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가 만드는 천하제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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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허명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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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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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 점창파(2)

DUMMY

32









활기로 가득찬 만찬 자리에는 점창의 후기지수들이 건네는 질문들을 놓치지 않고 받아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곽정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과는 별개로 곽정의 뇌리에는 오직 칠복이와 제갈록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내게 집중시켜두어야 조사하시기가 수월하실 것인데... 이를 어찌한다.’



사뭇 초조한 곽정의 마음을 하늘이 헤아려 주신 것인지 때마침 점창의 장문인과 요부인이 예고도 없이 불쑥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행동거지에 거침이 없는 장문인의 돌발 행동이 익숙하다는 듯, 자리한 모든 이가 자연스럽게 일어나 태대악도(太大岳刀) 대묵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한 문파의 장문인답지 않게 한껏 건들거리며 곽정에게 다가온 대묵이 모든 격식을 건너뛰고서 대뜸 말을 건넸다.



“자네가 요즘 소문이 자자하던 그 종남의 곽정이라고?”



“장문인께서 별볼일 없는 소인의 이름을 알아주시니 그저 영광일 따름입니다."



대묵의 옆에 꼭 붙어있던 요부인이 곽정을 빤히 바라보자 가만히 있어도 색기가 흘러넘치는 요부인의 눈빛을 의식한 곽정의 귀가 저도 모르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홍당무처럼 붉어진 곽정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빤히 바라보던 요부인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보니 참으로 용모가 고우십니다. 사내가 이리도 고운 자태를 지니셨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여심을 흔드셨겠습니다.”



요부인이 곽정에게 건넨 칭찬에 탄탄한 대묵의 가슴 근육이 순간 움찔거렸으나,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도 불리우는 요부인의 미모에 홀려버린 곽정은 서늘해진 공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부인께서도... 제가 여태 봐온 그 어느 여인들보다 아름다우십니다."



선남선녀가 서로의 매력에 이끌려 미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 싶겠냐만,



상대는 이미 임자가 있는 여인임과 더불어 그 반려자가 불같은 성정을 지닌 대묵이라는 점에서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대묵의 넓직한 손바닥이 곽정의 목을 조를것만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를 보다 못한 2장로가 불쑥 끼어들었다.



“장문인. 요즘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종남의 잠룡이 안그래도 점창의 도(刀)를 직접 견문하고 싶다 했었습니다."


"이왕 이리 오신 김에 장문인께서 우리 점창의 깊이를 직접 보여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바꿔놓은 2장로의 제안에 눈썹을 치켜올린 대묵이 미묘한 웃음을 띄고서 곽정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마침 잘 되었구나. 아주 잘 되었어..."


"따라오거라.”



무언가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으나 막상 곽정의 입장에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묶어둘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2장로와 함께 대묵과 요부인의 뒤를 따라 점창파의 연무장을 거닐게 된 곽정은 하나같이 묵직해보이는 중도(重刀)를 거침없이 휘두르는 점창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보니 점창의 도법(刀法)이 가히 천하제일이라는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섞여있지 아니한 듯 싶습니다."



별 것 아니라는 듯 수련에 몰두 중인 제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대묵은 그저 어딘가로 바삐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 애송이들은 아직 무르익지도 않은 것들이다."


"진짜는 지금부터 보여줄 것이야."



연무장을 지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대묵을 따라 들어가자 이내 웃통을 벗은 100인의 사내들이 맨손으로 실전에 버금가는 각투(角鬪)를 벌이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외공(外功)의 성취가 이리도 한 눈에 보일 정도라니.... 실로 놀랍습니다."



하나같이 탄탄해보이는 무인들의 진가를 단번에 알아본 곽정에게 대묵이 자랑스럽다는 듯 설명을 덧붙이며 계속 걸어나갔다.



“항상 뭣도 모르는 샌님들이 육신의 단련보다 정신의 수양이 중요하다 떠들곤 하던데, 결국 무(武)의 본질은 몸으로 행하는 사투일 뿐이지.”



언뜻 보기에는 지나치게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었지만 100명의 사내들이 진심으로 치고박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곽정이 대묵을 따라 더욱 깊숙한 곳에 있는 다음 연무장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50인의 사내가 대도(大刀)를 휘두르며 실전이나 다름없는 대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몸이 직접 육성한 본문의 최정예다. 하나 같이 외공의 고수들이자 점창의 검과 방패가 되는 이들이지.”



이번에도 상의를 벗어던진 50인의 최정예가 오로지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육체미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으니,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대묵의 말마따나 이들이 육중한 대도(大刀)를 휘두를 때마다 그 파괴적인 위력에 지면이 들썩이곤 했다.



“그만!”



대묵의 묵직한 외침에 즉각 대련을 멈춘 50인의 전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두 줄로 도열하여 그들의 주군을 맞이하였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목청이 터져나갈 정도로 장문인을 환대하는 전사들의 흉성에서 대묵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묻어나왔다.



