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남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22.01.25 11:40
최근연재일 :
2023.11.2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899
추천수 :
44
글자수 :
766,041

작성
22.11.16 17:36
조회
43
추천
0
글자
12쪽

47.원카드로 밤새는 일행

재미나게 읽어주심을 감사합니다!




DUMMY

47. 원카드로 밤새는 일행



“이거 트럼프카드에요, 게일 경은 모르실까요?”


메디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게일.


“몰라요?”

“접하기도 전에 가족을 떠나보내서······.”

“아.”


원카드 할 생각에 활발하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그걸로 부족한 지 지하를 뚫고 들어간다. 5월에 들은 사고 얘기가 생각나서 급랭해진 분위기가 침울함과 우울함을 갖고 있자, 자신의 탓이라 여긴 게일이 박수치며 웃는다.


“이런 분위기를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 보는 놀이 감이지만 잘 배워서 같이 즐겨보겠습니다, 레오와 루아가 잘 아는 거 같으니 차근차근 가르쳐주십시오.”


게일이 웃으며 네 명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계산대를 향해 조금씩 밀고, 그가 나서서 분위기를 푸니 메디와 루아도 그제야 웃는다.


여관으로 돌아와 각자의 방에서 옷을 잠옷으로 갈아입고, 세안과 잘 준비를 다 마치고 남자 방에서 집결하는 5명의 남녀.


“자, 원카드를 시작합시다!”

“근데 레오, 나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브라운의 제동 거는 말에, 호기 있게 외친 레오는 메디를 바라본다.


“메디 너는? 아까 잡화점에서 아는 얼굴이더니.”


“네, 알아요. 부모님이 트럼프를 즐기셨어요. 하교 후에도 부모님이랑 같이 했었어요. 우리나라에선 없는 집이 없어요.”


“그럼 게일 경과 브라운만 가르쳐주면 되는군.”


레오와 루아와 메디는 게일과 브라운에게 원카드를 가르쳐주었다. 다섯 명이고 개인전이라 원카드가 가장 적합하다.


그렇게 시작된 원카드로 4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가, 시간이 그야말로 순삭 된 다섯 남녀.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도 신나게 놀던 게일은 놀이판에서 빠져, 1층 카운터로 내려왔다. 4시간이 넘게 진행된 놀이판에 너무 웃어서 갈비뼈가 아플 지경이다.


5명이서 하는 원카드인데,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안 끝날 거 같더니 갑자기 끝나는 등, 카드 너무 잘 섞어서 분배가 너무 적절한 레오 덕에, 게일은 웃다 지쳐 갈비뼈를 붙잡고 내려온 상태다.


“어르신, 어디 안 좋으십니까. 배? 폐?”


밤의 시간 동안 여관 홀을 돌보는 남자 직원이 게일의 지친 얼굴을 보고 질문했다.


“원카드 라는 놀이를 하고 있는데 너무 웃기고 너무 재밌어서, 갈비뼈가 아파요.”

“어이쿠야! 어르신 연세에 아프면 심각한 거 아닙니까? 의사 불러올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웃다 아픈 거라서 괜찮습니다.”

“많이 지치신 거 같아요.”


“배 찢어지게 웃어서 지친 상태입니다, 괜찮아요. 좀 쉬면 나아질 겁니다. 좀 쉬고 싶어서 나온 거니 괜찮아요.”


“그럼 차 한 잔 드릴까요?”

“예, 미리 감사합니다.”


주방으로 들어가 따끈한 유자차를 한 잔 만들어 게일에게 건네던 직원은 계단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자 고개를 그쪽으로 돌린다. 웬 여행객 대여섯 명이 배를 잡고 웃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저 네 명의 젊은이 놀이가 너무 재밌네.”

“나 배 아퍼, 나 진짜 너무 배 아퍼. 숨 쉬기가 힘들어.”

“웃다가 배 찢어질 느낌이 든 적은 없지 싶은데.”

“갈비뼈에 이상생긴 거 같아. 호흡도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야.”


