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검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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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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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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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15화 광인



파직 파지직


‘뭐지 전류가 흐르는 듯...’


한층 마음을 덜고 달리던 팽호사가 등 뒤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크윽 크헉”


뒤에 업힌 설후가 정신을 잃고 비명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불길한 것은 그 조짐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부대주, 조금만 참으시오. 이제 곧 숲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오.”


‘공동파도 곧 도착할거란 말이오.’


불안해진 마음을 다잡으면 팽호사가 계속 해서 부대원들이 있는 황하석림의 맞은편을 향해 달려나갔다.


한편 대주 왕치상 숲의 끝자락에 도달하여 어깨 관통상의 치료를 마친 후였다.


“마태와 적칠은 300장 앞에서 경계를 서거라!”


“예 대주.”


“나는 내상을 다스릴테니 호법을 서거라.”


왕치상이 그리 말하고 절벽 쪽에가서 가부좌를 틀었다.


사실 황하석림 맞은편은 바로 절벽이라서 도망칠 곳도 없었다.


왕치상은 내상을 최대한 다스리며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지직 파직


팽호사는 절벽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으나 설후의 뇌전기가 폭주하자 더 이상 살을 맞대고 있을 수 없었다.


설후를 내려놓고 진기를 도인하려 하였지만 그 강맹한 기운을 감히 팽호사가 다스릴 수 없었다.


설후의 눈 흰자 위가 까뒤집어지며 신음했다.


“크헉 크허헉”


짜악


팽호사가 뺨을 두어 차례 때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벌써 마기가 느껴지는 것이 이제 마교인들이 곧 도착할 듯 보였다.


“부대주, 어서 정신을 차리시오. 적들이 지근 거리에 도착했소이다.”



이윽고 적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 패잔병들이 있다 쳐 죽여라.”


한 마인이 소리치자 인원들이 몰려들었다.


찰나지간에 모인 인원만 10여명. 그들이 팽호사와 설후에게 온갖 공격을 쏟아내았다.


팽호사의 실력이야 고작 기마대원 한 두명을 상대하는 실력


모여진 장력과 온갖 검력을 도기로 쳐내던 팽호사가 튕겨져 나갔다.


팽호사는 튕겨나가며 그대로 혼절을 하였다.


이제 남겨진 설후는 그저 먹잇감이었다.


아까는 설후의 그 패도적인 검력에 놀란 마인들이었지만 지금 설후는 무방비 상태로 보였다.


앞선 조장으로 보이는 마인이 설후에게 장력을 내질렀다.


“커억”


설후가 피를 토해내었다.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으나 외부적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뭐지?’


마인은 적잖히 당황을 하였다. 일류마인인 자신의 장력이라면 무방비 상태의 무인을 곤죽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완전히 궁지에 몰린 설후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안광에서도 뇌전이 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 움직임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다.


설후의 몸이 완전히 일으켜졌을 때 마인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설후는 가만히 있었으나 그의 발이 땅에서 1촌가량 떨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공할 반발력이 설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듯 했다.



갑작스런 큰 깨달음은 무인의 신체를 파괴시킬 수 있다 하였던가.


지금 설후의 상태가 그러했다.


약관의 나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그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족이 몰살당하며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그였다. 수련을 거듭하며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아니하였고,


결국 가추만과의 전투에서 가추만을 패퇴시키는데는 성공하였지만, 바닥까지 끌어쓴 내공과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무공으로 인해 육체의 통제를 잃게 되었다.


뇌전공의 강맹한 기운이 설후의 몸을 지배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간신히 그 반발력을 억누르고 있던 설후가 마인의 공격으로 인해 정신의 끈을 완전히 놓게 되자


뇌신의 기운이 설후의 몸을 그대로 감싸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게 되었다.


파직 파지지직 파직


마인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이 현상이 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모두 공격을 퍼부어라!”


