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달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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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키그린
작품등록일 :
2022.01.2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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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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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동연족

DUMMY

5장. 동연족


얼마만에 집에 돌아온 건지, 가을 낙엽이 질 때 황룡강 방어선으로 떠가서 눈이 내려 벌판을 덮을 때 돌아온 것이니, 달이 두 번이나 차고 기우는 것을 본 것 같다.


을유대장군은 단님을 알현한 다음 바로 흑마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천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을유대장군의 집은 초막으로 지붕을 엮고, 방 가운데 아궁이를 만들어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나는 여느 백성의 집과 다름없는 검소한 집이다.


더구나 을유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 연월이 추운 날씨에도 을유의 복귀소식을 듣고 집 앞 마당에서 멀리 나와 남편을 기다리고 있으니 을유는 한시라도 서둘러서 말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아...”


늠름한 모습으로 힘차게 말을 타고 집 앞 언덕을 넘어오는 을유를 보고 연월은 눈가에 웃음이 가득하고 거의 동시에 연원을 발견한 을유 또한 눈과 입가에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부인 날씨가 추운데 왜 이렇게 밖에 나와 계시오?”


“제 한 몸 추운 게 무슨 큰 일이라고요, 그저 전선으로 나간 대장군의 안위만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을유대장군이 아내 연월은 오랜만에 보는 남편을 보자 반가움과 수줍음이 동시에 몰려온다.

한 떨기 봄꽃 같은 아름다운 외모와 외유내강의 전사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여자이자 아내.


“건강한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을위는?”


“아빠가 오늘 걸 알았는지 하루종일 낮잠을 자지 않고 보채다가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좀전에 잠들었네요.”


살뜰하게 부인과 8살 아들 을위의 안부를 챙기는 을유는 그런 아내가 너무나도 고맙고 사랑스럽다.


을유는 8년전 높은 산맥과 여러 조그만 강줄기 탓에 지리적인 접근이 힘들어 거의 다른 부족과 교류가 없는 고립된 동연족 지역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고 우연히 동연족 연 대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 때 연 대인은 호의적인 을유대장군 일행을 기꺼이 부족으로 초대하여 일주일동안 술과 고기로 대접을 해주었다.


동연족은 남자보단 여자가 많은 집단으로 여러 부대들이 여자들 위주로 편성이 되어있고 그 무리들을 이끄는 자 또한 연 대인의 수양딸 연월이 책임지고 있었다.


마침 연 대인의 수양딸 연월이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일주일간 을유대장군과 그 무리들 손님 시중을 극진히 들었으며, 을유는 한 눈에 아름다운 미모의 연월에게 빠져들면서 혼자서 끙끙 속앓이를 하고 있다가 동연족 마을을 떠나기 하루 전날 밤에 연 대인에게 연월을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청 했었다.


사람 됨됨이와 인품을 첫 눈에 알아본 연 대인은 그날 을유대장군과 코가 삐뚤어지게 술대작을 하는 것으로 승낙의 뜻이 밝혔으며, 그 다음날 을유는 연월을 데리고 유유히 천손족으로 복귀하였다.


현재는 수줍게 남편을 맞이하는 여느 아낙의 삶과 다를 바 없지만, 실은 연월은 동연족에서 각궁부대를 이끌던 여장군이며 뛰어난 전사였으며 비록 출가는 하였지만 아직도 연 대인의 든든한 맏딸인 것이다.


출가를 하면서 동연족의 자랑인 각궁부대를 이끄는 것은 연월의 동생이자 연 대인의 친딸인 연하가 하고 있었다. 저녁 노을이 서쪽에 길게 드리울 때즈음에 포근한 집에서 아내와 같이 저녁상을 들면서 을유가 다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한다.


“부인 아무래도 진시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들이 또 다시 어떤 흉계를 꾸미려고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점점 더 짐승의 습성을 닮고 있어서 그게 걱정입니다.”


“....”


“조만간 다시 황룡강 전선으로 나가라는 명이 떨어질 거예요. 그전에 동연족에 들러 연 대인 장인을 만나도록 해야겠어요.”


을유의 말에 연월은 정색을 하며 말을 받아서 이어간다.


“체우지 군사께서 이미 동연족으로 떠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은 어쩌 사사로이 부대를 움직이려 하는지요.”


