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던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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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2.03.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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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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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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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던전 감옥

DUMMY

< 104화. 던전 감옥 >



정보팀장 박찬만은 모니터에 비친 빌런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책임하에 던전에 잡혀있는 빌런을 관리해야 했다.

작전이 있기 전 강태훈 대표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고블린 던전에 빌런들을 잡아 넣자고요?

-그렇죠.

-좋네요. 고블린 소탕도 하고, 놈들 기도 좀 죽이고 말이죠.

-며칠 고생을 하면 정보도 술술 풀어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관리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맡게 된 고블린 던전.

아니, 지금은 감옥이다.


이곳엔 29명의 빌런들이 붙잡혀 있었다.


강태훈 대표가 만든 게이트에 빠져 빌런들은 이곳 고블린 던전으로 함정에 빠지듯 이동한 뒤였다.


***


가끔 100원 던전 중에는 관리하는 업자나 땅 주인이 사망하거나 파산하면서 몬스터 토벌도, 던전 관리도, 안전 점검까지 포기한 던전이 생기곤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던전이 완전히 방치되는 상황이 된다.

경찰이 그런 던전을 발견했을 때는 급하게 시멘트로 막아버렸다.

그편이 사고를 막는 가장 빠른 대처방안이기 때문이다.


조건은 단 하나,

안에서 웨이브가 터져도 시멘트벽을 뚫지 못하는 약체들이 있는 던전일 경우만.


몬스터가 강하다면 바로 게이트를 뚫고 나와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만, 적당히 약하다면 시멘트를 뚫고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관리가 급하지 않다면 시멘트로 대충 덮어버렸다.

운이 좋은 던전은 나름의 생태계가 생기며 별일 없이 움직이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결국엔 몬스터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웨이브가 터지게 되겠지만···.

경찰의 입장에서 시간을 벌기에는 그것만한 것이 없었다.


던전 운영자가 사망하거나 하면 상속이 진행된다.

하지만 누가 문제있는 던전을 받으려 하겠는가?

상속 재산 포기니 절차를 진행하다고 하더라도 행정이나 재판이란 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든 아니었다.


그사이에도 던전의 마물들은 그 수가 늘어날 수 있으니 사고를 막기 위해선 땜질처방이라도 하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유권자의 사망이나 파산 등의 이유로 방치된 던전은 상속 절차가 완료되면 정부가 빠르게 길드에 경매를 올렸다.


그냥 내버려 두면 이렇게 수천 단위의 고블린이 둥지를 틀고 사는 곳이 되어버리니, 보조금까지 지급해주며 던전을 길드에 양도하기 바빴다.


태훈과 어쩌다 길드가 그런 사고 던전을 구입해 각성자 감옥으로 사용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보팀 팀원들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빌런들이 고블린과 싸우는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대표님도 참···, 어떻게 저기에 빌런들을 잡아넣을 생각을 하셨지?”

“완전 딱 맞죠.”

“맞아. 벌레는 벌레로 잡는 법.”

“벌레라고 하지 마라. 빌런이야 벌레가 맞지만, 우리 노량진 던전 고블린 쪼꼬미들이 얼마나 이쁜데···.”

“맞죠. 훈련받은 고블린하고 저놈들은 확실히 다르네요.”

“하긴. 정말 하늘땅 차이지.”


다들 미니언을 고블린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반응이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보팀은 빌런들을 24시간 감시 감독했다.


하루 한 번의 식사.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블린에게 시달리게 하는 강약 조절.

가고일 라이더에게 고블린 몰이를 시키고 배달을 부탁해 놈들을 관리했다.

가고일 라이더가 드나드는 차원의 링은 놈들이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산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난 이런 간수 짓이 내 적성에 맞을 줄은 몰랐어.”

“나도.”


하지만 누군가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쥔 순간

사람은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착각을 하게 되어있다.


곧 그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


1971년에 있었던 스텐포드 교도소 실험이 그 과몰입에 대한 좋은 예였다.


박찬만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보팀 팀원들이 너무 엇나가지 않도록 강하게 관리했다.

음흉하게 웃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엄하게 꾸짖었다.


“착각하지 마라. 들떠 있다가는 저 빌런 새끼들과 똑같은 인성 되는 거야!”

“······앗.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정보팀장인 박찬만은 빌런들이 철저한 관리하에 오래오래 살아있기를 바랬다.