선두에 선 마인이 외치자 반원형으로 둘러싼 마인들이 설후에게 마기를 폭사시켰다.


쿠궁 쿠구구궁


그 장면은 촌부가 봤다면 장관이라 여겼을 만큼 패도적이었다.


각기 다른 마공을 익힌 그들이 도와 검, 손으로 뿌려대는 강맹한 기운이 설후를 향해 터져나갔고 흙먼지가 뿌옇게 올라왔다.


잠시간의 정적


마인들을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뭐지?’


선두의 마인이 먼저 놀랐다.


흙먼지가 걷히는데 앞에 설후의 그림자가 서 있는 채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내 설후의 신형이 보이자 모두 침을 조용히 삼켰다.


꿀꺽


설후가 한 손을 들고 있는 채였다.


보아하니 그 공격들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낸 듯 보였다.


이지를 상실한 설후의 몸에 뇌전이 더욱 튀었고 그 기운이 몸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앞에선 마인들은 피부가 따끔거리는 듯 했고 뇌기가 만들어낸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어놓았지만 그 시원한 바람에도 등 뒤에 땀이 흐르는 긴장감을 느꼈다.


시간이 멈춘 듯하였고 순간 설후의 기운이 잠잠해진다 싶던 그 순간.


파앗




설후가 사라지더니 마인들이 서 있던 한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거기에 설후가 서 있었고 세 명 정도로 보이는 마인들의 시신이 땅에 짖이겨져 있었다.


“모두 쳐라. 녀석은 정상이 아니야! 죽여!”


당황한 마인이 소리쳤다.


마인들이 일제히 설후에게 달려들며 마기를 듬뿍담아 일격을 내질렀다.


어차피 한번에 모두 설후를 공격할 수는 없으니 강맹한 공격을 순차적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펑 퍼펑 펑


그러한 공격들을 막고 때론 파리를 쫒아내듯 튕겨내던 설후가 따분하단 표정을 지었고, 공격한 마인들의 뒤를 잡아 빠르게 따라붙었다.


주변에서 여전히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그것을 도외시 한 채 한명 한명 따라붙어서 일격에 적들을 도륙내고 있었다.


‘아니 명문대파 장문인이라 할지라도 저런 무위가 과연 가능할까?’

우두머리 마인 정교의 생각이었다.


지금 설후의 모습은 마치 그들이 꿈에서나 꿈꾸던 막강한 마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실제로 설후는 광인이 되어있었다.


다만 이것은 정상적인 힘이 아니기에 댓가가 따를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그 뇌전의 힘은 설후의 세포를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세포에 깃든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그 힘은 선천지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다.


힘을 다 쓴다면 육신이 완전히 망가져서 절명할 것이 분명했다.




벌써 이다경의 시간이 흘렀다.


주변에 마인들의 시신만 40여구가 넘었고 설후와 전투를 벌이는 마인도 수십이었다.


이미 설후의 육체는 만신창이였지만 그 기운은 전처럼 강맹하기 그지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마인들의 눈에도 어느새 공포가 깃들어있었다.


겁을 집어먹은 마인 한명이 뒤를 돌아빠르게 도주하였다. 그러나 설후의 신속이 그보다 잽쌌다.




그 마인은 뒤통수가 터진 채 죽었지만 그 자의 움직임은 마인들의 전의를 상실케 하였다.



“으악”


“살려줘!”


마인들이 하나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설후는 그들을 쫓으며 살육을 전개하고 있었다.


어떤 초식도 무공도 필요없었다. 양손에 두른 뇌전의 기운이 적들에게 닿으면 그 자는 절명이었다. 설령 한번은 견뎌내더라도 다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옆에서 기절해있던 팽호사가 눈을 떴다.


팽호사는 부대주 설후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부대주 정신차리시오!”


팽호사는 설후를 쫓으며 소리쳤다.


감히 팽호사도 설후에게 다가서서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느새 마인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남아있던 마인들의 절반은 도주에 성공한 듯 보였다.


