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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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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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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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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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마굴

DUMMY

-어디서 구했는지는 물을 필요가 없겠지. 일반적인 석탄으로는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가 없어. 만약 너희들이 검을 만드는 동안 성화와 업화를 계속 지원해 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그 불꽃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한 재료를 구할 돈이 필요하다-

“얼마나 필요한데?”

-만 골드-

“만 골드면? 일억!!”

-빌어먹을 드래곤의 비늘이 일반적인 불 따위에 녹는다면 드래곤이 무적의 재앙이라고 불릴 것 같냐? 만 골드에 내가 가지고 있는 희귀한 재료까지 다 사용하고도 최소한의 금액이란 말이다-


속이 타는 듯이 남은 술을 다 들이켜고 거칠게 술병을 집어던진 칼리커스의 눈에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믿어볼게 영감. 다만 우리가 지금 할 일이 있어서 바로는 안 돼. 며칠 내로 다시 올게”

아공간에서 만 천 골드를 꺼내 건넨 크로우가 자리를 일어서며 웃으며 말했다.


“일단 필요한 재료 좀 사놔. 대신 어디로 튀면 바로 쫒아간다”

문을 닫히며 크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케인, 케인이야 영감”

-개자식이 끝까지 반말이군-


대장간을 나서자 해가 낮게 깔리며 조금씩 어둠이 내려서고 있었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좀 더 깊은 골목으로 사라진 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들이 들어선 골목 안으로 두 명의 사람이 나타나고 일행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한 명이 바로 돌아서 뛰어나갔다.

`-빌어먹을, 눈치 채고 있었군-


-다가닥 다가닥-

말발굽 소리가 좁은 길을 따라 이어지는 곳에서 세 마리의 말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 중 선두에서 달리는 커다란 덩치의 커다란 말 위에 앉아 있는 크로우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블랙]

지난 번 성녀를 따라 게이트로 들어가며 잃어버렸던 말이 약속장소로 가자 기다리고 있었다. 51 스타즈에서 보관하고 있던 걸 교황의 일행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 새끼들 점점 더 마음에 안 드네. 전과자가 51명이라는 뜻인가”


똥별 놈들에 대한 이미지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나중에 더 크게 갚아주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교국 외곽의 정보를 파악해 달라는 퀘스트였기에 지금 그들의 목적지는 일행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니 굳이 대로를 따라 달리며 그들의 위치를 노출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좁고 구부러진 산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주세요. 인원과 질의 차이만 있을 뿐 교국내의 어느 곳이든 성기사들이 있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기 전 베로스가 건네준 수정구가 인벤토리에 있긴 하지만 애초에 자신들이 감당 못할 적이라면 어설픈 성기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애꿎은 목숨만 날릴 필요는 없을 테고 일이 생기면 직접 해결해야만 한다.


타닥타닥 작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은 채 육포를 씹고 있던 칼라스만이 크로우를 바라봤다.


-가서 쉬고 와라-

“그래. 너희들도 조심.. 아니 상대 만나면 살살하고. 킥킥킥”

접속을 해제하고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둘이 웃으며 와인을 마시는 동안 밤은 점점 깊어만 갔다.


-쾅-

-아직도 못 찾았다고?-

테이블을 내려친 코네리스가 고함을 지르자 그의 옆에 서있던 장 마르크 1기사단장이 조용히 말을 받았다.


-베로스 대사제에게 말을 받은 후 사라졌다는데 그 이후의 행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포탈을 이용하지 않고 산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교황과 성녀 그리고 베로스도 목적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목적지는 그렇다 치고 목적은 무엇인지 파악했나?-

-교국 외곽에서 들려오는 이단들에 대한 확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쪽에서 움직이는 건 없는 건가?-

-아무래도 믿을만한 정보는 아니라서 아직은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늦어. 너무 늦어. 뭔가 방법이 없나?-


테이블 좌우를 바라보며 묻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코네리스의 근심이 더욱 깊어만 갔다.


-무능한 놈들 같으니. 만일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오면 교황 놈의 기세가 더욱 높아질 텐데-

깊어가는 근심 속에 교화청의 밤도 더욱 깊어만 갔다.


