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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풀
작품등록일 :
2022.05.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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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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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의 피기까지는” 시를 읽고 -수필-

DUMMY

김영랑 시인의 생가를 가보았다. 초가집이지만 상당히 큰 집이었다. 뒷산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넓은 앞마당을 넘어 광활한 땅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시를 새긴 시비(詩碑)가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봄을 기다릴 테요. 삼백육심일 한 해는 가고 모란이 피기 까지는 봄을 기다릴테요.


김영랑 시인(본명 김윤식)의 시를 축약했다. 그저 모란꽃, 빨갛고 하얀 커다란꽃을 너무나 보고 싶은 김윤식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반복되는 한 해 한 해, 그는 모란을 기다린다. 모란은 봄이었고 보람이었다.


그는 너무 슬펐다. 삼일 만세운동을 준비하기 위해 독립선언문을 구하여 인쇄하고 태극기를 그렸다. 하지만 일본인 학생에 의해 순사에게 붙잡혀 갔다. 징역 6개월을 보내고 학생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되었다. 하지만, 시문학을 창간하고 시를 써갔다. 그 시는 독립을 위한 노래도 있었으나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시는 독립을 위한 노래이기보다 자신을 달래는 시이다.


그의 시가 아름답다. 존칭을 쓰며 여성스럽기도하고 잘 읽혀진다. 그러기에 그는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견디고 견디며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신사참배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아름답다. 그 가운데에서 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달랜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작금의 세상은 불안하기도 하다. 항상 그런 날만 있지 않을 터인데 요즘은 걱정하는 날이 편한 날보다 많아지고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난다.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걸 모르고 시가 행렬을 한 임금은 온 갖 헛소리를 했다. 그가 벗었다고 백성이 말하는 데 벗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벗었다고 말한 백성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벌거벗은 채 다른 임금들을 만나려고 하자 번번히 실패한다.


백성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져 간다. 환율은 치솟하 올라간다. 거기에 나라의 무역적자는 4개월동안 지속되었다. 물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식자재 비용이 점점 늘어간다. 앞으로 전기세와 가스값이 올라갈 거라가 백성들은 힘들다 아우성이다.적대시하는 북쪽 나라 임금은 벌거벗은 임금과 상대하지 않고 만만히 보며 무력을 과시한다. 벌거벗은 임금은 관심이 없다.


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기대감 보다는 상실감이 큰 이 시기에 더욱 내 맘에 김영랑의 시가 내 마음에 닿는다. “모란의 피기까지는” 시는 찬란한 차디찬 봄을 기다린다고 했다. 찬란하지만 봄에도 차디찬 시기가 있다. 하지만 김영랑 시인은 그럼에도 기다린다. 그 짧은 기간에도 걱정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상실감 없는 기간, 모란꽃이 핀 기간을 기다린다.


나도 역설적으로 생각해 본다. 힘든 나날이 계속되어가지만 봄을 생각한다. 모란이 피고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나뭇가지에 움이 돋아나는 봄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웃음이 나오고 마음의 평안함이 내 마음에 봄처럼 왔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든, 어떻게 지내든 나는 모란이 피길 기다려야 겠다. 그래 그렇게 살자. 한밤중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껌껌한 어둠 속에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그렇게 살자. 짧지만 내 삶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겠다.


때마침 누나에게 카톡으로 조카가 낳은 아들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귀여운 아기의 모습이 내 입가를 올려 주었다. 그 짧은 순간에 즐거움은 또 다시 반복되리라. 모란이 피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읍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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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의 피기까지는” 시를 읽고 -수필- 22.09.28 21 0 4쪽
15 거시기 - 시 - 22.09.16 22 0 1쪽
14 치유의 섬, 대죽도에서 문향을 -수필- 22.08.31 16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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