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제국 백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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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작품등록일 :
2022.0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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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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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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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백제를 향한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처음부터 곤륜 사신의 추태를 지켜보던 반남이와 나불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봐! 그 승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발로 차는 거야?”


성질이 급한 나불이가 사신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이런 천한 놈이 어디서 반말이냐?”


사신은 다짜고짜 나불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퍽!


바닥에 나뒹군 것은 곤륜의 사신이었다.

반남이가 사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것이었다.


“이, 이놈!”

“대인 괜찮으십니까?”


사신을 수행하던 호위무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반남이와 나불이의 주변을 에워쌌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상단의 호위무사들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호위대장이 손을 들어 제지하였다.


“천한 상단의 일꾼 주제에 감히 사신의 몸에 손을 대다니, 오늘이 네놈들 제삿날이 될 것이다.”

“흥! 누구 마음대로!”

“이거 오랜만에 몸 좀 풀게 생겼는데. 하하하!”


여섯이나 되는 무사들이 칼을 들고 에워쌌지만, 반남이와 나불이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여유롭게 웃었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칼을 든 곤륜의 무사들이 맨손의 두 청년에게 얻어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짝짝짝!


상단의 호위대장이 박수를 치며 반남이와 나불이를 향해 다가왔다.


“너희들 무공이 대단하구나. 무엇이냐?”

“어릴 때 고구려에서 망명한 분으로부터 배운 탁견이옵니다.”

“탁견이라? 놀라운 무예로구나.”


“으으으으.”

“끄으으.”


호위무사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널브러지자 당황한 사신은 어쩔 줄 모르고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이놈들! 이제 네놈들은 죽은 목숨이다. 어디서 감히 사신을 쳐?”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신의 말에 상단 호위대장이 앞으로 나섰다.


“행수님 이자들을 어찌할까요?”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려라!”


여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차갑게 말하였다.


“뭐, 뭐라! 일개 장사치 주제에 어찌 한 나라의 사신을 죽인단 말이나? 당장 선단 총지휘관을 부르라!”


하얗게 질린 사신은 두 다리를 덜덜거리면서도 호기를 부렸다.


“이분은 백제 제국의 황녀시다. 네놈이 황녀를 희롱하고도 살아남을성 싶으냐?”

“헉!”


순간 곤륜사신의 동공이 풀렸다.


“몰라 뵙고 큰 잘못을 저질렀사옵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사신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비굴한 표정으로 애원하였다.


“뭣들 하느냐? 어서 던지지 않고!”

“네. 공주님!”

“이곳에서의 일을 자국에 알려야 하니 어린 무사는 남겨 두라!”

“네! 어서 이자들을 바다로 던져라!”

“네, 교위!”


바다에 던지라는 명에 놀란 곤륜의 무사들은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제의 싸울아비들에 의해 한순간에 진압되었다.


처참했다.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곤륜의 사신과 호위무사들이 가차없이 차가운 바다속으로 던져졌다.


“으아악!”


풍덩!


마지막으로 오만방자하게 굴던 곤륜의 사신이 바다에 던져졌다.

사신은 던져지기 전에 이미 충격으로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반남이와 나불이는 너무나도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행수님이 공주님이었다니!”

“그럼 왜국으로 시집가신 수백향 공주님의 동생분이란 말인가?”

“뭣들 하느냐? 어서 주변을 정리하라!”

“네, 교위!”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밤바다는 고요하였다.

반남이와 나불이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예쁘기만한 행수님이 무령대왕의 따님이란 것과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내던지는 냉정함에 놀랐다.

무엇보다도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질 정도의 힘을 지닌 백가제국의 위세가 놀라웠다.


*****


가야의 궁녀들이 수군거렸다.


“어쩜 저럴 수가 있담?”

“누가 아니래. 가야에 시집을 왔으면 가야 옷을 입어야지, 몇 년째 신라 옷을 입는 건 뭐지?”

“뭐긴, 우리 가야를 무시하는 거지.”

“시종들까지 신라 옷을 입게 하는 것은 우릴 마치 개돼지 취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몇 년 전에 구형왕에게 후비로 시집온 신라 이찬 비조부의 딸이 목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며 후원을 거닐고 있었다.

정비인 왕후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수년째 신라 옷을 입고 있었고, 시종들마저 신라 옷을 입게 하여 주변의 빈축을 샀다.

이에 구형왕은 좋은 말로 타일렀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귓전으로도 듣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며 왕궁의 주인행세를 하자 결국 화가 난 가야의 구형왕은 후비가 데리고 온 100여 명의 시종들을 모조리 신라로 추방시켰다.


“뭐, 뭐라? 시종들이 모조리 쫓겨왔다고?”

