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제국 백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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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작품등록일 :
2022.0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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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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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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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백제를 향한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행수님의 배려에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사택적덕은 한 밤 중에 서동을 따라온 선화공주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나저나 밖이 소란스럽던데 어찌 된 일이냐?”

“달구벌에서의 일로 아직 우릴 쫓고 있습니다.”

“흠. 이거 큰일이로구나. 하루라도 빨리 거처를 옮겨야겠구나.”


서동과 사택적덕이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나누자 옆에 있던 선화공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연히 저희들까지 끼어 행수님에게 누가 되는 것 같군요.”

“별 말씀을요. 괜찮습니다.”


선화공주의 말에 사택적덕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 이런! 피곤하실 텐데 그만 가서 쉬시지요. 여봐라. 손님들을 숙소로 안내하라.”

“네. 행수님!”


선화공주 일행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하인을 따라가자 사택적덕은 서동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 여인들은 누구냐? 복색은 비록 평범하나 말이나 행동이 기품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반가의 여인은 아닌 듯 싶구나.”


사택적덕의 질문에 서동은 그간의 일을 모두 말하였다.


“그럼 저 여인이? 신라의 공주가 괴소문에 궁에서 쫓겨났다는 말이 돌던데, 혹 저 여인이냐?”

“그렇습니다. 저 여인이 신라의 선화공주입니다.”

“아, 이런! 네 어찌 그런 무모한 장난을 저질렀단 말이냐? 달구벌에서의 일로도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운데 공주마저 데리고 왔으니 앞으로 이 사달을 어찌한단 말이냐?”

“······.”


사택적덕의 질책에 서동은 아무 대답도 못하였다.


“저 여인도 노래를 퍼트린 게 서동 너인 것을 아느냐?”

“아직 모릅니다.”

“아, 이거야! 첩첩산중이로구나.”


행수 사택적덕이 탄식을 하고 있을 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쾅쾅!


“이 밤중에 누구지? 혹시 모르니 너희들은 저 방으로 가 있거라.”


사택적덕은 서동 일행을 피하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뉘시오?”

“잠깐 물어볼 말이 있으니 잠시 문을 여시오.”


뜻밖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택적덕은 하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삐이걱.


문이 열리자 낯선 여인이 사내 한 명과 두 명의 시종을 데리고 서 있었다. 사내는 칼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호위무사가 분명하였다.


“저, 혹시 이곳에 여인 셋이 묵고 있는지요?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으니 발뺌은 마세요.”


햇불에 비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화려한 의상이며 장신구, 은은한 사향 냄새로 보아 귀족 여인이 틀림없었다.


“네. 이곳에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여인의 정체를 직감한 사택적덕은 한밤중에 찾아온 불청객을 선화공주 일행이 묵고 있는 안채로 안내하였다.


“여봐라. 손님들을 안채로 모시고 다과상을 내오너라.”

“네. 행수님.”


그 시각 다 잡았던 물고기를 놓친 심정인 미생은 혈안이 되어 선화공주 일행을 찾고 있었다.


“감히 신라에서 이 미생을 물 먹이는 놈이 다 있다니, 도대체 어느 놈인지 잡아 살갗을 벗기고 말리라! 여봐라! 도성의 군사들은 물론 화랑들까지 동원하여 수상한 놈들을 색출하라!”

“네. 나리!”


우르르. 우르르르.


횃불을 밝혀 든 군사들이 늦은 시간끼지 서라벌 곳곳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고, 공주님?”

“언니가 어떻게 이곳에?”


중년의 상궁과 선화공주가 한밤중에 들이닥친 덕만공주를 보고 놀라 물었다.


“네가 출궁을 당한 후 걱정이 되어 사람을 시켜 뒤를 밟게 하였다. 못된 자들에게 험한 꼴을 당할 뻔 한 것을 이곳의 젊은이들이 구해주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다. 역시 궁 밖은 네가 있을 곳이 못 된다. 날이 밝는 대로 날 따라 궁으로 가자.”

“그건 안 될 일이에요, 폐하와 황실에 누를 끼쳤으니 저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해요.”

“이런 답답이가 있나.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이 모든 게 이상한 노래를 퍼트린 서동이란 자가 나쁜 거지.”

“어쨌든 폐하의 명이 떨어진 이상 따라야해요.”


덕만공주의 설득에도 선화공주의 뜻은 완고하였다.


“행수님. 지금 도성이 온통 난리입니다. 이곳 주막에서 일을 친 자들이 달구벌에서의 인물들과 같은 자들이라며 군사들은 물론 화랑과 낭도들마저 총동원되어 서라벌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습니다.”

“허, 그것 큰일이로구나. 이대로라면 날이 밝기도 전에 발각되겠구나.”

“송구하옵니다.”


사택적덕의 걱정에 서동과 그 친구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이왕지사 이리 된 것,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우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자.”

