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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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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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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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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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꿀렁 꿀렁


늑대의 얼굴을 관통한 검은 가시가 꿀렁거리며 무언가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꿀렁거릴 때마다 늑대의 시체는 점점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다.


‘마기가 줄어들고 있어. 설마 마기를 흡수하는 건가?’


사체에서 마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검은 가시가 스르륵 줄어들더니 다시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한순간에 죽은 거야?”


당황스러워 하는 학생들과 함께 약탈자들의 눈도 흔들렸다.


“우리도 저렇게 될뻔했다고···?”

“그 미친 악마놈이 뭘 가르쳐 준거야!”

“원하시는 게 있다면 뭐든 물어봐 주십쇼.”


지금 쓰러져있는 녀석이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는 두려움은 녀석들은 최대한 협조적으로 바꿔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활용한다.’

“간단해. 마기를 알려준 녀석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우진은 당황했던 기색을 숨긴 채. 약탈자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냈다.


필요한 정보들을 뽑아낸 우진은 박종우에게 말했다.


“어느 정도 정보는 모인 것 같네요. 이곳의 상황 정리를 부탁드릴게요.”

“아, 알겠습니다.”

“형님 같이 가시죠.”


그대로 나온 우진은 김병식과 이유나와 함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덜컥


“혀, 혀, 형님 방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도 몰라 방금 어떻게 된 건지.”


문을 닫자마자 병식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진도 마찬가지로 당황한 채로 인벤토리로 들어간 검은 덩어리를 꺼냈다. 한 줌의 어둠을 뭉쳐낸 것 같이 새까만 검은 구슬이었다.

독사의 송곳니가 부서지고 남은 자리에서 주웠던 검은 덩어리.


[???]


1. 마기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조차 뜨지 않았던 지난번과 다르게 나타난 설명을 읽었다.


“‘마기를 흡수할 수 있다’라···.”


우진이 손가락을 톡 건들이자 마치 물처럼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처음 주웠을 때보다 더 커진 크기는 흡수한 마기때문인 듯 했다.


이 아이템의 정체가 뭐지?


마기를 흡수하는 성질은 마족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강해진다는 설정인 만큼 반대로 빼앗는다면 약해진다.


다만 문제라면

‘여기에 담겨있는 게 뭔지 알 수 없단 말이지···.’


우진으로서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아이템. 이게 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마치 알같네요.”

“알?”


유심히 덩어리를 관찰하던 이유나가 툭 내뱉었다.


“네. 마기를 먹고 자라는 거겠지만 성장한다는 것도 그렇고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기운이 느껴져요. 성장하는 거 아닐까요?”


마력을 다루기 때문인지 마나 감응도가 높아진 이유나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다만 우진이 걱정하는 건 이 안에서 나올 미지의 존재였다. 만에 하나 우진 일행에 위협을 주는 것이라면···.


우진이 고민하는 사이 병식이 말했다.


“까짓거 안에서 괴물이 나와도 형님이 죽일 거 아닙니까?”

“내가 죽인다고?”


고민 따위는 일도 없다는 듯 툭 나온 대답에 우진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도 몬스터들을 상대해왔는데 뭐 다르기야 하겠습니까.”


병식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우진이 피식 웃었다.


“맞아. 고민할 게 없었지. 네 말이 맞다 병식아.”


간단한 이치였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최대한 이용한다. 문제가 생긴다면 검으로 베어낸다.


‘일단 이용하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그러고 보니 여왕도 가져가라고 했고··· 나에게 폭탄을 주지는 않았겠지.’


주춤했던 고민을 머릿속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똑똑


문을 노크하고 들어온 박종우가 우진 일행을 불렀다.


“우진씨. 위치가 어디인지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희는 날이 밝는 대로 가볼까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우진이 검은 덩어리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마족 사냥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포박된 약탈자 중 한 명이 손으로 멀리 있는 폐공장을 가리키며 소곤거렸다.


우진 파티와 학생회 플레이어들은 마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 마족이 있다고? 우릴 속이려는 거 아냐?”


학생 중 한 명이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말입니다.”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실실 웃는 게 동정이라도 살 셈인 듯했다.


“그런데··· 꼭 저희까지 가야 하는 겁니까? 힉!”

“명심해. 너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처우가 달라질거야.”


우진이 활을 들었던 약탈자의 목에 칼을 갖다 대며 노려보았다.


‘살려줄 생각은 없지만, 쓸모 있게 만들려면 당근이 필요하겠지.’


우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나아가는 약탈자들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망할 새끼가 두고 보자. 데려가기만 하면···.’


자기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녀석이 겁을 먹고 죽어버릴 모습을 떠올리며 씨익 웃었다.


‘특히 네놈은 내가 죽여주마.’


약탈자가 김우진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좀전에 단검에 맞았던 어깨가 아직도 욱신거렸다.


‘뒷통수를 칠 생각인가 보군. 저 녀석을 먼저 처리해야겠다.’


우진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로.


그러는 사이에 폐공장 근처의 수풀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보랏빛 피부의 남자가 드럼통 더미 위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족이군. 그것도 하급 마족인가?’


하급 마족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다. 이름만 하급 마족일 뿐이지 마족 자체가 중급 단계쯤인 40레벨에서 겨우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니까.


녀석의 신체는 약탈자들의 것과는 다른 진한 보라색의 탄탄한 신체였다. 거기에 이마 위로 돋아난 두 개의 휘어진 뿔은 게임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뿔 한쪽이 부러진 것.


‘서열싸움에서 진 녀석인가? 그렇다면 생각보다 수월할 수 있겠는데.’


마기를 축적한다는 뿔은 마족에게 있어서는 심장보다 귀한 신체였다. 그런 뿔이 부러졌다는 것은 추방된 마족이란 뜻이기도 했다.


