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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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sinse0597
작품등록일 :
2022.01.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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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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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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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3)

DUMMY

고요하고 엄숙한 낮이었다.


"새 폐하께서는 아름다우시군. 니 핏줄 아닌 거 같은데."

"술이 덜 깼나보군. 누가 봐도 같은 핏줄인데."


거룩한 광휘로 가득한 황궁의 홀 안.


한 젊은 여성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한 백색의 기사가 관을 씌워주었다.


짝짝짝-


제국의 새 황제를 알리는 대관식이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끝을 알렸다.


그리고 라인과 다루는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별 생각 없냐?"

"뭘."

"그래도 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잖아."

"그 정도면 남이야."

"애초에 우리가 피붙이 얘기하는 게 이상하긴 해."


평생 젊음과 가능성을 가지고 그 대가로 인간성을 포기하는 기사.

그들에게 가족이란 수많은 사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저 깔끔하게 박수를 쳐주며 떠나는 게 그들의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나가려 하는 그들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폐하."


라인을 공격했던 회색 투구의 기사였다.

그는 여전히 검은 제복을 차려 입고 있었고, 상처부위는 불편한지 약간 절뚝거리고 있었다.


"난 이제 황제 아니야. 네 폐하는 저기 계신다."


다루가 가리키는 곳에는 싱긋 웃으며 귀족들과 대화하는 새 황제가 있었다.

필히 정치적인 기 싸움 중이겠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완벽히 권력자의 그것이었다.


"저희에게 폐하는 단 한분뿐입니다. 저 분은 전하지요."


어느새 관을 수여했던 백기사도 다가와 말했다.

원래 다른 이가 듣는다면 기겁할만한 말이었지만, 말하는 이와 그 말의 상대를 고려하면 오히려 수긍할 만했다.

홀로 제국을 세우고 성장시켜온 황제, 그것이 다루였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귀족들 사이에서는 새 황제 때문에 제국이 기울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압도적인 힘 이후의 새 얼굴은 연약해 보이기 마련이니까.


"오글거리는 말 하지 말고 빨리 가라. 일개 왕으로 취급하다가 목 잘리는 수가 있다."

"하하. 저희 목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제국에 남아있겠습니까."


능글거리는 백기사의 말대로 더 이상 기사들을 제외하곤 최대 권력자나 무인이 남지 않았다.

전 황제가 직접 그들을 키운 이유 자체가 제국을 영원히 지탱하고, 썩은 부분들을 베어내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나 아직 있다."


그들의 바로 눈앞에 전 황제가 여전히 서있다는 것이었다.

다루는 손을 뒤로 뻗으며 등에 짊어지고 있던 대검을 꺼내는 시늉을 했다.


"어이쿠. 그럼 저희는 갑니다."

"아직 말을..."

"뭘 말을 해. 빨리 가."


백기사가 회색 기사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새 황제 쪽으로 갔다.


"생각보다 재밌는 친구들이었군."


라인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어제 바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미친놈인가 싶었는데 단순히 충성심으로 뇌가 구성된 기사였다.

여러 기사들을 양성하고 만난 라인으로서도 본 적이 없는 유형이었다.


"기사는 각자의 신념이 있지. 그곳에 충성심이 있음 완벽한 기둥 역할을 할 거라 생각했다."


라인이 만난 이들은 자유 신념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다루는 이들에게 신념을 의도하여 새겨 넣었다.

따라서 그에게 제국의 기사들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음. 릴라 기다리겠다. 나가자."

"그래."


기사들과 새 황제를 뒤로 그들이 황궁을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의 옆에서 파란 슬라임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릴라. 다루는 이제 백수야, 백수."

풉!


갑작스럽게 라인이 다가가 말하자 릴라가 액체를 튀겼다.


"······."


뭔가 비웃는 투였지만 다루는 무미건조하게 다리에 튄 액체를 닦으며 물었다.


"이제는 항구로 가야 하나?"

"그렇지."


짧은 대답과 함께 라인은 발을 성큼 땠다.

그 뒤로 릴라를 안아든 다루가 따라갔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마차 판매점이었다.

마차는 항구에 가서 처분하면 손실이 크게 없으니 이동할 때 돈만 있다면 사는 것이 좋다.

대륙을 늘 돌아다니는 라인이 습득한 정보였다.


