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최강 최악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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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
작품등록일 :
2022.02.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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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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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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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끈(4)

DUMMY

“삼두구미의 호가호위에는 빈틈이 두 번 있어. 권능을 해체하고 공격하는 동안 저 녀석은 움직이지 못해. 내가 삼두구미에게 접근할게. 두목은 여기서 삼두구미의 반격에 대비해줘.”

“왜? 지금 저 녀석은 무방비 상태잖아? 그냥 멀리서 조져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첫째.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삼두구미가 이 공백을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 둘 리 없어. 둘째. 두목도 몸 좀 챙겨야지. 지금 힘들지 않아?”


나는 깡철이의 목까지 올라온 두드러기를 가리켰다. 신체 대부분이 마마에 감염된 깡철이의 상태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이미 열 번 넘게 악독을 사출한 깡철이의 신력은 앞으로 큰 권능 한, 두 번이면 바닥날 것처럼 보였다.

삼두구미를 공격할 생각에 신이 났던 깡철이는 팔에 오른 두드러기를 박박 긁으면서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부하는 나를 너무 걱정한다니까. 그리고 네가 여우한테 접근한다고 뭐가 달라져?”

“모든 것이 달라지지. 두목, 나 못 믿어?”


나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깡철이는 내 볼을 꼬집고선 능청스럽게 웃었다.


“우리 부하는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눈이 매력인 거 알아?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아줘. 저 여우보다 부하랑 놀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참고로 누구도 죽게 하면 안 돼. 무실점 압승이 목표거든.”

“무실점 압승이라, 듣기 좋은데? 이 두목님만 믿어!”


다섯 머리의 사룡골을 모은 깡철이는 남은 신력을 분배해 삼두구미의 공격을 받아칠 준비에 돌입했다. 한편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챘는지, 죽은 눈 옆에 있던 삼두구미의 머리가 다시 한번 불길한 포효를 내질렀다.


“아우우우우!”


[권능: 혼비백산(魂飛魄散)]

[삼두구미에게 붙잡힌 원혼이 일제히 현현합니다!]


삼두구미의 포효에 하늘에서 끌려 내려온 원혼들이 신력이 약한 순서부터 차례로 현현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먹는 장인, 기괴한 형체의 팔척 귀신, 범의 천적 추이, 식인견 구마, 털로 뒤덮인 괴물 야차, 요사스러운 귀신 그슨대와 그슨새, 질병을 부리는 역신까지. 잡귀들을 해치우는 거야 나한테는 일도 아니었지만, 삼두구미에게는 시간 벌이로는 안성맞춤인 요괴 무리였다.

헤쳐 나가기 힘든 수준의 물량으로 삼두구미를 둘러싼 요괴. 그러나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삼두구미가 내 접근을 위험하다고 인식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다리에 신력을 집중한 나는 요괴의 숲 건너에 있는 삼두구미를 주시했다. 머리는 차가웠고, 심장은 박동을 줄였다.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게, 그러나 폭발적으로.

여우 사냥을 시작한다.


[권능: 맹호출림(猛虎出林)]

[권능: 백호금강(白虎金剛)]


나는 마치 사냥감을 덮치는 한 마리의 포식자처럼 삼두구미를 향해 달려갔다.

잡귀들이 나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강철의 육체를 가진 수호신을 가로막은 요괴는 하나같이 지르밟힐 뿐이었다.


“크아아악!”

“키악! 팔 다음에는 다리냐!”


팔척 귀신의 다리를 분지르며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나의 앞길을 역신이 가로막았다. 신력 덩어리로 신체가 구현된 역신은 자신의 존재를 바쳐 짙은 독 안개를 생성했다.


[권능: 마마(媽媽)]


역신의 모든 신력을 담은 천연두의 안개. 악독에 비하면야 코감기 수준이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폭풍 같은 질주에 잠시 제동을 건 나는 오른팔에 신력을 담아 불꽃을 방출했다.


[권능: 주작극염(朱雀極炎)]


생명을 쫓는 데 특화된 주작의 불꽃이 독 안개 한가운데로 흡수되듯 빨려 들어갔다. 뒤섞은 마마와 극염은 소용돌이가 되어 솟아올라 양쪽 모두 소멸했다. 주작극염을 막아낸 건 예상외였으나 고작 2, 3초의 시간 벌이에 불과한 행동. 자신이 가진 요괴 중 나름 네임드인 마마를 이런 식으로 소비한 삼두구미의 행동에 나는 잠시 의아했다.

하지만 불꽃이 걷히자 내 의문도 잔불과 함께 사라졌다.


