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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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sinse0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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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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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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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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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 전쟁의 서막 (1)

DUMMY

산을 이루는 문서들과 생활 용품으로 난잡한 황무실.

하루를 꼬박 들여가며 정리하고서야 일행은 몸을 눕힐 수 있었다.


그렇게 소비된 첫날.

이후 이어진 차분한 열흘.


그 사이 딱히 이렇다 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넷은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몸을 뉘워 하루를 지내보기도 하고, 북적이는 수도를 싸돌아 다니기도 했다.

약 한 달간의 고생과 상처가 아물기에,


충분한 열흘이었다.


그리고 폭풍의 전조인 열흘이었다.


“폐하.”


아무도 없는 넓고 깨끗한 투기장의 중앙,

몸을 풀고 있던 그들에게 순백의 성기사가 나타났다.

한 손에는 불길한 보따리를 들고서.


“그건 뭐지?”

“전하, 그러니까 전 대공의 가문에서 주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사죄.

현 황제가 태왕의 사과를 무시한 건의 사죄였다.

그로 인해 감정이 상하지 않았음 한다고.


“안의 내용을 보지는 않았겠지?”

“그럼요. 전하께서는 모르시는 일이기도 하고, 솔직히 크게 의미 없잖습니까.”


해에 독을 떨구든, 중금속을 넣든 불타기를 마련.


“도시락일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맛난 거면 맛있게 드시고 아니면 말씀 주시죠.”


그리고 오딘은 목을 긋는 시늉을 보이며 말했다.


“귀족 놈들 목 몇 개 정도는 금방입니다.”

“흉흉하다. 그만해라.”

“농입니다, 하하.”


한 번 웃어보인 그는 또다시 과장된 몸짓과 함께 일을 하러 돌아갔다.

라인의 예상컨데 아마 황무실을 치우러 갔겠지.

참으로 철들지 않은 아이들의 부모같은 기사였다.


오딘 덕에 열흘이 참으로 편했으니.


“그보다 안에 뭐냐.”

“나도 모르지. 왜, 우리 푸른 투수께서 열어보시려고?”

“좋지.”


푸른 투수.

그간 마력의 조절을 핑계로 구체를 던지고 다닌 라인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주로 맞은 것은 다루였다.


이무튼 라인이 무언가를 덮은 천을 조심스레 풀어내자···


“흠··· 마공학의 흔적인데.”


부각이 대번 알아볼 정도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황금색의 사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겉.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탁한 녹색 연기.

뭔가 익숙한 전체적인 형태.


그것은 금으로 칠된 납작한 완두콩의 머리였다.


[이그니스 매너스 (Ignis Manus)!]


흰 팔에서 새어나오는 피를 따라 일렁이는 불의 채찍.

그것은 곧바로 세상에 남겨진 망자의 머리를 휘감아 올렸지만,


-주군···께서 말하시더군.


때는 늦어있었다.


밝던 하늘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투기장만을 아우르며 퍼졌고, 그 속에서 휘황찬란한 모습이 나타나길.


-때가 왔노니라고.


재물에 연결된 공간을 찢고 거대한 손이 현현했다.

뒤따라 팔, 상체가 차례로 허공에 드러났다.

이윽고 나타난 조류의 머리.


황금빛의 마력을 뿜어내는 그는



-다시 소개하지. 나는 히드···라.


한 대륙의 신이던 괴수였다.


쿠궁-


투기장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거인의 발이 떨어졌다.

지면을 흐트려 퍼지는 균열.

쪼개지고 솟아오르는 땅 위에서 신이 기약하길.


-하루를 주겠다.


그러고는 쓸모를 다한 재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내일 와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웅-


투기장의 안에 있던 이들 전원이 동시에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몸을 밀어내는 강한 힘에 밀려진 것이었다.


압도적인 존재의 격.

그 때와 같았다.


“여전히 기분 더럽네.”

“동감이다.”