“부인.”


“아버지께서는 슬기롭게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태를 방비해 충분히 훈련도 하고 각궁부대도 동생 연하가 잘 이끌고 있습니다.

장군께서는 천손족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전국의 천손족 휘하의 부족과 부대를 소집해야지요.”


연월의 말이 맞다. 만약 진시족과 전쟁이 발발하여 전면전으로 진행된다면 천손족 휘하 부대는 여러 지방 부족에 속해 있어 동서남북 전국으로 소집령을 내려 군사를 중앙으로 집결시킨 후 부대를 재편성해야 된다. 먼 거리를 오고 가는 전령이 있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장군 제가 비록 아이를 키우는 아녀자의 몸이지만 저도 한때는 동연족에서 각궁부대를 이끌던 최고 일급 전사로서, 상황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부디 사사로운 정에 끌리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속히 명을 받들어 다시 출전하세요.”


을유는 이런 강단 있는 부인이 고맙고 듬직하다. 달 밝은 밤에 모처럼 포근한 집에서 마주앉아 소박한 저녁 술상을 사이에 두고 부부간 그간 못다한 정을 확인하기 보다는 부족과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밤이 깊어 가면서 자연스레 대화는 아들 을위와 그간 집을 배운 사이 있었던 소소한 일상의 얘기로 흘러 가고 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 갔다.



황룡강 상류 근처... 북쪽...


서쪽과 동쪽 가운데 위치한 황룡강 위쪽 상류 북쪽 근처에 여러 무리들이 있었다.


진시족과 천손족의 지배에서 벗어난 그곳에서 작고 힘없는 여러 족속들을 모두 복속 시키며 성공적으로 무리를 연합한 후 터를 잡은 부족이 있으니 그들을 동연족이라고 불렀다.


동연족의 족장 연 대인은 20년전 진시족의 한 부족이었으나, 황광의 잔인한 통치를 피해 이곳으로 이주하였으니 본래 그들은 진시족에 더 가까웠으나 그의 수양딸 연월을 천손족의 을유대장군에게 시집을 보내 정서적으로 천손족과 더 가까운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동연족 중앙 지역은 동서남북 4면이 우뚝 솟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황룡강에서 뻗어 나오고 들어가는 여러 강줄기가 복잡하게 길을 막는 지형으로 천혜의 요새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동연족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힘들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그대로 나오기도 힘든 곳이다.


만약 진시족이 서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때 중원 한 가운데 초원을 뚫고 가면 비록 길은 평야지만 중간중간에 늪지대를 통과해야 하고 황룡강을 건널 때 다리를 건설하거나 황룡강이 가장 두껍게 얼었을 때 건너야 하는 까닭으로 최소 2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만약 진시족이 이 곳 동연족을 통과하여 동쪽으로 넘어가는 길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만약 동연족을 회유하여 동연족이 동쪽으로 넘어가는 길잡이를 해 준다면 이동 시간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인 곳이 바로 이 곳 동연족이 사는 지역이다.


그만큼 이곳은 진시족과 천손족 모두에게 지리적으로 중요한 거점이고 군사적으로 전략적인 요충지인 곳이다.


이 중요한 곳에 동쪽에서 출발하여 여러 산맥을 넘고 넘어 십여일의 여정을 거쳐서 천손족의 군사 체우지가 도착했다.


베일에 싸인 동연족이 사는 깊고 깊은 이곳. 체우지는 동연족 외곽지역에서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우러러본 후 길잡이에게 말한다.


“십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거의 같은 산봉우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그 길이 그 길 같아서 길을 잃었었는데, 이번에도 길잡이꾼 자네 아니었으면 또 고생깨나 했겠네.”


길잡이는 칭찬에 어깨를 으쓱한 채, 두 개의 산봉우리 사이 깊은 산골짜기에 난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군사님, 저 깊은 골짜기 사이 길을 따라 조금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동연족이 경계하는 지역이 나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동연족 전사들이 평상시에도 항상 깊숙한 곳에 매복하여 외부에서 접근하는 모든 자들은 일단 막고 있으니 괜한 오해로 섣부른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경계하셔야 합니다.”


“알았네, 이제부터는 나와 우리 호위군사들만 들어가도록 하지.”