“오호라, 잠깐의 시간 벌이로 충분했다?”


반인반수 도철, 인면호 도올, 날개 달린 소 궁기, 얼굴이 없는 괴수 혼돈.

사방신과 동급을 자랑하는 괴수, 사흉수가 형태를 이루었다.


[현현: 사흉수(四凶獸)]


하지만 여우 구슬을 먹어 강해진 삼두구미라도 사흉수 모두에게 신력을 나눠주기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덕분에 사흉수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빈약한 상태였고, 마침 나한테는 빈 껍데기에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은 녀석들이 있었다.


[현현: 사방신(四方神)]


“2차전이다! 거지 깽깽이들아!”


힘찬 함성을 내지르는 주작을 필두로 나선 사방신들은 단박에 사흉수를 밀어붙였다. 주력 요괴와 사흉수까지 발이 묶인 지금, 나는 삼두구미를 향한 하나의 길에 옥빛 비늘을 깔았다.

필요한 것은 길. 육사의 권능이 비늘을 타고 땅을 접었다.


[설화구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걸음에 수백 미터를 넘어온 나는, 아직 신력을 모으는 와중인 삼두구미의 무방비한 틈에 마침내 다다랐다.


“잘 지냈냐?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

“크르르르···.”


분열된 두 개의 얼굴에 달린 네 개의 눈이 나를 응시했다. 신력의 해체는 끝났지만, 흡수가 남은 삼두구미는 침을 흘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걸까?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든 간에 부딪혀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었고, 나는 고민하기보다 행동하기를 택했다.


[권능: 원한포식(怨恨捕食)]


삼두구미의 원한에 반응한 내 신체는 자석처럼 삼두구미에게 팔을 뻗었다.

일단 닿기만 하면 그 이후는 무적에 가까운 권능.

그 권능을 겪은 육사는 사기적인 성능이라면서 혀를 내둘렀지.


“너도 마찬가지냐?”

“크르르르···.”


[권능: 여우불-신기루]


반복적인 울음을 반복한 삼두구미는 희미한 원한의 끄트머리만을 남기고 불씨와 함께 사라졌다. 원한의 신체마저 속이는 완벽한 환상.

마마와 주작극염이 시야를 가린 그때, 삼두구미는 신기루와 자신을 바꿔치기했던 걸까? 하지만 설령 바꿔치기에 성공했다고 해도, 삼두구미의 신력은 신기루가 사라진 지금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삼두구미만이 아니었다. 원혼을 모았던 검은 구름마저 마치 평범한 비구름인양 태평하게 하늘을 떠돌았다.

새벽과 같은 고요에 나는 처음 마을에 발을 들였을 적 느꼈던 위화감을 떠올렸다.

20년 동안 요괴의 신력을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만든 존재. 형체가 없는 자연현상에 가까운 요괴의 존재를 이제서야 알아챘다.


[권능: 무고경주(無故驚走)]


덩치가 얼마나 되는지, 권능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의문투성이의 적. 공간의 신력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무고경주를 해치울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한테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도마뱀이 한 마리 있었다.

내가 막히는 상황을 기다렸던 깡철이가 까불대면서 물었다.


“우리 부하, 호기롭게 돌진하더니 벌써 막혔어? 두목님이 도와줄까?”

“어차피 도와줄 거면 빨리해주쇼.”

“재미없기는. 그렇게 인상 쓰고 살면 인기 없어 얘.”

“네, 네. 태어나서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제 마음을 아주 찢어발겨 주시네요. 알았으니까 빨리 도와주지?”

“꺄핫! 내가 이래서 부하를 좋아한다니까. 반응이 통통 튀잖아.”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독룡.

깡철이는 하늘에 떠 있는 검은 구름의 주도권을 가볍게 탈취해 자신의 악독으로 채워 넣었다.


[권능: 악천후(惡天候)]


“하늘은 용의 영역이다. 잡귀 따위가 감히 넘볼 영역이 아니야.”

“키에에에에엑!”


구름에 숨어있었던 걸까. 핏방울 한 두 방울을 떨어뜨린 구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 무고경주를 잡아먹고 지상의 신력을 돌려놓았다.

돌아온 신력의 기척은 나와 깡철, 그리고 숨어있던 삼두구미의 위치를 확실하게 비춰주었다.


“어디, 권능은 꼭꼭 씹어먹었냐? 천천히 먹지. 체하겠다.”