하루가 지나고 또 다시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본네스에 도착했다. 마굴이라는 과거에는 세상의 커다란 위협이었던 곳이 그 기능을 상실하자 오히려 몬스터로 인해 부흥하던 도시가 쇠락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도 플라시아와 연결된 포탈도 사라진 겉은 웅장하지만 낡고 허름한 성벽만이 과거의 영광을 나타내고 있었다.


-멈춰라. 신분을 밝혀라-

“어 저는 플레이어 케인이라고 합니다. 마굴을 탐색하러 왔습니다”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냐?-

“길면 한 일주일 예상인데 그런데 일일이 이렇게 다 보고 해야 합니까? 다른 곳은 안 그렇던데“

-영주 대리님의 명령이다. 통과하고 사고 치지 말도록-


영지 안으로 들어선 크로우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뭔가 냄새가 나지?-”

-어차피 네메스한테 다 듣고 왔잖아. 뭔 엉뚱한 소리야-

문이 열리고 세 명이 들어서자 여관 안에 앉아있던 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젊은 여인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묵고 가실 건가요?-

“네. 세 명이 묵을 방으로 주시고 식사도 지금 가능한가요?”

-식사 하시는 동안 묵으실 방을 정리해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식사는 고기 스튜하고 빵 그리고 포도주 한 병 주세요”


금액을 지불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집중된 시선은 변하지 않았고 그들 중 한 명이 일행에게 다가와 의자를 빼고 앉았다.


떡 벌어진 어깨에 세세하게 갈라진 근육과 무기를 사용하는 자들과는 달리 손 전체가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난 에단이라고 하네. 맥주 한 잔 사주겠나?-

“여기 맥주 한 잔 더 주시고 포도주 먼저 주세요”

맥주를 벌컥 벌컥 넘기던 에단이라는 자가 맥주잔을 내려놓고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시원하면 좋을 텐데 돈 많은 귀족나리들에게나 해당되는 사치란 말이지. 그런데 처음 보는데 외부에서 온 건가?

“그렇죠. 마굴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혹시 아나요 뭔가 숨겨진 것을 제가 발견할지”

-푸하하하. 재미있는 친구군. 마굴이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진 후 많은 자들이 이곳에 찾아 왔었지만 결국 헛걸음만 한 채로 돌아갔지. 과거에는 넘치는 몬스터와 마수로 위험한 곳이었지만 그것들이 사라진 후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쇠락하고 말았지. 마굴은 성의 북쪽 문을 나가 큰길을 따라 걸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네. 그런데 맥주 좀 더 마셔도 되나?-

“그러시죠. 그런데 저 분들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들을 가리키자


-저놈들은 나랑 같이 하고 있는 용병들이야. 저 친구들에게도 맥주 한 잔씩 사줄 수 있나?-


맥주를 받아든 용병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아지며 테이블로 다가오자 크로우가 에단과 함께 그들의 테이블로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칼라스만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이 그대로 두면 오자마자 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빈 잔이 다시 채워지는 만큼 테이블의 분위기는 점점 화기애애해져갔다.


-크흐.. 잘 마셨네.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마셨어-

“그런데 이곳에 용병들이 있어도 마땅히 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뭐 우리도 우리 실력을 알거든. 다른 곳으로 가도 마땅히 할 일이 없기도 하고 그래도 가끔씩 나타나는 몬스터들 때문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야. 오늘 고맙네. 다음에 또 신세져도 되겠나?-

“그러시죠. 뭐 맥주 정도는 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표정이 환해진 채 밖으로 나가는 용병들에게 손을 흔들고 방으로 올라가는 일행에게 음식을 준비해줬던 여인이 다가왔다. 다시 보니 상당한 미인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렸어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맥주 몇 잔 사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덕분에 좋은 정보도 얻었고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할 곳도 생겼으니 오히려 이득이죠“


낡은 침대 세 개가 놓인 좁은 방에 자리를 잡은 창밖으로 해가 떨어지며 세상이 빠르게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


-알고 있겠지?-

“그럼. 미니 맵이 아니더라도 너무 티가 나자나. 더군다나 바이러스로 인식 되는데”

밝게 웃으며 창밖을 내다보는 눈에 비친 본네스는 어둠에 잠식된 마치 모든 것이 사라진 죽음 같은 어둠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움직여 보자-

