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basinse0597
작품등록일 :
2022.01.20 16:25
최근연재일 :
2022.02.26 09: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05
추천수 :
2
글자수 :
71,045

작성
22.02.05 09:00
조회
26
추천
0
글자
13쪽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6)

DUMMY

두 녹색 건틀렛이 땅에 꽂힌 검의 자루를 쥐고 돌렸다.


쿠웅-


그에 무언가 거대한 퍼즐이 끼워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섬을 울렸다.

검신을 따라 흘러간 녹색 기사의 마력이 섬 전체를 아우르며 생겨난 소리였다.


자연의 녹빛이 바닥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부각은 세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털썩-


“커헉!”


녹색 기사가 투구 밖으로 각혈을 토해내며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섬의 괴수는 진즉 죽였다.

하지만 세계를 직접 넘어온 괴수의 방대한 마력과 존재감은 쉽게 사라지지 못했고, 그 여파로 부각이라는 괴수가 탄생했다.

이러한 일련 속 당연히 부각은 근원을 따라 잿빛의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파괴가 가진 원초적인 폭력성을 버텨내지 못했다.


“크흑!”


그렇게 해서 생각한 방법이 바로 녹색 기사의 마력으로 섬 전체를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녹색 마력이 잿빛 마력을 대체하게 되면 부각을 비롯한 모든 섬 위의 생명들이 그에 파괴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따라서 녹색 기사, 완두콩은 자신의 생명을 연료삼아 마력을 우겨넣고 있었다.


[이쯤됐네! 그만하게나!]


첫 친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고통.

그것은 타고난 괴수의 왕인 부각에게도 가히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그것은 처음 생명의 끝자락을 접하는 이에게 너무나도 큰 비통함이었다.



***



부각을 따라 걸으며 지새운 밤, 어느덧 세상은 밝아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건데.”

“괴수의 머리.”


어젯밤 자리를 뜨며 한 라인의 질문에 되돌아간 부각의 답이었다.


괴수의 두부를 관통하고 있는 녹색 검.

정확히는 그것을 향해 부각은 나아가고 있었다. 그 검이 괴수를 죽이고, 다시 생명력이 되돌아 오는 것을 잠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턱이 없는 라인과 다루는 이상한 잡담이나 하고 있었다.


“대검으로 두개골을 뚫어 안에서 익혀버려야···”

“아니지. 세이버로 목을 미친듯이 베어내서 아예 잘라버리는 거지.”

“감당되냐?”

“뭐 며칠 썰면 되지 않을까?”


그들은 제대로 된 수면과 식단을 챙기지 못해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던 것이다.


“하아···”


한심했다.

오랫만에 만난 친우들이 이런 진지한 상황에 실없는 농이나 하며 놀고 있다니.


새어나오는 한숨을 뒤로 부각은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였고, 결국 괴수의 머리 위로 도착했다.


중간중간 이끼가 낀 채 탁 트여있는 석재 바닥.

그리고 그 중앙에 덩그러니 꽂혀 있는 이끼 낀 검.


부각의 기억 속 그대로의 장소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뭔가 상상이랑 다르네···”


길게 뺀 거북이의 목을 상상했던 라인은 허리춤에 맨 검을 보며 실망하고 있었다.

며칠에 걸쳐 목을 잘라버린다는 그의 목표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던 것이었다.


터벅- 터벅-


시무룩해진 그를 무시하고, 부각은 검의 앞으로 발을 옮겼다.


완두콩은 이 검을 비틀어 박아넣으며 마력을 밀어 넣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괴수는 완전히 정지되었었다.

선명히 기억하고 말고.


잊을 수 없는 몇 없는 생의 사무침이었으니.


“두 손에 마력을 감싸···”


흰 괴수의 손으로 자연을 떠오르게 하는 녹빛이 감돌았다.


“손잡이를 잡고···”


부각은 차분히 검 자루에 손을 휘감았다.

그의 손가락을 타고 마력의 줄기가 검으로 이어졌다.


“힘껏!”


쿠웅-!


그가 검을 비틀자 거대한 기계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가 땅에서 울려왔다.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은 확실했다.


이제 마력을 불태울 차례.


[흡!]


인간의 목소리를 유지하던 부각이 본 목소리로 기합을 함과 동시에 짙은 녹색의 마력이 검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새어나와 땅에 닿은 빛을 타고 잿빛의 파괴가 그를 옭아매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의치 않고 계속해서 해내었다.


그는 발을 타고 올라오는 찢어지는 고통을 참아냈다.


날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파괴의 원시성을 인내했다.


끊임없이 머리를 휘젓는 슬픈 기억들을 떨쳐냈다.


지금 대의가 손에 쥐어져 있으니까.


“......”