길잡이 말을 따라 골짜기 길을 따라 들어가니 산세가 더욱 험해지고 숲이 우거진 지역이 연속해서 나오고 있다.


체우지 군사와 대동한 호위대는 열 명. 어떠한 기습을 당하더라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고도로 훈련된 아사불의 중앙군에 소속된 호위군이지만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낯선 지역에서는 완벽히 체우지 군사를 호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아무리 연 대인의 딸을 천손족에 시집을 보냈어도 동연족과 천손족은 공식적인 연맹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군사를 이끌고 남의 부족땅에 들어 간다는 것은 아주 예민하고 경우에 따라 도발로 간주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체우지와 그의 호위대는 최대한 숨죽이며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고 어디에서 보고 있을지 모르는 동연족 경계병을 의식하면서 적대적인 의사가 없고 호의적인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 병장기를 세우지 않은 채 일부러 맨 손을 잘 보이게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순간 젊은 시절 높은 무공을 연마한 체우지는 빰을 스치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미세하게 변화됨을 감지하고 작은 소리로 호위군에게 말한다.


“...모두 멈추어라.”


열 명의 호위군은 멈추고 그 즉시 사주경계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높은 산봉우리와 우거진 수풀과 근처에 흐르는 얇은 냇가의 물소리뿐... 외부 위험을 탐지하는 데 고도로 예민하게 단련된 호위군의 눈과 귀에도 그 어떤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군사님, 이상 없습니다.”


“아니다, 저 나무 위쪽과 바위 그리고 냇가쪽... 사방에서 우리를 경계하고 있구나.”


체우지의 말에 호위군은 바짝 긴장한 채 눈을 씻고 그 방향을 다시 보았으나 말 그대로 나무, 바위, 흐르는 냇가만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체우지는 마치 허공에다 큰 소리 치듯 얘기한다.


“나는 천손족 단님의 군사 체우지 장군이다. 그들의 왕 연 대인에게 전할 말이 있어 십여 일을 넘게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우리는 아사달의 군대이며 하늘의 자손인 천손족이다.”


체우지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윽고 서서히 은폐술을 풀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동연족의 경계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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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가 인사말 및 각오 22.05.20 32 0 -
26 25화 - 우수신, 아사불 그리고 을유 대장군 (2) 22.10.09 18 0 13쪽
25 24화 - 우수신, 아사불 그리고 을유 대장군 (1) 22.06.06 23 1 10쪽
24 23화 - 아사불 장군의 분노 22.06.01 31 1 13쪽
23 22화 - 죄 없는 이들을 지켜 주소서 22.05.27 26 1 11쪽
22 21화- 총전투 대세 22.05.21 40 1 9쪽
21 20화 - 집결하는 천손족과 진시족 22.05.20 24 1 11쪽
20 19화- 지옥문이 열리다 22.05.19 33 1 9쪽
19 18화 - 죽음도 허락하지 않는 22.05.15 26 1 9쪽
18 17화 - 전투에서 살아남는 자와 묻힌 자들 22.05.09 35 1 7쪽
17 16화 - 황룡강 전선이 뚫린다. 22.05.08 28 1 11쪽
16 15화 - 죽음의 협곡(3) 22.05.07 30 1 11쪽
15 14화- 죽음의 협곡(2) 22.05.05 35 1 13쪽
14 13화- 죽음의 협곡(1) 22.02.08 35 2 10쪽
13 12화- 황룡강 대전투의 시작(3) +2 22.02.06 42 2 13쪽
12 11화- 황룡강 대전투의 시작(2) 22.02.04 31 2 7쪽
11 10화- 황룡강 대전투의 시작 22.02.03 28 2 8쪽
10 9화- 늑대들의 공격 22.01.31 32 2 8쪽
9 8화 - 대부대의 진군 22.01.30 35 2 8쪽
8 7화- 출정식 22.01.29 33 2 7쪽
7 6화- 드리워지는 그림자 22.01.28 41 2 9쪽
» 5화- 동연족 22.01.27 52 2 11쪽
5 4화 - 진시족 황광의 등장 22.01.26 54 2 8쪽
4 3화- 하늘과 땅 차이 22.01.25 59 2 10쪽
3 2화- 전쟁의 서막 22.01.25 83 2 8쪽
2 1화 22.01.25 108 2 7쪽
1 프롤로그 +1 22.01.25 150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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