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덤으로 납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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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가람
작품등록일 :
2022.04.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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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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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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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마법입문(3)

DUMMY

“로렌, 나 죽을 것 같아.”


로렌은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다.


“힘내요! 오늘만 넘기면 주말이잖아요.”

“너희는 주말에 안 쉬잖아 미친놈들아.”

“아니 형이 게으른 거 아니에요? 그러다 마탑에서 쫓겨나면 어쩌려고요?”

“그냥 욕을 해라.”


마탑에 온지 벌 써 세 달째.


나는 에단의 실험에 갈려 나가는 불쌍한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연구실에서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로렌과 그리스몬은 나와 편히 말 할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에단의 마각도 그 때 드러났다.


정식 마법사는 자율이라고? 완전히 개소리였다. 자율이라는 말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출퇴근이 없는 기적의 일터. 그곳이 바로 에단의 연구실이었다.


이 마굴에 적응한 마귀 두 마리가 바로 로렌과 그리스몬이었다.


공부하라며 슬쩍슬쩍 던지는 책들.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끝나지 않는 에단의 강의. 그리고 실험, 실험, 실험···


이 빌어먹을 연구실은 실험이 끝나지 않았다.


내 몸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본격적으로 마법을 쓰기 시작하자 산더미 같은 일들이 주어졌다.

마력을 불어넣고, 마법을 쓰고, 실험을 하고, 일지를 쓰고, 분석 보고서를 쓰고. 에단에게 혼나고.

기적의 사이클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그나마 나는 로렌과 그리스몬 같은 미친놈은 아니었기에 잠은 집에 가서 잤다.


날로 초췌해 지는 내 모습에 레이튼과 신디아가 걱정했다.


아, 신디아. 주말마다 만나는 그녀의 물리치료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서준이가 요정의 땅으로 가기 전에 같이 보기로 한 날이었다.


“나 오늘은 먼저 간다.”

“오늘도 신디아씨 만나러 가요?”

“그래.”

“와 진짜. 대체 형 같은 남자를 신디아씨가 왜 만나는 거지?”


나는 로렌의 말에 발끈했다.


“아니 내가 뭐 어때서?”

“어떻긴요. 솔직히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 형이 돈이 많아, 얼굴이 잘생겼어, 집안이 좋아. 그냥 다 평범하잖아요. 진짜 최면 마법이라도 개발한 거 아니야? 그거 범죄에요.”

“쯧쯧, 로렌. 네가 그러니까 애인이 없는 거야. 형은 네가 모르는 매력이 있단다.”

“아 재수 없어. 그냥 빨리 가요.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누구보고 애인이 없데.”


나는 로렌의 말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주며 밖으로 나왔다. 이 환상적인 손가락은 여기서도 통하는 욕설이었다.


로렌은 내게 물방울 마법을 날렸지만, 염동력으로 가볍게 낚아채 바닥에 뿌렸다.


“청소 열심히 해!”

“악! 진짜!”


저번 달인가, 내 생활을 들은 신디아가 연구실 로렌과 그리스몬을 초대했고, 그 날 신디아를 본 로렌은 대뜸 내게 최면 마법이라도 배웠냐고 물어봤다.

동생의 건방진 말에 번개를 날려줬지만 로렌의 마법실력은 나보다 윗줄이었다.

번개 마법이 막히고 도리어 물폭탄을 맞아 흠뻑 젖은 내 모습을 보며 신디아가 깔깔 거렸지.


오늘은 서준이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신디아는 진짜 용사인 서준이에게 관심이 많았다. 솔직히 그 관심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했다.


내가 호수의 노래로 갔을 때, 서준이는 이미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서준이의 모습은 내 기억과 달랐는데, 엄청나게 잘생겨졌다.

원래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너 누구야?”

“장난치지 마. 오랜만에 보니까 친구 얼굴도 까먹었냐?”

“그게 아니라, 너 진짜 생긴 게 아예 달라졌는데?”


서준이는 내 말에 씩 웃었다.


“내 능력중 하나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한 거라던데?”


나는 서준이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무슨 개사기 능력이기에 자연성형까지 되는 거지?


“아니 씨. 말이 되냐 그게?”

“나도 몰라.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거지. 그냥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날 보니까 이렇게 돼 있던데?”


세상 불공평하네. 나는 키도 안 크는데.


“야 됐고, 빨리 들어가자. 나 혼자 여기 있으니까 다들 쳐다보더라.”

“지금 네 얼굴 보면 다 쳐다보게 돼 있어. 일단 들어가자.”


서준이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 내 지정석 비슷한 자리가 된 곳으로 가서 앉았다.


무대에서 세 번째 줄 정도 떨어진 자리. 나는 이 자리가 신디아의 목소리를 듣기에 가장 좋았다.


메뉴판을 본 서준이는 정신 나간 가격에 당황했지만, 나는 다가온 직원을 향해 평소처럼 말했다.


“항상 먹던 걸로 줘요. 서준이 것 까지 2인분으로.”

“예. 알겠습니다. 손님.”


서준이는 내 모습에 놀랐다.


“여기 자주와? 너 무슨 주식이라도 했냐? 돈이 어디서 난거야?”


나는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 했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 나는 공짜다.


“다 방법이 있지. 그보다 이제 곧 시작할거야.”


신디아가 위층에서 무대로 내려왔고, 서준이는 신디아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신디아가 좀, 아니 많이 예쁘지.


그리고 신디아의 노래가 시작되자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와 진짜 끝내준다. 나 이런 목소리 처음 들어봐. 소름 돋는데?”

“그렇지?”

“이런 데를 알면 진작 말했어야지. 너 혼자 다녔냐?”


