물이 되었고, 그에게 신체적인 능력을 얻고 마법을 배웠지만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더 강해지고 싶다?”
“네. 욕심 같아서는 드래곤도 때려잡고, 마족도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습니다.”
“허허허허.”
알리는 진혁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소리내어 웃었다.
“도마뱀보다 강해지고 싶다···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그런데 그렇게 강해져서 뭐하려고?”
진혁은 알리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남들보다 강하면 좋겠지. 괄시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도 있고, 명성을 얻고 많은 부와 명예도 얻을 수가 있으니 말이야.”
‘이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무슨 의미로 묻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알리를 보았다.
“자네가 강해진다는 건, 다른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네.”
“밟히면서 사는 것보다는 밟고 일어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을 합니다.”
알리는 똑 부러지는 대답에 진혁의 눈을 직시하였다. 흔들림 없는 눈빛에서 일종의 신념을 읽어 낼 수가 있었다.
“칼로파, 그 놈이 불이 짚여 놓았구먼.”
진혁은 알리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 3서클의 마법사라고 하였나?”
“그렇습니다.”
“그럼 나에게 자네가 한 말을 증명해 보게.”
“그게 무슨······.”
“짓밟히는 삶보다는 짓밟고 일어서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러니 가서 증명을 해 보게.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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