물론 그는 일반인과 금액과 편안함의 저율 질이 약간 달랐다.


"마차 하나에?"

"오 금화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금화 다섯 개면 본래 상당한 값이었지만, 마차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그리 큰 값이 아니었다.

다만 릴라 간식 값이랑 어젯밤 술값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새어나올 것만 같은 둘이었다.


"몰 줄 알지?"

"당연하지."


탄탄한 근육의 말 두 필을 모는 마부 석 위로 라인이 가볍게 올라갔다.

다루는 대검을 비롯한 짐들을 짐칸에 실고 릴라와 함께 마차 뒷자리로 올라탔다.

뒤의 의자가 푹신푹신하게 잘 되어 있어 확실히 편했다.


"그럼 출발한다."


다그닥- 다그닥-


라인의 말과 함께 발굽 소리가 천천히 일어나며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사람들로 넘쳐 났기에 그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조절하며 말을 몰았다.


그렇게 느긋하게 몇 십 분을 몰자 수도를 빠져나가는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좀 엉덩이가 아플 거야."

"아마 너만 그럴 거야."

"뭐?"


도시 내의 도로가 보통 정비가 되지만, 외부를 잇는 도로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에 보통 울퉁불퉁하다.

당연히 이는 남쪽 항구로 이동하는 도로에도 해당되었다.


쿵-


"윽."


때문에 마차가 돌부리를 넘을 때마다 라인은 앓는 소리를 내야했다.


"왜 마부는 엉덩이가 아파야 하냐고."

"그렇게 왜 깔고 앉을 걸 안 챙겼데."


푹신하게 설계된 뒷자리와 달리 마부가 앉을 앞자리는 그냥 나무로 되어 있었다.

마차의 설계 단계에서든 제작 단계든 라인은 뒤에만 편하게 만든 이의 얼굴을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물론 다루의 말대로 방석을 챙기지 않은 본인의 잘못도 있지만, 항구로 가는 수 시간동안의 잡생각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락-


갑주를 덮는 푸른 천 자락을 지나치는 바람.

그와 함께 바닷물 특유의 비린내가 투구를 넘어 코로 스며들었다.


라인은 이 바람 하나를 바라며 수 시간을 엉덩이에 불붙여가며 지루함을 죽여 왔다.

지루한 것만큼 자유로운 그에게 불편한 것은 없으니까.


"배는 며칠이면 탈 수 있으렵니까, 폐하?"

"빠르다면 오늘 출발에 낄 수 있을 거고, 느림 며칠은 걸리겠지. 그리고 그 딴 식으로 부르지 마라."

"알겠으니 빨리 내리기나 하시죠."


탁-


제국의 아래에서 경제를 책임지는 항구도시, '아르데미아'의 땅 위를 마침내 두 기사 딛고 일어섰다.



***



넓은 바다를 끼고 낮은 건물들이 오목조목히 세워져 있는 항구도시.

그곳에서 다루는 난데없는 곤혹을 겪고 있었다.


"영 정보가 느리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급조한 대관식이 여기까지 벌써 알려지는 게 이상하지 않나?"


푸른 기사의 방문에 계획에 없던 대관식이 급조되었다.

그나마 다루가 계속 준비는 해왔기에 이루어질 수는 있었지만, 귀족들도 수도 안의 대 귀족들만이 올 수 있었고, 기사도 단 둘만이 참가했다.

현 황제도 아마 당황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았다.


본래 최소 몇 주는 공개적으로 준비되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에 아르데미아에서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충!"


그렇기에 라인은 자신들, 정확히는 다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희고 붉은 제복의 사람들이 정확히 각이 잡혀 있는 것이 상당히 멋있는 광경이었다.

단, 받아들이는 다루 본인을 제외하곤.


"젠장..."

"푸흡!"


검붉은 건틀렛이 푹 숙인 투구 앞을 가렸다.


황제에서 내려오고 다루는 정말 빠른 속도로 예전으로 돌아왔다.

제국의 수장이 아니라 단순한 라인의 친우였던 그 시절로 말이다.


"짐은... 아니, 난 이제 제군들의 황제가 아니다."


이곳에 들어오며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로 수십 번은 한 대사였다.

이 말을 듣고 당황하면서도 차마 경례를 내리지 못하는 병사들의 모습 또한 수십 번은 있었다.