강태훈 대표의 명령도 ‘정보를 빼낼 것.’과 ‘놈들이 최대한 죽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계획을 들었을 때, 그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희생은 있겠지만, 최선의 계획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빌런들은 꾸역꾸역 고블린 웨이브를 버텨가며 지금까지 백을 넘게 잡아내고 있었다.


‘아직은 뜸이 덜 들었단 말이지···.’


삶에 대한 의지.


그것이 가장 확실한 인질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좋은 인질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


저런 놈들에겐 정보를 빼내는 것이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도 어려웠다.

정보를 뱉어내기 보다는 자결을 택하는 경우가 다반사.

고블린 둥지는 그런 놈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고블린과 싸워 이겨낼수록 삶에 대한 의지가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었다.

살고자 하는 그 감정을 이용해 굳게 닫힌 빌런들의 입을 열어내는 것.

그게 지금 이 감옥의 목적이었다.


-절대로 놈들의 입을 열게 만들겠습니다.


살 수 없다는 절망과 살 수 있다는 희망 사이에 그 해답이 있었다.

살고 싶다는 의지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이후 정보를 꿰어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정보팀장 박찬만은 모니터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빌런들을 지켜봤다.


‘아직도 힘이 넘치네···’


며칠 더 힘을 빼놓아야 할 터였다.



***



호텔 [타임 톨게이트]를 잠입해 테러를 주도했던 빌런들은 흑사회 홍콩지부 중에서도 가장 지저분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구룡분파.


옛 홍콩의 빈민가 구룡성채에서 살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지역 각성자들이 모여 만든 지회.


거기에 왕슈란이 이끄는 50명의 각성자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로 활동 중이었다.


그나마 왕슈란이란 힐러가 있어 겨우 다른 지회와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고 있을 뿐.


그 이유 때문에라도 더 지독하게 악행을 저지르던 놈들이 그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마약부터 시작해 인신매매와 각성자 장기 매매까지 못 하는 일이 없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

돈만 주면 사람 죽이는 건 옆집 감 훔쳐먹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모니터를 바라보는 박찬만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중한 모습이었다.



***



“끼에에엑!!”


오늘의 마지막 웨이브, 달려들던 고블린을 빌런들이 겨우 잡아냈다.


“하악. 하악. 하악!”


왕슈란은 다시 숨을 가다듬고 주변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별것도 아닌 놈들이잖아!”

“예!!”


그녀와 함께 살아남아 있는 인원은 29명.


밤낮으로 공격해 오는 고블린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특히, 저 작은 고블린들이 대롱으로 공격하는 독침은 말할 수 없이 지독했다.

살짝만 스쳐도 금방 온몸에 마비가 왔다.


죽지는 않는 약한 독성이지만, 마비만큼은 지독했다.


몇 명만 저 독침에 당하면 전력이 순간 무너져 방어에 차질을 빚었다.

그사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막무가내로 단도를 휘두르는 놈들.

그렇게 당해 중상을 입은 조직원이 벌써 오늘만 여섯이 넘었다.


“치잇!”


어느 정도 마력이 돌아오자 왕슈란은 방금 배에 고블린의 죽창을 맞은 부하에게 다시금 힐을 쏟아냈다.


“크흐흐흑. 죄송합니다.”

“허억! 헉! 헉! ······살아만 있어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머리가 띵하고 울린다.


마력 고갈의 후유증.


더는 마력을 짜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합심해서 이번 웨이브를 막아냈으니 두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으으으. 정말 징글징글하네요.”

“지독한 놈들. 이런 곳에 우릴 가두다니!”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죽인 고블린 시체로 벽을 쌓는다. 알겠지?”

“예···!”


일주일 사이에 거의 삼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죽였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도 고블린은 조금만 날이 어두워지면 틈을 봐서 독침을 날리고 뼈로 된 단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런 놈들을 죽이고 베어 넘기다 보면 어느새 새벽.

그렇게 밤을 보내야 겨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잠깐의 휴식이 지나면 다음 웨이브가 금세 자신을 기다렸다.


“끝이 없네.”

“조금만 버텨, 그 개새끼가 올 시간이니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쪽 하늘 끝에서 가고일 한 마리가 천천히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쿠어어어엉!!”


“끼에에엑!!”

“끼에엑!!”

저 가고일이 저렇게 하늘에서 한 번 휘젓고 돌아다니면 고블린은 그 공포에 정신을 못 차리고 떨다가 도망쳤다.

그러면 5시간 정도는 고블린들이 둥지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천금 같은 시간.


