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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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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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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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배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누, 누구냐?”


뒤를 돌아보니 산언덕 아래에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바람과 같이 달려오는 자를 보며 너무 놀라 눈앞에 올 때까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너, 너는 누구냐?”


숨을 고른 료우타가 장수를 노려보았다.


“미치유키! 네놈을 할복하게 놔둘 수 없다!”


깃발을 확인하자 구루시마 미치후사라고 확신하여 얼굴이 긁히는 줄도 모르고 달려왔지만, 그의 형인 미치유키였다.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조, 조선인이냐? 아니면, ······나를 아는 것을 보니, 일본 병사 같은데, 어디 소속의 누구냐?”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구나. 왜? 일본 병사이길 바라는가? 살고 싶어서? ······정 궁금하다면 알려 주지. 나는 다카도라의 특수부대 소속 료우타라고 한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네놈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빼앗긴 조선인 즉, 무솔이다.”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버지와 어머니라니?”


“자세히 보거라. 내가 누군지.”


머리에 쓴 삿갓을 벗었다.


“어······? 헉, 네, 네놈은······!”


“후후, 그렇다. 나고야에서, 내가 너의 형인지 동생인지를 죽인 자다.”


기가 막혔다.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관백 히데츠구를 들먹이며 변명한 자가 아닌가?


“젠장! 그때 네놈을 알아보고 죽였어야 하는 건데.”


덜커덕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낀 미치유키가 료우타를 노려보았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겠지. 미치후사가 아닌 것이 아쉽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수! 처참하게 죽여주마!”


미치유키가 살기를 포기했는지 료우타 아니 무솔을 바라보더니 무덤덤하게 눈을 감았다.


“죽여라! 어차피 할복으로 죽으나 네놈의 칼에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다만 네 동생이 불쌍하구나!”


“무, 무슨 소리냐? 동생이라니?”


“하하하, 으하하하!”


미치유키가 미친 듯이 웃었다.


동생이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웃음 뒤 입을 꽉 다문 미치유키에게서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미치유키의 목에 줄을 묶고는 근처 소나무에 메 달았다.


"지, 지금 무엇을 하려느냐? 어서 죽여라?"


발악하는 미치유키를 발이 땅에 겨우 닿을 수 있을 만큼 줄을 당겨 묶었다.


“이놈, 무사를 이렇게 대하는 것이 어디 있다느냐? 어서 죽여라.”


“무사라고? 무사라는 놈들이 왜구가 되어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고 포로로 잡아 와 노예처럼 부리느냐?”


미치유키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황당하여 그의 배에 꽂혀 있는 단검을 비틀었다.


비명을 참으려 미치유키가 입술을 깨물었는지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네놈의 동생도 이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니, 네놈들의 가족들도 나와 같은 아픔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미치유키가 고통을 참으며 째려보았다.


“이런, 그래도 무사랍시고······. 네놈이 진정한 무사였다면 대결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 같은 놈들은 무사라고 할 수 없다. 버러지 같은 놈들.”


심한 모욕감을 느낀 미치유키가 뭐라 뭐라 고함을 지르며 눈에 불을 켜고는 쳐다봤다.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옷 일부를 칼로 잘라 미치유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는 되돌아 앞으로 걸어갔다.


스무 보를 걸어간 다음 돌아섰다.


미치유키가 걸어가는 료우타를 보며 공포에 빠져들었다.


죽지 못하고 수치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한참을 그를 보던 료우타가 활을 미치유키에게 겨누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분명 자신은 조선인이다.


부모님의 원수이며, 조선 땅을 유린한 자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비록 새 생명은 섬사람들에 의한 것이지만 가슴으로부터 뜨겁게 밀려 올라오는 것은 조선 무사의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팽팽하게 울고 있는 화살을 손에서 놓았다.


소나무에 묶여 료우타의 행동을 지켜보다 자신을 향해 화살이 겨누어지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말 이번에는 죽는다는 생각에 살짝 공포가 밀려왔지만, 일본 무사가 아닌가?


담담히 눈을 감고 기다렸다.


활을 떠난 화살이 미치유키를 향해 빛과 같이 날아갔다.


화살이 소나무에 꽂히는 소리가 조용한 해변에 울렸다.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리려 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원수 앞에서 눈물을 참으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하늘이 시리도록 맑았다.


눈을 떤 미치유키가 자기 몸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자신이 찌른 배에 단검이 그대로 꽂혀 있고 그곳에서 흘러내린 피가 하반신 여기저기에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다.


화살이 자기 머리 위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료우타를 쳐다보았다.


미치유키가 료우타를 향해 뭐라고 말을 했지만, 입안에 가득 채워진 헝겊으로 인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새어 나왔다.


“네놈을 쉽게 죽이면 안 되지. 고통이 무엇인지, 공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


료우타가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이 칼은 부모님의 원수와 조선 백성의 한을 대신하는 것이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료우타가 칼을 비스듬히 들고 미치유키를 향해 달려갔다.


할복을 하려 한 자의 담담함은 온데간데없고, 아직 목숨이 살아 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미치유키가 달려오는 료우타를 보며 눈이 동그래져서는 몸부림을 쳤다.


“무사를 이렇게 대우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미치유키의 말은 입안에서 섞이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헝겊 사이로 새어 나왔다.


힘차게 달려와 미치유키를 향해 날아올랐다가 칼을 휘두르고는 소나무를 발로 딛고 땅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무엇인가 툭 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칼을 칼집에 넣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해안가 여기저기 부서진 배들과 시체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언제 전투가 일어났나 싶을정도로 바닷가가 조용했다.


아니 널브러진 시체들 주위로 갈매기와 이름 모를 새들이 먹이 싸움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미치유키를 돌아보고는 삿갓을 눌러 쓰고 내려온 산으로 향했다.


산 아래쯤 갔을 무렵 땅바닥에 처박혔던 미치유키의 몸이 꿈틀거렸다.


미치유키가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 당황스러운 듯 몸 곳곳을 살펴보다 땅에 떨어진 자신의 촌마케(상투)를 보고는 심한 수치감으로 울부짖었다.


멀리 사라져 가는 료우타를 보며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사람의 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 물론 핑계다. 쉽게 죽으면 안 되지. 고통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고통으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네놈이 운이 좋다면 살 것이고 운이 없다면, 짐승의 먹이가 되겠지. 이게 나의 복수며 벌이다.’


일본 수군은 이 순신의 2차 출동에 수많은 사상자와 군함의 손실을 입었다.


사천과 당포, 그리고 당항포와 율포에서 오천여 명의 사상자와 전선 오십여 척을 잃어 버렸다.


일본 수군은 이 순신의 이름만 나와도 벌벌 떨었다.


전라도를 거쳐 한성으로 올라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안골포와 부산포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안골포의 수군 사령부뿐만 아니라 부산포의 사령부는 수군의 거듭된 패전에 분노와 절망 속에서 그 어떤 대책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속절없이 보냈다.


나고야에서 일본 육군의 승전보를 만끽하며, 다도회를 열고 있던 히데요시에게 일본 수군의 패전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부산포에서 전령으로 온 병사는 히데요시의 분노에 벌벌 떨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바보 같은 놈들, 진작 할복을 시켰어야 하는 건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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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6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69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7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1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69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8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0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4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1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6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5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4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1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2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0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8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3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2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1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8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58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2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3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1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5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5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59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6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59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4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4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8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5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4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5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3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3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2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3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8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1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4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2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1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0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7 0 9쪽
104 살동이 22.06.30 69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1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69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4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3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4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6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6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3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7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4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0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7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69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6 0 10쪽
» 거북배 22.06.21 65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58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59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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