전쟁 중 우연히 만난 ‘신’.

자신을 ‘아담’이라 칭한 그는 때가 아니라며 기사들을 밀어냈었다.

그 당시에도 속수무책으로 던져졌기에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분명 둘은 비슷한 존재라고.

하지만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한 번 죽여봤는데 또 죽이지 못할 법이라도 있겠냐.”


푸른 기사라는 괴수 토벌의 전문가가 있으니까.

한 때는 최전선을 늘 담당하던 그.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무능하게 있을 그가 아니었다.


무참히 바스라지는 평화.


그 위에는 꺾일 수 없는 푸른 신념이 있었다.



***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황혼녘.


신이라 불릴 정도의 괴수가 가진 위험성을 알기에 우선 주민들은 대피시켰다.

때문에 해가 질 때쯤.

그 일대는 군을 제외한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당연 그 중심에는 기사들이 있었다.

기존의 경험이 많은 이들은 물론, 군에 책임이 있는 오딘도 껴있었다.


“신··· 그러니까 아담은 어떻게 죽이셨습니까?”


둘의 구분을 위한 정확한 호칭의 사용.

라인이 죽였던 신은 ‘아담’이라 자칭했기에 그리 부르기로 했다.


“뭐 별 거 있나.”


당시 아담은 북부 깊숙한 곳에 있었다.

약 스무명으로 이루어진 정예는 가까스레 그곳에 도달하였고, 군림하는 괴수들의 ‘신’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진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전투.

무기가 부러지고, 새로 쥐고를 반복하며 흰 몸을 난도질 했었다.


처절히 내리는 붉은 비.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핏물을 뒤집어쓴채 기사들은 결국 끝을 볼 수 있었다.

흰 목덜미를 갈라내며 말이다.


그렇게 죽은 기사가 절반.

살아남았어도 ‘슬라임’이라는 괴수로 된 이가 다수였다.

그 중 유일하게 멀쩡했던 것이 라인과 신즈였다.


“솔직히 이번에도 다를 건 없을 것 같아.”


끝 무렵에 각자 국가를 다스린다고 없었던 다루와 부각이 새로이 있지만, 막 엄청 강하지는 않으니···


“이번에는 희생을 좀 감수해야지.”


누군가의 죽음이 필연적이었다.


“내가 대검을 포기해도?”

“어. 힘들어.”


무거운 쇳덩어리 둘을 고집하느라 제약이 걸려있던 다루.

아무리 그가 제약을 풀어도 ‘신’이라 불리는 괴수를 리스크 없이 잡는 건 무리였다.

감히 신이라 불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짐의 마법은?”

“먹힐 리가 있겠냐.”


해 본 적은 없지만 뻔했다.

신비한 마법도 결국은 이 세상의 법칙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윗 세계의 격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 이후로 병기를 이용하자는 오딘의 의견.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기사들과 괴수들을 모으자는 부각의 의견.


“무조건 우리들 선에서 끝내는 수밖에 없어.”


전부 라인에게 기각되었다.


“솔직히 릴라만 멀쩡하면 몰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는 없어.”


오딘이나 토르 같은 신세대는 도움도 되지 않을 터.

안그래도 모자란 기사를 분배할 수는 없었다.


그런 라인의 말에 문득 부각은 무언가 떠올랐다.


“...... 릴라라면 마공학으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뭐?”

“릴라 좀 데려가지. 제 시간에는 오마.”


그렇게 부각은 슬라임을 안아들고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

“어··· 라인경 괜찮으십니까?”


라인은 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싸우기도 전에 두통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뭐 생각이 있지 않겠나. 오딘, 나와 무기나 가지러 가자.”

“넵. 폐하.”


다루와 오딘도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휴···”


최후의 만찬으로 독한 술이라도 마실까···



***



“대장장이들은 전부 나와보시오!”


페스티스 외곽의 우글거리는 사람들.