그런 부각에게 나머지 일행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침묵하며 지켜보는 것이었다.

부각보다 더 오랜 세월을 마력과 함께 해온 그들이기에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녹색의 마력이 지면을 갈라 내고,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후···]


그의 호흡 아래, 펼쳐진 우물 속 자연은 완두콩의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선명 했다.

오랜 시간 그 순간 하나를 기억하며 키워온 마력이 제 성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외부의 방해가 없다면 순조롭게 끝날 작업이었다.


‘외부의 방해’가 없다면.


캉-!


갑작스레 부각을 노리고 날아든 무언가가 재빠르게 검을 꺼내든 라인에게 튕겨나갔다.

분명하게 적의가 담겨있던 그것은···


“저격이다.”


흔히 해군들이 사용하는 탄환이었다.


방금은 운이 좋았다.

현재 상태가 안 좋은 그가 다음에 날아드는 탄환도 정확히 막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다행히도 저격은 그 뒤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 역시 푸른 기사님이군!]


대신 장본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인간의 두개골과 닮은 머리를 하고, 백색의 제복을 차려입은 이였다.

신체의 형태는 부각과 비슷한 인간형 괴수.


“프레드! 비열하기 짝이 없는 낯짝이 되어 돌아왔구나.”


다루가 으르렁 거리는 대로 그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프레드였다.

등에 들쳐 매고 있는 조총은 그가 저격을 했던 이 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냐!”

[대략 십 분.]


대답을 들은 라인은 생각했다.


프레드를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제압을 하느냐, 아님 부각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느냐.

아무래도 마력을 쏟아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니 후자를 택해야 함은 명백했다.


기사는 인간의 허물을 벗어던진 초인.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정신이 온전하여 신체를 완전히 통제가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의지가 꺾이고 정신이 불안정하면 아무리 기사라도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마련이었다.


전날부터 생고생을 한 라인은 그러한 상태에 해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땅에 굳게 다리를 펴고 싸움을 해내야 했다.


말 그대로 극한의 상황에서···


“하하하!!!”


그는 피가 끓고 있었다.


“피할 수 없음 즐겨라고 하지 않던가!”


과거에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라인의 정신은 광전사의 그것이 되고 말았다.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 폭발하는 광기.

라인이 가진 일종의 전쟁 후유증이었다.


“가라, 라인! 부각은 내가 지킨다.”


지칠대로 지쳤다. 하지만 멀리서 싸우다가 날아오는 눈먼 공격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쓰러지기 직전인 한 명에게 호위를 전부 맡길 순 없었다.


단순 싸움이면 몰라.


챙-!


“어딜 새파랗게 어린!”


챙-!


[갑자기 미쳐버린거냐?]

“조용해라! 피도 안 마른게!”


다행히 그는 다루의 예상대로 별 문제 없이 공방을 주고 받았다.

광증의 영향으로 갑자기 말투가 늙어진 건 좀 꼴불견이긴 했다.

뭐, 잘 싸우면 다 된 것 아니겠나.


최학-


라인이 휘두른 외날검이 흰 제복을 찢었다.


확실히 저런 상황에서도 라인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프레드는 영 생각보다 큰 위기가 되지 못했다.


“차라리 이 괴수가···”


펑-!


다루가 말을 하다 말다 갑자기 팔등으로 날아온 무언가를 막아냈다.

푸른 그을림을 만들어낸 그것은···



[이 몸도 발전했다 이 말이야!]


프레드가 잠깐의 틈새를 노리고 날린 푸른 화염구였다.

어떻게 아냐고 하면, 그가 서있는 일대가 잔잔한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기가 되지 못한다는 말은 취소다. 꽤나 성가신 놈이었다.

라고 판단한 다루가 취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힘내라 라인!”


자신에게 또 다시 처리할 거리가 넘어오지 않길 바라며 응원하는 것이었다.

원래 친우 사이가 다 그런 것 아니겠나.


쾅-!


[아니 뭔···]

“조용해라!”


응원 덕분인지 라인은 프레드의 총에 달린 칼까지 박살내며 압도하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다루의 입가가 흐뭇하게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에게는 실로 마음에 드는 광증이었다.


과거에도 이런식으로 몇 번 이용해먹었던 다루는 덕분에 편하게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있었다.


“끝났다!”


느긋하게 관전이나 하던 그의 뒤에서 부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작업이 끝난 모양.


뿌드득- 뿌득-


헌데 갑자기 부각이 몸을 부풀리며 백룡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

[둘을 데리고 빨리 타라. 이곳은 바다에 잠긴다.]


쿠궁-


마침 부각의 대답을 증명하고자 하는지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 일이 순순히 풀릴 리가 없지.


“라인, 릴라! 이제 와서 타라!”


다루가 외쳤다.