그것만으로도 잠깐 쉴 수 있었다.

마력을 보충해 부하들에게 힐을 넣어줄 수 있다.


하지만 가고일 라이더에게는 감사보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저 개새끼를 내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날아온 가고일 라이더는 아래를 슬쩍 바라보더니 상자 하나를 툭 던지곤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보급 상자다!”

“씨팔! 꼭 저리 멀리 던진다니까!!”


빌런 중 그나마 체력이 남아있던 막내가 달려가 상자를 가져왔다.


“어서 이리 가져와!”


상자를 열자, 그곳엔 500mL 생수병과 커다랗게 뭉쳐진 주먹밥이 살아남은 인원수대로 들어있었다.

그리고 하급 마력석 하나.

마력석으로 서클을 채운 왕슈란이 상처 입은 부하들에게 다가가 힐을 쏴준다.


“으으으. 감사합니다.”


하급 마력석 하나로는 턱도 없는 마력량.

하지만, 이 정도라면 오늘도 부하가 죽진 않을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부하들이 살아있어야 자신도 살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았을 등급의 놈들까지 힐을 넣어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음식 마저 돌려라.”

“예!”


벌컥벌컥.

우걱우걱.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는 식사이니 다들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빴다.


“어?”


뭐 더 먹을 게 없나 상자를 살피던 부하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지부장님!”


물부터 마시고 있던 왕슈란이 두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왜?”

“여기··· 이거 핸드폰인데요?”

“뭐?”


상자에서 나온 것은 2G 구형 폴더폰.


그녀가 핸드폰을 들자마자 전화기가 울린다.

통화버튼을 누르며 왕슈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가 원하는 게 뭐냐?”


차갑고도 나른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웃고 있었다.

각성을 한 이후 자신은 이제껏 빌런으로 살아왔는데···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정말로 빌런 같았다.

그 평범한 아저씨 목소리가 왜인지 섬득하게 들렸다.



***



“던전은 마음에 들어?”


[미친 새끼들! 내가 나가면 너희 모두 죽여버린다!]


‘아직은 기가 안 죽었구만.’


박찬만은 핸드폰을 꺼버리고 다시 모니터 화면에 집중했다.

모니터엔 분통을 터트리는 빌런 수장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팔팔한 걸 보니 고생을 더 해야 할 듯.

며칠 더 고생하면 저 기운도 다 사라질 터였다.


“빌런 새끼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



며칠 후.


잘 숨겨둔 감시카메라에 빌런 왕슈란의 얼굴이 또렷하게 잡혔다.

피곤에 찌들다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

드디어 핸드폰을 들더니 전화를 걸어온다.


박찬만은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떨리듯 들려온 왕슈란의 목소리


[니 썅 야오 썬머?!(원하는 게 뭐냐?)]


무슨 뜻인지는 자신도 알지만, 왠지 욕같이 들렸다.


영어로 답했다.


“Let’s only text!”


홍콩 출신이니 영어는 유창하게 하리라.


이어진 취조는 문자메시지로만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질문은 따로 없었다.


『너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여기에 문자로 적어라.』


그리고 이어서.


『정보의 가치에 따라서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겠다. 지금부터 무상으로 지급되던 보상은 이젠 없어.』


한참을 답문자로 욕이 들어왔지만, 박찬만은 느긋하게 정보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



며칠이 또 지났다.


하루에 한 번 지급해주던 기본 보급 상자도 더는 없었다.


왕슈란은 부르르 떠는 손으로 작성한 문서를 확인한 후 [SEND] 버튼을 눌렀다.


-띠링.


놈들이 요구한 질문에 아는 모든 것들을 적어넣었다.

이번 정보가 제발 제값을 받아내리란 기대···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길 잠시

드디어 관리자에게서 답메일이 도착했다.


『이번 건 꽤 괜찮군. 좋아. 250점이야. 풍성한 저녁이 될 거다.』


그와 함께 가고일 한 마리가 지나가며 보급을 떨궜다.

상자부터가 여러 개.

부하들이 신나게 달려가 상자를 주어왔다.


“와! 코··· 콜라!!”

“치··· 치킨?”

“새···새우 피자?”


허겁지겁.

우걱우걱.


핸드폰을 받은 후, 3일을 굶으며 버티다가 자신의 신상정보와 대충 가짜 정보 몇 개를 적어서 보낸 문자는 총 15점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받은 보급은 500ml 생수 반병과 건빵 16개가 전부였다.