날이 밝아오고 크로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치지도 않고 밤새 지켜보더군-

“뭐 외지인도 거의 없는 것 같고 또 플레이어는 나 말고는 못 봤으니까 당연히 감시를 하겠지”

-좋은 아침입니다-

여인이 밝은 미소와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저기”

-샤론. 샤론이라고 불러주세요-

“샤론씨. 우리 말고는 다른 사람 특히 플레이어는 보이지를 않네요”

-어제 에단씨도 이야기 했지만 처음에는 마굴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방문했었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소문이 나고 발길이 완전히 끊겼어요. 마굴 말고는 특별한 던전도 없는 곳이라 사실 플레이어 분들에게는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곳이죠-


샤론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향해 걸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단이 다가왔다.


-이봐 친구. 마굴에 가는 건가?-

“네. 제가 가서 숨겨진 비밀이 있으면 찾아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꼭 부탁하네-

성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흔한 고블린 한 마리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곳이군. 그나저나 저놈들도 재밌는 놈들이야. 아주 대놓고 티를 내는군-

“서로가 알고 있지만 서로가 모른 척 하니까 더 재미있잖아. 그나저나 이 정도면 교황청 깊은 곳에 배신자가 있는 게 확실한데“

-우리가 이동한 걸 누군가 알렸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니까 일단 중요한 곳부터 알렸다고 생각하면 네메스 말 따라 이곳에 무언가 벌어지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걷자 마굴의 입구가 나타났다. 크고 넓은 입구 너머로 보이는 동굴엔 알 수 없는 스산함이 느껴지고 낯익은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미소를 띤 채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칼라스만을 따라 들어간 마굴의 입구에서부터 오래된 전투의 흔적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있었다.


-마굴이라더니 전에는 정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었나보네. 오래된 흔적인데도 치열함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무리 마굴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마기가 남아 있는 건 이상하지?”

-마수나 몬스터의 마기가 아니야. 그놈들의 기운은 거칠고 흉포하지만 이건 잘 정제된 인간으로 따지면 단테 놈 같이 갈무리 된 기운의 흔적이다“

-그런 기운을 가진 자가 실제로 이곳에 있다면 이곳은 아니 이 나라는 망해-

“그럴 리는 없으니까...”

크로우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탐욕의 돌 같은 제대로 된 걸 건질 수도 있다는 거네”

-미친 자식-

마치 넓은 홀과도 같은 동굴의 끝에 도착한 후 이곳저곳 살피던 일행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들이네. 아주 대놓고 흔적들을 남겨 놓았는데“

-그만큼 자신도 있고 준비도 다 끝났다는 소리겠지-

-여기야. 이곳에 결계 같은 게 있네. 이건 인간들이 아닌 상위의 존재들이 펼쳐 놓은 거라 지금의 나로서는 해제할 방법이 없는데-

“그거 해제하면 큰일 나. 그런데 이걸 해제 하려면?”

-그만한 이질적인 힘이 필요한 거지. 어쩌면 크로우 네 말처럼 뭔가 굉장한 게 나올 수도 있겠는데-

-베로스에게 전달할 거냐?-

“아니. 지켜보자고 어차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연루된 것 같은데 굳이 내가 지키겠다고 설칠 필요도 없지“


-어이 친구 뭐 특별한 거라도 발견 했나?-

동굴 밖으로 나오자 동굴 입구에 기대고 서있던 에단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뭐 특별한 건 없던데 이런저런 흔적들은 남아 있더라구요 마치 누구 보란 듯이”

-흐흐흐. 그래? 그런데 그 재미있는 일이 뭐일 것 같나?-

“마굴에서 일어날 일이면 마수나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것 말고 뭐 있을게 있나?”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생각이지? 재미있는 일이 모두에게 다 재미있지는 않을 텐데-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재미있는 건 보고 가야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고 있으면 즐기고 가라고. 그런데 맥주 한 잔 사줄 수 있나?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맥주가 생각나는데-

“말했잖아. 맥주 한 잔 사줄 돈은 있다고.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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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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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278 정리하다 23.02.03 4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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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 맞짱? 23.02.01 51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8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2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0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4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6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7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8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59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7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58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0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6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2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8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1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7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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