“워매. 이제 꼼짝없이 신라 땅에서 죽게 생겼구마이.”

“죽긴 왜 죽는단 말이냐? 우리 가문을 몰락시킨 부여선을 징치하기 전까지는 나는 죽을 수 없다.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떠나 백제로 돌아갈 것이다.”


왕대갈의 걸죽한 신세한탄에 사택적덕은 두 눈을 무릅뜨고 결의를 다졌다.


“폐하의 진노가 풀릴 때까지 잠시만 참고 있거라. 내 기회를 보아 너의 무고를 알려 다시 궁으로 부를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저 때문에 곤경에 처한 분들을 도와주세요.”

“당연히 도와야지. 어떻게 하면 되겠니?”


선화공주의 말에 덕만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미생은 홀로 홧술을 마시고 있었다.


“에잉. 극락을 맛볼 시간에 홀로 이 청승이라니! 내 반드시 놈들을 잡아 살갗을 벗기고 말리라! 여봐라! 술을 더 가져오라!”


그 시각까지 서라벌 안을 수색하던 군사들은 하나 둘 지쳐갔고, 동해바다에는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저자에는 상인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지친 군사들은 여기저기에 몸을 기댄 채 쪽잠을 자고 있었다.


“뭐, 공주님들이 동외곶으로 나들이를 가신다고?”

“그럼 천명공주님과 덕만공주님이겠네?”

“아니, 선화공주님과 덕만공주님이라던데.”

“뭐야. 그럼 이상한 노래 때문에 출궁 당했다는 소문은 모두 거짓이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동외곶은 일출을 보러 가는 곳인데,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각 아닌가?”

“그냥 바닷바람을 쐬러 가는 거겠지.”


식전댓바람부터 아침밥을 짓기 위해 우물가에 모여든 아낙네들이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색비단으로 수놓은 화려한 수레 두 대가 저잣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 뒤를 수십 명의 궁녀들이 따랐고 구경나온 백성들로 아침부터 어수선하였다.

각각의 수레 위에는 화려하게 몸단장을 한 신라 최고의 미녀인 선화공주와 덕만공주가 환하게 웃으며 구경나온 백성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야. 진짜 선화공주님이잖아?”

“그러게. 그럼 궁에서 쫓겨났다는 말은 정말 거짓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선화공주님이 서동 따위와 눈이 맞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백성들은 지나가는 공주들의 행렬을 보며 수군거렸다.


“나리! 나리! 일어나보세요!”


술에 취해 그대로 식탁에 처박혀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미생을 하인이 깨웠다.


“아웅.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난리냐?”

“그, 그게요. 선화공주님께서······.”

“뭐, 선화공주라고?”


미생은 인사불성 중에도 선화공주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선화공주가 어찌 되었다는 말이냐? 찾았다더냐?”

“그게 아니오라, 지금 밖에······.”

“밖에? 밖에 와 있단 말이냐?”


미생은 하인의 말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마루 위에서 바라 본 담장 너머엔 선화공주와 덕만공주의 화려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쫓겨났다던 선화공주가 어떻게 버젓이 나들이를 할 수 있단 말이냐?


미생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고 또 봐도 분명 선화공주의 행렬이 확실하였다.


“뭐냐? 그럼 지난 밤에 내게 데려오려던 여인은 뭐냔 말이냐? 주막의 천한 놈이 날 데리고 장난을 친 것이냐?”


미생은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지난 밤에 마신 술이 확 깼다.


“여봐라! 당장 주막의 연놈들을 잡아다가 물고를 내버려라!”

“네, 나리!”


미생의 명에 일확천금의 꿈을 꾸던 주막의 사내와 주모는 즉시 잡혀가 죽지않을만큼 두드려맞고는 쫓겨났다.

그즈음 선화공주 일행에 섞여 동외곶으로 간 서동 일행은 덕만공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공주님 덕분에 무사히 서라벌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선화를 위기에서 구해준 일에 대한 답례일뿐입니다.”


사택덕적의 인사에 덕만공주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서라벌을 떠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공주님.”

“선화 너는 이제 어찌할 것이냐? 나를 따라 서라벌로 가는 게 어떠하냐?”

“아니요. 행수님이 허락을 해주신다면 당분간 이분들을 따라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요.”

“괜찮겠느냐?”

“여기 든든한 분들이 계신 데 뭐가 걱정이에요.”


덕만공주의 물음에 선화공주는 사택적덕 일행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하긴, 이분들과 함께라면 뭐가 걱정이겠느냐? 행수님. 선화가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저희야 공주님을 모신다면 큰 영광이지요. 여기서 뱃길을 따라 내려가 옛 가락국에 들러 유람을 하다 소문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겠사옵니다.”


덕만공주의 부탁에 사택적덕에 웃으며 대답하였다.