건빵이 한 봉지도 아니고 달랑 16개.


그런 걸 먹고는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그날은 유독 습격하는 고블린이 많아 부하 열둘이 중상을 입었다.


▶이게 우리가 아는 전부야.


『그럼 굶어 죽던지 고블린 고기를 먹으며 버티면 되겠네.』


“으아아아악!!”


그녀가 분노로 몸서리를 쳤다.


『은여우에 대해서 더 떠들어 봐. 그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야.』


흑사회 7간부 중 최고의 지위에 오른 은여우.

구미호로 변신할 수 있는 수인화 능력의 각성자.

왕슈란 자신을 지금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봐 준 구룡지회의 대모였다.


▶좆 까! 이 개새끼야!!


『방금 네 반응으로 오늘 저녁 보급이 날아갔다. 잘 버텨봐. 오늘은 고블린들도 독기가 단단히 올랐으니까.』


“하아. 씨팔!!”


벗어날 방법이 없다.

죽기도 싫다.

부하들도 한계다.

다 죽이고 자살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은 힐러.

저 부하들보다 공격력에서는 재주가 없는 각성자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버티며 지금껏 살아 낸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웠다.


▶모든 걸 말해주면 우릴 살려주나?


『물론이지.』


그녀의 손이 빠르게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욕이,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조직의 모든 비밀을 자판에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



***



광명시, 길드 본부 회의실.

태훈은 놀란 얼굴로 박찬만을 바라봤다.


“놈들이 정보를 모두 불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흑사회 지회의 중간 간부가 알고 있는 정보 전체.

그리고 그 흑사회라는 곳을 이끌고 있는 은여우를 포함한 7명의 각성자.

그들의 정체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박찬만이 생각해도 지회장 수준의 중간간부가 이 정도 알고 있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여기 보시면 ‘흑사’라는 각성자가 25년 전에 사라졌다는 이야길 합니다. 그 이후 은여우가 전체 권력을 장악했고요.”


태훈의 눈에 걸린 것은 25년.


자꾸만 그 ‘25년’이란 숫자가 눈에 밟혔다.


“알겠습니다. 보고서는 따로 확인하도록 하죠.”


박찬만은 다른 보고 내용을 알려왔다.


“그리고 오성 그룹에서 5조 가까운 돈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5조 원이요?”

“네. 이게 재미있는 게 필리핀에 유명한 마력석 광산이 하나 있습니다. 이 광산의 50년 채굴권을 이번에 오성에서 5조 5천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필리핀 현지에서 그쪽 광산 관리 경험이 있는 헌터에게 조사한 바로는 이 광산이 폐광 수준으로 더 이상은 마력석을 생산하지 못하는 죽은 던전이라고 하네요.”

“흠.”

“아마도 흑사회 소유의 광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테러와 연관된 계약금을 우회해서 지급한 것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럼 공격이 더 있을 거라는 이야기네요?”

“아마도 조만간 놈들의 기습이 한 번 더 있을 것으로··· 저희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대비를 단단히 해야겠네요. 비상 근무 체계로 당분간 헌터 전체를 운영하겠습니다. 헌터는 전원 외부 던전 작업 중단하시고 모두 내부 경계 근무 쪽으로 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어쩌다 길드 헌터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때.


기이한 타이밍에 기묘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더 힐러-오리지널] 관객 5,000만 돌파 기념 사인회 (참가 요청)』


“그··· 그러니까 ‘더 힐러’ 관객이 두 달 만에 오천만이 넘었다고요?”

“그렇다는군요.”

“역시 중국은 중국이네요.”

“중국의 흥행 영화들은 1억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요?”


중국 영화 티켓 가격은 20~40위안 수준.


평균 30위안을 잡으면 [더 힐러-오리지널]의 전체 수익은 2,827억5천만 원이었다.

그 15%를 가져오니 424억 가량이 중국 판권 수익.

그것도 아직 중간 집계였다.


두 달이 넘었지만, 흥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힐러빵과 가고일빵, 캐릭터 피규어 상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었으니···.


“흐음. 사인회를 참석해 달라라···.”

“네. 시기상으로는 저희를 초청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만···.”

“시기가 애매하군요.”

“그렇죠.”

“영화판에 있는 그들이 흑사회와 연결되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이 흑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곳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영화판이 아니라 정치판까지 엮여있으니 사인회를 간다면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놈들이 초청 비용으로 내놓은 금액은 500억.


5천만 명분의 판권 수익보다도 높은 금액이었다.