“듣거라! 여기 있는 종남의 잠룡이 감히 우리 점창의 도법을 견문하고 싶다 자처하였다!"


"누가 우리 점창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냐?!!”






미리 말을 맞추기라도 했던 것 마냥 거의 동시에 50인의 전사가 한 발자국을 내딛으니, 이는 군부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절도가 살아있는 광경이었다.



세상 흡족한 표정을 짓고있는 대묵에게 요부인이 요염한 자태로 다가와 그의 성난 팔을 쓰다듬었다.



“딱 봐도 호리호리하신 것이 그다지 힘을 쓰실 것 같지는 않은데... 혹여나 귀하신 손님의 얼굴이 상하실까 걱정이 되옵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요부인의 무례한 언사에 자존심이 상한 곽정의 표정이 굳어지던 것도 잠시,



요부인이 색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곽정의 얼굴이 금세 다시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자신의 여인과 대놓고 눈빛을 주고받는 곽정의 모가지를 당장이라도 비틀어버리고 싶어진 대묵이 요부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답하였다.



"하기야 샌님께서 겁이 나는 것이야 말로 실로 자연스러운 일이니, 행여나 자네가 겁을 집어먹고서 그냥 참관만 하겠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네."



아리따운 여인의 앞에서 사내답지 못한 모습을 내보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곽정이 당당히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았다.



“누구든 나와보시오. 샌님의 검이 얼마나 묵직한 지 보여드리겠소.”










몰래 점창파를 빠져나와 뒷산에 오르고 있는 제갈록과 칠복은 점점 서늘해지는 공기에 팔을 쓸어내렸다.



“으으... 방금까지도 뙤약볕에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는데 어찌 산을 오를수록 이리 추워진단 말입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어서 따라오거라."



때 아닌 한여름의 한기(寒氣)에 몸을 떨고있는 칠복과 달리 이미 호기심에 사로잡힌 제갈록은 추위조차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 같아 보였다.



"아니 근데 나으리. 여기는 왜 맥락없이 안개가 낀단 말입니까? 느낌이 영 좋지 않습니다."



산을 오를수록 자욱해져가는 안개 속에서 거침없이 나아가던 제갈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서 앙상한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칠복아. 어서 와서 이것 좀 보거라."



빈약하게 뻗어있는 나뭇가지에는 탐스러운 열매 대신 두터운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아까 점창의 제자가 말하던 고드름이 이것인가 보구나... 우리가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아휴... 쇤네는 아주 무서워 죽겠습니다요!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면 안되겠습니까?"



당장이라도 이 기분 나쁜 장소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칠복의 호들갑을 가볍게 무시한 제갈록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의 근원지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지독한 한기와 더불어 더욱 짙어지는 자욱한 안개 때문에 길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던 제갈록과 칠복이의 눈 앞에 갑자기 새로운 지평(地平)이 열렸다.



“이것은?”



한랭고목(寒冷古木)



단지 거대하기만 한 고목(古木)이 아니라 온통 서리로 뒤덮인 이 얼어붙은 나무는 엄청난 한기를 내뿜으며 주위의 모든 생명체의 활기를 뺏어가고 있었다.



“허...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이상하지는 않겠습니다요....”



한랭고목을 혼이 나간 채로 바라보던 칠복이와 달리 홀로 무언가를 분주히 찾던 제갈록이 갑자기 땅에 코를 박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 나으리!”



겨우 정신을 다잡은 칠복이가 갑자기 개새끼가 되어보려 노력하는 주군의 모습에 경기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나으리! 정신줄 잡으십시오! 여기서 미치시면 안됩니다!!”



“이상하다. 칠복아. 이리도 안개가 자욱하고 서리가 지천에 깔려있거늘 그 흔한 물내음조차 나지 않는구나.”



“어차피 이 한여름에 얼어붙은 고목이 있다는 것부터 이상합니다! 이러지 말고 어서 돌아갑시다!!”



칠복이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땅에 코를 박은 제갈록이 다시 난해한 자세로 길을 찾기 시작했다.



킁킁 킁킁



비범한 두뇌로 황궁 내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던 주군께서 요즘들어 부쩍 기괴한 짓거리를 주저하지 않으시니,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칠복은 이러다 길고 가늘게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칠복아. 내 뒤만 바짝 붙어 따라오거라. 절대 다른 곳을 밟아서는 아니된다.”



“아이 정말... 같이 가요!!”



드디어 물내음을 찾아낸 제갈록이 사족보행을 통해 안개속에서 길을 찾아 들어서자 칠복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의 주군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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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161화 - 고울 려(麗) 23.05.02 84 0 11쪽
267 160화 - 괴담(怪談) 23.05.01 6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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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152화 - 목표는 생환(2) 23.04.19 6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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