마차를 몰며 쌓인 지루함을 쌍으로 아주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하하하하!"


경례를 하던 병사 둘이 지나가고 라인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옆에서 예전의 자신을 책망하는 친우의 모습이 그의 웃음보를 터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크흑··· 흑! 아니, 왜 그런 걸 부끄러워하는데..."

"하... 씹."


보통이라면 오히려 자랑스러워 죽을 판이었지만 다루의 성격이 그걸 허락하지 못했다.

현재와 과거를 단절시키는 그에게는 그저 부담스러운 흑역사였다.


"아니, 너무 재밌···."

"닥쳐봐."


다시 웃음이 터지기 전의 푸른 기사의 투구를 다루가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낡은 넝마를 뒤집어쓴 행인.


그는 사람의 것이라 볼 수 없는 검고 앙상한 다리를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전신을 덮는 천을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완전히 녹슬고 이가 나간 검이었다.

전에 라인이 쓰던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었다.


일은 빠르게, 이는 푸른 기사의 신념 중 하나였다.


탁,


웃음기를 지운 라인이 곧바로 발을 굴렀다.

하늘의 푸른빛이 그의 손에 휘감기며 뭉쳐나가고, 괴한이 그의 인기척을 느끼고 돌려보았을 때는,


콰앙-!


마력의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넝마와 함께 괴한의 안면이 땅에 꽂혔다.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즉사할만한 공격이었겠지만, 푸른 기사에게 그런 이를 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카득-


순식간에 괴한이 전방으로 휘두른 녹슨 검신이 푸른 건틀렛을 파고들었다.

완벽하게 판금 사이의 틈을 노린 일격이었지만 살갗에는 닿지 못했다.


콱-!


라인은 검을 쳐내기보다 발로 안면을 다시 뭉개버리기를 택했다.




진득하게 장화의 바닥으로 시커멓게 썩은 피와 살점이 묻어나오자 그제 서야 낡은 검신을 들던 앙상한 팔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명히 신대룩 보았던 시체다."


신대륙을 방문하여 얼핏 보았던 망자 하나가 왜인지 바다를 넘어 아르데미아에 왔다.

거적때기를 푹 뒤집어쓰고 검을 차고 있던 것이 명백하게 악의로 숨어 든 것이었다.

고작 시체 한 구가.


"심각하군."


라인이 뛰쳐나감과 동시에 주변 행인들을 물린 다루가 말을 던졌다.

확실히 시체가 암만 살아 움직여도 미쳤다고 홀로 바다를 건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배가 필요할 텐데...


전에 신대륙에서 돌아오는 배에는 없었다.

있었다면 당연히 라인의 검에 썰려 바다에 던져졌을 것이다.


그렇담 누군가가 아직 제대로 항로도 개척되지 않은 신대륙에서 데려왔다는 것이다.


"제국의 항해술이 거기까지 발달했던가?"


어선보다 큰 배들은 무조건 나라에 신고를 하고 항해를 한다.

이는 주 무역대상인 괴수들의 국가 '몬스트럼'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법으로, 이것에 따르면 작은 개인용 어선 따위가 신대륙까지 갔다 왔다는 것인데.


해적?


그런 건 제국이 남부를 집어삼키며 없어진 지가 언젠데.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니 남은 것은 하나였다.


"시발, 프레드 새끼가..."

"걔밖에 없긴 하네. 다루, 아무래도 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프레드는 기사 지인들 중 하나인 갈색 기사, 신즈가 데려온 괴수의 남매였다.

그는 유일하게 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닌 것을 허락받은 이로 평소에는 바다의 치안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기에 쉬기라도 하나 싶었다만...


"결국 뒤통수를 쳐버리는군."


예상치도 못한 배신과 함께 복귀를 알렸다.


"프레드가 시체 하나 제대로 못 알아차릴 놈이 아니야. 내가 본 시체들이 족히 몇 백은 되었으니······."

"빨리 가야겠군."


몬스트럼은 이곳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섬나라이니 충분히 헤엄쳐 올 수 있었다.

라인의 기억 속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던 망자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괴수들의 국가 문제가 생겼다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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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4) 22.01.29 37 0 12쪽
»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3) 22.01.26 44 0 12쪽
3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2) 22.01.22 59 0 12쪽
2 Episode 1 - 너 네 동료가 되라 (1) 22.01.20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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