“그러하옵니다. 왕비마마만 빼고 모두 추방당했사옵니다.”

“허! 이자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짐이 보낸 왕후를 겁박하다니.”


가야에서 시종들이 쫓겨왔다는 말을 들은 신라의 법흥왕은 노발대발하였다.


“당장 가야에 사람을 보내 왕비를 신라로 돌려보내라 이르라!”

“네. 대왕!”


가야를 향해 전령이 말을 달렸다.

구형왕의 대답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뭐, 뭐시라? 이미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돌려보낼 수 없다고?”

“그랬다하옵니다.”

“허! 내 이자를 그냥 두지 않으리라!”


머리끝까지 화가 난 법흥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신라에 불교를 받아들이고 크게 융성시킨 인자한 성품의 법흥왕이었지만, 이번 구형왕의 행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노발대발한 법흥왕은 군사를 동원하여 가야의 도가, 고파, 포나모라 세 성뿐만 아니라 북쪽 다섯 개의 성을 빼앗았다.

이에 화들짝 놀란 구형왕은 급히 백제에 사신을 보내 손을 내밀었다.


“어라하! 가야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안으로 들이라.”

“그동안 신라와 눈이 맞아 우릴 적대시하던 가야에서 무슨 일로 사신을 보낸 것이오?”

“송구하옵니다.”


가야의 사신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빌며 그동안의 내막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음? 그건 누가 봐도 왕후의 잘못이거늘, 오히려 가야를 치다니 신라왕은 참으로 무도한 자로구려.”

“하여 어라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옵니다.”

“알겠소. 내 곧 사람을 보내 귀국을 도울 거라 돌아가 전하시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가야 사신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성왕은 미소를 지었다.

가야와 신라, 백제가 사소한 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무령왕이 생전에 보낸 백제의 대선단은 순풍을 타고 유구(오키나와)를 떠나 대두섬(타이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법흥왕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뭐? 백제와 왜에서 가야로부터 빼앗은 성을 돌려주라고 서신을 보내왔다고?”

“그러하옵니다.”

“흥! 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는 자들이 왜 남의 내정에 콩놔라 팥놔라 간섭이람.”


백제와 왜에서 가야에게 빼앗은 영토를 돌려주라는 요구가 들어오자 법흥왕은 오히려 이를 비웃듯이 군사를 일으켰다.


“여봐라! 당장 이사부는 군사 3천을 이끌고 가 가야의 남쪽마저 철저히 유린하라!”

“네. 폐하!”


법흥왕의 명을 받은 신라 장군 이사부는 가야의 남쪽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소식은 얼마지나지않아 대륙백제에 전해졌다.


“뭐라? 우리 요청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가야의 남쪽마저 공격했다고?”

“네. 어라하! 지금이라도 신라를 응징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아니다. 내 고구려만 아니라면 단숨에 신라를 쓸어버릴 것이나, 지금은 신라의 도움이 필요하니 저들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철없는 신라 여인으로부터 비롯된 삼국의 갈등은 대충 얼버무려졌다.


쏴아아아아.


찌는듯했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 되었다.


두두두두두두.


한동안 잠잠하던 고구려가 움직였다.

안장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와 대륙백제의 북쪽 변경 요새인 혈성을 공격하였다.


후두둑.


커다란 밤이 궁궐 처마로 떨어졌다.


“어라하! 고구려의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와 혈성을 함락시켰다 하옵니다.”

“이런! 즉시 연모 장군은 군사를 이끌고 가 저들을 몰아내라!”

“네. 어라하!”


고구려의 안장왕이 친히 군사를 몰고 와 혈성을 점령하자 백제는 3만의 군사를 출동시켰다.

오곡벌판에서 양쪽의 군사들이 대치하였다.

작전이고 뭐고 없었다.

서로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여 단숨에 밀어붙이려고 하였다.


“공격하라! 단숨에 적을 쓸어버려라!”

“맞서 싸워라. 저들은 멀리서 와서 지쳐있다!”

“와아아아아!”


수만 명의 군사들이 한꺼번에 뒤엉켰다.

칼과 창에 맞아 죽는 군사보다 서로의 말발굽에 깔려죽거나 부상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백제의 비참한 패배였다.

2천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넘쳐났다.


“뭐라? 오곡전투에서 크게 패하였다고?”

“송구하옵니다.”

“안 된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저들을 몰아내라 이르라.”

“네. 어라하!”


자존심이 크게 상한 성왕은 계속해서 군사들을 보냈다.

고구려와 백제의 군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싸웠다.

봄비가 쏟아졌다.

허리가 꺾인 황색의 대백제 깃발 사이로 새싹이 돋아났다.


쏴아아아아아.