“내 훗날 크게 사례하겠소.”

“그리하십시오. 하하하!”

“우리 선화를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마시옵소서. 목숨을 바쳐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고맙습니다. 행수님의 대답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덕만공주 일행은 동외곶 주변을 둘러보았고, 다시 평복으로 갈아입은 선화공주는 서동 일행을 따라 슬그머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배 하나를 빌려 해안을 따라 아래로 향하였다.


*****


그 무렵 백제의 사비성 안은 위덕황제의 숨겨진 태자가 나타나 폭군을 몰아낼 것이라는 소문으로 뒤숭숭하였다.


“수상한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도 소문이 가라앉지 않다니, 참으로 큰일이로구나!”


위사좌평 흑치상평은 깊은 시름에 빠져있었고, 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법왕은 주변의 신하들마저 의심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를 기회로 나군관과 위덕왕의 호위 무사 백가와 아좌태자의 측근이던 목호룡 등은 전국의 귀족들을 설득하며 반란을 도모하고 있었다.


“공주님! 공주님! 괜찮아요?"


처음 배를 타보는 선화공주는 심한 배멀미에 시달리다가 결국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다.


“행수님. 아무래도 배를 정박해야겠습니다.”

“그래야겠구나.”


서동이 선화공주가 염려되어 말하자 사택적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사택적덕은 개운포에 배를 정박하였다.


“우리는 먼저 떠나야겠구나. 내가 개운포에 객주를 알아보았으니 공주를 쉬게 하여라. 어차피 공주는 신라인이라 우리와 함께 갈 수가 없다.”

“그럼 저희가 남겠습니다.”

“그렇다면 얼굴이 알려진 엉겅퀴는 우리와 함께 떠나고 매발톱과 달래, 서동이 이곳에 남아 공주를 보살피고 있거라. 내가 곧 사람을 보내 데리러 오겠다.”

“그리하겠습니다.”


사택적덕 일행은 다시 뱃길을 따라 백제로 향하였고 서동은 선화공주 곁에 남았다,

선화공주의 병은 생각보다 깊었다. 배멀미보다도 갑작스럽게 궁에서 쫓겨난 충격과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몸에 병을 키웠던 것이었다.


‘공주님. 제발 눈을 뜨세요.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탕제를 마시고 잠이 든 선화공주를 바라보며 서동은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였다.

진흥왕의 배신으로 할아버지 성왕이 목숨을 잃고 백제가 지옥의 나락으로 추락한 것을 그녀의 잘못으로 몰아 노래를 지어 음해한 것은 사내로서 차마 할 짓이 아니었다.


쏴아아아아아.

철썩. 철썩.


무심한 파도소리만이 밤바람에 흩어졌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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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춘추의 눈물 23.01.28 35 0 12쪽
57 57화. 미륵사 창건 23.01.23 42 0 13쪽
56 56화. 조메이 천황, 나는 백제인이다! 23.01.14 42 0 12쪽
55 55화. 수나라의 멸망과 당나라의 등장 23.01.07 45 0 13쪽
54 54화. 수양제의 집착 23.01.02 99 0 12쪽
53 53화. 소용돌이 치는 천하 22.12.27 49 0 14쪽
52 52화. 서동 백제의 황위에 오르다! 22.12.26 51 0 12쪽
51 51화. 옥좌인가? 연모인가? 22.12.23 103 0 13쪽
50 50화. 피어나는 연정 22.12.19 49 0 12쪽
»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22.12.16 54 0 12쪽
48 48. 내가 서동이요! 22.12.14 48 0 12쪽
47 47화. 타오르는 불씨 22.12.12 44 0 12쪽
46 46화. 서동요 22.12.10 93 0 13쪽
45 45화. 선화공주 22.12.08 49 0 15쪽
44 44화. 폭풍전야 22.12.07 93 0 12쪽
43 43화. 승천을 준비하는 용 22.12.01 61 0 14쪽
42 42화. 위덕왕의 죽음과 백제의 내분 22.11.30 111 0 14쪽
41 41화.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22.03.31 76 0 12쪽
40 40화. 용의 아들 22.03.28 66 0 14쪽
39 39화. 가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22.03.26 59 0 12쪽
38 38화. 관산성 전투와 위덕왕의 절규 22.03.25 70 0 12쪽
37 37화. 신라의 배신과 성왕의 최후 22.03.23 103 0 13쪽
36 36화. 흑치국을 지나 천축국으로 가다! 22.03.18 73 0 11쪽
35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22.03.16 54 0 11쪽
34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22.03.15 56 0 12쪽
33 33화, 대백제 다시 날아오르다! 22.03.13 67 0 12쪽
32 32화. 왜국의 천황을 갈아치운 무령왕 22.03.10 96 0 12쪽
31 31화. 무령왕의 등극과 섭라 정벌 22.03.09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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