1층 한쪽 소파에 각자의 방향과 방식으로 널브러진 남녀 여행객은 똑같은 게 몇 개 있었다.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배를 붙잡고 있었고, 두 명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의 원천이 궁금해진 직원은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서 소파로 다가가 섰다.


“여러분, 왜 그러십니까?”

“507호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나길래 들여다봤다가, 너무 웃겨서 배가 찢어질 거 같아요.”

“끅끅끅끅! 아이고, 힘들어라. 웃다가 우는 것도 오랜만이네.”

“???”


직원은 저 뒤 카운터에 앉아서 유자차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는 어르신(게일)의 뒷모습을 봤다.


“저 어르신이랑 같네요.”

“저 어르신이 누구신데요?”

“게일 경이라고, 507호 분이에요.”

“아~! 노는 방! 우리도 어르신이랑 같은 상황 같아요. 그래서 이 지경이에요, 우리.”

“트럼프카드로 원카드 중인데 끝날 듯이 안 끝나는 게 너무 웃겨요.”

“우하하하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흐아~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웃느라 정신없던 여행객들 옆에 일행 대여섯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그들도 마찬가지인 듯 배를 부여잡고 꺼이꺼이 웃다 우는 중이다. 웃다 지쳐 다리에 힘 풀려 걷는 것도 힘든 지 계단에 주저앉은 두어 명의 여행객도 보인다.


“저 방 진짜 최고다.”

“젊은이라 그런가 너무 재미나게 노네.”

“우리도 저거 사와서 할까요?”

“근데 이미 새벽 1시가 넘었어요.”

“쩝. 아쉽네.”


한탄하는 여행객 일원이 안타까워진 직원은 창고로 들어가 뒤적뒤적하더니, 곧 가죽주머니 하나를 들고 나온다.


“혹시······,”

“응?”

“이것일까요?”

“?? ······아앗!!”


조심스러운 어조로 여행객 전원의 시선을 받으며, 가죽주머니 속 종이상자로 포장된 내용물을 꺼내 보이는 창고 앞의 직원. 가죽주머니 속 내용물의 정체를 한 번에 확인한 여행객 전원이 벌떡 벌떡 일어나 호다닥 다가왔다.


그들은 잔뜩 격앙된 목소리와 얼굴로 환호하듯 외친다.


“트럼프다!!!!”


아니, 가죽주머니 속에 숨어 있는데 그걸 한 번에 알아보시네?


그러나 재밌다는 것만 알 뿐이고 정작 원카드 진행 방법은 모르는 그들, 해서 그 중 가장 잘 아는 게일에게 배워야 한다. 스물이 넘는 눈동자가 모여 직원 하나만 보고 트럼프카드가 들어 있는 가죽주머니만 보고 있다.


자신만 보고 있는 여행객 11명과 눈 맞춤을 이리저리 하던 직원의 뒤통수에 당황하는 기색의 증표인 커다란 땀방울이 내려간다.


“왜, 왜 그러세요?”

“빌려줄 수 있죠!!!!”


못 빌려준다고 했다가는 당장에 잡아먹힐 분위기에, 직원은 공포마저 느끼며 노란 눈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다. 11명에게 찜 쪄져서 잡아먹힘 당하면 억울한 건 둘째 치고, 부모님께 인사도 못 하고 황천길 행 급행열차 타고 떠나가는 거다.


“감사합니다!!!!”


여행객 전원은 가죽주머니째 챙겨 들고 게일을 한 명씩 옆구리에 끼고 자신들의 방으로 올라간다. 그러자 같은 층에 숙박 중이던 다른 방 몇 개도 문짝이 열려서 고개만 내미는 숙박 객이 몇 보인다.


507호와 508호에 배정받은 레오 네의 웃음소리가 한밤중이던 숙박 객을 깨우는 중이다.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아래층인 4층에서도 몇몇이 깨서 방문을 열어 볼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이다.


“한참 잘 때인데 왜 저리 대낮같을까······.”

“뭐가 저리 재밌을까요.”

“무슨 일 있어요?”