“뭐라! 계속해서 우리 백제군이 밀리고 있단 말이냐?”

“네. 어라하! 지난 오곡전투 패배 이후 3년 여를 맞서 싸웠으나 결국 패하고 연모장군마저 전사했다 하옵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충격을 받은 성왕은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하였다.

그때 신하 한 명이 급히 들어와 아뢰었다.


“어라하! 가야로부터 급보이옵니다.”

“무슨 일이더냐?”

“가야에 와 있던 왜의 근강모야가 마음대로 구사모라 성을 점령했다 하옵니다.”

“이런 괘씸한 자가 있나. 감히 짐의 허락도 없이 어찌 함부로 가야의 성을 점령한단 말인가?”


성왕은 크게 분노하였다,


“이자가 지금 제정신이란 말인가? 마침 나의 화친 요구에 신라가 응했으니, 즉시 신라군과 연합하여 저 무도한 자를 쳐라!”

“네. 어라하!”


백제가 고구려와 대륙에서 영토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을 무렵, 왜의 계체천황은 가야의 땅을 차지할 욕심으로 가야에 파견되어 있던 근강모야를 시켜 가야의 구사모라 성을 차지하였다.

그러자 가야는 백제와 신라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신라와 백제는 연합군을 결성하여 구사모라 성의 왜군을 공격하였다.


“뭣이라? 근강모야가 백제와 신라의 연합군에 포위되어 있다고?”

“그러하옵니다. 구사모라 성이 함락직전이라 하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계체천황은 당황스러웠다.


“내가 노욕에 큰 실수를 하였구나. 여봐라! 즉시 목협자를 부르라.”

“네. 폐하!”


천황의 명을 받은 목협자가 궁에 들었다.


“근강모야가 가야의 성을 차지한 건 다 나의 밀명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성이 함락되어 이 사실이 백제와 가야에 알려진다면 짐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비정한 명이었다.


“그러니 일단 근강모야를 빼돌린 후, 인적이 드문 곳에서 그의 입을 막아라.”

“네. 폐하!”


계체천황의 명을 받은 목협가문의 수장은 은밀히 백제를 향하여 바다를 건넜다.

결국 근강모야는 대마도에서 암살되었다.


* 탁견 – 택견


* 대두섬

타이완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원주민들의 섬이었으며, 한족이 이주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대두란 지명은 1540년대 세워진 대두왕국에서 따온 것임을 밝힌다.


* 목협자

이름으로 보아 목협만치의 후손으로 보인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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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구토지설 23.02.05 30 0 14쪽
58 58화. 춘추의 눈물 23.01.28 35 0 12쪽
57 57화. 미륵사 창건 23.01.23 42 0 13쪽
56 56화. 조메이 천황, 나는 백제인이다! 23.01.14 42 0 12쪽
55 55화. 수나라의 멸망과 당나라의 등장 23.01.07 45 0 13쪽
54 54화. 수양제의 집착 23.01.02 99 0 12쪽
53 53화. 소용돌이 치는 천하 22.12.27 49 0 14쪽
52 52화. 서동 백제의 황위에 오르다! 22.12.26 51 0 12쪽
51 51화. 옥좌인가? 연모인가? 22.12.23 103 0 13쪽
50 50화. 피어나는 연정 22.12.19 50 0 12쪽
49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22.12.16 54 0 12쪽
48 48. 내가 서동이요! 22.12.14 48 0 12쪽
47 47화. 타오르는 불씨 22.12.12 44 0 12쪽
46 46화. 서동요 22.12.10 93 0 13쪽
45 45화. 선화공주 22.12.08 49 0 15쪽
44 44화. 폭풍전야 22.12.07 93 0 12쪽
43 43화. 승천을 준비하는 용 22.12.01 61 0 14쪽
42 42화. 위덕왕의 죽음과 백제의 내분 22.11.30 111 0 14쪽
41 41화.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22.03.31 76 0 12쪽
40 40화. 용의 아들 22.03.28 66 0 14쪽
39 39화. 가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22.03.26 59 0 12쪽
38 38화. 관산성 전투와 위덕왕의 절규 22.03.25 70 0 12쪽
37 37화. 신라의 배신과 성왕의 최후 22.03.23 103 0 13쪽
36 36화. 흑치국을 지나 천축국으로 가다! 22.03.18 73 0 11쪽
»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22.03.16 54 0 11쪽
34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22.03.15 56 0 12쪽
33 33화, 대백제 다시 날아오르다! 22.03.13 67 0 12쪽
32 32화. 왜국의 천황을 갈아치운 무령왕 22.03.10 96 0 12쪽
31 31화. 무령왕의 등극과 섭라 정벌 22.03.09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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