서준이의 투정엔 진심이 섞여있었다. 확실히 신디아의 노래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어? 저 사람 이쪽으로 오는데?”


서준이는 신디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디아는 서준이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케이. 이 사람이 용사님이야?”

“어, 내 친구인 서준이야. 이곳 이름은 에르빈이고.”


신디아는 내 소개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에르빈.”


서준이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어, 네. 네. 반갑습니다.”

“케이의 친구라고 들어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여기 있지 말고 자리를 옮길까요?”

“응. 개인실로 가자.”


나는 자연스럽게 신디아를 에스코트했고, 서준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야 빨리 와.”


첫날 그랬던 것 처럼 정신을 놓고 개인실에 온 서준이는 자리에 앉기 전 내게 속삭였다.


“야 제대로 설명해라. 뭔데 이거?”


나는 신디아의 옆에 앉아 서준이를 보며 샌더의 일부터 이야기했다. 서준이는 내 말을 듣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넌 왜 가만있어도 미녀가 쏟아 지냐? 네 하녀도 엄청 예쁘잖아. 근데 왜 더 미인이랑 만나는데? 진짜 불공평하네.”

“네 얼굴로 그런 말 하면 재수 없어.”

“뭐래. 요즘은 맨날 수련한다고 누굴 만날 시간도 없어. 오늘도 간신히 나온 거란 말이야.”


서준이가 투덜거리는 것을 들은 신디아가 여우같은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는 절로 시선이 빨아들였다.


“용사님이 옆자리가 허전하네요. 제가 파트너라도 한명 불러 드릴까요?”

“예? 아니. 괜찮습니다.”


서준이의 거절에 신디아는 더 권하지 않고 술을 한잔씩 따라 주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도수 높은 과일주였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풀렸고,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시간동안 이곳에서 겪었던 일들과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 하거나 내가 배운 마법같은 것을 보여주며 놀았다.


나와 신디아의 관계를 볼 때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서준이는 정작 내 조악한 마법을 보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 진짜. 나도 그런 거 배우고 싶다. 기사수련은 하나도 재미없어.”


예전에도 부럽다는 말을 하기에 그냥 입 발린 말인 줄 알았는데, 서준이는 중증 마법빠였다.


“내가 처음 용사니 뭐니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세리엘한테 용사도 마법 같은 거 배울 수 있냐고 물었거든? 그 때 세리엘이 완전 정색하면서 마법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아냐?”


서준이는 마법 못 쓰는 용사에 불만이 많았다.


이후에 마치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내게 끝임 없이 마법을 쓰라고 종용했고, 마력이 바닥나서 허덕일 때 까지 서준이의 온갖 상상력을 채워줘야 했다.


거의 두 시간 넘게 마법 포켓몬 행세를 하고 나서야 트레이너 서준은 만족했고, 그 사이 신디아가 술에 취해 눈이 풀려 해롱대는 것을 보고 모임을 파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재밌었다. 술도 맛있었고. 다음에는 내가 자리를 마련 해 볼게. 신디아씨도 다음에 같이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수한이 너는 다음에 볼 때까지 마법수련 열심히 해.”

“그래그래. 내 재능이 이거 밖에 안돼서 미안하다.”


서준이는 내 말에 기분 좋은 얼굴로 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서준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자 신디아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눈빛이 또렷해졌다.


“어? 신디아 안취했어?”

“내가 가만있었으면 밤새도록 번개나 뿜어대고 있었을 걸? 고마워해야지.”


신디아는 나보다 서준이를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용사님은 내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른 사람이네.”

“그래? 어떻게 생각했길래?”

“그냥. 진중하고, 근엄하고, 뭐 그런 이미지?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케이랑 별 차이 없네.”


나는 신디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준이 정도면 충분히 진중하지 않나?


“뭐, 됐어. 동화 속 용사님이랑 다르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해. 그나저나 케이. 가게 밖까지 나온 김에 그냥 너희 집에 갈까?”

“내 집에?”

“응. 여기서 멀지 않잖아. 그런데 한 번도 가본적은 없으니까”


항상 가게를 찾으면 신디아의 개인실에서 지내다보니 집에 갈 일이 없긴 했다.


“그래. 그러자.”


팔짱을 낀 채 생각 없이 걷다보니, 하이힐을 신은 신디아가 통증을 호소했다. 그래서 신디아를 업고 갔는데, 그녀는 의외로 이것을 좋아했다.


“음. 색다른 기분이야. 앞으로 자주 업어줘 케이.”

“신디아가 원하면 하루 종일 업어 줄 수도 있지.”

“아하하! 농담도 참.”


‘진짠데.’


이 육체로는 신디아를 하루 종일 업고 다녀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신디아는 내 말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농담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 하니 레이튼과 캐시는 이미 잠 들었는지 조용했다.


우리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향했다.


나와 신디아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침대로 몸을 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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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 호수의 밑바닥(2) 22.05.25 79 3 9쪽
43 043. 호수의 밑바닥(1) 22.05.24 8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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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039. 세르하(1) 22.05.20 83 6 10쪽
38 038. 인어퇴치 22.05.19 92 5 10쪽
37 037. 마법경연(3) 22.05.18 85 4 13쪽
36 036. 마법경연(2) 22.05.18 90 5 9쪽
35 035. 마법경연(1) +2 22.05.17 89 6 9쪽
34 034. 겨울 호수(3) 22.05.16 95 5 9쪽
33 033. 겨울 호수(2) 22.05.16 93 5 10쪽
32 032. 겨울 호수(1) 22.05.15 102 6 10쪽
31 031. 플라이스의 제니아 22.05.14 10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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