녀석의 도마뱀같은 꼬리가 살랑거리며 뱀처럼 두리번거렸다.


일종의 감지기였다.

저기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으리라.


우진이 마족을 살펴본 사이 박종우가 플레이어들을 모아 다시 한번 계획을 설명했다.


“저와 학생회가 먼저 공격을 하겠습니다. 원거리 특화 플레이어분들이 저희를 지원, 녀석을 향해 공격해주시면 됩니다. 우진씨는 배후에서 녀석을 한숨에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죠. 녀석이 얼마나 센지 모르니 한번에 폭격을 가할겁니다.”


모두가 브리핑에 집중해 고개를 끄덕인 그때 우진은 이변을 감지했다.


“응?”


살랑거리고 있어야 할 꼬리가 어느샌가 멈춰있었다. 무언갈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

“······!”


일행 모두가 숨죽이는 그때. 우진은 녀석의 노란 동공과 시선이 맞부딪히는 걸 느꼈다.


“다들 뒤로 물─”

“이야, 무슨 선물이 이렇게 많지?”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는 쇳소리같은 목소리.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노란 동공을 번뜩인 녀석이 씨익 웃으며 서있었다.


“너네가 데려온 거야?”

“예, 옙 맞습니다. 코울피스님. 저희가 바치는 선물입니다!”

“그으래?”


하급 마족, 코울피스의 질문에 선수 친 약탈자들이 대답했다.

그 말에 놈의 살기가 일대를 포위했다.

녀석의 등장에 한순간에 포로가 된 건 약탈자가 아닌 우리가 되었다.


퍼억


하지만 죽어나간건 다름 아닌 약탈자들이었다. 녀석들의 머리에 구멍이 생겼다.


피가 묻은 주먹을 털면서 코울피스가 혀를 찼다.


“딱 봐도 포로로 잡힌 주제에 나한테 말을 거니 그렇게 되는 거다. 응? 이 마기는 뭐야?”


코를 킁킁거리던 녀석이 우진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녀석의 눈에 담긴 건 살기도 적의도 아닌 호기심이었다.


“너 마기를 쌓았네? 양도 많진 않지만, 순도도 진하고 신참이냐? 저런 반푼이들이랑은 다르네. 내 부하가 될 생각은 없나? 아니. 이름이 뭐지?”

“···김우진.”


녀석은 풀썩 쓰러진 약탈자들의 시체를 가리키며 우진의 이름을 물었다.

오히려 화색하는 녀석의 배경을 떠올리곤 이해했다.


‘녀석은 지금 떠돌이 신세다. 언제 다른 마족한테 공격당할지 모르지.’


그런 와중에 나타난 내가 자신의 편이 되길 바랄 것이다. 나를 부하 삼아서 세력을 만들려는 듯했다.


“그래 김우진. 내 이름은 코울피스다. 이래뵈도 내가 한때 마족중에서 잘나가는 녀석이었거든.”

“······”


손속이 거칠었던 행동에 비해 녀석의 성격은 단순해 보였다.


다만 방금 전까지 토벌 계획을 세우고 있던 공격대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공격해야 하나?’

‘방금 약탈자가 죽은 거 못 봤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눈빛이 오갔다.


“음? 아. 이 버러지들이 문제인가? 죽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아니.”

“왜지?”


한순간에 일행들을 죽여버릴까봐 다급하게 외친 말에 녀석의 목소리에 불만이 담겼다. 자칫하면 여기 있는 모두를 몰살할 것만 같았다.


젠장 나는 몰라도 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는 없다.


“······.”

“왜 대답이 없지?”


심기가 불편해진 듯 얼굴이 씰룩거리는 녀석의 기세가 달라지려는 그때.


콰앙!


큰 충격음과 함께 코울피스가 날아갔다. 동시에 휘날린 먼지가 주위를 감쌌다. 그 먼지 사이로 덩치 큰 누군가가 다가왔다.


“녀석은 우리 화원의 것이다. 네놈은 나중에 손봐주지. 꺼져라, 마족놈.”

“고릴라인가.”

“···화원의 장광호 팀장이다.”


우진의 말에 무뚝뚝하게 대답한 녀석이 노려보았다.


“잘도 숨어다녔군. 부산의 검성인척 속이고 수원에 숨어있었다니.”

‘그걸 아직도 믿었던 건가?’


예전에 했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니. 당황한 우진과 반대로 장광호의 뒤에서 튀어나오는 화원의 부하들이 보였다.


“응?”


쩔그럭거리는 강철 건틀렛을 만지작거린 녀석의 눈이 꿈틀거렸다.


‘건틀렛이 찌그러졌어? 쫒겨난 하급 마족한테?’


저 멀리서 달려온 코울피스가 휘두른 손을 막아냈다.


“키햐아아. 좀 아팠어. 이봐 김우진. 네놈이 날 뒤통수친 거라면 좀 많이 화가 날 거야.”


웃고 있는 녀석의 눈가에서 분노가 보였다.


앞뒤에서 우진을 노리고 오는 상황은 죽음이 양쪽에서 옥죄어 오는 기분이었다.


우진은 이 상항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세력의 구도.


김우진 파티와 코울피스 그리고 화원


이 사이에서 문제없이 헤쳐나갈 방법은?


“코울피스. 내가 준비한 함정이 어떻지?”

“키햐하핫! 역시 네놈이구나! 죽여주마!”


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녀석들을 해치울 수 있다면 그때에야 상대해주지.”

“좋다!”

“뭣···!?”


고개를 끄덕인 코울피스가 손톱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장광호를 향해 휘둘렀다.


답은 이이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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