대피해 있는 사람들 사이로 부각이 외치며 걸어들어갔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자 한 다섯 명의 사내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우락부락한 팔이고, 입고 있는 작업복이고 누가봐도 대장장이였다.


“짐을 좀 도와주게.”

“구체적으로 뭘?”

“해가 뜨기 전에 갑주를 만들어야한다.”

“예?”


기사들에게 주어진 건 고작 몇 시간.

그 사이 완성적인 갑주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부각이 원한 건 릴라를 받쳐줄 틀.


“자네들 마공학 흑철이라 들어는 봤나?”


흔히 생각하는 완벽한 갑옷은 필요 없었다.

단순히 기술이 끼어들 자리만 있음 될 뿐이다.


까앙-! 까앙-! 까앙-!


대장장이들이 불린 지 2시간이 지나고,


뜨거운 공방을 울리는 금속음.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일제히 망치를 내리치고 있었다.


“여기 됐습니다.”

“빠르게 해주었군.”


차례로 완성되는 갑주.

하나하나가 제대로 된 처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부각은 그에 만족했다.

마정석과 상급의 금속을 섞어 만든 흑철은 그 정도에도 충분하니까.


애초에 공격을 받아낼 목적이 아니었다.

그 증거가 곤충의 껍데기마냥 세분화된 판금들이었다.


부각에게 중요한 건 그 안에 새겨나갈 것이니.


[파티 스쿠티카 (Fātī Scutica).]


손끝으로 빚어내는 마력의 글씨.

‘운명의 끈’으로 엮어내는 인과의 초월.


빛조차 집어삼키는 흑철을 슬라임의 신체와 이어, 둘을 하나로 합한다.

마치 본래의 신체처럼.

감각을 되찾아 움직일 수 있도록, 형태를 다잡을 수 있도록.

사람의 몸 위에 갑옷을 덮듯, 물렁한 진흙 인형을 세우듯.


[릴라. 잠시만.]


두 손으로 빚어내는 인간의 형태.

이리저리 잡아 늘린 슬라임의 몸에 맞춰 갑주가 덧씌워졌다.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는 마력으로 때우며.


판금에 새겼던 녹빛의 글씨가 투명한 몸을 비추며 달라붙었다.


“우와아아···”

“괴수의 왕은 역시 다르시군···”

“나중에 배울 수 있을까···”


평생 철을 만져왔음에도 처음보는 금속의 이용.


[소니 포르마 (Sonī Fōrma).]


말을 할 수 있도록 ‘소리의 형태’를 새기는 그 모습은.

마공학으로 완성해나가는 릴라의 갑주는 그들에게 신세계였다.


[리브란스 잉넴 (Lībrāns Ignem).]


‘균형을 이루는 불’에 의해 그것들은 마치 생물처럼 빈틈을 메우며 파란 슬라임을 덮었다.


“여기 마지막입니다.”

“고맙다.”


해가 기지개를 켜는 빛을 받으며 부각은 마지막 조각을 붙였다.

드디어 완성된 릴라의 갑주.


그것은 전체적으로 얇고, 날렵한 형태였다.

세련된 흑요석색으로 이루어졌기에 상당히 멋도 있었다.

특히나 곤충의 머리를 닮은 투구.


톡.


“어떤가? 괜찮은가?”


괴수의 왕은 가볍게 건드려보았다.

그에 검은 갑주는 한동안 미동도 없다가···


철컥-


손을 들어 보였다.


“성공이라네!”

“와아아아!!!”


그 모습에 부각과 대장장이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치켜든 쌍수들은 하나같이 상처 투성이었다.


절그럭


생명의 마지막 별빛이라 불리는 마정석.

그를 닮아 흑요석처럼 빛나는 금속의 기사가 발을 내딛었다.


“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대장장이들과 부각은 환호를 질렀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완성시킨 것이 처음인 부각.

그리고 제대로된 마공학 문명을 처음 접하는 대장장이들.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어?”