나와 깡철이를 일직선상에 둔 삼두구미는 아직 충분히 변환시키지 못한 권능의 광선을 입에 문 채 우리를 마주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시야에 잡히는 한 육사의 권능으로 충분히 좁힐 수 있는 거리였다. 삼두구미의 광선은 아직 발사하기에는 모자라 보였고, 드디어 몰아넣었다는 확신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삼두구미의 아가리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아, 왜 울어? 오늘도 친구들이 놀렸어? 미안해. 엄마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삼 년 만에 듣는 그립고도 끔찍한 음성.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엄마?”


.

.

.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저 목소리, 저 말투, 저 기억까지, 요괴 장산범의 능력을 사용한 가짜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지만 내 본능은 몸을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그것은 충격도, 그리움도 아닌 심장을 움켜쥔 사냥꾼의 손아귀에 갇힌 소동물의 본능과도 같았다.

깡철이가 가만히 있는 이유 또한 나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모두가 짊어져야 할 악을 홀로 안고 태어난 내 아가. 아직도 악을 자칭하고 떠돌고 있느냐? 불쌍한 것.”


삼두구미는 그저 권능으로 생성된 단어를 두 개의 겹친 입을 통해 내뱉을 뿐이었다.

자신이 뱉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겠지. 아가리에 있는 빛의 광선을 우리에게 쏠 시간만 벌면 충분하겠지.


“모든 일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그게 네 이름에 담긴 엄마의 바람이란다.”

“나의 탓이다. 너의 악, 너의 독, 너의 죄, 그리고 너의 탄생까지.”


삼두구미가 흉내 낸 말에 신경 쓸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권능으로 생성한 가짜 목소리는 이전에 어머니가 되풀이했던 말을 반복하는 구식 테이프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분노했다.

분노하지 않으면 안 됐다.

마음을 태워 불길에 두려움을 내던지지 않으면 안 됐다.

깡철이와 나는 소리를 내 분노를 표출했다.


“이 개새끼가 누구 흉내를 내!!!!”


아직은 마주하기 힘든, 그립고도 두려운 당신이기에.


[권능: 호가호위(狐假虎威)]

[권능: 악독-살모(惡毒-殺母)]


앞에서는 지금까지 본 어떤 권능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광선이, 뒤에서는 지금까지 본 어떤 권능만큼 거대하고 강력한 독기가 나를 사이에 두고 날아왔다.

압도적인 두 괴물의 권능은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고, 나는 꼼짝없이 두 권능 사이에 갇힌 상태가 됐다.

실로 완벽한 상황이었다.


“아름아! 지금이야!”


아름이에게 내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해줄 시간은 없었다. 깡철이의 변덕이 언제까지 내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었고, 삼두구미를 조금이라도 빨리 제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구미호에게 붙잡혔다가 깨어난 아름이가 본 거라곤 내가 삼두구미에게 달려든 정도가 전부인 상태. 나를 도와주기 위해선 나의 의도를 추론하고, 폭격 같은 두 권능을 빠져나갈 묘안을 도출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나조차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는데, 과연 아름이가 제대로 도와주는 것이 가능할까?


“네!”


[대지가 한아름에 의지에 반응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 아름이의 명쾌한 목소리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태어난 한아름의 눈치와 대응은 나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고 완벽했다.

아름이의 의지에 따라 갈라진 대지는 나를 끌어당긴 뒤 입을 닫아 두 권능의 충격파를 막아냈다.


쿠구구구구구!!!!


여섯 종류의 권능이 섞인 광선과 깡철이가 작정하고 죽일 기세로 날린 악독이 맞부딪친 진동은 가이아의 신력이 담긴 대지마저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악독은 신력을 타고 주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권능. 게다가 여우 구슬로 인해 몸이 안 좋을지도 모르는 아름이를 위해서라도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두 권능의 충격으로 붕괴하는 대지를 감싸면서도, 아름이는 땅속에 있는 나를 딱 알맞은 장소로 옮겨주었다.

삼두구미의 머리 바로 아래.

나는 삼두구미를 향해 튀어 올랐다.


[권능: 상산사세(常山蛇勢)]


땅을 파헤치고 마침내 삼두구미에게 다다랐다.

깡철이와 힘겨루기를 하는 작은 머리와는 다르게 엉겨 붙은 두 머리는 넋이 나간 듯 침을 질질 흘리면서 땅바닥만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었다.

삼두구미의 죽은 머리에 손을 올린 나는 신체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권능: 원한포식(怨恨捕食)]


남은 거라곤 복수심과 지독한 원한밖에 없는 시체처럼 보이는 삼두구미. 신체는 그런 삼두구미의 원한을 마음껏 포식했다.

하지만 원한포식으로 흘러들어오는 기억과 바벨의 전언에 나는 울컥 피를 쏟았다.


