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제국 백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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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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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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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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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피어나는 연정

백제를 향한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50화. 피어나는 연정


“마마님. 아무래도 의원을 불러야겠어요.”

“그건 안 된다. 덕만공주의 기지로 힘들게 선화공주님이 출궁 당했다는 소문이 수그러들었는데, 의원이 공주님을 보면 가만히 있겠느냐?”

“하긴, 공주님의 미모가 너무 튀시니······.”


침상에 누워 있는 선화공주를 보며 두 궁녀가 고민을 하자 서동이 끼어들었다.


“의술이라면 이 아이가 조금 압니다. 한 번 맡겨보시지요.”

“네에? 저같이 천한 것이 어찌 감히 공주님을?”


서동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달래가 펄쩍뛰었다.


“병환에 있어 귀천이 어디 있느냐? 어서 공주님을 살피거라.”

“그, 그래도······.”


상궁의 말에 달래는 눈치를 살피며 주뻣거렸다.


“넌 잘 할 수 있어. 겁 먹지 말고 공주님을 살펴 봐.”

“그래. 어서 공주님을 살펴보렴.”


매발톱과 서동의 말에 용기를 얻은 달래는 조심스럽게 공주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어머나! 이를 어째?”

“왜 그러느냐?”

“공주님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요!”

“이런, 해열에 좋은 약재가 뭐였지?”

“맥문동이나 오미자, 치자 등이 열을 내리는데 좋은 약재긴 한데, 이 시각에 구하기는 힘들고······.”

“그럼 아쉬운대로 객점 주인한테 말해서 보리나 메밀이 있는지 알아봐. 어릴 때 열이 심하면 어머니가 그걸로 차를 끓여주시곤 했거든.”

“맞아요. 보리차나 메밀차가 열을 내리는데 좋아요.”

“그럼 난 다른 약재를 알아보러 다녀올 테니까 공주님께 보리차를 끓어드려.”

“내가 갔다올게.”


서동이 약재를 구하려 나가려 하자 매발톱이 앞을 막았다.


“아니, 넌 이곳을 지켜. 나도 내 한 몸은 지킬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서동의 말에 매발톱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매발톱에게 배운 서동의 무술 실력이 어느새 어지간한 무사들보다도 나았기 때문이었다.

서동이 나가자 상궁은 객주에게 빻지 않은 보리를 조금 얻어 살짝 볶은 다음 차를 끓여 선화공주에게 먹였다.

그 사이 서동은 개운포 이곳저곳을 돌아보았으나 약재를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으으응.”


보리차가 효험이 있었는지 선화공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어험! 잠깐 나 좀 봅시다.”


객점의 주인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나이 든 상궁이 문을 열고 물었다.


“이런 말 하기 미안하네만, 어서 이곳을 떠나야겠소,”

“네? 그게 무슨?”

“방금 전 관아에서 군사들이 나와 낯선 사람이 있으면 발고하라더군요. 내가 둘러대긴 했지만,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니 어서 피하는 게 좋겠소.”

“이보시오. 저기 누워있는 환자가 안 보이시오?”


난처해하며 말하는 객주에게 상궁이 선화공주를 가리키며 따지듯이 말하였다.


“딱한 사정은 아오나, 우리도 낯선 손님을 숨겼다가 발각이 되는 날이면 목숨이 온전치 못하다오. 내가 포구로 가는 샛길을 알려줄 테니 어서 피하시오.”

“아! 이를 어쩌면 좋아?”


객주의 말에 상궁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서동이 팔뚝만한 칡뿌리를 들쳐메고 들어왔다.


“세상에! 그걸 이 밤중에 캔거예요?”


진달래가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응. 약방이 어딨는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 칡도 해열에 좋다니까 이걸 달여 드려.”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서동의 얼굴에 나무에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어서 이곳을 떠나야 해.”

“뭐?”


매발톱은 방금 전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이런, 아직 공주님이 편찮으신데······.”

“저는 괜찮습니다.”


서동의 말에 선화공주가 몸을 일으키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공주님은 이곳에 남으십시오. 고을 수령에게 신분을 밝히면 잘 모실겁니다.”

“아니요. 난 이미 궁에서 쫓겨난 죄인이에요. 더구나 이젠 공주도 아닌 평민 신분이고요. 신분을 밝혀 고을 수령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공주님 말씀이 옳아요. 또 이상한 자들이 몹쓸 짓을 할지도 모르고요.”

“맞아요. 여인 셋을 두고 떠나시면 안 돼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선화공주의 당찬 대답에 두 궁녀가 거들고 나섰다.


“거참, 그럼 일단 여길 벗어나고 나서 생각해봅시다.”