그의 외침을 들은 릴라는 뽈뽈거리면서도 빠륵 기어와 그의 품에 안기었고, 라인은 프레드에게 발길질 한 번 먹이고 뛰어왔다.




“탔다.”

[그럼 간다.]


두 기사와 슬라임 하나가 전부 탄 것을 확인한 부각은 날개를 펄럭이며 몸을 띄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용답게 날갯질 때문에 휘몰아치는 바람에 프레드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던진 화염구도 공기에 갈라지며 막혔다.


부각은 결국 안정적으로 하늘까지 떠올랐고, 그는 물었다.


[이제 어디로 향하지?]

“그.. 어··· 신대륙. 그래 세계의 동쪽으로 쭉 가면···”


털썩


그것이 라인의 잠들기 전 마지막 말이었다.

광증이 사그라들며 뒤늦게 몰려온 피로에 기절하듯 잠든 것이었다.


[알겠다.]


그걸 또 알아먹은 부각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동쪽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아래로는 허둥지둥 배에 타는 프레드와 심해의 저 아래를 향해 가라앉기 시작하는 섬이 있었다.



***



어두웠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장소에서 라인이 눈을 떴다.


“음··· 아무도 없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에게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

청각은 별 도움이 안 되니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텁-


분명 손으로 투구를 잡았건만 빠지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마력이 끌어올 수도 없었다.


완전히 어둠 속에 고립되었다.


“......”


뭔가 이상했다.

마력 특유의 신체를 달구는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끌어낼 수 없으니 당연하긴 하다만··· 왜 끌어낼 수가 없지?


그가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자 갑자기 그의 앞으로 빛이 쬐였다.

존재 여부조차 모를 저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은 한 곳에 닿고 있었고, 그것은 익숙히 본 우물이었다.


마력의 샘.


라인은 그것을 붙잡고 안을 들여다 봤다.

그곳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허···”


헌데 그 중앙에 서서 자신을 올려다 보는 이가 있었다.


은색 갑주와 푸른 천을 두른 기사, 라인 본인이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힘을 내놔.”

[마력은 자원일 뿐이다. 네가 아무리 협박해봤자라고.]


푹-


라인은 팔을 우물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잡힌 건 멱살이 아닌 한 줌의 물뿐이었다.


“안다. 하지만···”


할 것이 많았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


[내가 허락하지. 쉬어라.]


신대륙에서 돌아오고 쪽잠만을 취하며 다루에게 향했다.

만나고나서는 한바탕 싸우고 술을 즐기다 늦게 잠들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는 대관식을 돕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이후 몬스트럼으로 직행했다.


다루는 몰랐던 사실.

라인은 이미 몸에 상당한 부하가 쌓여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프레드와의 싸움도 본래 그리 힘든 건 아니었을 테지.

하지만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굴린 몸이 그렇게까지 돼있었을 줄이야.


“그동안 널 짜냈어.”


미친 듯이 짜낸 마력에 우물은 동을 보이고 있었고, 신체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때문인지 생각도 많아지고 몸도 굼떠졌다.


[그래. 그러니 날 좀 내버려두고 쉬란 말이다.]


이건 무의식 중 욕구가 뒤섞인 꿈일지 모른다.

마력에게 자아가 존재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니까.


그럼에도 어째서 일까.


“나와 다른 말투네.”


다른 이가 해주고 있는 말 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편히 눈을 감고 있어도 될 것 같은 것은···


[잠깐. 봐라.]


게슴츠레 보이는 무너지는 섬의 괴수와 그 뒤로 이어진 회색의 바다.


[명심해라. 지금 쉬는 건 앞으로를 위해서도 있다는 걸.]

“그런 건 진작 알고 있었어...”


빨리 막지 못해 일어난 파괴를 보았음에도, 라인은 죄책감없이 더욱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빛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Episode 3 - 전쟁의 서막 (3) 22.02.26 26 0 10쪽
12 Episode 3 - 전쟁의 서막 (2) 22.02.23 15 0 13쪽
11 Episode 3 - 전쟁의 서막 (1) 22.02.19 17 0 13쪽
10 Episode 2 - 신대륙에서 (3) 22.02.16 14 0 15쪽
9 Episode 2 - 신대륙에서 (2) 22.02.12 17 0 12쪽
8 Episode 2 - 신대륙에서 (1) 22.02.09 19 0 12쪽
»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6) 22.02.05 27 0 13쪽
6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5) 22.02.02 28 0 15쪽
5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4) 22.01.29 37 0 12쪽
4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3) 22.01.26 44 0 12쪽
3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2) 22.01.22 59 0 12쪽
2 Episode 1 - 너 네 동료가 되라 (1) 22.01.20 108 1 12쪽
1 Prologue - 모험의 시작점 22.01.20 195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