[역신의 원한을 흡수했습니다! 마마에 감염되었습니다! 악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팔척 귀신의 원한을 흡수했습니다! 악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원한포식은 일단 대상에 닿으면 절대 멈추지 않는다.

설령 대상이 아무리 멀리 도망치더라도,

설령 대상이 원한이라는 미끼에 악독을 집어넣었더라도,

설령 원한포식의 시전자가 악독에 중독돼 죽음에 가까워지더라도,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못한다.


[권능: 혼연일체(渾然一體)]


요괴를 불러들여 일체화한 삼두구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요괴의 원혼에 악독을 숨겨놓았다.

이건 본능이 아니었다.

불구덩이에 손을 뻗어서라도 칼을 쥐겠다는 갈망과 원한.

삼두구미의 입에서 그녀의 온전한 의지가 새어 나왔다.


“두더지처럼 잘도 기어 왔네. 자칭 최강.”

“말도 안 돼···.”

“제길, 몸만 멀쩡했어도 이딴 광선 진작 조졌는데! 부하야! 괜찮지? 대답해!”


깡철이의 부름에 대답하려던 나를 찍어누른 삼두구미는 네 개의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악독으로 일그러지는 나를 본 삼두구미는 일전에 보였던 거짓 조소를 지었다.


“너는 다르다고 생각했니? 너라면 가느다란 기적의 끈을 붙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자칭 최강이라 떠들어대는 너라면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유감스럽네. 진심이야.”


삼두구미는 죽은 머리에 신력을 모았다. 다른 권능을 흡수한 신력이 아닌, 순수한 본인의 죽음의 신력이었다. 그렇게 강한 권능은 아니었지만, 수십 마리의 요괴와 악독을 흡수한 나를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기적의 끈은 처음부터 신기루나 다름없었는데, 모두가 바보같이 신기루에 손을 뻗고, 허공을 휘저으며 추락해버리지.”


자신의 과거를 비웃은 삼두구미는 죽은 머리를 나에게 들이댔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산 자의 곡소리.

결국은 산 자까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권능: 곡성(哭聲)]


삼두구미는 강했다.

이성을 잃은 척 연기해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는 치밀함. 일부러 허점을 만들어 상대가 파고들기를 기다리는 교활함. 고작 한 번 경험한 원한 포식을 분석해 역으로 나를 죽일 독을 숨겨놓는 대담함까지 모두 갖췄다.

삼두구미는 나와의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쟁취했다.


[권능: 수호의 방패]


단지 그녀가 놓친 부분은, 나만큼이나 강한 존재가 이곳에 셋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그 아이의···.”

“네가 뭘 믿는지는 몰라도, 난 처음부터 실체도 없는 기적의 끈 따위 붙잡을 생각은 없었어. 내가 붙잡는 건 그깟 끈보다 훨씬 강하고, 두꺼운 쇠사슬이야.”


[권능: 생명구호(生命救護)]

[신수호의 생명구호가 악독을 정화합니다!]


강철의 악독을 마치 이불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손쉽게 정화한 신수호의 권능에 삼두구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삼두구미의 절망에 힘을 실어주듯, 여섯 종류의 권능이 담긴 광선을 제압한 악독이 하늘로 치솟았다.


“부하야! 죽은 건 아니지? 죽었으면 대답해!”

“죽었는데 어떻게 대답해 돌대가리야!”

“목소리를 들으니 멀쩡하네!”


[가이아의 뿌리가 삼두구미를 구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삼두구미를 휘감은 나무뿌리가 나를 일으켜주었다.

가이아의 뿌리에 붙잡힌 삼두구미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괴들의 원혼을 먹어 치운 원한포식은 멈추지 않았고, 이윽고 가장 깊은 곳에 다다라 여우의 원한마저 잡아먹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의외로 사람은 믿음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으로도 쉽게 변할 수 있다고. 그리고 믿음이 모여 관성이 되면, 누구도 멈출 수 없게 된다고. 너는 누구도 길동무로 데려가지 못해. 타인은 물론이거니와 하물며 너 자신조차도. 하나밖에 없는 너의 원한은 우리의 관성을 멈추지 못해.”


[원한의 신체가 삼두구미의 원한에 공명합니다!]

[권능: 원한포식(怨恨捕食)]


원한포식은 삼두구미의 원한을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그리고 그곳에 남은 건 삼두구미의 찌꺼기.

원한을 잃어버린 반쪽짜리 영혼.

만신창이 상태의 구미호였다.


“정신 차려. 죗값을 치르려면 한참 멀었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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