그 소리에 찾아온 라인도 투구 속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보는 갑주가 움직이고 있다.

헌데 안에서 일어나는 마력은 익숙한···


[오!!! 내가 걷는다!!!]


뒤이어 검은 투구에서 뿜어진 목속리.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익숙한 것이었다.


“말도 한다!!! 부각님 만세!!!”

“짐 만세!!!”


슬슬 광기에 차는 부각들을 본 라인은 알 수 있었다.

저 이상한 검은 건 분명 릴라라고.


“우와아아!!!”


이건 못 참았다.


괴성을 지르며 라인은 순식간에 달려가 릴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똑같이 어깨를 잡는 릴라.


[와아아!!!]

“와아아!!!”


둘은 흥분한 애들마냥 제자리에서 소리지르며 방방 뛰었다.


“도대체 뭔··· 와아아!!!”


오딘과 무기를 가져오던 다루도 그에 합류했다.

이후 기사 셋이서 안고 제자리에서 뛰는 그 모습은···


“하···’


오딘의 어이를 없애버리기에 충분했다.



***



때는 기사들이 완두콩과 싸울 무렵.

본대륙은 때아닌 망자들로 참혹한 피바다가 생겨나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전장을 울리는 처절한 여기사의 외침,

제국 위에 위치한 한 소국가, 브래튼은 멸망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어느날 궁에 갑자기 나타난 한 기사.

소름끼치는 목소리의 그는 창백한 갑주를 하고 있었다,

서릿빛과 눈처럼 새하얀 그 기사가 말하길.


하루를 주마.


그에 왕은 그런 건 필요 없다며 당장 그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알 턱이 없었다.


첫째, 그 기사는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둘째, 브래튼의 제대로 된 기사는 하나였다.

셋째, 그조차도 온실 속 화초에 불과했다.


옛 전쟁이 끝나고 태어나고 자란 그 왕국이 뭘 할 수 있을까.

그 유명한 푸른 기사와 함께 누비고, 직접 ‘신’을 무찔렀던 그에게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이어진 비웃음.

과거에서 되살아난 옛 기사는 이틀 뒤, 완전하게 왕국을 멸했다.


오딘과 비슷한 실력의 한 여기사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에도.

고작 평화 속에서 나고자란 의지 하나에도.

하루만에 망자의 파도가 브래튼의 모두를 덮쳤다.


“오딘경. 브래튼이 무너졌습니다.”

“알고 있다··· 그녀는?”

“현재 큰 부상을 입고 저희의 한 도시에서 휴식중이랍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피난민들은···?”

“최대한 가구 단위로 분산시켜 무리없이 보살펴라.”

“알겠습니다.”


이 소식은 당연 군의 우두머리인 제국의 성기사에게 들어갔다.

당시 그는 생각했다.


듣기만 했던 옛 전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빛무리 속의 그것은 옛 기사의 부활일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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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isode 3 - 전쟁의 서막 (3) 22.02.26 26 0 10쪽
12 Episode 3 - 전쟁의 서막 (2) 22.02.23 15 0 13쪽
» Episode 3 - 전쟁의 서막 (1) 22.02.19 17 0 13쪽
10 Episode 2 - 신대륙에서 (3) 22.02.16 14 0 15쪽
9 Episode 2 - 신대륙에서 (2) 22.02.12 17 0 12쪽
8 Episode 2 - 신대륙에서 (1) 22.02.09 19 0 12쪽
7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6) 22.02.05 26 0 13쪽
6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5) 22.02.02 28 0 15쪽
5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4) 22.01.29 37 0 12쪽
4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3) 22.01.26 44 0 12쪽
3 Episode 1 - 너 내 동료가 되라 (2) 22.01.22 59 0 12쪽
2 Episode 1 - 너 네 동료가 되라 (1) 22.01.20 108 1 12쪽
1 Prologue - 모험의 시작점 22.01.20 195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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