“그게 좋겠어요,”


서동의 말에 선화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에서 일어섰다.


휘청!


순간 선화공주의 다리가 풀리면서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다행히 옆에 있던 서동이 어깨를 붙잡아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제 등에 업히시지요.”


서동은 몸을 돌려 선화공주 앞에 앉았다.


“네? 네에?”


선화공주는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공주님. 어서요!”


상궁의 채근에 선화공주는 얼결에 서동의 등에 업혔다.


“자. 어서 가요!”


바깥의 동정을 살피던 매발톱이 문을 열며 외쳤다.

매발톱이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선화공주를 업은 서동과 진달래, 그리고 두 궁녀가 따랐다.


“이쪽 오솔길을 쭉 따라가시면 포구가 나올겁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언제고 이 은혜는 꼭 갚겠소.”


대문 앞에 서 있던 객주가 오솔길을 가리키며 말하자 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서동 일행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객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하시었소. 우리가 떠난 후 한식경 후에 관아에 발고하시오. 그래야 당신도 무사할거요.”


객주 뒤에서 두 명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협박하듯 말을 하고는 서동 일행이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따뜻해.’


서동의 등에 업힌 선화공주는 따뜻한 온기에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어린 시절 유모의 등에 업혔던 것처럼 서동의 등이 따뜻하고 편안하였다.

서동 일행은 희미한 달빛에 의지하여 바닷가로 향하였다.


“뭐요? 위덕황제의 숨겨진 핏줄이 있다는 게 사실이오?”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지금 그분을 모시기 위한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백제 국경에 도착한 사택적덕은 그곳의 지인으로부터 무강태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놀랐다.


“그럼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오?”

“위덕황제의 호위무사였던 백가의 말에 의하면 그분은 지금 백제에 없답니다. 아마도 동무들과 신라에 있을 거라하옵니다.”

“뭐요? 그럼 어서 그분을 모셔와야 하지 않소?”

“그렇긴 한데, 어디에 계신지 알 수가 없으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엉겅퀴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서, 서동이요.”

“뭐, 서동이라니?”

“서동이라고요.”

“허, 이런 답답한 노릇이 있나. 무슨 말인지 찬찬히 말해보거라.”


사택적덕은 엉컹퀴의 말에 가슴을 치며 되물었다.


서동 일행은 달빛에 의지하여 포구로 향하였다.

선화공주는 서동의 등에 업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공주님도 참, 어떻게 낯선 남자에게 업혀 잠이 드실 수가 있지?”

“쉿! 그만큼 서동공이 마음에 드시나보지?”

“뭐, 서동공이라고? 이분 성함이 서동이었어?”


어린 궁녀의 말에 진달래가 얼떨결에 서동의 이름을 말하였다.


“으응, 어릴 때 마를 캐서 팔았나봐. 그래서 별명이 서동이래. 뭐 서동이란 이름이 어디 한 둘인가?”


달래는 당황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뭐, 하긴? 마를 캐는 아이를 모두 서동이라고는 하지. 그런데 설마 공주님을 음해한 노래 속의 서동이 저분은 아니겠지?”

“아, 아니야! 큰일 날 소릴!”


어린 궁녀 나리의 말에 놀란 달래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멀리 여명 속에 보이는 포구에는 군사들 이십여 명이 행인들을 검속하고 있었다.


“이걸 어쩌지?”


앞서 가던 매발톱이 뒤따르던 서동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그, 글쎄··· 하아. 하아.”


선화공주를 업고 달리느라 힘이 빠진 서동이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여기! 여기일세.”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손짓을 하였다.


“왕대갈 나리?”

“그래. 나야. 나!”

“나리가 어떻게 여기에?”

“자세한 건 가면서 얘기하고, 어서 이쪽으로 날 따라오게.”


사택적덕은 서동일행이 염려되어 자신의 동생 왕대갈과 수하 몇을 남겨 가까이에서 지켜보라고 했던 것이었다.

객주 역시 왕대갈의 협박에 신고를 못하고 서동 일행을 피신케 하였던 것이다.


“행수님의 배려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인사는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간 후에 형님께 직접하게.”


그간의 사정을 들은 서동이 인사를 하자 왕대갈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왕대갈이 안내한 바닷가에는 작은 나룻배 한 척이 묶여 있었다.


“어서 서두르게. 날이 밝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하네.”


왕대갈의 채근에 일행은 서둘러 배에 올랐다.


“저기다! 저기에 수상한 자들이 있다!”

“활을 쏘아라!”


배가 막 출발할 무렵 뒤쫓아온 신라 군사들이 활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피이이이잉.


“모두 고개를 숙이세요!”


뱃전에 선 매발톱이 칼등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튕겨내며 소리쳤다.