그러니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것.


“금액을 보면 의도가 분명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에 오랜만에 회의에 참석한 감규석이 나섰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보다 가서 잡는 게 훨씬 빠를지도 모릅니다.”

“?”

“여기서 싸우려면 인질과 이용객 안전을 먼저 도모해야 하지만, 거기서 싸운다면 운신하기엔 더 유리할지도 모르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지만, 우리 힐러들이 죄다 호랑이들이니··· ”

“정말 괜찮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우리 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요즘은 헬스 외에도 다양한 격투기와 무술을 배우고 있다고 했던가?

아니 감규석 헌터에게 직접 검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좋습니다. 그 초청. 받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이라···.


오히려 빈집 털이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태훈에겐 빈집 걱정은 없었다.

자신의 차원문이라면 빈집이란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흑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준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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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여우의 기억 +12 22.06.17 2,609 84 12쪽
110 109화. 구미호 +14 22.06.16 2,672 90 15쪽
109 108화. 마무리 +14 22.06.15 2,672 93 14쪽
108 107화. 전투 +13 22.06.15 2,542 84 14쪽
107 106화. 습격 +14 22.06.14 2,685 87 15쪽
106 105화. 출장 +6 22.06.13 2,774 89 17쪽
» 104화. 던전 감옥 +10 22.06.12 2,898 91 19쪽
104 103화. 정리 +6 22.06.11 2,831 89 16쪽
103 102화. 사냥 +14 22.06.10 2,841 100 17쪽
102 101화. 음모 +16 22.06.09 2,839 96 14쪽
101 100화. 덫 +18 22.06.08 2,943 102 16쪽
100 99화. 재개봉 +16 22.06.07 2,944 95 15쪽
99 98화. 5분 숙박 +16 22.06.06 3,010 92 17쪽
98 97화. 재개장 +20 22.06.05 3,044 94 14쪽
97 96화. 압력 +10 22.06.04 3,089 93 13쪽
96 95화. 탐색 +8 22.06.03 3,134 95 15쪽
95 94화. 경매 +12 22.06.02 3,252 106 14쪽
94 93화. 회상 +10 22.06.01 3,204 103 13쪽
93 92화. 강연 +8 22.05.31 3,305 100 16쪽
92 91화. 전설 +10 22.05.30 3,348 104 14쪽
91 90화. 행사 +10 22.05.29 3,468 107 15쪽
90 89화. 포섭 +10 22.05.28 3,531 116 14쪽
89 88화. 발표 +10 22.05.27 3,591 114 15쪽
88 87화. 사과 +14 22.05.26 3,757 111 14쪽
87 86화. 낙찰 +4 22.05.25 3,620 117 14쪽
86 85화. 경매 +6 22.05.24 3,672 107 13쪽
85 84화. 던전 인수 +10 22.05.23 3,785 108 13쪽
84 83화. 합의 +12 22.05.22 3,894 117 14쪽
83 82화. 수습 +13 22.05.21 3,896 110 16쪽
82 81화. 구조 +6 22.05.20 3,901 109 14쪽
81 80화. 입주 +10 22.05.19 4,073 114 14쪽
80 79화. 공고 +9 22.05.18 4,202 118 13쪽
79 78화. 최적지 +8 22.05.17 4,209 125 12쪽
78 77화. 토벌 +10 22.05.16 4,399 126 14쪽
77 76화. 광마 +4 22.05.15 4,534 122 12쪽
76 75화. 그게 가능할까요? +10 22.05.14 4,600 132 11쪽
75 74화. 출장 +18 22.05.13 4,639 137 17쪽
74 73화. 공사 +9 22.05.12 4,853 116 12쪽
73 72화. 복귀 +18 22.05.11 4,992 147 14쪽
72 71화. 와류 +10 22.05.10 5,127 125 14쪽
71 70화. 실험. +8 22.05.09 5,300 123 13쪽
70 69화. 스노우 볼 +8 22.05.08 5,485 132 13쪽
69 68화. 누가 죽어? +14 22.05.07 5,522 133 13쪽
68 67화. 통화 가능하십니까? +6 22.05.06 5,619 139 13쪽
67 66화. 이걸 판다고? +17 22.05.05 5,699 142 13쪽
66 65화. 광고 계약 +21 22.05.04 5,760 148 13쪽
65 64화. [더 힐러] +20 22.05.03 6,004 144 12쪽
64 63화. 각 성 +10 22.05.02 6,247 1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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