그 사이 공동파의 무인 100여명이 황하석림에 도착하여 300여명의 마인과 대치하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력은 여전히 마교가 위였지만 공동파 장문인을 위시한 병력 100여명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부대는 아니었다.


더욱이 대주 가추만이 큰 부상을 당한 지금 퇴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교는 공동파를 적당히 상대하며 숲의 우로 돌아 빠르게 퇴각하였다.


퇴각하는 마교인들의 피해도 컸지만 흑갑기마대를 막아서는 공동파 무인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설후가 숲에 들어온 공동파의 무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후를 제지하러 다가서던 공동파 일대제자들도 설후의 격수공권을 몇 합 받아내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이내 공동파 장문인과 장로들이 설후를 제지하기 위해 나섰다.


그때 팽호사가 나타나서 장문인을 가로막았다.


“저희 부대주입니다. 제가 말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팽호사는 뒤로 돌아 설후를 마주보았다.


“부대주 그만하십쇼. 그러다가 정말 죽는단 말입니다!”


팽호사의 안타까운 외침이 숲을 울렸다.


설후가 다시 자세를 잡고 팽호사를 향해 뛰쳐들었다.


“부대주! 대원들과 함께 맹으로 돌아가자고 하지 않았소!”


팽호사의 앞에 다다라 손바닥으로 팽호사의 머리를 터뜨리려던 설후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팽호사가 핏발 선 눈으로 설후를 마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택기는! 당철기처럼 죽게 하지 않겠다 하지 않았소. 청이에게는 제갈세가에 한번 꼭 놀러가기로 약속하지 않았소이까.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부대주를.”


몇 초가 지났을까.


설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돌아가야지... 팽호사.”


그렇게 한마디 내뱉은 설후가 쓰러졌다.





마교는 그렇게 흑갑기마대를 수습한 후 예상과는 달리 잠잠했다.


그들의 암계가 발각된 이상 바로 중원을 침공하리라 여겼지만 그 후로 천산에 틀어박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비척대는 무림맹에서 한가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흑갑기마대와의 결전 이후 비척대 인원도 많이 줄었고, 남은 인원 중 부상이 심한 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임무에서 배제된 것이었다.


설후는 한 달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 안에 설후는 서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죽은 설인영과 설용명이 서 있었다.


“후야 보고 싶구나.”


“인영이를 돌보라 하였더니 너만 살아남은 것이냐”


설인영은 마치 후를 책망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설인영과 설용명의 얼굴과 온 몸에 피가 묻기 시작했다.


“오빠... 살려줘”


영겁과 같은 시간이 설후의 무의식에서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을 만났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그것은 악몽이었다.


금검상단의 참사 이후 늘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설후였다.


끔찍한 가족들의 모습에도 그는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마치 자신만은 편히 쉴 수 없다는 듯이 설후 또한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설후는 무의식 공간에서 지칠대로 지쳐 쓰러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드러누웠다.


옆에서는 여전히 통곡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에 반응할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심력이 소모되자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있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죽은 것인가.’


설후는 기억을 더듬었다. 마지막 장면으로 팽호사의 울부짖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아직 지켜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


‘비척대원들, 팽호사, 제갈청, 당택기. 그리고 복수도 해야하지 않던가.’


‘마교를 뿌리 뽑기 전에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다. 초연해지자. 모든 것을 잃은 자가 어찌 이리 감정적이란 말인가.’


설후는 그 무의식 공간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애써 덮어두고 있던 자신의 죄책감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간 그 죄책감으로 인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으며 계속해서 자신을 갉아먹고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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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8 22.08.16 542 11 7쪽
16 16화 혈강시 22.06.14 647 10 13쪽
» 15화 22.06.13 639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79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5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0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4 23 7쪽
2 2화 +3 22.05.05 1,588 24 12쪽
1 1화 +4 22.05.04 2,719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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