트럼프카드 얻어서 싱글벙글인 504호, 505호, 506호 숙박 중인 여행객 11명은 문 열고 고개만 내밀고 있는 501호~503호 숙박 객 전원을 마주한다.


“507호에서 웃음소리가 너무 나서 궁금해서요.”

“저 방~ 20대 초반의 젊은이 네 명이 너무 재미나게 놀고 있어요.”

“뭘로 노길래요?”

“트럼프로 원카드 중이던데요. 우리도 어르신께 배워서 놀 겁니다!”


여행객 두 명에게 등을 맞댄 채 팔을 붙들려 가르침을 전수하러 끌려가는 중인 게일은 자포자기한 얼굴이다.


게일이 트럼프카드의 놀이 일종인 원카드를 전수하고자 끌려가고, 다른 레오 일행은 게일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잊은 채 원카드에 몰두 중인 바로 그 시각.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어서 밝고 비도 오지 않고 구름도 한 점 없이 맑은 그 날, 달밤에 체조하면 딱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 쉬운 그런 날의 밤.


메디의 고향이자 레오 일행이 앞으로 가야 할 그 곳.


일반인들만 머무는 나라인 그레이슬 왕국. 아직 불이 켜진 그곳은 나라를 이끄는 왕궁 안, 국왕의 처소이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불이 꺼지지 않은 중궁전 처소이지만 그곳은 텅 비었다. 중전이 처소를 비웠기 때문이다. 중전은 남편이자 국왕의 잠 못 드는 밤을 염려해서 이곳에 와 있다.


그는 몇 시간 전 나간 어느 의원의 진료 결과 때문에 크게 낙담하는 중이다.


“후우-······.”

“전하. 괜찮으시옵니까.”

“중전.”

“하명하시옵소서, 전하.”

“과인이 만약 입양을 한다면,”


“저는 찬성하옵니다. 전하께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시니 어쩔 수 없지요. 받아들이겠나이다. 하지만,”


“그렇소. 영의정을 비롯한 의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부인들 보기에 면목이 없소. 500년을 넘게 이어 내려온 왕가인데 이렇게 되다니······. 하늘의 뜻인가 보오.”


“너무 낙심 마십시오소서. 방법이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골骨의 나라요. 왕가 직속 혈통이 아닌 자를 부마로 삼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진데.”


“같이 강구해보겠사옵니다. 저도 나고 자란 이 그레이슬 왕국의 정치적 붕괴는, 저도 원치 않사옵니다.”


“······.”


국왕은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맑은 날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국왕 나이 벌써 예순. 45년 전 왕위를 이어받아 나라를 이끌며 후사를 잇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중전 한 명, 후궁이 무려 일곱 명. 그러나 40년이 넘도록 왕자는 고사하고 공주도 생산하지 못 했다.


알았으나 차마 말 하지 못 하는 내의원에선 별 이상을 찾지 못 하겠다고 하니, 국왕으로서는 내의원의 의술은 더 이상 신뢰하지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왕가의 직계 혈통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나라에서 국왕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고 어찌 대놓고 말할 수 있겠나. 내의원에서는 다 알면서도 국왕이 충격 받을 것을 염려하고, 의정부에서 국왕을 끌어내리자고 말 할 것을 염려해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 했다.


내의원에서 쉬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 한 국왕은 결국은 주변 나라에 사신을 파견하며, <우리나라로 의원을 보내 과인을 시료하고 하루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라며 읍소하는 편지를 동봉했었다.


그 사신 파견을 받는 나라에는 트로이카와 스토리아도 있었으나 두 나라의 최고 의원도 병을 못 찾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알아도 모른 척했다, 라는 표현이 맞으리라. 사신 파견은 멀리 멀리 퍼져 나가 의술로는 최고라는 어느 섬에 도달했고, 섬에서도 국왕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의원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전에 들은 결과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의 옥체는 생산이 불가능하옵니다.”


내의원과 주변 두 나라에서도 국왕의 충격을 염려해 차마 입 밖에 털어 놓지 못 한 것을 마침내 입 밖에 꺼내어 국왕에게 진실과 충격이라는 두 가지를 같이 건넨다.