팍. 팍.


화살 몇 개가 날아와 갑판에 박혔다.


“꺄악!”

“꺅!”


누구랄 것도 없이 여인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서동은 놀라 하얗게 질린 선화공주를 감싸안았다.


퍼억!


“윽!”


화살 한 대가 서동의 등에 박혔다.


“서동공!”

“엄마야!”

“이런, 어서 노를 저어! 어서!”


서동이 화살에 맞자 모두들 놀라 비명을 질렀다.


“나, 나는 괜찮으니 어서 이곳을 벗어··· 나··· 요.”

“서동공! 정신 차려요!”


서동은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을 억지로 참으려했으나 점점 정신이 희미해져갔다.


“휴, 다행히 급소는 피했어요. 화살을 빼내고 지혈을 하면 괜찮을 거예요.”


상처를 살피던 달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배가 뭍으로부터 멀어지자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뭐, 서동이 무강태자라고?”


엉겅퀴의 말에 사택적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네. 서동이 태자님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데, 나리께서 찾으시니 말씀드리는 거에요.”


엉겅퀴는 행여 누가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말하였다.

사택적덕은 그제서야 왜 매발톱과 엉겅퀴가 친구면서도 서동을 상전 모시듯 하였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흠? 어쩐지 말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그분이 위덕 황제의 숨겨진 아드님이었다니?”


동생 왕대갈과 수하들을 남겨두고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 너는 이분들을 따라가 금마저로 가 백가 호위무장에게 태자님의 소식을 전하거라. 나는 되돌아가 태자님을 모셔올 것이다!”


전 상좌평 사택적덕은 황후의 오라비답게 침착하고 냉정하였다.


“또 왕흥사로 납신다고요?”

“요 며칠 잠자리가 뒤숭숭하구나. 불공을 드리면 나을 것 같으니 어서 준비하거라.”


위사좌평 흑치상평의 말에 법왕이 궁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법왕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위덕황제를 시해하고 왜에서 돌아오는 아좌태자마저 제거한 잔인하고 강한 부여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사내에 불과했다.

즉위한 지 한 달만에 왕흥사를 창건하고 승려 30명에게 도첩을 내리는 든 불교를 장려하고 민심을 수습하려 하였으나, 이미 백성들의 마음은 법왕을 떠나있었다.


“무강태자께서 돌아오시는 즉시 거사를 일으킵시다.”

“좋소! 그리 준비하겠소!”


위덕황제의 호위무장이었던 백가와 아좌태자의 호위무사 목호룡 등은 모처에서 군사를 양성하며 거사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마강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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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춘추의 눈물 23.01.28 35 0 12쪽
57 57화. 미륵사 창건 23.01.23 42 0 13쪽
56 56화. 조메이 천황, 나는 백제인이다! 23.01.14 42 0 12쪽
55 55화. 수나라의 멸망과 당나라의 등장 23.01.07 45 0 13쪽
54 54화. 수양제의 집착 23.01.02 99 0 12쪽
53 53화. 소용돌이 치는 천하 22.12.27 49 0 14쪽
52 52화. 서동 백제의 황위에 오르다! 22.12.26 51 0 12쪽
51 51화. 옥좌인가? 연모인가? 22.12.23 103 0 13쪽
» 50화. 피어나는 연정 22.12.19 51 0 12쪽
49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22.12.16 54 0 12쪽
48 48. 내가 서동이요! 22.12.14 48 0 12쪽
47 47화. 타오르는 불씨 22.12.12 44 0 12쪽
46 46화. 서동요 22.12.10 93 0 13쪽
45 45화. 선화공주 22.12.08 49 0 15쪽
44 44화. 폭풍전야 22.12.07 93 0 12쪽
43 43화. 승천을 준비하는 용 22.12.01 61 0 14쪽
42 42화. 위덕왕의 죽음과 백제의 내분 22.11.30 111 0 14쪽
41 41화.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22.03.31 76 0 12쪽
40 40화. 용의 아들 22.03.28 66 0 14쪽
39 39화. 가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22.03.26 59 0 12쪽
38 38화. 관산성 전투와 위덕왕의 절규 22.03.25 70 0 12쪽
37 37화. 신라의 배신과 성왕의 최후 22.03.23 103 0 13쪽
36 36화. 흑치국을 지나 천축국으로 가다! 22.03.18 73 0 11쪽
35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22.03.16 55 0 11쪽
34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22.03.15 57 0 12쪽
33 33화, 대백제 다시 날아오르다! 22.03.13 67 0 12쪽
32 32화. 왜국의 천황을 갈아치운 무령왕 22.03.10 96 0 12쪽
31 31화. 무령왕의 등극과 섭라 정벌 22.03.09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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