서 있었던 국왕은 자신을 강타한 진실의 충격을 못 이기고 뒤로 힘없이 털썩 쓰러진다.


“그럼, 40년이 넘도록 생산을 못 했던 이유가······.”

“뱃속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오나,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나이다. 이런 결과라서 송구하옵니다, 전하.”


잠시 후.


주변국 어느 의원이 비밀을 말했다는 것을 소식으로 전해들은 내의원 최고 의원은, 그 길로 대전 처소로 쫓아와 무릎 꿇고 아뢴다.


“전하, 내의원이옵니다.”

“······. 들게.”


곧 들어온 의원은 임금 옆에 바짝 무릎 꿇고 읍소했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알았으나 모르는 척 해야 했사옵니다! 그리 해야 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그만 됐다.”

“전하!”


“이심전심해보면, 나라도 그리 했을 게야. 너희가 알게 된 그 일의 파장을 안다면 쉬이 말하지 못 했을 게야.”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이해하느니라. 돌아가서 이만 쉬거라.”

“그럼, 소인은 이만 돌아가 보겠사옵니다. 쉬십시오, 전하. 쉬십시오, 중전마다.”


별다른 대답 없이 최고 의원을 보내는 중전이다.


임금에게 45년째 왕자도 공주도 없어 후사가 안정되지 않아 슬픈 그레이슬 왕국에, 정치적 붕괴가 찾아오게 생겼다.




혹시 보게 된 오타 와 문맥상 안 맞는 부분 등,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남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3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3.01.02 70 0 -
132 完決. 합동혼인식 + 그 후의 이야기 23.11.27 13 0 15쪽
131 129. 이독제독以毒制毒, 뒤틀린 소유욕과 독점욕의 결말 23.11.26 2 0 11쪽
130 128. 의녀와 메디의 고뇌 23.11.24 6 0 12쪽
129 127. 그저, 반대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23.11.23 4 0 11쪽
128 126. 곳곳의 멈추지 않는 반대 23.11.22 8 0 12쪽
127 125. 다니엘의 입양을 반대하는 레오 부모님 23.11.21 9 0 11쪽
126 124. 루아, 차에 대해 일장연설 23.11.21 8 0 11쪽
125 123. 의형제의 밤나들이2 23.11.13 5 0 12쪽
124 122. 의형제의 밤 나들이 23.11.03 13 0 12쪽
123 121. 황제와 알현하는 두 호위무사 23.10.30 6 0 12쪽
122 120. 비밀 아닌 비밀 23.10.25 9 0 12쪽
121 119. 부상이 심한 레오 23.10.23 8 0 12쪽
120 118. 교육방식에서 시작된 마찰 23.10.13 11 0 12쪽
119 117. 엉디 골짜기 노출 사건 23.10.10 19 0 12쪽
118 116.Gone with the bedspread 23.10.08 12 0 13쪽
117 115. 우리는 각자의 장소에서 애정행각을 한다 23.10.05 15 0 14쪽
116 114. 사라진 아이 23.10.02 10 0 14쪽
115 113. 일사병! 체온이 높아진 다니엘 23.09.25 12 0 13쪽
114 112. 브라운레오 남자끼리의 사정 23.09.15 18 0 10쪽
113 111. 동자승 가출 사건2 23.09.13 12 0 12쪽
112 110. 동자승 가출 사건1 23.09.06 14 0 12쪽
111 109. 루아레오의 오렌지 내 사랑 23.09.03 13 0 12쪽
110 108. 밤과 아침 23.08.30 15 0 11쪽
109 107. 산에서 생긴 작은 소동 23.08.29 11 0 12쪽
108 106. 황궁을 향해 23.08.28 14 0 12쪽
107 105. 자꾸만 놀랄 일 투성이 23.08.21 16 0 11쪽
106 104. 합법적인 합방 23.08.15 31 0 13쪽
105 103. 귀국, 스토리아 (요일 수정했습니다) 23.08.14 13 0 13쪽
104 102. 강제 퇴원의 배경 23.08.08 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